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017의 게시물 표시

2017년 9월 30일

1. 4일동안 쳐다도 안 봤던 (왜냐하면 이틀 동안은 과제 때문에 시간이 없었고 남은 이틀은 말 그대로 탈진해서) 졸업논문을 다시 붙잡았는데, 추석연휴 내내 이것을 붙잡고 있어도 내가 수없이 쓰고 제출한 'F는 면하자 제출용 레포트' 퀄리티에서 벗어날 수 없을 거라는 생각 때문에 울적하고 슬펐다. 울적하고 슬프고 무기력해서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연어를 퀵서비스로 배달해 먹을까 고민했다. (이미 이번 달에 돈을 정말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많이 썼음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내가 직접 전화를 해서 퀵서비스를 부탁한다고 말하기 싫었기 때문에 (나는 전화를 싫어한다) 그냥 녹두에 와서 늘 먹는 쌀국수를 먹었다. (녹두에 아는 가게가 쌀국수집이랑 돈까스집밖에 없다) 생리전증후군의 한복판에 서서 이번 달에 상실해버린 것들을 생각하면서 눈물을 흘릴 뻔했다(진짜로). 글을 쓰는 게 싫은 것은 글 자체가 안 써지는 것도 있고 (말할 때 가장 어려운 것은 내가 "말하고자 한 바"를 "정확히" 말하는 것이라는 지젝의 말이 생각난다) 글을 쓰면서 잠기는 상념들에 우울과 슬픔이 섞이는 것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타인을 분류해버리고 타인이 분명히 행복하게 잘 살 거라고 멋대로 단정짓는 행위를 멈출 수가 없다. (버릇이 들어버린 데다가 지금은 우울에 잠겼기 때문에) 아무리 애를 써도 하루에 글을 반 페이지 정도밖에 쓰질 못해서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 (내가 쓰는 문장들이 과연 내가 말하는 바를 잘 담고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에) 심지어 일기를 쓰는 것도 힘들고 자괴감이 든다. (이렇게 괄호로 나의 울적함의 이유를 구구절절하게 쓰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고통의 한 복판에 있는 것 같은 순간들은 여러 차례 있었고 그 시기가 지날 때마다 그때의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느껴지기 때문에 지금의 고통 또한 몇 달이 채 지나기도 전에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생생한 고통이 더욱 슬퍼진다

2017년 9월 26일

1. 개강하고 나서는 거의 매일 새벽 네 시 이후에 (어쩔 수 없이) 잠든다. 왜냐하면 누워서 비엘 소설을 읽거나 아님 정말 단순하게도 자기가 싫어서이다. 언제는 아침 여덟 시에 잠들어서 낮 세 시에 겨우 깬 적이 있었는데, 자꾸 아침의 새 소리를 들으며 깨질 것 같은 대가리의 고통을 참으며 어쩔 수 없이 자는 게 몸에는 그리 좋지 않아서 이번 주 월요일에 정신과에 가서 이러한 나의 망한 수면 패턴을 토로해 버렸다. 그 덕에 의사 선생님께 낮잠 금지령도 당하고 무조건 아침 10시 이전에 일어나라는 (거부할 수 없는 법의 남성적 언어 같은) 조언을 들었다. 일단 내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것은 항우울제를 아침에 먹는 것인데 (나는 몰랐는데 지금 먹는 약이 밤에 먹으면 밤잠에 그리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게 아니라서 아침에 먹는 게 좋을 거라는 소리를 들었다) 이것만은 지키고 있다. 어쨌든 오늘도 새벽 다섯 시에 잠들어서 낮 한 시 즈음에 깼다. 그 후로 오래된 노트북처럼 버벅거리고 무거운 상태로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수업을 들으러 왔는데 대체 마음 놓고 쉴 날이 11월 이후에나 찾아올 거라서 '이게 사는 건가'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지금은 수업 시간이고, 수업이 시작되자마자 내일 수업 때 제출해야 할 요약문 작성을 시작했는데 글을 쓰는 것 자체가 환멸이 나 버려서 아마 저녁 먹고 나서 더 이상 미루면 좆될 때까지 진도를 못 뺄 예정이다. 그리고 선택한 게 오랜만에 블로그에 일기 쓰기라서 좀 웃기다다. 2. 어제 저녁에 한영이랑 밥을 먹었는데 옛날에도 한영이에게 사과를 했었지만 어제 저녁에도 또 한 번 사과를 했다. (재차 한 사과이니만큼 예전의 것보다는 더 '진정성' 있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내가 요새 두 명의 친구와 소원해져서, 예전에 내가 한영이를 멀리했던 것이 생각나서 한영이가 느꼈을 소원함과 외로움에 동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과를 듣고는 한영이는 그때 자신이 느꼈던 외로움과 섭섭함이 지금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