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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5일

1. 공부 하기 싫어서 일기를 쓴다. 지금 있는 이 곳의 카페는 1주일 전에 우연히 발견한 곳으로 혼자서 뭘 하기가 참 좋다. 인테리어도 내 취향이고 화장실은 카페 내부에 있는데 무척이나 깔끔하고 지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한적하고. 자리도 편하고 콘센트도 있다.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현대인에게 아주 적합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단점이라면 아주 불편한 접근성인데, 이곳으로 오는 버스가 없어서 한참 걸어가야 올 수 있는 곳이다. 그래도 그 힘듦을 감수할 만한 곳이다. 2. 엄마와 아빠는 요새 말을 안 하고 산다. 이혼하기에는 그들의 감정의 골이 그리 깊지 않고 그 법적 절차가 무척 번거로우며 아빠는 이혼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두려워해서 그냥 한 지붕 아래에서 같은 공간을 같이 점유하며 살기로’만’ 한 것 같다. 그와 별개로 나는 매주 금요일 밤에 부모님 집으로 온다. 홀로 있을 방이 부모님 집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엄마에 대한 모종의 책임감이 있다. 엄마와 외식을 하면서 엄마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시간을 꾸준히 가져야 한다는 그런 책임감이다. 나는 이제 엄마와의 관계가 그리 나쁘지 않기 때문에(오히려 좋은 편이다) 그런 책임감이 나한테 그리 부담이 되는 건 아니다. 엄마가 나와 보내는 시간을 즐거워하고 행복해한다는 것이 나에게 기쁨을 준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나는 누군가가 나를 필요로 하고 나를 좋아해주는 게 좋으니까. 3. 이번 학기부터 코어 장학금을 받게 되었다. 서울대학교 인문대학원에 진학하겠다는 서약서에 동의하는 대가로 월마다 내 수중에는 75만원의 돈이 들어온다. 다음 학기부터는 월 60만원을 받게 되고. 그러나 내 지출은 월 75만원을 초과한다. 그것은 내가 먹고 싶은 게 생길 때 먹으며 (그것이 만원이 넘는 초밥이라던가 3만원 가까이 되는 아웃백 스테이크라 하더라도) 사고 싶은 게 있으면 사고 매일 커피를 사 마시고 담배를 꾸준히 태워서 그렇다. 저번 달에는 노트북이 필요해서 인민에어를 사...

2016년 1월 25일

1. 금요일에 집 근처 신경정신과에서 항우울제를 타면서 비타민D 주사를 맞았다. 진료 중간에 “요새 일조량이 부족해서 그런가 전보다 더 우울하고 쉽게 지치네요” 라고 말했더니 의사 선생님이 나한테 비타민D 주사를 영업한 것이었다. 어찌보면 비타민D 주사를 맞는 것은 호구가 되는 일이었으나 왠지 모르게 나는 “그거 얼만가요” 라고 물었고 의사 선생님은 학생이니까 만원 할인해서 4만원에 해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비타민D 주사를 맞으면 3개월간 지속된다고 하면서 비타민D 주사가 그렇게 호구잡히는 일이 아니라는 점을 어필하였다. 나는 알겠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진료를 끝내고 대기실에 앉아 있으니 카운터에 앉아 계신 간호사님 또는 간호조무사님이 주사 키트를 들고 나를 주사실로 안내하였다. 주사를 맞은 자국이 욱신거렸다. 지금도 사실 손으로 그 부분을 문지르면 아프다. 비타민D 주사가 내 삶을 좀 더 살만한 것으로 만들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안 맞는 것보다는 낫겠지 하면서 살고 있다. 2. 사실 이 세상 대부분의 것들에게 흥미를 잃었다. 비타민 D 주사 맞은 게 호구 잡힌 일인지 아닌지도 사실 관심이 없고 인간들 대부분에게 관심을 잃었고 내 자신조차, 내 목숨의 온전함에도 관심을 잃었다. 그냥 생각하는 것 자체가 귀찮아져버렸고, 귀찮음에도 계속 생각을 하는 것은 생각을 하는게 내 습관이라서 그렇다. 유일하게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파이널판타지14이다. 숨 넘어가게 과외를 뛰고 집에 와서 게임을 하는 것이 나의 유일한 낙이다. 하지만 요새 체력이 훅 떨어졌는지 게임을 하는 게 너무너무 피곤하다. 지금 이렇게 일기를 쓰는 것도 게임 하는 게 피곤해서다. 게임 하는 게 피곤하지 않았다면 일기를 쓰지 않았을 것이다.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굳이 적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낄테니까. 내 말, 내 생각이 너무나 허무하다는 것을 알기에 굳이 열심히 글로 적어봤자 기분만 안 좋아질 뿐이다. 하지만 이렇게 열심히 쓰는 것은 그래도 내가 열심히 삶을 의미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