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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19일

1. 어제 퀴플 회의에 갔다. 어떻게 글 한 편을 쓰는데 성공해서 이번 퀴플에 내 글이 실리게 되었다. 회의에 갔는데 애쉬님한테 얼굴빛이 좋아보인다는 소리를 들었다. 애쉬님 말고도 다른 분들도 동의했는데 이상한 기분이었다. 나 말고도 이번 학기에 졸업하시는 분도 회의에 오셨는데, 사람들은 그분한테도 얼굴빛이 좋다는 소리를 했다. 그분은 취업을 하셨는데, 아무튼 진로라는 건 아주 무거운 짐인 모양이다. 어떻게 진로가 정해진 사람은 마음의 짐을 덜어 홀가분한 얼굴을 하니 안색이 어두침침하지 않은 것이다. 퀴플 회의에서 반가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좋았다. 뒷풀이로 양꼬치를 먹으러 갔는데, 나는 갈 길이 먼 수도권 거주자이기 때문에 한시간밖에 있지 못했지만 아주 오랜만에 유쾌한 술자리를 가졌다. "내가 있는 모임은 망하고 내가 없는 모임은 흥한다"라는 유명한 격언이 있는데 어제만큼은 그 격언이 틀려서 참 좋았다. 2. 그렇게 즐거운 기분으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가는 광역버스를 탔는데, 즐거운 술자리치곤 서둘러 나온 것이긴 하나 아무튼 시간이 야심해서 배차간격이 늦으므로 서서 가더라도 타는 게 좋았다. '운이 좋게도' 버스가 대기하고 있어서 탔는데, 사실 그건 딱히 행운은 아니었다. 취객이 소동을 벌이는 바람에 출발이 지체되었던 것이었다. 내가 카드를 찍고 버스를 탔을 때, 취객과 기사님은 싸우고 있었고 토사물 냄새가 났다. 냄새가 아주 심한 건 아니었다. 취객이 버스에다 토했는데 토사물을 치우는 걸 거부한 모양이었다. 그들 사이에는 쌍욕과 험한 말이 오갔는데 기사는 씨발 그럼 니가 토한 걸 니가 치워야지 내가 치우냐? 너 내가 토한 거 치울래? 응? 이런 식으로 말했고 취객은 왜 욕을 하고 지랄이냐 이런 식으로 대꾸했던 것 같다. 취객은 참 멀쩡해 보였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곧잘 떠올리곤 하는 "진상 취객"의 꼬질하고 추한 모습이 아니라 어엿한 가부장이자 멀끔한 샐러리맨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오히...

2018년 11월 30일

1. 글을 써야 한다... 퀴플글을 써서 퀴플을 살려야한다... (사실 내가 글을 못 내더라도 퀴플은 당장 죽진 않을 거 같지만) 어쨌든 나 같은 인간은 의무와 마감이 아니면 한 편의 완성된 글을 못 쓰는 사람이다... 블로그에는 잘만 일기 따위의 잡문을 올리곤 하지만, 어디에 인쇄될 글을 쓰는 건 아무래도 부끄러우니까 잘 써보려는 핑계를 대며 1억년의 시간을 소비하곤 하니까... (그리고 긴 시간을 소비해서 글이라도 완성하면 다행인데 삽질로 그치는 경우가 더 많아서 문제다) 2. 어제 과외 일이 하나 더 들어왔고 총 4명의 학생을 가르치게 되었다... (그 중 2명은 주1회 수업이긴 하지만) 거의 내 체력의 한계까지 일을 받아버렸으니 쉴 시간이나 공부할 시간은 있을까 걱정이긴 한데 일단 저질러보고 생각하기로 했다... 일단 2, 3주만 기다리면 종강이라서 서울 갈 일이 없어지고 대충 주 2일은 온전히 일정이 비는 날이 되니 괜찮지 않을까? (잘 모름) 저번 화요일에 친구들을 만났는데 내가 과외 일을 많이 하게 되었고 그걸로 등록금과 생활비를 비축해둬야 한다고 말하니까 연숙이가 걱정을 했다. 걱정이 될 만도 하다... 나는 나같은 정신병자 친구들을 많이 뒀는데 그런 친구들 중에서도 체력이 진짜 없는 편이기 때문이다. (근육도 지방도 없는 말라깽이라서) 모르겠다... 일단 저질러보자... (결론 똑같음ㅋㅋㅋ) 3. 엄마아빠는 이제 서로 말을 주고받지 않는다... 그래서 집은 평화롭다. 보통 엄마아빠 사이에 오고 가는 말 중 많은 것들이 굳게 닫힌 내 방문을 뚫을 정도로 시끄러운 소리였기 때문이다. 아빠는 집에 아주 늦게 들어오거나, 집에 일찍 들어오면 저녁 먹고 바로 자기 방으로 들어간다. 내가 지나치게 집안 눈치를 보는 것 같다. 하지만 청소년기부터 집안의 눈치를 보지 않으면 애꿎은 내가 좆되는 경우가 왕왕 발생했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나를 둘러싼 환경의 분위기를 읽고 거기에 맞춰 몸을 사리는 식으로 나는 생존해 왔으니, 그 생존방식이 나를...

2018년 11월 23일

대학원 삼수에 성공했다... 한시름 덜었다. 그리고 과외 일 하나 성사됐고 학부모님이 화끈하게 당일 입금을 해주셔서 통장에 약간의 여유가 생겼다. 일타쌍피로 좋은 일이 생겨서 기분이 묘하다. 많은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아 기쁘고 삼수 기간동안 내가 자살할까봐 걱정했던 친구들에게 은혜를 갚을 수 있게 되어 또한 기쁘다. 그간 긴장을 많이 했는지 어제부터 계속 몸에 힘이 없다. 약간 바람 빠진 공기인형처럼 정신이랑 몸이 흐물거린다... 어제는 하필 엄청나게 추워가지고 이러다 몸살나는 거 아닐까 싶었는데 아직까진 괜찮다. 이왕 흐물거린 김에 푹 쉬어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라고 하면서 카페에 왔지만 퀴플글을 안 쓰고 인터넷 서핑만 하고 있으니 이것도 휴식의 일부겠지) 오늘 점심에는 엄마랑 추어탕 먹고 카페에 갔다. 합격 겸 과외 성사 축하 기념으로 내가 다 샀다. 아무튼 엄마랑 밥 먹고 커피 마시면서 석사과정 등록금 이야기와 생활비 마련 등등을 이야기하고 서로의 푸닥거리도 듣고 그랬다. 아무튼 엄마와는 참 복잡한 관계다. 그 누구보다 나를 가장 심하게 상처 입히면서 그 누구보다 가장 나를 잘 위로한다... 어쩔 때는 그 누구보다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건 아주 가끔이다) 앞으로도 이렇게 살겠지. 서로를 가장 연민하다가 빡이 쳐서 머리통 뽑힐 정도로 머리채 쥐어뜯고 싸우고 그러다가 다시 화해하고... 그러고보니 밀란 쿤데라의 <소설의 기술>에서 재미 있는 일화가 나오는데 일기를 마무리하면서 여기다 복붙하도록 하겠다. -------- 비화와 전설에 현혹되지만 않는다면 프란츠 카프카의 정치적 관심 어디에도 의미 있는 흔적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이런 의미에서 그는 막스 브로트, 프란츠 베르펠, 에곤 에르빈키슈 같은 그의 프라하 친구들이나, 역사의 의미를 알려고 한다면서 미래 모습을 그려 내기만을 즐겼던 다른 전위주의자들과 구별된다. 그렇다면 이들의 작품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만 집중된 내향적 예...

2018년 11월 21일

1. 미쳐가는 기간 동안 발저의 책 2권을 읽었다... 뚜부가 선물한 <벤야멘타 하인학교>와 배수아 작가님이 번역한 <산책자>라는 책이다. 발저는 가난한 프톨레타리아라 글을 쓸 종이가 없어서 광고지나 신문지 등등에 아주 조그마한 글씨로 글을 썼다는데 내게 타임캡슐이 있다면 내 방에 넘쳐 흐르는 종이 1억장을 발저에게 주고 싶은 기분이다. 그런데 발저에게 종이가 많았다면 그렇게 미친듯이 글을 썼을까? 문득 길을 걷다가 그런 생각을 했다. 뭔가를 많이 쓰고 그리고 아무튼 무언가를 생산해 낸 사람들은 얼마나 속에 쌓인 게 많아서 그렇게 미친듯이 만들어 낸 걸까? 그렇게 생각하다가 떠올린 것이었다. 발저가 트위터를 했다면? 니체가 트위터를 했다면? 기타 등등의 할말이 오지게 많았던 옛날 사람들에게 썩어 넘치는 종이와 펜 그리고 노트북 아이패드 등등을 쥐어주는 상상을 했다. 2. 버크만 심리검사라는 것을 하고 그것에 대한 세미나에 참석했었는데 세미나 활동의 일환으로 비슷한 유형의 사람끼리 모아두고 각자의 취미와 그것을 좋아하는 이유를 적고 다른 유형끼리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알아보는 시간이 있었었다. 세미나에 참여한 학생은 나 포함해서 대충 9명 정도 있었고 (9명 모두 여자였다. 남자들은 심리검사에 관심이 없는 모양이다) 테이블은 3개였는데 내 테이블은 나를 포함해서 3명이 앉았다. 아무튼 다들 초면이다. 초면에 갑자기 초등학교 때나 하던 모둠활동을 하라고 하니 모두들 약간 당황스러워했지만 곧 어색함을 풀고 잘 해냈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내 테이블의 유형은 (당연하게도) 간접소통을 선호하고 창조적인 활동을 하는 소위 '예술가형'이었는데 그 테이블에 앉은 3명 중에서 내가 제일 자폐적인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러니까 10분 가량의 활동을 하면서 '소통'이라는 것을 해야 했고 어색한 분위기를 없애고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다가 자연히 긴장감이 사라지는 과정에서 나 빼고 나머지 두 분은 나보다 좀더 성의 있게 ...

2018년 10월 25일

1. n년 전 야심한 시각에 광역버스를 탄 적이 있었다. 야심한 시각이다보니 취객 비율이 꽤 높았는데, 집에 도착하기 몇 정거장 전부터 시큼하고 불쾌한 냄새가 나서 복도 쪽을 보니 취객의 토사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건더기가 없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을까... 아무튼 위액과 술이 섞인 액체가 내는 냄새가 온 버스에 진동했고 그 토사물을 뱉은 취객은 당연히 취객이었기 때문에 자신의 토사물에 대한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그냥 내렸다... 버스 기사님은 그 취객한테 아니 이대로 해 놓고 가시면 어떡해요 그냥 토해놓고 내리기만 하면 다예요? 라고 억울하게 항변했지만 그 취객은 진짜 제 발로 걷는 게 용할 정도로 이성을 잃은 상태여서 죄송하다는 말도 없이 내렸다... 버스 기사님은 몇 번이고 욕을 내뱉다가 버스에 남은 몇 명의 승객(나 포함)에게 잠시 슈퍼 좀 들르겠다고 양해를 구하고 락스를 사들고 왔다... 승객들이 다 내리고 차고지에서 그 버스 기사님은 자기 책임이 1나도 없는 그 토사물을 치울 수밖에 없겠지... 어쨌든 대책 없이 흐르는 토사물과 그것이 내는 불쾌한 냄새와 억울하고 빡친 기사님이 오랜만에 떠올랐다. 왜 갑자기 그때의 가엾은 버스 기사님이 떠올랐더라? 아마 오늘 정신병원 갔다가 카페로 가는 길에서 억울함과 답답함에 대해 곱씹다가 내 기억 한켠에 있던 그 일화가 툭 튀어나왔던 것 같다. 수없이 많은 억울한 사람들... 불쌍한 사람들.... 2. 오늘 아침에 정신병원에 간 건 잘한 일인 것 같다. 이 분이 내 정신병 주치의가 된 지는 대략 3년 정도인데 오늘 아침에 받은 진료가 최장 진료였다. (그 때문인지 내가 진료실을 나오니 대기하는 환자들이 참 많았다..) 오늘 진료 때 처음으로 주치의 분께 가장 취약한 모습을 보였던거 같은데 그러니까 그 분에게 구구절절한 사연을 말하면서 질질 짰다는 말이다... "님은 정말 성숙한 사람이라서 자기 객관화도 잘 되고 되게 열심히 사는 사람입니다 다만 에너지가 없어서 몸이 안 따라주는 것 뿐입...

2018년 10월 21일

1. 나는 이제 자유의지가 없는 기계 같다. 생각을 할 때만 나 자신이 자유의지를 가진 주체처럼 느껴지는데, 생각의 촉발은 심각한 고통을 야기한다. 그래서 의지력을 써서 뭘 해야지 라는 생각을 버리고 때 되면 집안을 청소하는 로봇청소기처럼 일어나서 밥을 먹고 잠이 덜 깼으면 양껏 자고, 잠이 다 깨면 조금은 책상 앞에 앉아 있어야지 하고 앉아 있다가 슬픈 생각이 들면 밖에 나가서 담배를 피우고 산책을 하고... 내가 자유의지를 갖고 하는 행위는 오로지 누워서 잠들기 뿐이다. 약 덕분인지 낮잠을 실컷 자도 밤에 잠이 잘 온다. 자는 건 너무 좋다. 면접이 끝나고 댜른이랑 이른 점심으로 섭샌을 먹으면서 댜른이가 요새 정신분석과 문학이라는 수업을 듣느라 프로이트를 읽는데, 프로이트가 "별 거 아닌 사람보다 별 거 있는 사람에게서 우울증이 더 많이 발견되는 건 주목할 만한 일이다"라고 했다며 나를 위로하는? 뭐 암튼 그런 이야기를 했는데 웃겼다. 그후에 커피를 마시고 댜른이랑 야노남 이야기랑 뭐 여러가지 이야기를 했다. 구체적으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귀찮아서 적지 않겠다... 2. 면접 때 들은 "쉬는 시간이 많았는데 공부를 별로 안 한 것 같으네?"라는 질문과 "요새 인상 깊게 읽은 책이 뭐야"라는 질문이 아직도 내 주변을 맴돌고 있다... 어떤 사람에게 비슷한 질문을 듣게 되면 어떤 식으로 대답해야 덜 똘추같을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런데 저런 질문을 할 사람이 앞으로 몇이나 될까? 그래도 저 질문에 대해 그럴 듯한 대답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런 생각을 하기보다 곧 있을 제2외국어시험을 위해 독일어 공부나 열심히 하는 게 더 나을 것이다. (내일부터 열심히 하면 되지) 3. 오타쿠질을 시작하다보니 부끄러움이 많은 오타쿠에게 모종의 동질감을 느낀다... 부끄러움이 많은 오타쿠들이랑 구석탱이에 모여서 음험하고 부끄러운 이야기하면서 수치를 공유하고 싶다...

2018년 10월 10일

1. 사랑 받고 싶고 인정 받고 싶은 것은 모든 사람들이 으레 가지고 있을 법할 바람이나, 나의 경우엔 그것이 유치할 정도로 노골적이라고 생각했다. 길을 걷다가도 갑자기 '사랑 받고 싶어! 인정 받고 싶어!'라는 생각이 들면서 울적해지거나 혹은 좀 더 힘내야겠다는 다짐을 할 정도이다. 그냥 내가 나를 사랑하고 나를 인정하는 게 가성비가 좋은 일일 테지만 남들이 그리 큰 의미를 두지 않고 툭 던지는 호의라든지, 그들의 따뜻한 말이나 칭찬이 주는 짜릿함과 기쁨을 어떻게 바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내가 나를 사랑하고 인정해주는 게 무의미한 짓거리로 보일 정도로 남들이 나를 인정하고 사랑해줄 때의 쾌감은 엄청나다... (라는 것을 며칠 전부터 골똘히 생각했고 블로그에 메모해 둬야 한다고 생각해서 오늘 적었다) 2. 무의미한 것도 무의미하다는 것에서 의미 있다고 할 수 있겠으나 (똘추 인문학자들이 좋아하는 말장난이다) 요새는 정말 무의미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존버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현재 밖'으로 생각이 튀어나가려고 하면 얼른 생각을 차단하고 있어서 심각한 무기력과 우울에는 빠지지 않고 있다. 그래도 너무 낙이 없어서 (나에게 낙을 주려고 해도 그것들이 나에게 주는 감흥이 별로 없어서) 요새가 엄청 답답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건 홀로 있는 시간이 많아서 더더욱 그럴 것이다. (혼자 있고 싶고, 돈도 없다. 그래서 난 혼자다) 내 머리 속에는 무언가 대단한 것이 될 수도 있을 법한 영감들이 간간히 떠오르곤 한다... 하지만 그게 내 머리 밖으로 나와야 말이지 지금의 나로서는 공상에 빠져 아무 것도 안 하고 누워 있을 수밖에 없다. (당신은 방금 우울증으로 인해 베토벤을 죽였습니다) 빨리 무의미한 시간이 지났으면 좋겠다...

2018년 10월 4일

(사실은 10월 3일 일기임) 개천절에 외할머니 병문안 갔는데 이제 수술 후 간병+재활치료를 위해 일산 등지에 있는 요양병원으로 옮기신 모양이었다. 척추 신경에 문제가 생겨서 팔만 움직일 수 있는 상태셨는데 많이 아프신지 여름에 뵀던 것보다 더 야위고 초췌해 보이셨다... 내 손을 만지작거리면서 할머니는 슬퍼 보였다. 엄마는 내 옆에 서서 여기 병원 어떻냐 뭐 필요한 거 없냐 물으면서 이 자리를 견디는 듯한 표정을 지었고 할머니는 뭐라 뭐라 대답했다. 좀 앉아 있다 보니까 어디선가 똥 냄새가 났다. 할머니가 싼 걸까? 싶었는데 옆 침대 할머니가 싼 것이었다. 간병인이 새 기저귀로 갈아주는데 옆 침대 할머니가 좀 냄새날 수 있어요 라고 웃으면서 말하는데 나는 그다지 불쾌하진 않았다... 비위가 강한 편이기도 하고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기저귀에 지린 본인이 더 불쾌할 것이고 사람이 똥을 싸면 냄새가 나는 법이지... 뭐 이런 식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어쨌든 병문안은 한 시간 정도로 끝났다. 할머니가 이제 가라고 두 번이나 말했을 때 엄마랑 나는 병실을 나왔다. 할머니가 계속 내 손을 자기 가슴께에 가져다가 주물거리는 것이 생각나는데 그때 나는 할머니의 가슴이 너무 앙상해서 갈비뼈밖에 느껴지지 않아서 생경했었다. 아빠는 복도에 있는 휴게실에서 TV를 보고 있었는데 (병원 원칙상 두 명까지 병실에 들어갈 수 있다) 무슨 집에 그냥 빨리 가서 야구를 볼 것이지 조금만 더 보고 싶다고 고집을 부려서 엄마랑 나는 근처에 있는 카페로 갔다. 이디야가 있어서 거기로 갔다. 내가 커피 사줄까? 하고 물으니까 엄마가 여기까지 왔는데 자기가 사겠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나)와 카페라떼(엄마)와 생크림 와플을 시켰다. 자리에 앉아서 할머니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엄마한테 "엄마가 죽고 싶으면 스위스 데려다 줄게 거기는 2천만원에 안락사를 할 수 있대 만약 살고 싶으면 그때 돈 많이 있으면 좋은 요양원 데려다주고"라고 말했는데 엄...

외로와요 외로와요

이해 받고 싶다... 라는 생각을 어제부터 계속 했다. 그러다가 방금 생각이 바뀌었는데, 이해까지는 바라지 않으니 제발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성내지 않고 끝까지 들어줬으면 좋겠다, 나에게 해명하고 변명할 기회를 한 번만 주었으면 좋겠다는 것으로 말이다. 제발 제 이야기 좀 들어 주십시오... 그런데 아무도 안 들으니까 아무한테도 이해 받지 못는 외톨이 광인들은 이상한 확성기나 팻말 같은 걸 들고 명동 한복판이나 지하철 같은 데에서 떠드는 거겠지. 그네들이 내 미래일지도 모른다... 나의 경우는 수줍음이 많고 체력도 약하니까 직접 광장으로 나가 외치지 않고 인터넷에다가 글을 써서 올릴 터이다. 같은 장르를 파는 덕질 인터넷 친구도, 게임을 같이 하는 에오르제아 친구도 어느 순간에는 불편함을 느껴버린다. 그것은 어떤 사안에 대해 솔직하게 내 의견을 털어 놓을 수 없을 때 그렇다. 얼마 전에 파판 친구들의 소식을 접하고 싶어 파판 게임 계정을 따로 팠는데 한 분이 트랜스젠더 혐오적인 트윗을 알티했다. (랟펨 쪽에서 뭐라 뭐라 하는 것들 말이다) 그 분은 나쁜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그 분은 그 트윗을 동의의 의미에서 알티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나는 리트윗 끄기를 눌렀다. 어떤 특정 집단에게 모함을 받고 혐오를 투사 받는 인간이 내 친구고 님들이 생각하는 그런 사람 아니예요 라고 말할 수가 없다. 그냥 속으로 눈물이 날 뿐이다. 옛날에는 공부를 많이 해서 아는 게 많으면 그들을 설득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지금은 그 생각이 꽤나 순수한 이상론이라는 것을 안다. 그렇다고 공부를 그만두지도 말을 잃고 싶지도 않지만... 어쨌든 요새는 그냥 말문이 막히고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다. 속으로 언젠가는 해명할 기회가 있을 거야, 저들도 그리 나쁜 사람은 아닐 거고 그저 몰라서 그렇게 말한 것뿐이라고 긍정회로를 돌리기만 한다. 사람들이 조금만 마음을 열었으면 좋겠다... 조금이라도 덜 잔인해졌음 좋겠다...

2018년 9월 22일

1. 과외 일 하나를 정리했다... 이유는 학생 어머니가 싼 값에 지나치게 갑질을 해서이다. 안 그래도 자살 직전이라 멀쩡한 집이라도 도저히 일을 할 상태가 아니기도 했다. 어쨌든 과외 학생 자체는 괜찮았는데 과외 학생 어머니는 찔려서인지 아니면 화가 나서인지 알 수가 없지만 일을 그만두겠다는 문자에 답이 없었고 (이 집 어머니는 지가 뭐 요구할 거 있을 때에만 답장 보내고 그 외에는 수고 많으셨습니다 라는 의례적인 답장조차 보내질 않는 사람이다) 과외 학생만 나한테 "시험까지만 봐 주시면 안 될까요?"라는 문자를 보냈는데 거기다가 "진짜 미안한데 내가 너무 힘들어서 안 돼..."라고 답하니까 "네..."라는 아련한 답장이 왔다. 내가 잘못한 것은 1나도 없지만 괜히 내가 책임감 없는 사람된 거 같아서 기분이 별로였지만 어쩔 수 없지... 어쨌든 일을 하나 정리하고 곧 수능을 볼 고 3 남학생 국어 과외 하나만 하기로 했다. 월 수입은 이제 45만원에 그치겠지만 일단 정신머리 상태가 나아지고 나서 일을 구하든지 하기로 했다... 올해는 과외 학생 학부모한테 데인 게 많아서 피해망상이 극심한 상태라 새로 일을 구하려는 시도조차 스트레스 받는 상황이다... 아무튼 그렇게 됐다. 2. 갑질하는 과외 학생네 어머니 욕을 하다가 엄마가 늘 그랬듯이 공감성 제로인 반응을 보였었는데 (원래 세상이 그래 라는 식의 대답) 안 그래도 정신 머리가 안 좋은 상태라 엄마 말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해버렸고 덕분에 엄마랑 오랜만에 다투고 이틀 간 냉전 상태여서 며칠 전 엄마한테 저녁 사주겠다는 상투적인 화해법으로 해결했다... 엄마랑 나는 늘 같은 걸로 싸우고 같은 방식으로 푼다. 엄마가 "정말 우리는 궁합이 안 맞고 따로 사는 수밖에 없나봐"라고 말했는데 나도 동감했다. 동감하니까 엄마는 또 그것 나름대로 불만인 반응을 보였는데 결국은 미봉책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엄마는 도대체 나를 이해하고 싶...

2018년 9월 17일

1. 신경안정제+수면유도제까지 추가로 받고 온 날 저녁, 엄마가 다 같이 산책을 가자고 해서 게임을 하다 말고 밖으로 나간 적이 있었다. 무슨 생각으로 덥썩 나갔는지 모르겠다. 산책이 엄청나게 싫은 건 아니었고, 가기 싫다고 하면 운동도 안 하고 맨날 방구석에 처박혀 게임만 한다는 소리를 들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나간 것 같기도 하다. 엄마와 아빠, 오빠, 그리고 우리집 개가 저 멀리 앞서 걷고 있었고 나는 터져 나오는 눈물을 견디려고 애썼다. 막 나갔을 때는 괜찮았는데, 대학원 진학 관련으로 멘토링을 해야 한다는 문자를 받고 부모와 오빠의 이야기를 듣는 게 괴로워지기 시작하자 더 이상 가족들이랑 '오붓하게' 산책을 하긴 글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만 내 걸음은 차츰 느려져서 나만 혼자 떨어져서 걸었다. 엄마와 아빠는 내가 잘 따라오는지 뒤돌아 보면서 "산책하기 힘들어?"라든지 "너 체력이 약해서 큰일 났다" 따위의 말을 건넸는데 그들은 내가 갑자기 기분이 썩창돼서 가까스로 눈물을 참고 있는 상태라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그들 딴에는 그런 쓸데 없는 말을 건네면서 내가 우울한 생각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주려고 그런 것이었겠지만 나에게는 그런 '위로'도 견디기 힘든 것이었다. 뭐라 대답하면 오열할 거 같아서 엄마와 아빠가 건네는 시덥잖은 말에 반응하지 않았다. 나중에는 머리가 다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억겁과 같은 기나긴 '가족과의 산책'이 끝나고 나는 그냥 집에서 저녁을 먹겠다고 말했다. 원래 엄마가 산책의 조건으로 내건 것은 "산책 같이 나가면 맛있는 것을 사주겠다"였는데 애초에 맛있는 것을 얻어 먹으려고 나간 것도 아니었거니와 그 당시 내게 필요한 건 조용히 방구석에 처 박혀서 아무 것도 나를 자극하지 않는 안온한 환경이었기 때문에 나는 그렇게 말했다. 그래서 엄마와 오빠만 외식을 하러 나갔고, 아빠는 조용히 저녁을 먹는 나...

ㅠㅠ2

제 2의 부모인 정신의학과 의사선생님께 "에쎌님은 저한테 힘들다는 말을 잘 안 하세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깜짝 놀라고 말았다. 선생님한테 마음을 못 열어서 말을 안 한 게 아니라 제가 힘든 건지 안 힘든 건지 판단이 잘 안 된다는 이상한 변명 같은 것을 황급하게 뱉었는데 선생님은 그런 의미로 말한 게 아니라는 듯, 그러면서도 다 이해한다는 듯한 표정으로 웃었다. 그 웃음을 보자 내가 선생님한테 어떤 식으로 보였는지가 눈에 보이는 듯해서 부끄러우면서 웃겼고 (전형적인 중증 우울자의 병적인 '둔감함') 선생님이 나에 대해 많이 알고 있고 (하긴 이 병원을 3년째 다니고 있으니까) 누가 봐도 내가 지금 힘들어 보이는구나 싶었다 (그걸 이제야 알다니). 힘들다는 이야기를 잘 안하는 사람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니까 선생님께서 굉장히 심각한 표정으로+걱정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니까 그 표정이 내가 다른 사람들로부터 얻고 싶어하는 것이었구나 싶었다. 그러니까 기뻤다는 것이다. 어쨌든 다음주에 다시 한 번 병원에 들르기로 약속하고 자기 전에 먹는 신경안정제와 수면유도제를 새로 처방받고 바로 이비인후과에 가서 비염약을 받아 왔다. 처방전 두 개를 들고 약국에 가니까 나 자신이 완전 걸어다니는 종합병원 같았다. 정신의학과에서, 이비인후과에서 처방 받은 약을 받으면서 약사 선생님은 코막힘을 억제하는 수도에피네프린이 신경 흥분제라서 메틸페니데이트와 중복되는 효과를 야기하기 때문에 꼭 병원을 동시에 갈 땐 평소 먹는 약을 알려야 한다는 잔소리 비스무리한 당부를 들었다... 알겠습니다 하고 얌전히 약을 받았다. 약을 받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왔다. 버스에서 내리고 나서 나는 사실 전혀 괜찮지 않았고 내가 괜찮지 않다는 것을 부정하고 싶었구나 하는 깨달음을 곱씹었다. 나는 힘들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맨날 누워 있고 내가 걱정하는 것들이 쓸데 없는 걱정이고 나는 얼마든지 마음만 먹으면 해낼 수 있기 때문에 내가 느끼는 피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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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아픔도 똑같이 고통을 느끼는 신경을 활성화시키므로 마음이 아플 때 진통제를 먹으면 도움이 된다"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정말 고통을 느낀다. 진통제는 먹지 않았다. 곧 생리를 시작할 것 같아서...(안할지도 모르지만) "'너는 먹을 자격이 없다'는 생각 때문에 먹질 못했다"라는 말도 실감하고 있다.. 너무 외로워서 레즈비언 업소에 간 사연을 그린 작가의 말이었는데 방금 전에 배가 고파서 이틀 전에 시키고 남은 피자를 먹은 참이다. 먹는 것도 너무 힘겹고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피자는 맛있었다) 음식을 먹는 일에 자격을 논하는 건 웃기는 일이고 설사 자격을 논한다 하더라도 내게는 충분히 먹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먹는 일은 너무 싫다... 하지만 배고픔은 더 싫어서 억지로 먹는 것 뿐이다. 먹어야 낫는다는 생각을 하면서 음식을 목구멍으로 넘기면 몸은 그걸 밀어내려고 애쓴다... 특히 스트레스와 흡연 및 카페인으로 좆창난 위가 엄청나게 성내는 게 느껴진다. 내 몸뚱아리를 구성하는 것들 중 제일 미안한 게 있다면 그것은 바로 위장일 것이다... 내가 이제까지 위장을 전혀 배려해주지 않아 그 죄로 지옥에 간다면 할 말 없을 정도로 위장에게 송구할 뿐이다... 그리고 더더욱 지옥 갈 말이지만 송구하기만 하다... 나도 위장에게 잘해주고 싶은데 그렇게 하기가 너무 괴롭고 싫어서 안 하고 있다.. (미안합니다...) 난 고장이 났다. 고장난 건 오롯이 내 잘못만은 아니다. 스피노자적으루다가 생각한다면 이런 고장은 필연적이다... 왜 갑자기 스피노자 이야기를 꺼내고 그러지..? 그것은 인과론에 대한 생각 때문에 튀어나온 드립이다. 방금 전에 피자를 먹으면서 생각했는데 정신병자들이 다 자기 탓이라며 자책하는 이유는 그것이 제일 편하기 때문이다... 나 자신은 이제 의식적으로 자책을 회피하고 언젠가는 지나갈 일이다 라고 되뇌이기는 하지만 그런 생각은 몹시 불편하다... 내 잘못이라...

2018년 9월 9일

1. 어제 도착한 언데드 앨범 (앙스타 덕질의 산물) CD 리핑을 하려고 과외 끝나고 피씨방 두 곳을 찾아가서 여기 CD 리핑 되냐고 물어봤는데 다 안된대서 (요새 누가 CD 같은 걸 쓰겠어요...) 두 달 간 묵혀 뒀던 데스크탑을 한 번 고쳐보자고 마음 먹고 집에 가서 고쳐 봤다... 그런데 너무나 허무하게 해결이 되어서 (진짜 좀 어이 없을 정도로...) 나는 드디어 두 달 만에 데스크탑을 쓸 수 있고 게임도 할 수 있게 됐다. 뭐 어차피 여름 내내 너무 더워서 데스크탑이 멀쩡히 돌아간다 해도 잘 안 했을 테지만... 우울증도 오져서 누워 있기 바빴고... 아무튼 그 기념으로 오랜만에 넓찍한 화면으로 일기를 쓰고 있다. 두 달 동안 키보드도 제대로 만지지 않았기 때문에 먼지 쌓인 게 장난 아니었다. (나름 싸구려지만 무접점 키보드라서 10만원 정도 주고 산 키보드인데) 아무튼 물티슈로 박박 닦았다. 2. 오늘은 너무 화가 나고 죽고 싶었다... 일단 아침에 밥을 먹으면서 아빠한테 등록금 달라는 아쉬운 소리를 했다. 당연하게도 니가 내라는 소리를 들었다. 방학 시작 전에는 내가 내겠다고 당당히 큰 소리를 쳐 놓았는데 내가 생각보다 돈을 못 모아둬서 어케 안 되겠냐고 사정했다. 그 과정에서 엄마한테 "내가 보기엔 너는 아직 덜 힘들어봤고 인생 편하게 살았어" 라는 말을 들었는데 내가 생리 직전이기도 하고 이른 아침(8시)였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화가 나고 만 것이었다. 실수로 부모 말을 지나치게 진지하게 들은 것이다. 더욱이 아쉬운 소리를 할 땐 온갖 인신공격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엄마가 내뱉은 저 말은 꽤나 고통스러웠다. (왜냐하면 진짜 못 살 거 같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하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엄마한테 "내가 언제 엄마한테 인생 편하게 산다고 이야기한 적 있냐? 아무튼 내 잘못인 건 맞는데 인생 쉽게 산다고 말하지 마라"라고 쏘아 붙였다... 음... 그 말을 내뱉고 나서 바로 후회했다. (...

2018년 9월 1일

어느덧 9월 이다 ? ??? 자주 가는 카페에 갔더니 사람이 와글와글했다. 거의 다 유치원생에서 초등학생의 자녀를 둘 법한 나이의 여자들이 삼삼오오 앉아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나는 황망하게 나와서 5분 정도 거리에 있는 스타벅스에 갔다. 그리고 정말 맛 없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커피가 모양 빠지게 머그잔에 담겨 있는 것을 시키고 자리에 앉아서 독일어 공부를 했다...(아마도) 한 5번 정도는 읽은 문법책인데 읽으면 이해가 된다... 외우질 못해서 그렇지... 그렇게 한 시간 정도 읽으니까 너무너무 힘들고 의욕이 없었다. 요새 나는 울적한 기분에 빠져들 것 같으면 아예 생각을 멈춘다. 그런 탓에 고장난 라디오처럼 자살...자살...자살...만 반복하는 것이다.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면 자살 뒤에 이어지는 심오하고 깊고 쓸데 없는 부정적인 것들이 이어질 터라서) 이럴 때는 답이 없다. 빨리 집에 가서 누워 있는 게 상책이다! 안 그러면 괜히 불편한 카페 의자에 뭉기적 앉아 있어 치질만 악화되고 쓸데 없이 힘만 든다. (안 그래도 집 근처 항문외과를 검색해보기도 했었다...) 맛 없는 커피를 어찌저찌 다 마시고 짐을 챙기고 집으로 갔다. 이틀 전만 해도 하늘이 무너지듯 번둥천개가 치고 폭우가 쏟아졌는데 하늘이 무척 맑았다... 햇빛을 쬐니 뜨거웠는데 7월 말과 8월 초에 있었던 그 불지옥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걸어오면서 하루라도 더 살아 있는 건 대단한 일이고 어찌됐든 사는 놈이 강한 것이다 라는 이상한 적자 생존적 명제를 되새겼다. 안 그러면 정말 죽고 싶을까봐 그랬다... 가끔씩은 탈수 증세가 올 정도로 통곡하다가 칼로 온 몸을 긋거나 목을 조르면서 못 살겠다 못 살겠다 발작하고 싶기도 하지만 일단 할 수 있는 데까지 버티고 최대한 안 좋은 쪽으로는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쓰기로 했다. 이래봬도 체력은 약하지만 정신력은 강한 편이다... (아마도)  얼마 전에 본 에밀 시오랑 봇 트윗 중에서 '...

2018년 8월 28일

1. 쉬어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런데 쉴 수가 없다.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실로 '어른스러운' 이유다... 그래봤자 여전히 나는 대학원에 발목 잡혀서 이도 저도 못하는 멘헤라 백수일 뿐이다. 이런 상태에서는 공부든 돈 벌기든 둘 중 하나만 하는 게 효율적일 뿐더러 내 심신에도 이로울 일일 텐데 부모님한테 손 벌리기도 싫고 (<- 손 벌리면 그래도 조금의 돈이라도 내 줄 수 있는 중산층 부모를 두었는데 배 부른 소리죠? 뜬금 없이 오늘 봤던 트위터 드립 중에서 부모님한테 손 벌리기 싫어서 다리를 벌리기 시작했어요 라는 문장이 생각난다) 돈 없이 곤궁하게 생활하는 것도 싫다... 그러면 공부를 포기해야 할 텐데 장학금 어쩌구 분쟁 때문에 전혀 그럴 수가 없게 되었죠? 망했죠? ... 그런 고로 그냥 둘 다 애매하게 울면서 하고 있다. 이러다가 잘못하면 과외도 짤리고 입시도 망하고 겸사겸사 자살도 하고 그럴 텐데...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즐겨요 이기분... 이기?) 2. 마치 자위를 처음 배워 자위 생각만 하는 애새끼처럼 자살 생각을 강박적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자살 생각이라는 게 문자 그대로의 'ㅈㅏㅅㅏㄹ'이라는 자음과 모음의 조합을 계속 머리 속에 떠올리는 그런 행태라 예전에 겪었던 '자살 충동'과는 궤가 다르다. 이건 대체 뭐지... 몸과 마음이 더 이상은 무리라고 제발 좀 쉬라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데 내가 그걸 그냥 흘려 보내고 있는 걸까? 아무튼 다음에 정신병원 갔을 때 의사 선생님께 상담해봐야 겠다. 3. 감기에 걸려서 코가 막힌 바람에 머리가 띵하다... 이만 줄여야겠다.

2018년 8월 21일

1.  나를 위로하는 문장 첫번째: "아무도 내가 얼마나 혼자인지 모른다..."  그리고 두번째: "적어도 시간을 낭비하는 일은 아닐 거야!" 그리고 나를 무섭게 하는 것: 커서만 깜빡이는 빈 화면... 뭐라도 해서 유형의 결과물을 남겨야 한다는 압박감... 점점 약해지는 체력.... 2.  마누라랑 데이트하는데 과외 어머니로부터 문자가 왔다. "저희 애가 학원에 가기로 해서요... 앞으로 수업을 못하게 되었어요..." 저번 토요일에 수업했던 앤데 다음날에 잡혀 있던 수업을 취소하고 보충수업 기약을 잡지 않은 것에서부터 이 엄마가 다른 학원이나 과외를 알아보고 있구나 라는 예감이 들었는데 그게 맞았던 것이었다. 이제 개강하면 평일엔 목요일밖에 시간이 나지 않는데 하필 마누라의 졸업논문 지도일이 목요일이어서 평일 낮에만 짧게 만나는 것으로 합의를 봤는데 토요일 일요일에 있던 과외 하나를 짤렸으니 토요일 오후에 만나는 선택지가 하나 더 늘어난 데다가 내 체력과 정신력으로는 도저히 과외 학생 3명을 제 정신으로 가르치는 건 무리라는 사실에서 어쩌면 이렇게 깔끔하게 과외 하나가 정리된 건 좋은 일일지도 모른다. 다만 집에 들어가기 전에 담배를 피우면서 "자살하고 싶다... 뭐라도 해야 한다...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라는 말을 속으로 계속 읊었다. 그러다가 적어도 시간을 낭비하는 일은 아닐거야 라는 문장을 떠올리면서 어떻게든 멘탈을 붙잡았다. 적당히 벌어서 아주 잘 살고 싶다!  3. 외롭기도 하거니와 뭐라도 남겨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일기를 자주 쓰게 된다. 일기로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고, 아무렇게나 써도 상관 없고 그게 부끄럽지도 않기 때문에 그렇다. 일기라도 마음 편히 쓸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았으면 하고 싶은 말이 속에서 곪아 터졌겠지... 4. 일단 앉아 있는 습관을 들...

2018년 8월 19일

1. 틈만 나면 누워서 잠만 잔다... 하지만 그런 호시절도 끝났다. (이유: 다시 폭염이 시작되어 잠을 못 잘 것이기 때문에) 오늘 친오빠 생일이어서 외식을 하고 돌아올 때 너는 뻑하면 누워서 잠만 자는데 왜 이렇게 피곤해하냐고 한 소리 들었다. 진짜 피곤하고 힘들어서 누워 있는 거라고 하니까 엄마가 걱정된다고 했다... 나도 내 자신이 걱정된다. (누워서 아무 것도 안 하는게 습관이 된 건지 아니면 건강이 재기해서 이러는 건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2. 앙스타 인형을 보면서 흐뭇해하고 있다... (씹타쿠 다 됨) 나중에 혼자 살면 다키마쿠라도 사지 않을까...? 모를 일이다... 사실 다키마쿠라보다는 폭 껴안기 좋은 봉제 인형을 갖고 싶은데 그런 건 팔지 않는다... (이럴 때마다 손재주가 있으면 참 좋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우상을 두는 게 생각보다 흐뭇한 일이라 돈을 벌어 피규어를 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크소울이든 소녀전선이든 앙스타든...나는 이제껏 먹을 거 입을 거 읽을 거에만 돈을 썼지 장식물에는 돈을 별로 안 써봤는데 이번에 책상을 들이면서 (+데이터쪼가리에 목 매는 미친년이 되면서) 그런 것들을 사게된 건데 생각보다 훨씬 만족스러워서 놀랍다. 3. 늘 졸립고 과외로 돈 버는 건 조만간 못 해 먹을 거 같고 (일자리도 잘 안 들어올 것이며 내가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나는 어떤 재주를 팔아 돈을 벌며 먹고 살까...? 오늘 외식하면서 친오빠가 스물여덟살까지 집에 얹혀 살았으니 (그리고 이번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서 더 이상 백수가 아니게 된다) 너도 스물여덟살까지는 얹혀 살아도 된다고 엄마가 그랬는데 대충 1년 반 정도는 이렇게 살아도 될 것이다. 아무튼 어떻게든 되겠지???? (모르죠) 4. 어제는 독서실 사물함에서 짐을 뺐다. 이제는 공부할 기력이 날 때에만 카페에 가는 게 돈이 덜 들 것 같아서 그렇게 했다... 그리고 이제 날이 추워지면 방에서도 공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날이 추워져서 집에서 커피를 내려...

2018년 8월 16일

1. 최근의 댜른이의 일기에서 드러난 그의 고통(아주 폭력적으로 요약하자면 연락 오는 거 짱나는데 친구들한테는 연락 받고 싶다는 것)을 곱씹어보고 있다.. 갑자기 이 말을 왜 쓰냐면 방금 전에 과외 학생 어머니로부터 문자가 왔기 때문이다... 무서워서 전문을 읽지는 않았지만 대충 팝업으로 뜬 내용은 자기 아들이 수업을 잘 받고 있느냐, 처음에 만났을 때 스터디플래너 등으로 수업 진행 상황이 어떤지 보고해주겠다고 선생님이 말씀하셨는데 그런 걸 안해주셔서 물어보는 것이다... 정도일 것이다. 어쨌든 내 집에 와서 수업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과외비가 아깝지 않게 잘 가르치고 있는지 알 방법이 없기 때문에 나한테 연락을 하는 것이고 나는 그거에 응답하는 게 너무 스트레스다... 그래서 방금 전에 샤워하고 왔다. 샤워하면서 재기하고 싶다... 재기하고 싶다... 이 생각만 계속 했다. 오늘은 특히 내 상태가 병신이라서 더더욱 재기하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과외학생 어머니들이랑 소통하는 게 제일 피곤하다... 그래서 답장을 재깍재깍 안 하는 편이고 이제까지 나를 접한 모든 어머니들은 그런 나에게 짜증났겠지... 하지만 내 알 바 아니다... 아무튼 일기 쓰고 나서 용기 내서 문자를 보려고 하는데 그래도 죽고 싶다... 돈을 벌면 죽고 싶은 일들을 견뎌야 한다... 죽고 싶어야 돈을 벌 수 있다... 힘내자.... (힘이 안나요...) 2. 일하기 20분 전에는 너무 졸리고 피곤해서 재기하고 싶었다... 이거 진짜 약을 바꿔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심각하다... 정작 잠은 푹 못 자고 그렇다고 앉아서 뭘 하면 너무 피곤해서 아무고토 못하고...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운동 같은 것은 좆도 안 하고 단백질은 잘 안 쳐먹고 오로지 정제 탄수화물만 쳐먹어서 그런 거겠지요? 그런데 입맛이 없는 걸 어떡하라고... 나도 건강한 거 쳐먹고 근육돼지 되고 싶다.... 아무튼 수업하는 도중엔 속까지 쓰려와서 중간에 겔포스 먹고 수업 끝나자마자 바로 드러누웠다... ...

2018년 8월 9일

1. 아주 크고 긴 책상을 사는 것은 실패했다... 대신 엄마가 지역 맘카페 글을 보고 어디서 얻어 온 책상을 들였는데 길이는 1200센티 정도 된다. 널찍한 작업 공간을 가지지 못했다는 서운함은 있지만 꽤 만족스럽다. (공짜로 얻어온 거니까) 데스크탑과 27인치짜리 모니터를 두면 아주 부산스럽고 좁아질 테지만 현재 데스크탑은 벽돌 상태이고 내 게으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쓸 일이 없다... 그래서 현재는 방 구석에다가 데스크탑을 밀어놓고 책이랑 노트북만 뒀다. 책상이 생겨봤자 또 누워만 있겠지 싶었지만 생각보다 앉아서 무얼 그리거나 쓰거나 읽는 시간이 늘어나서 나 자신에게 놀라는 중이다. 물론 낮엔 더워서 에어컨이 있는 곳으로 피신해야 하지만, 아직 잠이 안오는 밤에 책상 앞에 앉아서 노트북으로 웹서핑을 하고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일기까지 쓰는 지금 이 순간을 생각하면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역시 사람은 책상이 있어야 한다... 옛날에 대학로 쪽에서 자취했을 때가 생각난다. 아주 창렬한 지역이다보니 원룸 옵션에 책상이 없어서 앉은뱅이 밥상에서 과제를 하고 글을 쓰고 게임을 하고 영화를 봤던 21살 시절... 빌라를 좆같이 지어놨기 때문에 옆집 대학원생 남자 놈이 친구를 불러다가 미친 듯이 술판을 벌여서 안 그래도 정신병 걸릴 정도로 예민한 데다가 안 맞는 간호학과 다니느라 피폐했던 때라 잠을 못 자서 24시간 카페 가서 밤을 새거나 녹두거리로 가서 친구들 술자리에 끼기도 했었는데... 잠시 이야기가 샜는데 아무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괜찮은 입식 책상과 좋은 의자가 있으면 게으르고 힘 없고 우울한 인간일지라도 전보다는 좀 더 작업을 잘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2. 오늘은 턱 보톡스를 맞았다. 엄마가 여기가 이 주변에서 제일 싸다고 간 곳이었는데 치과였다. 역시 미용시술이 돈이 되나 보다... 아무튼 엄마도 아빠도 옛날에 한 번 맞았던 곳이라고 해서 엄마가 오늘 점심에 예약해 놓고 나보고 점심을 사라고 해서 승낙하고 갔다. 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