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허이모와 카페에서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했다. 이야깃거리 중 하나는 선거를 통한 대의민주주의로 나 같은 사람들의 의견이 절대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에서 현재 자본주의와 결탁한 대의민주주의가 갖는 한계에 대해 연구해보고 싶다는 나의 바람에 관한 것이었는데, 허이모가 그것을 듣고 셸든 월린(Sheldon Wolin)이라는 미국의 정치철학자를 소개해 주었다. 오늘 저녁에 게임을 잠깐 하고 그 학자에 대해 검색해 보았는데, 나는 그 학자의 책이 한국에 번역되지 않았을 거라 짐작했는데 그 짐작이 틀렸다. 중앙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월린을 검색해보니 후마니타스에서 번역한 책들이 있었다. 이번 학기에 헤겔 수업을 청강하면서 졸업 논문을 헤겔로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헤겔뿐만 아니라 읽어야 할 책 목록들이 지치지도 않는 듯 갱신되고 있다. 게으른 내가 죽기 전까지 그 책들을 모두 읽을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2. 헤겔 입문서를 읽는데, 이 입문서를 쓴 학자가 여성이라는 소수성을 갖고 있어서 헤겔이 현 체제를 무조건적으로 정당화하는 보수주의자라는 혐의에 대해 천착하려는 게 보였다. 그것은 내가 헤겔을 알기 전 헤겔에 대해 품은 인상과도 부합하는 것이어서, 여성 헤겔 연구자는 어쩌면 처음에 헤겔을 접했을 때 비슷한 걱정과 혐의를 갖고 접근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헤겔로 졸업 논문을 쓰게 될 경우, <우연성, 헤게모니, 보편성>을 하루 빨리 읽어야 할 것이다. 그 전에 도서관에서 빌린 헤겔 입문서부터 완독해야겠지만. 3. 스피노자 입문서를 읽고 나서 내가 좀더 긍정적인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커피가 나에게 주는 기쁨, 지금 날씨의 적당한 온도와 좀더 짙은 파란색이 된 하늘과 총천연색의 꽃들이 주는 자연미 기타 등등이 주는 좋음을 수용적으로 받아들이게 된 듯 하다. 오늘 허이모와도 이야기했던 건데, 사람은 현재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조건들과 자원들만을 가지고 지금 그 사람이 자신의 상황에 대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