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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23일

걔를 못 본 지 1년이다. 재수했다 수능 끝나고 연락 닿은 친구인데, 오늘 만나기로 했다. 지금은 홍대입구역으로 가는 지하철을 타는 중. 그 친구를 만났을 때 어떨까. 여름 즈음에 만난 한 재수생 친구는 내 멘탈을 피곤하게 했다. 그 친구도 수능 끝나고 연락이 왔는데, 차갑게 대했다. 마음에 안 들면 관계를 단칼에 끊는 내 특성. 장점인가 단점인가. 그래서 지금은 좀 불안하다. 멘붕하게 만든 그 친구도 고 3 때는 괜찮고 대학 가서도 간간히 연락할 수 있을 거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망. 지금 만나러 가는 그 친구 또한 내가 좋아하던 친구. 일단은 남자 이야기를 안했고, 죽이 맞았다. 지금은 어떠려나.

2012년 11월 25일

최근 한 사람을 만났다. 그렇게 달갑진 않지만, 오랜만에 그 사람과 길게 이야기하게 되었다. 뭐 시시껄렁한 이야기. 동아리는 어떻냐, 요새 어떻게 지내냐 등등. 그런데 그는 갑자기 어떤 사람의 안부를 물었다. 그 어떤 사람은, 내가 속해있는 과의 한 남자. 그다지 친한 동기가 아니어서 잘 모른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나는 그에게 그 사람은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보았다. 사귀었었어- 그는 대답했다. 나는 놀랐고, 그것에 대해서 더 물어보았다. 잭디에서 만났단다. 여름 방학 때 사귀었고, 사귄 것은 별로 길지 않다. 기숙사여서 종종 놀러갔다, 등등. 나는 동아리를 하게 되면서 세상에는 퀴어가 참 많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어쩐지 우리 과에서는 나밖에 없을 것 같다는 무의식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과 특성 상 여초인 우리 과에서, 얼마 없는 남자들 중에서 게이가 있었다니. 나는 기숙사에 돌아와서 생각했다. 그리고 곧 어떤 불쾌한 생각에 사로잡혔다. 결국 그는 나에게 그 친구를 아웃팅한 것이다. 또한 나한테 그 친구를 아웃팅한 것처럼 그는 그 친구에게 나를 아웃팅 시켰겠구나,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아니 분명히 말했겠지. 과를 묻고, 아 그 과에 아는 애 있는데. 걔 이쪽 동아리에서 만났어. 응, 걔 레즈야. 뭐 이런 식으로. 뭐,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려고 노력 중이다. 일단 그 친구가 나를 이상하게 보는 일이 없고, (내가 알기로는) 소문을 내지 않았고, 그냥 얼굴만 알고 별로 친하지 않은 친구 그 정도로 자연스럽게. 그러면 된 거 아닌가, 하면서 나 자신을 위로해 본다. 그리고 나 또한 그 애가 게이인 것을 알고 있으니, 쌤쌤이라고 치면서.

2012년 11월 25일

계속적인 기침에 시달리고 있다. 깨고 난 직후, 자기 직전이 제일 심하다. 고오얀 감기가 아닐 수 없다. 해소되는 기침이 아니라 더 심해지는 기침이다. 음성 피드백이 아닌 양성 피드백이라고 할까. 목이 아파서 그런지 담배를 피고 싶지 않았다. 결국 세 개피에서 두 개피로. 그것도 목이 괜찮을 때에만. 일어난 직후에는 절대로 피고 싶지 않다. 금연 의욕이 엄청나게 불타는 때가 아닐 수 없다. 어느새 담배에 묶인 삶. 목이 심하게 아플 때도 꼭 한 개피는 폈다. 하지만 최근에는 더더욱 불안해진다. 외할아버지의 폐암 소식. 벽지가 누렇게 되도록 담배를 피던 할아버지. 우리들을 위해 할아버지를 다른 곳에 살게 했다는 아빠의 말에 난 고개를 들기 힘들었다. 눈 앞에 있는 딸도 흡연자에요. 속으로 생각하면서. 주변인의 암 소식은, 소홀히 했던 건강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한다. 나는 괜찮은가. 십년 뒤에 쓰러져서 죽는 게 아닌가. 괜한 걱정인가. 목이 아프다. 이제부턴 하루에 두 개피 씩, 한 개피 씩, 그러다가 뚝, 끊기를 바라면서.

2012년 11월 26일

나는 어떤 방에 있었다. 어떤 거인이 나타나더니 내 다리를 자르겠다고 야구방망이를 들고 나한테 달려들었다. 나는 그 거인을 피하고 거인이 들고 있던 야구방망이를 뺏고 그 거인을 후려쳤다. 정말 빠르고 세게 후려갈긴 것 같았다. 나는 지쳤고, 그 순간 알람이 울렸다. 아침 아홉시 반이었다.

2012년 12월 1일

배경은 길가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두 살부터 내가 한 15살까지 살았던 동네의 익숙한 길목이었던 것 같다.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바퀴벌레가 나타났다. 나는 스크류바 비슷한 달콤한 무언가를 손에 들고 먹고 있었던 것 같다. 그 바퀴벌레는 무시하고 지나가기엔 좀 컸고, 또한 내 주위를 빙빙 돌았다. 그 바퀴벌레는 날 수 있었다. 어쩐지 그 바퀴벌레는 내가 들고 있는 달콤한 무언가를 원하는 것 같았다. 결국 난 그것을 던졌고, 바퀴벌레는 그것을 물고 날아가 버렸다. 나는 다시 걸었다. 이번에는 뱀이 나타났다. 뱀을 피하려고 자동차 도로로 가려고 했는데, 뱀이 머리를 들이밀었다. 어떻게든 가까스로 피한 것 같았다. 계속 가니까 이번에는 뱀이 여러 마리 나타났다. 모양은 좀 달랐다. 코브라 같은 모양의 뱀. 이번에도 피하려고 애를 썼다. 뱀은 너무나 위협적이었다. 결국 어찌어찌 피한 것 같았다. 이번에는 길 옆에 있는 공원 쪽으로 갔다. 그 때 호랑이 여러 마리가 나타났다. 한 두 세마리? 나는 쫓겼고, 도망쳤다. 호랑이는 나를 물어뜯으려고 했다. 꿈에서 깼다. 낮에 생각했다. 그 꿈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역시 과제, 시험 스트레스를 나타낸 꿈인가. 허허… 그 바퀴벌레, 뱀, 호랑이는 과제와 시험을 상징하는 것일까. 왠지 말이 된다. 이상 꿈 썰과 프로이트 발톱 때도 못 미치는 꿈 해석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