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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28일

아주 화가 난 상태로 본가 근처의 정신병원으로 갔다. 놀랍게도 대기실에 엄마를 마주쳤다. 엄마는 수면제를 처방 받으러 온 거였고, 나한테 아직도 계속 힘든 거냐고 약 계속 먹으면 안 좋은데, 라는 소리를 해서 나는 화를 참지 못하고 엄마한테 내가 진료할 때 들어 오라고 했다. 내가 얼마나 상태가 안 좋은지 직접 보라고 이를 악물고 말했다. 정신병원은 풀방이었다. 엄마는 자연스레 내 옆에 앉았고, 과외 문의 들어왔냐는 이야기를 하다가, 학기는 끝났냐, 여러 가지를 물어보았다. 나는 과외 문의 들어왔고 1월 1일 저녁에 시범수업을 하러 가야 하고 학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엄마가 뭐가 힘드냐고 물었다. 나는 모든 게 다 힘들다, 과외도 힘들고, 대학원도 힘들다고 했다. 그때마다 엄마는 그렇게 힘들면 하지 마, 라고 말했고 나는 화가 나서 그러면 어떻게 생활비를 버냐고 물었다. 엄마는 집으로 오라고 그랬다. 그러다가 엄마가 먼저 진료실에 들어갔고, 한참 동안 나오지 않았다. 엄마가 나오고 나서 또 한참을 기다려 내 차례가 되었고, 나는 들어가서 선생님께 저 진료 받을 때 엄마도 들어오라고 말했는데 혹시 그런 말씀 안 하셨냐고 물었고, 선생님은 어머니가 진료받으면서 내가 당분간은 약을 먹어야 하는 이유와 위험성에 대해 충분히 말씀을 드렸다고 했는데, 원한다면 어머니 들어오시게 해도 좋다고 했다. 그래서 엄마가 뒤늦게 들어왔다. 엄마가 들어오자 감정이 주체가 되지 않아서 말이 뭉개질 정도였다. 말이 뭉개지는 건 오랜만이었는데, 아빠한테 체벌을 당할 때 말고는 울음이 말을 먹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나는 아무튼 어떻게는 울음에 잡아먹히지 않는 말을 꺼냈는데, 당연히도 두서가 없고 유치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힘들었는데, 힘든 건 하나도 안 들어주고, 약 안 먹으면 병신이 되는데, 그런데 나는 서울대 나왔다는 이유로 다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게 어이 없다고, 뭐 그런 식으로 말하려고 애를 썼다. 나는 울었고 선생님은 지금 버티는 것만으로도 용하다고 하면서

2019년 12월 6일

이번 주 내내 잠과 씨름했다. 어제는 오후 5시가 되어서야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그것도 친구가 저녁 같이 먹자고 해서 억지로 일어난 것이다) 그래서 해야 할 것들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예컨대 버틀러 발제문 준비가 그렇다. 이러다가 발제문에 내가 기여한 몫은 하나도 없게 될 지경이다. 내일까지 시간이 남았긴 한데 영 안 될 것이다 라는 생각만 든다. 이런 생각이 들면 망한 거다. 아무튼 지금 카페에서 억지로 버틀러 글 3장을 읽고 있는데 아무 생각이 없다. 그마저도 2페이지 읽고 집중력이 고갈되어 이렇게 일기를 쓰고 있다. 카페 옆자리에 앉은 남자아이 목소리가 마치 사우스파크에 나오는 애들 목소리 같아서 웃기다. 어제 발제팀 모임을 하면서 사람들이 이런 걸 하고 싶다 하루에 몇 시간 정도 공부를 해야 할 것 같다 등등의 이야기를 했는데, 그걸 들으니까 울적했다. 남이 무언가를 하겠다,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난 위축된다. 난 하고 싶은 게 있는 지 모르겠고, 있더라도 그걸 당차게 말할 만큼 자신감이 있지 않다. 그래서 어제 버스를 타고 본가로 돌아오면서 투신자살 생각을 많이 했다. 한강에 투신하는 건 익사하는 고통까지 겪어야 하니까 한 방에 뚝배기가 깨지는 맨땅투신이 낫지 않을까 이런 상상을 하며 돌아왔다. 집에 도착하고 나서 바로 침대에 누워 핸드폰으로 로맨스판타지 소설을 읽다가 잠들었다. 그리고 오늘 2시가 되어서야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오늘 하루도 망했다는 예감과 함께 일어났다. 상담 때 중압감에 대해 이야기했다. 무언가 일을 하려고 하면, 중압감 때문에 할 수가 없다고. 마감이 코앞이라든지 돈이 걸린 일이라든지 그런 절박함이 없으면 중압감을 이겨낼 수가 없다. 사실 이겨낸 거라고도 볼 수 없다. 어쩔 수 없어서 중압감에 벌벌 떨면서 하는 거지. 상담 선생님께서는 그 이야기를 듣고 많이 답답하고 힘드셨겠다고 대답했다. 그렇구나, 나는 답답했구나. 나는 내가 유치하고 멍청하다고만 생각했는데. 그렇게 생각할 수도

2019년 11월 11일

헤겔 수업을 듣다가 갑자기 나는 여기에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철학이 적성에 안 맞는 것 같아" 병이 도진 것이다. 지각을 해서 선생님 바로 옆 자리에 앉아 버려서, 딴 짓도 못하게 됐고, 여러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서 그게 한국말이지만 전혀 머리에 들어 오지 않았고 그럴 때마다 나는 왜 여기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우울했다. 지각을 하느라 아침을 안 먹어서 더더욱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수업이 끝나고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밀린 일들을 해치웠다. 일단 소피스트 코멘트를 억지로라도 썼고 (3주째 쓰지 않았었다) 컴퓨터 출장수리를 불렀다. 방금 전 게임을 돌렸는데 3초만에 파워가 꺼지는 일은 발생하지 않아서 당분간은 문제가 없을 것 같다. 밀린 것들을 해치우니까 기분이 조금 좋아지긴 했다. 수업 시간에 나는 여기 있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문득 살면서 큐이즈 동아리 활동 빼놓고 내가 소속감이나 안정감을 느낀 곳이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학원도 마찬가지 아닐까. 내가 있을 곳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대개 1) 동료가 없음 2) 그 곳에서 뭔가 특별한 사람이 아님 둘 중 하나인데 대학원의 경우에는 후자다. 나는 영어가 많이 딸리고 철학사적 지식도 부족하다. 이에 대해 한 선생님이 누구나 할 수 있는 건 당신도 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공부를 하면 된다고 하는데 여전히 자신감 부족이다. 남들이 다 한다고 내가 할 수 있다고 자신할 수는 없지 않나? 남들이 무리 없이 하는 일상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어려워지는 게 우울증의 증상이기도 하고 말이다. 남들보다 한참 뒤떨어져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혼자서 책을 읽으면 그런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문제는 남들과 같이 공부를 할 때, 그럴 때 문제가 된다. 비교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머리에 힘 줘서 비교를 안 하고 '나는 잘 하고 있어'라고 마음 먹기란 쉽지 않다. 어쩌면 내가 수능이 끝나고 이과가 적성에 맞지 않았다는 깨달음을 얻

2019년 11월 8일

어제는 하루 종일 누워 있었다. 잠에서 깨면 발키리 드라이브 머메이드라는 B급 빻애니를 보다가 졸리면 다시 자고, 다시 깨면 유튜브로 게임실황을 보고 다시 잠들고 그랬다. 오늘 새벽에 비몽사몽한 상태로 기지개를 펴다가 그만 책상에 올려져 있던 물통을 엎어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약 기운 때문에 잠이 덜 깨서 대충 수건 하나로 바닥을 닦고 다시 잤다. 정신을 차리고 나서는 겨울 외투를 기숙사 세탁소에 맡겼다. 3만 2천원이 나왔다. 그리고 푸름이한테서 카톡이 왔고, 친구의 우울함을 조금이라도 달래주기 위해 푸름이 집에 가서 이야기 하고 초밥을 시켜 먹었다. 그리고 본가로 왔다. 본가에 와서 다시 누우니까 머리가 아팠다. 푸름이 집에서 밥을 먹고 나니까 너무 졸려서 집에 도착하면 푹 잘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지 못해서 일어나서 뭐라도 할 게 없나 두리번거리다가 장롱에서 옛날 옛적 중학생 시절에 샀던 문가든 타로카드를 꺼내서 점을 쳤다. 몇 주 전 연숙이가 술자리에서 타로점을 봐 줬던 게 떠올라서 그랬다. “조만간 과외를 구할 수 있을까? 금전적 안정감을 되찾을 수 있을까?” 에는 여사제 역방향이 나왔다. 뜻은 무지, 근시안적인, 잘못된 판단 뭐 그런 부정적인 뜻밖에 없었는데 아마 안 되는 모양이었고 “이번 학기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쓰리 카드 배열법으로 점을 쳤는데 과거에는 무언가 멋들어진 계획을 세웠지만 지금은 무언가 무력해져 있고 근데 미래에는 여차저차 평온을 얻을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대충 해석해서 이게 맞는지는 잘 모른다) 아무튼 그러고서도 심심해서 일기를 쓰고 있다. 할 말, 쌓인 말이 많다. 그런데 일기로 풀기 귀찮다. 사실 이전 일기와 이번 일기 사이에는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그런 일이 안 일어났어도 난 누워 있었겠지만, 그런 일들이 일어났기 때문에 나는 많이 누워 있었다. ‘평범한’ 행복이라는 게 너무 어렵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내가 그것을 평범하지 않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생활이

2019년 10월 24일

율피랑 연숙이의 일기를 읽고 슬퍼졌다. 친구들이 힘들면 슬프다. 잘 됐으면 좋겠다는 기원밖에 할 수 없다. 아니면 범사에 감사하여 기원이라도 할 수 있음에 고마워해야 할까? 좆같은 놈들이 살기엔 적절한 곳인 재미 없는 대학원 수업에서 고군분투하는 친구들의 일기를 읽어서 슬픈 것일수도 있다. 아니 내 침대에 누워서 친구들의 일기를 읽었어도 슬펐을 것이다.  그렇다면 결론 친구들이 고생을 하는 게 싫다 좆같은 놈들이 서식하는 대학원 수업에 갇혀있음 공부를 하고 싶다. 너무너무 하고 싶다는 것을 깨닫고 마음이 편해졌다. 하고 싶으면 하면 되고 그러면 훌륭한 결과물을 내 놓을 것이라고 나는 지레짐작했다. 그런데 공부를 못해도 공부를 하고 싶을 수는 있을 것 아닌가! 나는 공부를 ‘잘’ 하고 싶은데 ‘잘’ 하지 못해서 공부 하는 것을 싫어한다고 오해했고 공부가 저주처럼 나한테 달라 붙어 있다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라 나는 공부를 잘 하고 싶었던 거고 지금은 여러 사정으로 인해 내가 만족할 만큼 잘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냥 ‘공부를 하고 싶다’로 내 바람을 바꾸니까 마음이 더 편한 것 같다. 하고 싶지만 못 할 수도 있고 안 하고 싶을 때도 있다. ‘공부를 해야 한다’로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나는 그냥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은데 앞으로 그러지 못할까봐 불안한 거였다. 그런데 지금은 그 정도로 상황이 나쁘진 않다. 그래서 아무튼 괜찮다, 괜찮다고 생각한다. 공부를 너무너무 하고 싶다. 건강해져서 공부를 많이 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면서도 안락한 집에서 조용히 살고 싶다. 어려운 꿈이지만 상관 없다. 어쨌든 나는 그걸 원한다.  

2019년 10월 20일

목요일 수업 중간에 째고 충동적으로 모부 집에 가서 밥줘충 시전하며 누워서 라프텔로 애니 보거나 조아라로 로판 아님 비엘 소설 읽거나 유튜브 게임 실황 보거나 그러면서 시간을 때웠다. 예상치 않게 과외학생 모두가 과외수업을 취소해 버려서 굳이 토요일 일요일을 집에 있을 필요가 없게 됐다. 금요일에 정신병원에 가서 "그럭저럭 괜찮습니다"라고 말하니까 의사 선생님께서 뭐 궁금한 거나 그런 건 없냐고 물어봤다. 없다고 대답하고 10초 퀵 진료하고 처방전 받아서 약국에서 약을 탔다. 약사가 내 약을 주려고 나를 호명하기도 전에 나는 이미 내 약이 나온다는 걸 아는데, 왜냐하면 내 취침약이 갯수도 많고 알록달록하며 약사 선생님이 정말 일일히 약을 꼼꼼하게 세어보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덜 들어가거나 더 들어가거나 아니면 빼먹은 건 없는지 정말 꼼꼼히 살펴본다. 정신과 계열 약들은 다른 약보다 특히 더 신경 써야 되는 모양이다. 아무튼 그래서 약사 선생님이 내 이름을 부르자마자 나는 미리 준비한 것처럼 일어나서 약을 탄다. 얼마 전 도림천달리기모임에서 약 2년 전에 연숙이가 나에게 못된 말? 날카로운 말? 을 해서 나를 울렸던 적이 있는데 그때 왜 그런 짜증을 냈는지 연숙이가 답을 주었다. 당시 나는 내 얘기를 지나치게 많이 했고 특히 엄마 얘기를 많이 했는데 그때 그 자리는 율피가 연애 문제로 고민상담을 하는 자리였고 율피는 괜찮아 했지만 자꾸 내가 내 얘기를 위주로 해서, 그러니까 율피의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하는 일에 집중하기보다는 그걸 빌미로 삼아 내 얘기를 실컷 하는 것으로 보여서 연숙이가 짜증을 냈다는 것이다. 옛날에 연숙이한테 몇 번 "너 왜 그때 짜증냈어?"라고 물어봤을 때 기억이 안 난다고 대답하곤 했는데, 정말 기억이 안 났거나 혹은 그 당시의 내가 받아들이기는 힘든 이야기라 판단한 모양인지 2년이 지나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되어 뭐 작은 궁금증이 해소되었다고 할까 아무튼 그랬다. 망트는 그거 가스라이팅이라고 할 지도

2019년 10월 13일

요새 끼니를 전적으로 백종원 님한테 의존하고 있다. 맨날 홍콩반점 짬뽕만 처먹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방금은 역전우동 가서 우동 한그릇 뚝딱 순삭하고 왔다... 여기는 새로 생긴 시간제 스터디 카페이며 영문과 리딩에 힘겨워하는 푸름이를 마주하고 헤겔 과제를 끝마치고 남은 한 시간을 적당히 때우기 위해 일기를 쓴다. 일하는 사람들을 본다... 홍콩반점 가게의 직원들과 미스사이공 쌀국수 주방 직원들과 카페에서 일하는 직원들과 편의점 직원들과 온갖 직원들 돈을 벌기 위해 서 있거나 말을 하거나 움직이고 온갖 것을 하는 사람들을 본다. 그렇게 볼 때 가끔 울적해지는데 이유는 그들에 대한 동정은 아니고 (완전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냥 내가 슬픈 사람이라서 그렇다. 그들에게 개좃같이 굴 소시민들과 그 소시민들도 어디선가 일을 하며 빌어먹고 살고 있을 터이며 (아닐 수도 있지만) 그들에게 또 개좃같이 구는 소시민들과 기타 등등의 무한의 연쇄를 상상하며 슬퍼진다.  이제 개인사업가 -> 백수 -> 비정규직 노동자 가 될 아빠와 이미 그렇게 살고 있는 엄마를 보며 이들은 이제 나랑 똑같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큰 차이가 있는데 그들은 수도권의 한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며 그들은 월 이백도 못 버는 사람이 되었지만 나는 월 백도 못 버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아무튼 9급 공무원으로 살고 있는 롤인벤롤트위치인셀한남 친오빠가 우리 집에서 제일 잘 사는 사람이 될 거라는 사실에 세월의 흐름 (와 진부하기 짝이 없는 감상이다) 을 느끼고 있다. 어쨌든 가족 중에서는 내가 제일 못 산다. (하하! 새삼스럽지만 그걸 깨닫고 너무너무 어이가 없었다! 10대 때는 야망보지힘조프로젝트열공개빡공해서 엄마아빠 다 패버리고 짱이 될 거야 암튼 짱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엄마아빠 팰 힘도 없고 본가 가면 과외 일 두세시간 하고 흐물텅해져서 침대에 늘러붙는 그런 한심한 대학원생일 뿐이다) 음 돈이 안 돼도 뭔가 의미 있는 일 그런 것을 하고

2019년 10월 2일

일기를 안 쓴 지 한 달 쯤 됐다. 일이주 전에 준호가 요새 사람들이 개강해서 그런지 일기를 잘 안 쓴다고 투덜거렸다. 나는 준호에게 본인부터 실천하는 게 어떻냐고 물었는데 준호는 뻔뻔하게도 자기에겐 쓸 만한 일이 없다고 대답했다. 일기를 쓴다면 추석 때 아빠가 울었던 일을 쓰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는데, 추석 전날 굉장히 자리가 불편한 (마치 힙한 카페처럼 테이블이 무릎께에 오는 그런 이상한 오리고기 집이었다) 곳에서 아빠는 돌이켜 보니 너희(나와 친오빠)에게 좋은 모습도 보이지 못하고 옛날에 ‘그런 식’으로 굴었던 것에 대해 모든 것을 후회한다며 미안하다, 미안하다고 울었다. 60줄이 가까워진 한 중년 남성이 자신이 제대로 된 가부장이 되는 데 실패했음을 한탄하며 엄청나게 연약한 인간의 모습으로 그렇게 눈물을 흘리는 걸 보며, 나는 생리적으로 같이 울 수밖에 없었다. 아주 오래 전부터 나는 가족과 선을 그으며 살았고, 더 이상 당신들이 필요 없다는 태도를 취했는데, 그 순간에는 아빠가 눈물 흘리는 모습을 덤덤하게 바라 보는 일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친오빠와 엄마는 울지 않았다. 나중에는 나만 울게 되었는데, 내 옆에는 아빠가 앉아 있었고 아빠는 내 등을 연신 쓰다듬었다. 밥을 다 먹을 즈음에 울음을 그칠 수 있었다. 대학생활문화원에서 심리상담을 시작했다. 어제부로 3회기 째였는데, 선생님께서는 “그래서 oo씨는 어떻게 느꼈어요?”라는 식의, ‘다른 사람의 평가 말고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느냐’를 ‘집요하게’ 물었다. 내 감정? 내 생각? 그런 것을 다시 살려내려고 하면 괴성과 같은 울분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상담이 끝날 즈음 선생님은 오늘 어떤 기분이 드셨냐고 묻는데, 어제는 슬프다고 대답했다. 저번 주에도 슬프다고 대답했던 것 같다. 슬프지만 슬프지 않으려고 애쓰는 중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나는 정말 나를 억누르고 살았다는 것을 새삼 실감했으며, 한편으로는 선생님께 상담에 대한 불신, 내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이미 답이

2019년 9월 4일

며칠 전에 준호한테서 태희 일기 안 써요? 라는 말을 들어서 음 한달 정도 업로드를 안 하긴 안 했군 싶었는데 오늘 에버노트를 키니까 18일과 20일에 썼던 일기를 발견했다. 업로드하는 것을 까먹어서 방금 올렸다. 뭐 그래도 대충 2~3주는 일기를 안 쓴 거니까 업로드가 늦은 건 맞다. 그간 많은 일이 있어서 뭐라 쓸 엄두가 안 났다... 아무튼 내게 일어난 큰 일은 마누라와 헤어졌다는 것이다. 우리는 ‘서서히’ 헤어지기로 결정했고 아마 9월 말 쯤 한 번 만나게 될 것이다. 두세 번 만나고 우리의 의사가 여전히 ‘헤어지는 게 낫다’로 굳혀진다면 그대로 헤어지기로, 어쨌든 지금은 헤어짐의 예비 단계 격인 셈인데 일단 비트윈 연결을 끊고 서로 연락을 안 하고 왼손 약지의 반지를 빼고 각자의 삶을 살고 있는데 아무튼 헤어진 것은 맞는 셈이다. 마음이 가볍기도 하고 앞으로 나는 계속 방황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두 번째는 석사 2학기 개강했다는 건데 일단 책이 다시 읽히기는 한다. 헤겔 수업은 정신현상학 원문을 두 페이지에서 세 페이지 정도 번역 및 강독하는데 내가 잘 따라갈 지는 아직 모르겠다; (계획 상으로는 어제 오늘 끝냈어야 했는데 어제 나는 주판치치 실재의 윤리를 읽었고 오늘은 실재의 윤리 마지막 장 다 읽고 버틀러 권력의 정신적 삶 다시 읽기 시작함) 어제는 쿠팡으로 배쓰밤을 시켜서 썸 호텔이라는 외관부터 너무 촌스러운 모텔에 하루 숙박했는데 끔찍하게 촌스러운 인테리어와 디자인 빼고는 나무랄 데 없이 실용적이고 좋아서 어이 없었다. 배쓰밤으로 목욕하고 외로운 기분으로 침대에 누워서 실재의 윤리 읽다가 중간에 초밥 시켜서 먹고 다시 누워서 책 읽다가 졸려서 밤약 먹고 그대로 내리 잤다. 무드등을 키고 잤던 거 같은데 무드등이 빨간 색이어서 무슨 공포영화 한 장면에 들어온 거 같고 그랬다 (전혀 야한 기분이 들지 않는 조명이어서 웃김 왜 무드등을 빨간 색으로 했을까) 보통 성중독자들은 모텔 잡으면 번개 하실 분이라도 구하기

2019년 8월 18일, 20일

2019년 8월 18일 음 그저께 어제 자살 1초 전 표정 지었더니 엄마아빠가 밥이랑 카레 싸주고 5만원 용돈 주고 기숙사까지 데려다 줬다. 아무튼 너 행복한 것을 하라고 석사도 힘들면 설렁설렁 하라고 그런데 대학원 자퇴는 에바고 힘들더라도 석사 학위는 따는 게 좋을 거 같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데려다 줬다. 엄마아빠가 우리의 청소년기를 방치했다는 사실에 후회공 모먼트를 또 한 번 보여서 아무튼 흠 흠미 됐고 돈 빌려달라는 소리 없이 5만원을 받아서 개꿀 됐다 2019년 8월 20일 고민 끝에 마누라에게 지금 이 세미-결혼 관계로는 나는 만족할 수 없고 나는 오픈 릴레이션쉽을 꼭 해야겠다 그리고 이 사실을 언니한테 말하는 게 내가 나한테 부여한 윤리고 아무튼 언니가 내가 다른 사람이랑 섹스하는 사실을 그냥 견디는 거라면 슬픔을 꾹 참는 거라면 그건 좀 아닌 것 같다 그런 거 같다면 헤어져야 할 거 같다 이렇게 말했더니 너는 참 이기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왜냐하면 ‘내’가 원해서 ‘나의 의지로’ 헤어져야 하는데 왜 그 책임을 자기한테 전가하느냐, 너는 다른 사람이랑 자는 것에 대해 너 자신에게 떳떳함을 느끼려고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려고 나를 괴롭게 하는 말을 하는 거냐고 차라리 몰래 했으면 나았을 거라고 너의 그 알량한 윤리가 나보다 더 소중하냐는 말에 응 미안해 라고 대답해버렸다.  언니는 니 마음대로 해 라고 대답했다. 헤어지고 싶으면 헤어지고 자고 싶으면 자라고, 혹시 여러 명 만나다가 자기보다 더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거 같은 사람을 만난다면 자기랑 헤어지고 그 사람으로 갈아타도 된다고, 그렇게 말했다. 헤어지고 나서 (관계를 끝냈다는 뜻이 아니라 빠요엔 했다는 뜻) 톡으로 다음주에 만나고 싶으면 연락하라고,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무리해서 톡하지 말라고도 말했다. 슬펐다. 내게는 슬퍼할 자격이 없다. 나는 뻔뻔해져야 한다.

2019년 8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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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14일

수면안정제를 증량해서 전보다 더 푹 자긴 하는데 그래도 눈이 일찍 떠진다. 오늘은 새벽 여섯시 즈음에 깼는데 더 이상 잠이 안 올 것 같아서 자고 있는 룸메님 방해되지 않게 최대한 조용히 준비하고 녹두로 갔다. 어제 녹두의 한 피씨방에다가 만원어치(무려 20시간을 준다)를 충전했는데 아침 일찍 가서 한 두세시간 데스티니 가디언즈 플레이하고 만화방가서 골든 카무이 4권까지 읽었다. 그렇게 하니까 시간이 대충 열시 반 정도였는데 배가 고팠다. 그런데 애매한 시간에 배가 고파서 가게들이 다들 준비 중이라 그냥 24시간 하는 롯데리아 가서 빅불고기버거세트 먹고 기숙사에 왔다. 기숙사에 와서 낮잠을 잤다. 요새는 낮잠도 자 봤자 1시간 남짓 밖에 못 잔다. 멍 때리다가 누워 있기는 심심하고 그래서 다시 녹두로 갔다. 녹두 가서 아침 일찍 했던 것처럼 피씨방에 가서 데스티니 가디언즈 했다. 그리고 밀크티 집 가서 흑당버블밀크티 먹고 기숙사에 왔다. 한 다섯 시 반 즈음에 온 것 같다. 그리고 다시 한 시간 정도 잤다. 자고 일어나서 롯데리아에서 먹다 남은 감자튀김 싸온 거를 씹어 먹었다. 그리고 데스크탑으로 스타듀 밸리 했다. 데스크탑 포맷을 해서 다시 살려 놨는데 어제 문명 6 키고 10분만에 또 파워가 나가버려서 이래저래 무거운 게임은 못 돌린다.  아무튼 돈이 있어야 뭐든 할 텐데. 최근에 내 심한 우울에 잔고가 역대 최저치(일을 하고 있는 상태에서)를 찍어서 하루에 만 원씩 써야 월말까지 누구한테 손 안 벌리고 살아 남을 수 있는데 보다시피 오늘은 녹두를 2번 왕복하느라 버스를 4번 탔고 밀크티도 마셨고 밥도 먹었고 아무튼 하루 만 원은 물 건너 갔다. 꽤나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제 약 보름 뒤에 9월이 될 텐데 학교 다니는 것도 걱정이다. 방금 전에 주디스 버틀러 권력의 정신적 삶 펼쳐 봤다가 한 줄도 못 읽고 덮었다. 이쯤 되면 이론책을 거의 생리적으로 못 받아들이는 수준이 아닌가 싶다. 내일 주디스 버틀러 바디스 댓 매터 세미나 때 정신

2019년 8월 7일

자도 자도 계속 졸린 거 실화냐? (예) 사실 '자도 자도'는 엄밀히 말해 틀렸고 '누워도 누워도'로 바꾸는 게 더 적확할 것이다. 자꾸 잠이 끊긴다. 세네시간에 한 번씩 깬다. 그러고 나서 다시 잠들려고 하면 잠이 안 와서 뭐라도 해야 하고 다시 잠이 올 때까지 체력을 소진하면 된다. 아무 것도 안 하고 혼자 집에 있으면 상관 없는데 (아니 사실 상관 있음) 누구 만나거나 밖에 나갈 일이 있으면 굉장히 고역이다. 오늘 랙돌님이랑 은지님 만났을 때도 힘들 뻔했는데 다행히 중간에 아졸려죽을래 상태가 되지 않았다. 이야기는 즐거웠다... 처음으로 건강찐헤녀갓반인같은데오타쿠존잘분을 만났는데 인간은 역시 재미있어 데스노트 류크 모먼트였슴.. 내 취향이 정병쩐내난다는 것도 새삼 깨달았고... 아무튼 주위에 이상성애자 혹은 실패자밖에 없어 가지고 말이 잘 통하는 건강한 사람이라는 게 존재할 줄은 몰랐는데 존재해서 놀랐고 아무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저녁 먹고 헤어지고 집 와서 쓰러지듯 잤다 (약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 꿈을 꿨던 거 같은데 기억은 잘 안 나고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꿈이었던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든다. 나 그냥 죽으면 안 될까 오랜만에 마누라 만나서 되게 위태로운 이야기를 안정적으로 했는데 (우리의 관계를 끝낼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했다는 이야기 그리고 마누라가 여자의 감ㅋㅋ으로 만나기 전에 내가 헤어지자고 말할 거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는 이야기 등등) 마누라가 조금만 더 버텨주면 안 되냐고 말했다. 의사 선생님도 그런 말을 하고 친구들은 부러 말로 표현은 안 하지만 그냥 눈빛으로 그 얼굴로 그렇게 이야기한다 죽지 말라고 아무튼 나아질 거라고 그런데 진짜 나아질 지 모르겠다 정신병약 먹은지 4년만에 처음으로 치료 받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예전에 의사 지시 없이 멋대로 단약한 적이 있었는데 그건 기숙사 상담 선생님이 나보고 약 먹을 정도로 심해 보이지 않는데 약에 너무 의존하는 거 아니냐라는 말에

2019년 8월 5일

1. 불면증 때문에 4시간밖에 못 자고 낮잠을 한 시간씩 끊어서 잠 2. 책은 한 줄도 안 읽힘 무슨 책에 결계라도 쳐져 있는 거 같음 펼치자마자 덮게 됨 3. 졸려서 집중력 쓸 만한 일을 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하루 종일 잘 수도 없어서 게임 밖에 할 게 없다 그런데 게임이 재미없음 그런데 게임밖에 할 게 없어서 재미 없어도 함 그래서 게임중독 같음; 4. 일요일에 소벨님 만나서 이야기했고 재미 있었다 다들 건강해서 꿈을 이뤘으면 좋겠다  5. 데스크탑은 진짜 죽어버려서 기숙사에서 게임 못함 피씨방 가야 됨 기숙사에서 입구역 녹두 낙성대 등지로 가는 버스비 졸라 많이 들 예정 사실 7월에도 그래서 후불교통카드대금 겁나 많이 나오고 오늘 빠져나갈 예정 벌써부터 오장육부 중 하나를 잃은 듯한 고통이 느껴진다 6. 기숙사 방을 더 개씹떡파오후로 꾸며놨음 자취하고 싶다 더 키모오타쿠방으로 꾸며놓고 싶다 7. 아무튼 몽롱하고 현실에선 아무 일도 안 일어났습니다 여서 뭐라도 해야 하는데 생산력 있는 일은 하나도 못 하겠고 암튼 답이 업슴 8. 더위 먹은 건가 싶어도 계속 에어컨 틀어서 시원하게 살고 있음 9. 세줄요약 카드뉴스 비웃을 처지가 아님 나도 세줄요약이 필요한 인간이 되엇슴 하지만 아직 유튜브보다는 블로그 글을 더 선호함 10. 내가 가난한 건지 아니면 적당히 먹고 살 만한 건지 모르겠음 늘 돈이 안 남기는 한다 이제 부모한테서 받는 것도 없고... 그냥 내가 적당히 소비하는 법을 모르는 건가... 아무튼 아낄 수 있는 거 다 아끼고 살아야 하는데 적고 나니까 정말 싫다

2019년 8월 2일

타용님한테 타투 받았다. 원래 잘 하시는 분인 건 알고 있었는데 정말 기대 이상으로 결과물이 너무 예뻐서 타용님한테 감사하고 올해의 잘한 일 1위에 등극할 거 같다. 친구들한테 자랑했는데 다들 예쁘다고 한다. 화장실 갈 때마다 거울로 들여다 보면서 자아도취 하고 있다. 괜히 연고를 자주 바르고 있다. 덧날 수도 있는데 자꾸 타투한 거 만지고 싶고 그래서 연고 바르면서 참고 있다. 너무 두껍게 바르면 안 좋다니까 꼼꼼하게 얇게 펴 바르고 있다. 아무튼 타투해서 기분 좋다. 데스크탑은 완전히 벽돌이 되었다. 이제 부팅을 하려다가도 픽픽 꺼진다. 수리를 맡겨야 하는데 저번 달과 이번 달 수입이 너무 커서 수리 맡길 엄두가 안 난다. 당분간 피씨방에 다녀야지... 피씨방 다니는 김에 파판14 다시 시작했는데 재미 있으면서도 뭔가 지루하다. 내가 쌉고인물이어서 그런 것도 있고 파판14가 MMORPG라서 사람들이랑 소통해야 한다는 것이 지금의 나로서는 좀 피곤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그렇다고 피씨방 가서 다른 게임 할 게 있느냐? 오버워치를 하다가 난 역시 대전게임은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파판해야 할 듯... 아예 책 읽으려는 시도조차 안 한다. 댜른이가 노트에다가 계획을 직접 써 보라고, 그걸 실천해보라고 해서 그저께 기숙사 문구점에서 스터디 플래너 공책을 사서 어제 권력의 정신적 삶 1장 읽기를 적었는데 2페이지 읽는 게 고작이었다. 전에는 그래도 공부하려고 시도는 꾸준히 했는데 지금은 시도조차도 버거워서 아예 긴 글 자체를 읽고 싶지 않고 그냥 계속 졸리고 그렇다고 누우면 잠은 안 오고 내내 멍하고 피곤하다. 이거 정신병 증상인가? 정신병약 부작용인가? 혹시 내가 괜히 약 탓 병 탓을 하는 게 아닐까? 약 탓이고 병 탓인 것으로 밝혀져도 상태 씹창난 거 감당하는 건 내 몫인데 나는 어떡하지... 누구한테 폐 안 끼치고 혼자 어떻게든 ‘지속 가능하게’ 살려면 병이 나아져야 하는데... 나는 정신병을 빨리 낫게 해야 한다 우울하지 말아야

2019년 7월 25일

저번 토요일에 사라잔마이 다 봤다. 이쿠하라 작품을 처음 본 건데 보고 나서 이쿠하라의 퀴어력 잘 알겠습니다 상태 됨... 진짜로 후장에서 구슬을 뽑아 내는 애니가 세상에 어딨어요 (이쿠하라가 만듦) 마지막은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 + 에반게리온 TVA 후반부 같아서 웃겼고, 퀴어한 게 늘 그렇듯 갑자기 라캉 모먼트 나와서 당황했는데 (욕망 착취 욕망의 강을 건너라 욕망을 잇는 자만이 살아갈 수 있어 보면서 ㅋㅋ 되고 욕망이랑 사랑 구분하는 것도 지극히 라캉적 논리) 아무튼 이상해서 보는 내내 ㅋㅋㅋㅋ ????? ㅠㅠ 됐다. 사라잔마이에서 시리코다마(라고 쓰고 욕망을 품은 전립선으로 읽어도 무방) 추출해내면 세계와의 유대인지 뭐시기가 끊어져서 원래부터 없었던 존재로, 완전히 무화된다는 설정이 있는데, 중간 에피소드에서 주인공 남자애(남동생을 위해 여자 아이돌 민망복장초변태음란개막장CD를 함)가 자기 남동생 구하려고 자기의 존재를 무화시키려는 게 있는데 그거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있다. 내가 이 세상에 완전히 없던 걸로 된다면, 나로 인해 빚어진 문제도 해결되고 한편 내가 끼친 긍정적인 영향도 모두 사라져버린다면 어떨까? 그걸 상상하자 죽음에 대한 공포보다 아예 무화되는 공포가 더 극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엄마가 나를 낙태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하기도 하는데 결국 난 죽고 싶은 건지 아니면 이렇게 살기가 싫은 건지 잘 모르겠는 상태가 되었다. 언젠가 허이모는 죽어가는 나한테 “너는 죽고 싶은 게 아니야, 너 살고 싶어하잖아, 그런데 잘 안 되니까 그러는 거지”라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당시에 그 말을 들었을 때는 그런가? 그런가? 했다. 사실 지금도 그런가? 그런가? 싶다. 내가 원하는 대로 살면 괜찮아질지, 나는 진짜 지쳐서 죽음을 바라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지워지지 않는다. (때문: 원하는 대로 살기는 쉽지 않음, 심지어 내가 원하는 게 불가능한 것일 수도 있음, 결국 아모르-파티 해야 하는데 그걸 할 힘이 없음 etc)

2019년 7월 18일

간밤에 밴더스내치를 봤/했고 재미있어서 랙돌님한테도 영업했다. 대충 내가 6년 동안 갔던 단골 카페에 가서 Bodies that matter 스터디 리딩했는데 거기 알바 분께서 간만에 오셨네요 라고 말씀하셔서 머쓱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1시간만에 리딩하다가 아졸려 죽을래 상태 되어서 랙돌님 집에 가서 누워 있었고.. 누워 있으면서 밴더스내치 영업했다. 그리고 앙스타 애니메이션 이야기하면서 졸라 구린데 2화는 라빗츠가 살렸다 얘들아 아이돌이 하고 싶은 거니 너 그런 어중간한 마음으로 아이돌학교 혁명하려는 거냐 이런 시덥잖은 이야기하면서 즐겁게 보냈다. 그리고 스터디에 갔다. 스터디 가는 길에 푸름이한테 카톡이 와 있었는데 모 교수님께서 댜른이를 통해 무언가 전할 말이 있다면서 대체 그 말이 뭘까 멘붕하는 카톡이었는데 나도 대체 무슨 이야기길래 직접 만나 전해준다는 걸까 싶어서 댜른이가 한창 스터디 자료 준비하는 카페에 가서 물어봤더니 생각보다 별 거 아니어서 허탈했고 그러면서도 교수님들 비위 맞추기 힘들고 알기가 어렵고 사회생활(와 머학원생이 사회생활을 이야기했대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암튼 스터디는 즐거웠고 스터디공간에서 주는 토스트 1억개 구워먹고 끝나고 고깃집가서 고기랑 냉면 배터지게 먹고 기숙사 돌아와서 이렇게 일기를 쓰고 있다. 룸메 분께서는 고향 가신다고 (연변 사시는 분이다) 한달간 기숙사를 비우게 되셔서 편하게 데스크탑 큰 모니터로 일기 쓰고 있다. 오늘 스터디하면서 정신분석 이야기가 나와서 주판치치 실재의 윤리 칸트 이야기했는데 그게 뭐냐면 "당신은 당신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자유롭다 동시에 자유롭지 못하다"라는 거였고 나는 그 문장을 보자마자 거기에 꽂혔고 지금도 관통당한 상태다. 갑자기 딴 얘기지만 댜른이랑 이야기할 때 내가 너무 구조주의자가 되고 자유의지는읍따 모든 건 구조로 결정되어 있고 당신은 언제나 대체가능 입장을 취하게 되는데 오늘 스터디 때도 수행성? 담론? 권력? 이야기할 때 내가

2019년 7월 17일

드디어 오늘 아침 디비니티 엔딩 봤다.. 대략 플탐 90시간만에 엔딩 본 건데 나머지 캐릭터들 스토리 궁금해서 2회차 또 시작했다. 어려워서 파티 전멸할 때마다 패드립이 절로 나오지만 어쨌든 갓겜이 확실... 게임여친 엘프녀 세빌이 짱이다... 흠 방학을 엄청나게 놀면서 보내고 있군... Bodies that matter 스터디밖에 안 하고 심지어 내일 첫 모임인데 preface만 읽고 introduction은 한 페이지도 안 읽었다죠... (댜른이: 열심히 좀 해 ;; 아무튼...암튼...뇌가 녹아버릴 정도로 엉망진창 놀고 싶다.. 아니 그렇게 놀고 있다.. 마치 휴학 때 게임만 하면서 보낸 것처럼 이번 달을 그렇게 보내는 게 목표다. 아무튼 책 안 읽을 거다. 읽고 싶은 책만 읽을 거다 (체력 재기해서 읽고 싶은 책 끝까지 읽는 것도 일이다) 오타쿠질 하니까 그림 잘 그리고 싶고 글도 잘 쓰고 싶다.. (이유: 연성하고 싶음 사실 소비만 하고 싶지만 공급이 없음) 하고 싶은 게 생겨서 다행?이다 문제는 하고 싶은 것만 많고 실제로 하는 게 없다는 거지만.. 뭐 하고 싶은 것도 생기지 않았을 때보다는 낫지... 아무튼 난 단순하다 학기중: 힘듦 자살 공부안함: 행복 아무 생각 없음 ㅋㅋ 오늘 트위터에서 정신병과 예술가와의 상관관계에 대한 기사를 읽었는데 뭐 딱히 띠용ㅋㅋ 고건몰랏자너 하는 내용은 없었다. 어쨌든 우울증 조울증 조현병 등의 정신병과 예술가에는 상관관계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예술존잘력이 정병과 유관하지는 않다는 점.. (당연한 이야기) 그냥 그 기사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고야가최고야분이 정병력 max일 때 그린 그림이 엄청나게 기괴하고 개짱이라는 것.. 정병력 max일 때의 그림을 첨부했는데 아무튼 고야가 최고로 고야한 그림이어서 저장했다. 저녁에 동인지 및 만화책 정리를 했는데 책꽂이가 더 많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취하고 싶다... 자취해서 방을 더 씹뜨억하게 꾸미고 싶다! 그냥 안락하게 잘 살고 싶다

2019년 7월 13일

어제는 본가에 들러 정신병원 가고 다시 서울로 가서 허이모 생일파티에 갔다. 체력 ㅆㅎㅌㅊ인 나로서는 굉장히 알찬 하루를 보낸 것이다. 의사 선생님은 일주일 간 어떻게 지내셨냐고 말문을 여시면서 나를 많이 걱정했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이제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어서 딱히 선생님이 걱정하실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겁니다, 라고 단호하게 말하고 졸음과 성감이 완전 죽어버렸다는 부작용을 털어 놓았다. 선생님은 부작용에 대해 안타까운 할말이업내요 라는 입장을 취하셨다. 나는 괜찮은데 선생님 눈에는 괜찮지 않아 보이는지, 아무튼 너무 힘들면 전화해도 된다고, 다시 일주일 뒤에 보자고 하셨다. 일주일마다 병원에 오는 게 귀찮기도 하거니와 이제 밥을 많이 먹는 것 같으니 식욕촉진제를 빼 주고 2~3주에 한 번씩 보는 게 어떻겠냐고 말하려고 했는데, 말하지 못했다. 어쨌든 당분간은 일주일에 한번씩 선생님을 만나야 할 것 같다. 진료가 끝나고 병원 근처 신전떡볶이에서 떡볶이를 먹었다. 원래 계획은 병원 근처 피씨방이나 만화방에 가서 적당히 시간을 때우다가 허이모 생일파티가 열리는 레지던스 호텔에 가는 거였는데, 몹시 피곤해져서 본가에 갔다. 자고 일어나서 저녁에 허이모에게 생일파티 못 갈 거 같아 미안하다는 카톡을 보내자 하고 누워 있었는데, 잠이 오지 않고 다시 기운이 생긴 것 같아서 저녁 6시에 다시 광역버스를 타고 서울로 갔다. 다행히도 허이모 생일파티 장소로 한 번에 갈 수 있는 버스 노선이 있었다. 예상했던 바지만 허이모 생일파티는 성황이었다. 사람이 한 스무 명 남짓 되었다. 바빠서 못 봤던 사람들, 멀리서 온 사람들이 있어서 정말 명절 같았다. 댜른이도 당연히 왔는데 뭐랄까 대학원 동료로서 만나는 것과 다른 느낌이어서 이상했다. 어쨌든 배달음식을 실컷 먹고 생일 케이크를 자르고 수박을 먹고 선물 개봉식을 하고 생일파티는 아주 잘 진행되었다. 피곤하면서도 즐거웠다. 밤 열 시 즈음에 나는 갔다. 사실 열한시까지 있었어도 괜찮았겠지만, 열시 가까이 되니까

2019년 7월 9일

자꾸 데스크탑 전원 꺼진다.. 진짜 미친듯이 게임하면서 살려고 했는데 컴퓨터가 나한테 또 이러네... 수리 맡겨야겠네...디비니티 오리지널 신 2 개존잼인데 컴퓨터 전원 문제 때문에 조금씩밖에 못하고 있음 뭐지?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공부나 하라는 건가? 피히테 세미나 그만뒀다. 세미나장님께서 푹 쉬고 건강해지라고 했다... 흠 과연 건강해질 수 있을 것인가.. 나도 잘 모르겠다.. 아빌리파이 부작용으로 인해 낮 내내 이 세상 졸음이 아닌 졸음을 겪고 있다. 덕분에 친구들 자취방 침대 올 클리어 수준으로 친구 집에 가도 잠깐 누워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잠을 푹 잘 수는 없지만... 아무튼 밤에 충분히 자고 일어나도 낮에 졸려서 밖에 나가 뭘 하기가 참 어렵다. 일단 참아보며 살아야지. 그리고...그리고...음...이렇게 살아도 되나? 댜른이가 나한테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작은 계획들을 세워보라고, 내가 보기엔 에쎌이는 작업 동선과 효율을 손대면 괜찮을텐데 그냥 잘 안 된다고 그만 둬 버리는 것 같아 보인다고 그런 조언을 했는데 갑자기 고등학생이 된 기분이 들고 그랬다. 기분 나빴다는 건 아니었다. 아무튼 내가 과외학생들에게 줄창 이야기하는 스터디 플래너를 나도 써야한다니... 그 조언을 듣자 변화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상황이 괴로운데 더 나아지려는 노력을 하는 것도 싫은 것이다. 아무튼 답이 없다. 변화하기 싫지만 변화해야겠지... 그리고 의사 선생님이 말한 ‘하고 싶은 것을 하세요 쉬셔야 해요’와 이런 변화의 노력을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는지는 나에게 달린 문제인 것 같다. 댜른이는 공부 속에서 휴식과 즐거움을 발견하는 것 같은데 사실 난 이번 학기 내내 공부에서 괴로움밖에 느끼지 못했다...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읽어도 그랬다. 솔직히 그래서 연구자를 그만둬야 한다고 진지하게 생각했다. 좋아하는 것조차도 너무 괴로운데 굳이 욕심 때문에 연구자를 해야 하나.. 이것도 방학 내내 고민할 문제 중 하나다.

2019년 7월 6일

내 기준에서는 엉망인 채로 1학기가 끝이 났다... 결국 라캉 페이퍼는 제출 못 했고 그것 때문에 자괴감 max인 상태로 정신병원에 갔다. 살면서 스트레스 받을 거 산더미일테고 앞으로 계속 이런 식으로 나가 떨어지면 어떻게 하냐, 이거 연명치료 맞지 않느냐, 내가 몇 년 동안 약 꼬박꼬박 잘 챙겨먹고 하지 말라는 거 안 하고 노력했는데 이게 어찌된 일이냐, 라고 하소연했다. 열심히 치료 받았는데 왜 이 모양이에요 부당거레 당헷어 흑흑에 대해서 선생님이 미안하다고 했다. 아무튼 선생님은 몇 년 간 나를 쭉 봐 왔을 때 내가 너무 열심히 산다고, 쉬는 때가 한 번도 없는 것 같다고, 마음 편히 쉬는 때가 있냐고 물었다. 나는 쉰다고 하는 것들이 다 마음 편히 쉬는 게 아니었고,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쉬는지 모르겠다, 나한테 쉬는 건 죽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선생님은 그렇다면 보상으로 바꾸면 어떨까요, 열심히 한 나한테 보상을 주나요? 라고 물었고 나는 아니오 라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나한테 보상 같은 것을 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보상 받을 만한 짓을 하지도 않았고 사는 건 그냥 고통을 견디는 거지 게임처럼 보상이 나오고 그런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의사선생님은 나한테 매일매일 시험을 치는 학생 같다고 했다. 그렇다면 사람이 미쳐버릴 수밖에 없다며, 아무튼 자기도 열심히 노력해서 님한테 맞는 약을 찾아 님에게 동력을 주고 싶다고 하셨다. 나는 고맙다고 하고 일주일 뒤 다시 보기로 했다. 처방전을 보니 너무 졸려서 빼 달라고 부탁했던 아빌리파이가 다시 들어가 있었다. 뭐 종강도 했으니 이제는 졸려 뒤져도 상관 없고 정신 차리고 살 바에야 차라리 잠이나 자서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이었다. 어쨌든 쉬어야겠다. 방학 때 스터디도 뭐고 아무 것도 하지 않으리라. 피히테 세미나는 하루 참석해서 들은 다음에 못하겠다고 선생님께 말할 것이고 친구들끼리 하기로 약속한 스터디도 지금 재고하고 있다. 아무튼 나는 뭔가를 하면 마음 편히 하는 방법을

2019년 7월 2일

오랜만에 연구실 와서 뭔가를 하고 있는데 3월부터 지금까지 대체 난 뭘 한 거지 라는 의문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답: 자살 참으며 대충 닥쳐오는 것들을 허겁지겁 수습하고 과외 알바를 쓸데없이 열심히 했고 누워서 유튜브 보거나 폰 게임하거나 데스크탑으로 게임하거나 친구들 만남 쓰고 보니 열심히 산 거 맞는듯... 그런데 난 왜 라캉 페이퍼 구상도 못하고 있는 거지...마...너 자신 있다며... (계속 의문되는 중) (아니 라캉 발제를 한 달 넘게 한 게 문제인가?) (그건 아닌 것 같음) 푸름이랑 랙돌사마 쑥쑥사마한테 라이프니츠 페이퍼 미완으로 뒤늦게 제출해서 죄송합니다 죄송문 메일 보여줬는데 졸라 잘 썼다고 칭찬 받았다. 요 몇 년 사이에 사과문 죄송합니다 도게자의 달인이 된 것 같아 뿌듯하다. 앞으로도 정진해서 탁월한 사과문 열심히 써야지... (왜 이러고 사는지 현타 오는 중) (현타 오는 중에도 시간이 닥쳐오고 세상이 닥쳐오고 페이퍼 마감이 닥쳐오는데 하나도 못하기) (일기조차도 쓰기 힘든 중 그런데 억지로 쓰기) (연구실 온 지 대충 1시간 지났는데 기숙사 가서 디비니티 오리지널 신 2 하고 아 ㅅㅂ좃망겜 개어렵네 씨발 하고 끄고 싶다 그리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디비니티를 다시 키고 미친듯이 하고 싶다) (메챠쿠챠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다) 하하 정신병약 짱이네 저번보다 덜 자살 말리고 자해 덜 말리네 그래도 자살생각은 꾸준히 하고 있고 결단력 있게 실행할 수 있는 기회를 계속 노리고 있다. 연구실 도착해서 테라스에서 담배 피우는데 이 정도 높이에서 뛰어내리면 죽을 수 있을까 아니면 몸뚱아리 어디 한 부분만 개박살나고 병신으로 살게 될까 한참 생각했다. (그곳은 3층이었다) 흠 뛰어내린다면 혹시 모르니까 한 층 추가해서 윗층 교수님들 식물들 ㅈㄴ 많은 테라스에서 뛰어내릴까 이런 쓸데 없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만약 자살에 성공해서 테라스가 폐쇄된다면 흡연하는

2019년 6월 29일

어제는 오랜만에 애인을 만났다. 애인은 정말로 석사졸업이 확정되었다. 논문 인쇄 뒤에 지도교수가 요구하는 거지 같은 수정 요구도 모두 끝났다고, 이제는 인턴십을 알아보면 된다고 한다. 기쁜 일이다. 뒤늦은 생일 선물도 줬다. 돗포 치마린즈 인형인데, 치마린즈 시리즈가 퀄리티가 더 좋은 것 같다. 일단 머리카락 디테일을 다른 인형들보다 더 신경 썼다.  점심 먹으러 아비꼬에 가서 늘 먹던 것을 먹었다. 카레우동을 먹으면서 나는 요사이 자살충동과 자해욕이 심해져서 아빌리파이 그 다음에는 탄산리튬을 처방 받게 되었고, 안정제를 더 많이 먹게 되었고, 의사 선생님께서 걱정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의사 선생님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아야 한다고 하는데, 그건 사실 죽고 싶은 거라고, 내가 원하는 것은 죄다 타인에게 폐를 끼치는 거라고, 그리고 이 바람이 증상인지 원래 나의 바람인지 이제 구분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모든 게 다 연명치료인 게 아닐까, 나는 누구의 보살핌도 받고 싶지 않고 그냥 혼자 끌어 안고 죽고 싶다. 그러면서도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으며 아무 것도 안 하고 싶다. 그게 내 바람인 것 같다. 정신의학과든 상담심리학이든 사람은 본래 살고자 한다, 죽기 싫어한다는 전제에서 시작하는데 만약 어떤 사람이 정말로 죽고 싶어한다면 어떨까? 같은 철학적 질문까지 던졌다. 애인은 울었다. 속상하다고 한다. 나를 원망해서 우는 건 아니었다. 애인은 그걸 말했고 사실 말하지 않아도 나는 알았다. 애인의 심리상담사는 애인한테 항상 나와의 관계가 어떻냐고 묻는다고 한다. 나와의 관계가 애인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면, 전적으로 애인의 심리상담사는 나와의 관계를 재고해 볼 것을 권할 것이다. 그걸 상상해도 나는 별로 불쾌하진 않다. 그런데 심리상담사가 물을 때마다 애인은 나를 사랑한다고, 내가 나아질 거라는 믿음이 있고, 나보다 먼저 앞서 나가서 나의 (사전적 의미의) 재기를 돕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고 한다. 이번 석사 논문도 그래

2019년 6월 24일

1. 병원가서 오랜만에 벡 우울 불안 검사 뭐시기를 했다. 선생님이 구체적인 자살 계획이 있냐고 물어서, 죽는다면 확실히 죽는 방법을 택해서 어정쩡하게 죽다 살아나서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도록 높은 데에서 뛰어내릴 것이다 라고 답하고 자해욕도 아주 심하다고 이야기했더니 선생님이 아주 걱정된다는 듯이 너무 힘들면 전화 해도 된다고까지 말씀하셨다. 아무튼 아빌리파이는 너무 졸려서 못 먹겠다고 말씀드려서 선생님이 그거 대신 탄산리튬을 처방하고 메틸페니데이트는 빼고 데파스정이라는 신경안정제를 추가하고 점심에도 그 약을 따로 먹으라고 했는데.. 점심약까지 먹는 건 처음이라 저번 금요일에 처방받고 나서 딱 하루밖에 못 먹었다. 아무튼 열심히 먹어야지.. 아무튼 선생님이 이런 번아웃 총체적 파국 상태를 피하기 위해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내가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슬프게도 나는 이제껏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알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나 자신에게 최대한 솔직하려고 애를 썼는데 그러지 못해서 이 지경이 되었다는 사실에 또 슬프고 그랬다. 늘 쫓기듯 살고 사람들에게는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고 숨 쉬듯 자연스럽게 생각해서 이러는 것 같다... 약 받아 오고 버스에서 일회용 메스를 검색해보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이 글을 쓰는 지금은 그냥 아무 생각 안 난다. 2. 간밤에 꿈을 꿨는데 댜른이랑 망트랑 푸름이가 나왔다. 우리는 어느 곳에 가야 했는데, 그곳까지 가는 게 기억이 나지 않았는데 나는 이미 거기 도착해 있어서 댜른이랑 망트한테 "나한테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아 이곳까지 온 기억이 없어 진짜로 없다고" 이렇게 막 호소했는데 애들은 무언가 안쓰럽다는 듯이, 그런데 별로 심각하게 여기지는 않는 눈치여서 꿈속의 나는 내가 얼마나 심각한지 그들에게 납득시키려고 애를 썼었던 것 같다. 한편 푸름이도 이곳에 와야 했는데 무언가 사회운동(ㅋㅋ) 등의 할 일이 있어서 못 왔다. (역시 꿈이 늘 그렇듯 이상하다) 그리고 꿈의 배

2019년 6월 19일

너무 졸려서 이틀 전부터 아침 일찍 코인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불렀다. 롤링 걸을 열심히 불렀다. 로링가르와 이츠마데모 토도카나이 유메미떼... 사와구 아따마노 나카오... 카키마와시테.... 카키마와시테.. 그리고 시이나 링고를 열심히 부른다. 몇 번 연습했더니 죄와 벌도 이제 잘 부르게 되었다. 호호오사스.. 아사노 야마떼토오리.. 링고의 노래도 잘 부른다. 마루노우치 새디스틱과 입수소원은 옛날부터 불렀던 노래니까 더 잘 부른다. 노래방의 채점 기준은 잘 모르겠다. 옛날 옛적에 봤던 티비 프로그램에서는 음정은 별로 중요하지 않고 목소리 크기가 제일 중요하다고 그랬던 거 같은데, 크게 부른 노래가 작게 부른 노래보다 점수가 더 낮게 나올 때도 있어서 그렇다. 그렇지만 점수는 별로 중요하진 않다. (샤로수길의 어느 코인노래방은 100점 나오면 공짜로 한 곡 추가된다고 입간판을 세워놨던데 그곳에서는 점수가 중요할 것이다) 녹두의 물가는 미쳤다.. 코인노래방도 레드오션인지 막 오후 6시 전까진 천원에 아홉곡하는 노래방까지 목도했다. 그래서 어제는 거기에 가서 노래를 불렀다. 그 전날에 갔던 코인노래방은 마치 피씨방처럼 미리 방을 예약해서 카드로 결제까지 되는 그런 최첨단 코인노래방이었고 에어컨이 너무 빵빵해서 얼어 죽는 줄 알았는데, 천원에 아홉곡 하는 곳에는 에어컨이 없어서 좀 더웠다. 그래도 참을만 했다. 푸름이 집에 와서 다급하게 일기를 쓰고 있는데 약 한시간 전에는 급하게 비상약을 먹고도 너무너무 죽고 싶어서 힘들었다. 지금은 좀 나은데 대신 너무 심심하다. 어떻게든 심심함을 몰아 내려고 애를 쓰고 있다. 아이패드 비활성화로 그림 그리기 앱이 삭제되었는데 다시 깔아서 그림을 그려 보려고 했는데, 잘 안 됐다. 그래서 컬러링북이라는 앱을 깔아서 색칠공부를 좀 해보려고 했는데 그것도 시시해져서 금방 삭제했다. 결국 혼자서 비명을 지르는 이곳에 다다라 미친듯이 키보드를 두드려대고 있는 것이다. 녹두에서 자취하고 싶다... 폐쇄병동에 입원하고 싶다.

2019년 6월 18일

흠 이건 분명 생리전증후군이다 아니면 아빌리파이 부작용이든지 어쨌든 오늘 하루 졸려 뒤지는 날이었다 오늘 점심에도 저녁에도 밥 먹고 나서 카페 가려고 했는데 이미 졸려버려서 다시 기숙사로 가는 수밖에 없었다 점심엔 빨래 돌리면서 누워 있었고... 저녁엔 차이나당 가서 어향가지랑 홍합짬뽕 순삭하고 (다 못 먹을 줄 알았는데 잘도 처먹었다) 기숙사 와서 자고... 아무튼 피로와 졸음이 구별 안 갈 정도로 앉아서 뭘 할 기력이 없는데 심지어 지금 일기 쓰는 것도 졸면서 쓰는 것 같다... (멍때리기) 간밤에는 잠꼬대를 너무 심하게 해서 침대에서 굴러 떨어졌다. 굴러 떨어지면서 침대 옆에 있던 빨래건조대에도 부딪혀서 룸메 빨래건조대까지 넘어뜨릴 뻔한 거 같은데 다행히 그러진 않았고 다시 침대로 기어 올라가서 잤다... 꿈 내용은 구체적으로 기억이 안 나는데 누군가 나를 강간하려고 해서 그거 저항하느라 몸을 허우적대다가 그 사단이 난 것 같다. 아무튼 침대에서도 굴러 떨어지고 또 졸려서 침대에 다시 드러눕고... 오늘은 아침도 먹고 점심도 먹고 저녁도 먹고 야식도 먹는다. 아무튼 졸라게 많이 처먹으면 기운이라도 생기겠지 (그런가? 그런가? 그런가? 게임... 게임 열심히 했다. 오늘은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 용병 랭크 1등급으로 올리고.. 디비니티 오리지널 신 2도 잠깐 했다. 누워서는 소녀전선 콜라보 이벤트 뛰었다. 페이퍼.. 페이퍼는 아무튼 내 멋들어진 계획은 니체 페이퍼를 후딱 처리하고 내팽겨친 라이프니츠 페이퍼를 어떻게든 다시 해 보는 거였는데 너무 졸려서? 하지 못했다죠.. 니체는 뭐 글 구상은 어느 정도 됐으니까 집중해서 쓰기만 하면 될 거 같은데 문제는 집중이 안 된다는 거다.. 근데 니체 마감은 금요일 오전 8시까지니까 어떻게든 되겠지... (고장난 집중력과 씹창난 체력을 생각하며 슬퍼지는 중) 술처먹고 뒤져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술 한 방울도 못 마신다는 게 갑자기 너무 싫어져서... 2015년 경에 우울증 진단 받고

2019년 6월 17일

라이프니츠 페이퍼 마감을 지키지 못한 나 자신에게 화가 나고, 나 자신에게 화내고 실망하는 것조차도 지겨워서 화가 났었다. 누구 한 명을 조지고 싶다, 그런데 조질 사람이 없다, 왜냐하면 세상이 잘못했기 때문에, 등등의 생각으로 뚝배기가 터질 뻔해서 저번 금요일에 정신병원에 급하게 찾아갔다. 6시 반에 진료가 끝나는 병원인데, 대략 5분 전에 도착했다. “진료가 6시 반까지라서 상담을 길게 못 하실 수도 있는데 괜찮으시겠어요?”라고, 카운터에 앉아 계신 간호사 분이 말씀하셨는데 표정이 무척 걱정스러워 보였다. 내 상태가 썩창났다는 것을 걱정한 것일까? 나는 예 하고 앉아서 의사 선생님께 해야 할 말을 마음 속으로 정리했다. 너무 화가 나서 온갖 말들로 머리가 가득찼는데, 아무튼 상담을 오래할 수 없기 때문에 최대한 효율적으로 나의 상태를 설명해야 했다... 진료실에 들어가서 “자살충동이 심합니다”라고 말했다. 선생님께서 무슨 이슈가 있으시냐고 물었는데, “모든 게 이유가 되기 때문에 이유가 없어요.. 그냥 과제 마감이 있었는데 그걸 못 해서... 이런 걸로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압니다. 그래서 제 잘못이에요. 제가 죽어야만 끝날 거 같아요. 죽을 것 같습니다”하고 대답했다. 선생님께서는 안 죽을 수 있다며, 아빌리파이와 고용량 알프라졸람을 처방해주셨다... 아무튼 나를 걱정해주시면서 다음주에 보고, 이렇게 찾아온 건 잘 한 일이라고, 너무 힘들면 중간에라도 오라고 당부하셨다. 약국으로 내려가서 바로 약을 타고 고용량 알프라졸람을 먹었다. 그리고 화를 식히려고 정처 없이 병원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병원 주변이 번화가 및 유흥가다) 집으로 들어갔다. 집에 가서 약을 또 먹고 잤다. 아무튼 뇌를 약에 푹 절이니까 당장이라도 죽고 싶고 자살하고 싶을 거 같은 기분이 사라졌다. 그런 게 또 나를 지치게 한다. 나는 정말 약을 꼬박꼬박 잘 먹고 어떻게든 건강해지려고 애를 쓰는데 왜 스트레스만 받으면 바로 무너져 내릴까? 앞으로 계속 변명을

2019년 6월 13일

페이퍼 쓰기 싫어서 메챠쿠챠 게임하고 술자리 가서 밤늦게 돌아오고 그랬다. 저번주 수요일에도 그랬고 어제 수요일에도 머학원 동료분들 술자리 갔다... 오늘은 새벽 다섯시 쯤 파하고 택시 타고 왔다. 박사과정생 분들이랑 좀 친해진 거 같다. 동아리 친구들이랑 놀던 거랑 좀 달라서 낯설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다. 당연하게도 동종업계 사람들이 모인 거니까 철학 이야기를 졸라 많이 하고... 사담을 하더라도 그들이 헤테로니까 동성섹스개빻은이야기들은 잘 안 하고 그들 각자가 싫어하는 사람이라든지 뭐 기타 등등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어쨌든 간밤에는 참 재미있었다. 한 분은 내가 잔을 들때마다 잔을 부딪혀서 너무 웃기기도 했다. (본인에게도 묻고 다른 분들한테 들은 바 그게 한국 술자리에서의 예의 비스무리한 그런 거라고 한다) 사적인 술자리이긴 한데 아직 많이 친한 분들은 아니니까 공적인 자리와 사적인 자리 그 사이에 놓인 그 어중간한 낯섦과 새로움을 오랜만게 겪어서 생경했다. 힘이 되는 이야기도 좀 듣고 그랬다. 어떤 분이 최고의 텍스트는 결국 자기 자신인 것 같다고 말씀하시면서 나한테 계속 고민하고 생각을 하고 나라는 텍스트를 해명하기 위해 애를 쓰다보면 좋은 텍스트들을 많이 접하게 될 거고 아무튼 공부가 힘들어지지 않을 거라고 했는데 좋은 말인 것 같다. 웃음을 잃지 않는 철학자가 되길 이라는 허이모의 짤막한 생일 축하 메시지도 생각났고... 철학자는 모르겠고 웃음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긴 하다. '최고의 텍스트'인 나 자신에 대해서 알고 싶기도 하고... 아무튼 이번 주에는 심한 자살충동과 자해욕에 시달려서 별 짓을 다 하려고 했지만 용케도 잘 참아내고 약 먹고 푹 잔 나를 칭찬하며 이만 줄여야겠다..

2019년 5월 30일

입맛은 여전히 moves like a jaggy고... 주식은 기숙사 편의점 김밥이고... 스트레스 받을 것은 천지인데 애써 외면하고 있고... 늘 졸리고 피곤하고... 화내는 법을 까먹었고... 힘들다고 하면서 열심히 게임 하고 있고.. 왜냐하면 미쳐 버릴 거 같아서... 그럼에도 이만하면 잘 살고 있다... 예전부터 수업은 라캉 빼고 죄다 가기 싫긴 했지만 최근에는 더더욱 수업에 가기 싫은데 그 이유는 거기서 대학원 동료들을 맞닥뜨리고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게 되기 때문이다... 그들이 하는 것들을 들으면서 내가 (여러 가지 의미에서) 공부를 못 하고 있다는 것을 어쩔 수 없이 확인하게 된다. 남들과 비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자연스레 그들과 나를 비교하고 내가 바보라는 것을 깨달으니까 그냥 만나기가 싫다. 그리고 그들의 호들갑을 들으면서 속으로 짜증이 난다. 님들아 씨발 저는 한 달 넘게 레스폰스 페이퍼 제출 안 했거든요? 리딩 하나도 안 했거든요? 대학원 들어와서 내가 생각보다 가난하고 공부에 집중하기 힘든 처지에 놓여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는데 뭐 내가 이들 중에서 제일 가난하고 비참한 상황 확인하고 절망해봤자 도움이 될 게 1나도 없는 거 아는데 왜 가난하고 힘든 사람이 억하심정을 가지고 남들에게 공격적이 되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그래도 나보다 더 많이 가졌고 더 잘난 사람을 질투하지 않는 것까지는 어떻게 된다. 그런데 사실 솔직하게 질투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그냥 나는 나보다 더 가난한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들만큼이나 나보다 더 부유한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허무주의와 염세주의에 빠지고 만다. 사람에게는 각자의 불행이 있고 자기 불행이 제일이지.. 이러는 순간 라이프니츠가 등장해서? 너가 그런 불행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네가 아니란다? 라고 말하고? 나는? 아니 나로 있고 싶지 않은데요? 살고 싶지 않은데요? 부당거레 당헷는데요? 라고 말하는 그 순간?

2019년 5월 23일

이번주에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났는데.. 과외 일이 녹록치 않게 굴러갈 거 같고 (아직 짤리는 건 아님) 이번주에 생일이었고 마누라는 작년에도 이어서 올해도 생일 까먹어서 (이유: 정신 없이 바쁨) 관계에 대한 회의감을 느꼈는데 일단은 통화로 이야기하고 다른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면서 아직은 마누라와 관계를 이어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건 넘어갔다. 그리고 친구들한테 생일 축하를 받았고 (랙돌사마한테 아주 귀여운 장발카나타 인장 선물 받았다) 간밤에는 푸름님 집을 빌려 대학원 동기들 및 망트와 생일 파티를 열었다. 그리고 개 같은 학기말이 다가온다 매독 같은 학기말이 다가온다 라이프니츠 관련 페이퍼가 제일 문제다 아니 그냥 하루하루를 무사히 넘기는 것이 제일 문제다 정병원에서 식욕촉진제라는 것을 추가로 처방 받아 5일째 먹고 있는데 안 먹는 것보다는 식욕이 도는 거 같지만 여전히 밥은 먹기 싫고 건강이 썩창나는 것을 느끼고 있다 무리를 하지 않도록 애쓰고 있다 인간관계에 대해서.. 정말 어려운 거 같다 새로운 인간관계가 많이 생겼고 이것들에 대해 너무 스트레스 받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애쓰고 있다 노력하고 있다 때문에 힘들다 아무튼 결과가 중요해 결과중심주의 사회? 아무튼? 결과가 중요한데? 남들 기준에 너무 맞춰서는 안 되는? 그런? 어려운 상황? 가방에서 어떻게 뭔가 비밀번호가 이상하게 눌렸는지 어쨌는지 모르겠는데 아이패드 이새끼가 어제 비활성화돼서 수업 시간 반절을 아이패드 복구하느라 듣지를 못했고 (그리고 데이터 다 날려먹음 엄청 중요한 건 없으니까 다행이긴 함) 노트북은 갑자기 화면이 1초에 1억번씩 깜빡거려서 무슨 기계의 반란이라도 일어난 줄 알았다 노트북 화면 액정에 문제가 생긴 거 같은데 이거 AS 맡기는 것도 일이고 노트북 그냥 버리고 데스크탑 아이패드로 일단 살아볼까 싶기도 하고 아 정말 기계들이 이번주에 나한테 너무했다 ㅋㅋ 읽어야 할 책도 많고 헤쳐나가야 하는 일도 많고 아무튼 나는 외롭다

2019년 5월 13일

일요일에는 과외 끝나자마자 기숙사로 돌아와서 한숨 자고, 저녁을 먹으러 녹두에 갔다. 육쌈냉면을 먹고 만화방에 가서 카케구루이를 읽었다. 만화방에 있은지 3시간이 지날 무렵 5권 중간 즈음을 읽고 있었고, 어깨랑 목이 너무 결려서 기숙사로 돌아왔다. 그리고 기숙사에 와서 카케구루이 이북을 현재 정발된 것까지 사고, 누워서 만화방에서 읽었던 것 이후부터 읽었다. 박사과정이신 룸메이트는 책상에 앉아서 열심히 무언가를 읽고 쓰고 있었다. 대략 한시 반 즈음에 아이패드를 덮고 눈을 감았는데, 아마 룸메이트 분은 밤을 꼴딱 새우신 것 같았다. 백색소음 같은 타자 치는 소리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잠결에 들렸다. 일어나서 다시 읽다 만 만화책을 마저 읽고 열한시 반에 기숙사 식당에서 냉모밀을 먹었다. 먹고 나서 아침약을 먹었는데 (시간은 이미 정오지만) 다시 자고 싶어서 누워서 잤다. 자면서 발작하듯 여러 꿈을 꿨다. 성적인 꿈을 꿨던 것 같다. 눈을 뜨고 다시 잠들고 싶었는데, 잠이 오지 않고 머리가 아파서 겨우 일어나서 씻고 카페에 왔다. 카페로 가는 길에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머리가 무겁다. 고통받고 있는 느낌이 좋다. 내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착각, 몸이 내 곁에 있어서 덜 외롭다는 착각이 들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이 자기가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는지를 역설하기 위해 잠을 4시간만 자고 너무 졸려서 계단에서 굴러 넘어지고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워서 밥을 갈아 마시는 짓을 했다는 것을 ‘자랑’마냥 말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나 또한 그런 비슷한 짓에 심취하고 있는 것이다. 잠을 많이 자는 대신에, 깨어 있는 동안 먹지 않고 피로한 상태로 해야만 하는 일을 꾸역꾸역 수행한다... 그리고 그런 수행은 늘 실망스럽다. 내가 나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대단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도록 애를 쓴다. 내가 하는 것은 늘 대실망쇼, 실패한 것이라 크게 떠든다. 사실 누군가가 내가 한 것들을 보고 나에게 ‘실망스럽구나

2019년 5월 10일

피히테 세미나 너무 힘들다... 이유: 너무 좋고 너무 어려움 선생님한테 잘 보이고 싶고 피히테 텍스트도 흥미로운데 문제는 독일어를 너무 못 하고 내가 많이 지쳐서 충분히 준비를 못 해가서 너무 스트레스 받는다... 일단 아침 10시에 시작하는 것도 에바고.. P사마한테 하는 게 너무 많고 많이 누워 있기는 한데 아무튼 너무 힘들고 밥도 못 먹고 살이 4키로가 쑥 빠져 버려서 걸을 때마다 현기증을 느끼고 다리가 후들거리고 아무튼 죽고 싶다고 아침에 징징대고 세미나 쉬는 시간에도 선생님한테 징징거렸다.. 그래서 수치스럽다. 그리고 P사마가 자기 게으른 거 같다고 자괴감 느끼게 만들어서 그것도 미안하고 그렇다... P사마한테 고통 자체에는 의미가 없다는 친구 블로그에서 읽은 문구를 이야기하면서 전혀 그런 자괴감 느낄 필요 없다고 열심히 말했는데 사실 내가 할 말은 아니다. 선생님은 너무 힘들면 세미나 빠지거나 아니면 그냥 할 수 있는 만큼만 준비하고 와서 그냥 듣는 것(물론 스트레스를 받겠지만)을 추천하셨는데 아무튼 수치스럽고 그랬다.. 새삼 일하면서 공부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곱씹으면서 세미나 중간에 눈물 나려는 것을 꾹 참느라 힘들었다. 내가 왜 이런 사서 고생을 한단 말인가? 그냥 공부 포기하고 건실한 노동자 할까? 무엇을 포기해야 할지 모르겠다.. 사실 가장 포기하고 싶은 건 불안이다.. 하지만 그건 너무 끈적하게 나한테 달라붙어 있다. 울어버리고 싶은 걸 참으면서 나는 또 힘든 상황에 발을 들이밀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아무 것도 안 할 것이다. 나한테 있어 쉽고 즐거운 일이 없다. 잘 모르겠다.. 내 자의식 과잉 때문인지 친구 아닌 사람들이랑 이야기할수록 외로움만 느끼고 죽어버릴 것 같고 공부만이 답인 것 같은데 모르겠다... 댜른이는 너무 외국어를 잘해서 질투난다... 사실 나 빼고 다 질투난다. 나는 광대 노릇을 하면서 간신히 체면을 유지하고 있다. 역시 막스 베버 분의 직업으로서의 학문은 좋은 책이다. 마침 생각난 김에 책장

2019년 5월 2일

새로운 한 달이 시작되었다.. 기숙사비 20만원이 빠져나가고 라캉 발제는 드디어 끝이 났다.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밀린 이불빨래 온갖빨래 화장실청소 방바닥청소를 했다. 룸메이트 분은 집안 일로 일주일간 기숙사를 비우셔서 매일 밤 게임을 하고 있다. 2월 말 이후로 안 했던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를 했는데 오랜만에 하니까 재밌었다.. 간밤엔 유비소프트식 오픈월드 반복퀘스트가 지겹다는 사람들의 평가를 이해하게 되었는데 아까 저녁에 또 했다. 아마 이 일기를 다 쓰고 나서 또 할 것이다. 이번주에는 엄마한테서 카톡이 오지 않았다. 보통 일요일 밤에 기숙사 잘 들어갔냐고 카톡을 하고, 수요일이나 목요일 즈음에 밥은 잘 먹고 있냐는 식으로 카톡을 보내곤 했다. 엄마가 카톡을 보내지 않았다는 것을 의식하자, 엄마한테 길들여졌다는 것을 깨닫고 좀 죽고 싶었다.. 진짜 죽고 싶진 않았다. 사실 진짜 죽고 싶었던 건 저번 금토일이었다. 일요일에 댜른이랑 새벽 세 시까지 요새 느낀 것들과 시시콜콜한 잡담들을 하고 나서는 그리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렇지만 좀 심각하게 식욕부진을 겪고 있다. 배가 고픈데 뭘 먹으면 토할 것 같다는 기분이 들어서 뭘 먹기가 꺼려지고, 몸이 영양분을 갈구해서 뭔가를 먹으면 실제로도 속이 더부룩해서 그렇다. 허이모가 일하는 과사무실에 들러서 이런 것들을 이야기하고 정신과 관련 약 부작용일 가능성이 큰 것 같다는 생각을 굳혔다. 이번 토요일에 다시 병원에 갈 생각이다.. 아무튼 허이모 과사무실에서 논문 두개 정도를 출력하고 허이모랑도 이것저것 이야기했다. 허이모한테 엄마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고 털어놓으니까, 그 울음소리는 너희 엄마가 아니라 네 울음소리겠지 라는 답을 들었다. 아마 그럴 것이다. 엄마든 친구든 누군가의 울음소리는 이미 내 것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아니면 애초부터 내 울음이었거나.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느낌은 달라지진 않았지만 요새는 감사함과 웃음소리도 느끼고 있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난 것 같

2019년 4월 26일

라캉 발제 5주차 돌입했다.. 선생님이 허허 자네가 이번 학기 수업 대부분을 책임지겠어 라고 농담해서 내가 오늘로서 4주차를 했으니 학기의 1/3을 책임졌네요 하하 라고 농담으로 대답하니까 선생님은 몇 주 더 할지도 몰라 하하 이랬는데 진짜 그날 내 발제 안 끝나서 선생님 말이 현실이 되었다. 근데 그렇게 싫지만은 않다. 왜냐하면 내가 발제자라는 빌미로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할 수 있기 때문에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랑 만담도 하고 이상한 질문도 할 수 있어서이다. 그렇다고 학기가 끝날 때까지 계속 발제를 하고 싶지는 않다... 아무튼 언젠가 술자리에서 댜른이한테 나 철학 수업 못 듣겠다 철학 못해먹겠다 징징댔는데 댜른이가 “님은 분석철학을 못하는 거죠” 이렇게 말했는데 맞말이긴 함.. 근데 가끔씩은 그냥 철학 자체를 내가 이상하게 독해해버리는 게 아닐까? 그냥 내 좆대로 마치 소설책 읽듯이 철학책을 읽는 거 같은데 이게 과연 올바른 공부 방법인가? 라는 생각이 계속 들어서 지금도 영문 모르겠고 오늘 특히 그 영문 모르겠음이 머리를 장악해서 수업 빠지고 본가로 와버렸다.. 내 자신이 한심해서 견딜 수가 없었고 무슨 부귀영화를 바라자고 나 자신의 한심함만 느끼는 일을 하겠다고 여기 온 건지 알 수가 없는데 내가 선택한 거고 내가 책임져야 하는데 책임지기 졸라 싫어서 눈물났다. 근데 걍 알고 있음.. 그냥 내가 외국어를 못해서임.. 그리고 철학사가 사고에 완전히 체화되지 않아서 도대체 사람들이 무슨 공식 쓰듯이 칸트의 어쩌구저쩌구 헤겔의 어쩌구저쩌구 플라톤의 어쩌구저쩌구 아리스토텔레스 어쩌구저쩌구를 못 알아들어서 이런 거다... 진짜 ‘외국어’를 못함.. 근데 정신분석은 개 잘 알아듣겟슴.. 이미 가정에서 정신분석 온갖 개념들을 실컷 겪고 나니까 뭔 말이든 이해 잘 되던데.. 가끔씩 ‘정상적’ 가정에서 자란 사람들이 라캉의 이런 서술이 잘 와 닿지 않는다고 이야기할때마다 깜짝 놀랄 정도다.. (사람들을 성급히 판단하지 말고 그들과 나는 너무

2019년 4월 20일

아빠 생일 기념 식사는 시시했다. 메뉴조차도 시시했다. 6천원짜리 추어탕을 먹었는데, 엄마가 먼저 제안했고 아빠는 괜찮다고 했고 나도 괜찮다고 했다. 사실 생일이라고 부러 안 먹던 비싼 식당에 가는 일은 우리 가족 중에서 부모의 생일 때는 낯선 짓이라고 할 수 있다. 그나마 어렸을 때 친오빠 아니면 내 생일 때나 아웃백 같은 곳을 갔었다. 하지만 ‘철이 들고 나서’ 친오빠 혹은 나의 생일에도 그냥 흔한 가족 외식 메뉴가 생일파티가 되었다. 과외가 끝나고 나서 피곤하고 졸려서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오빠는 렌즈삽입술 건으로 안과에 검진을 받으러 가서, 쓸데없이 엄마가 오빠에게 잔소리하거나 오빠가 엄마에게 헛소리하거나 등의 일이 없었다. 추어탕은 적당히 맛있었다. 저녁을 다 먹고 돌아오는 길에 아빠는 ‘아는 형님’을 만나 당구를 치고 소주를 마시겠다고 중간에 내렸다.  이 문장을 쓰자마자 아빠가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는 잠이 안 온다고 신경질을 냈다. 아빠는 약 먹으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이미 먹었다고 엄마가 되받아쳤다. 자려는데 지금 들어와서 짜증난다고 했다. 아빠는 화를 냈다. 지금도 화를 내고 있다. 너만 집이 아니야. 너만 쉬는 곳이 아니야. 이 곳도 내 집이야. 방으로 들어갈 거야. 아빠나 엄마가 ‘말싸움’을 하고 있노라면 말의 물질성을 절절히 실감할 수 있다. 좁은 우리에 가둬 놓은 사나운 개들이 서로 짖고 물어뜯는 것 같다. 엄마는 아빠를 욕할 때 맨날 친오빠 이야기를 하며 누구를 닮았냐고 비난한다. 방금은 네가 나한테 썅년 같은 소리를 하니까 애들이 저 모양이라고 엄마가 말했다. 방금 문장을 끝내자 친오빠가 들어왔다. 언제 엄마한테 욕을 했냐는 듯 아빠가 밝게 “왔어?” 라고 오빠를 반긴다. 우리 부모의 아주 신기한 점이다. 오빠는 지갑을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왠일인지 아빠가 큰 비난을 하지 않고 카드 같은 거 신고했냐고 묻는다. 아무래도 친오빠는 요새 여자를 만나러 다니는지 데이트하고 왔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2019년 4월 7일

1. 과외를 마치고 집에 들러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기숙사로 출발하려는데, 아빠가 “천원의 아침/저녁” 이야기를 꺼냈다. 라면이라든지 씨리얼 같은 거 더 필요 없어? 라고 물은 아빠한테 “요새 학교 밥을 많이 먹어서”라고 대답하자 나온 이야기였다. 천원의 어쩌구는 처음 생겼을 때부터 엄마한테서도 듣고 그 이후에도 가끔씩 듣는 이야기다. 기숙사로 가면서 아빠가 꺼낸 천원의 어쩌구를 상기하면서 ‘님아 제가 씨발 그걸 모를까요?’라는 날 선 생각이 들었다. 엄마나 아빠가 천원의 어쩌구를 이야기하는 것에 그리 열 낼 필요는 없지만, 뭐 나는 어제 오늘 병적으로 잠이 쏟아지고 피곤하고 할 일은 엄청나게 많기 때문에 예민하게 굴 이유는 얼마든지 많이 있다... 그리고 굳이 이유가 없어도 속으로 짜증을 내는 게 뭐 어떠랴. 그 누구보다 천원의 아침과 저녁이 필요한 건 엄마랑 아빠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 돈을 아끼라는 말과 동시에 밥을 잘 챙겨 먹으라는 말을 함께 하기 위해 꺼내진 ‘천원의 식사’를 가끔씩 먹으면서 친구들끼리 우스갯소리로 이것만 매일 먹으면 영양실조 걸리겠다 따위의 말을 하는데, 엄마 아빠는 이것만 매일 먹어도 살 수 있는 사람 같아 보여서이다. (2주 전부터 집에 가니까 아빠의 친구의 딸이 운영하는 편의점의 폐기 도시락과 삼각김밥과 김밥 따위가 냉장고에 쌓여 있었고 엄마랑 아빠는 식사를 차리는 대신 그걸로 끼니를 때운다고 한다. 그런 고로 2주 전부터 나 또한 집에 와서 먹는 식사는 유통기한이 지난 편의점 도시락이다) 아무튼 그놈의 천원의 식사 이야기는 내가 학교를 떠나지 않는 한 부모에 의해 ‘돈을 아끼고 건강도 챙기라는’ 요구의 상징으로 계속 언급될 것이다. 물론 천원의 식사 자체에는 절대로 유감이 없다. 앞으로도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 학생은 돈이 없고 학생의 목구멍은 포도청이다. 2. 저번 목요일에 뚜부가 주최한 이반영화제에 가서 ‘바운드’를 봤다. 보고 나서 97년에 이런 미친 레즈비언 갓 영화가 나왔

2019년 3월 30일

1. 할 거 존나 많다... 수업 세 개도 따라가야 하고 세미나 제의는 두 개나 들어왔고 틈틈이 내 공부도 해야 하고 눕기도 해야 하고 ts빻상블 메이저 만들기 위해 덕질도 열심히 해야 하고 생활비도 벌어야 한다. 그렇다고 싫은 건 아니다. 부담은 존나 되긴 하지만... 이것들은 의무가 아니라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니까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이 모두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욕심이 존나 커서 나에게 불꽃체력 불꽃정신력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람 뿐이다. 위에서 열거한 할 일 목록 중에서 의무에 가까운 건 수업 세 개 따라가기와 생활비 벌기이고... 이건 아직까진 문제가 없다. 월 30만원씩 지원해주는 지원금에 선발된다면 너무 행복할 거 같은데 안 되도 할 수 없는 일이고... 그리고 의무는 아니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은 건 덕질이다. 21살 때 에반게리온 덕질도 아주 열심히 한 편에 속하지만 그때는 지금처럼 마음 맞는 오타쿠 친구를 사귀지는 못 했다. 좋은 친구들은 몇몇 있었지만 유사여캐 똘추저질드립에 웃어줄 친구는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있다. 그러니까 열심히 해야 한다... 마음 같아선 회지도 내고 교류회도 열고 싶을 정도로 나는 처돈 상태다. 아무튼 철학자 동호회(연회비 약 600만원) 활동은 벅차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내 삶의 전부가 되는 건 아직 싫다. 열심히 해야지... 열심히 살아야지... 2. 다들 죽지 않기를 바란다. 며칠 뒤면 메루메루라는 정말 재미 있었고 이상했던 분이 죽은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그분과는 별로 친하지 않았지만 그분이 자살했다는 사실, 자살 이후 그분을 둘러싼 온갖 일들을 목격한 바람에 그분을 평생 기억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죽은 사람과 힘든 시기를 겪는 친구와 새로 사귄 사람들과 내 주변의 여러 타인들이 나를 차지하고 있다. 무언가를 하고 있을 때, 어디를 걷고 있을 때 그들은 불시에 나를 꽉 붙잡곤 한다. 그때마다 나는 10년만 기다려 달라고 속으

~나의 정신 분석 훈련기~

1. “환상의 횡단은 언어로서의 타자의 욕망으로서의 타자와 관련하여 새로운 위치를 주체가 떠맡는 것을 내포한다. 그/녀를 분열된 주체로서 실존하게 했던 어떤 것에 투여를 하고 거주하려는, 그/녀를 야기했던 어떤 것이 되려는 움직임이 취해진다. 그것(타자의 욕망이 실린 타자의 담화)가 있었던 그곳에서 주체는 “나”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 일이 어쩌다 내게 일어났어”라든가 “그들이 내게 이런 일을 했어”라든가 “그 일은 운명처럼 닥쳐왔어”가 아니라 “나였어”, “내가 했어”, “내가 보았어”, “내가 소리쳤어.” 이 “추가적” 분리는 자기 자신의 원인이 되려는, 원인의 자리에서 주체로서 존재하게 되려는 주체의 시간적으로 역설적인 움직임에 있다. 외래적 원인, 주체를 세계에 데리고 온 저 타자적 욕망은 어떤 의미에서 내면화되고, 책임져지고, 떠맡아지고, 주체화되고, “자기 자신의 것”이 된다. 외상을 아이가 타자의 욕망과 조우하는 것으로 생각할 때 외상은 아이의 원인으로서 기능한다. 그/녀의 주체로서의 도래의 원인, 그리고 아이가 타자의 욕망과의 관계에서 주체로서 채택하는 자리의 원인. 타자의 욕망과의 조우는 쾌락/고통 혹은 향유의 외상적 경험을 구성한다. 프로이트는 이를 성적 과부하라고 기술하는데, 이때 주체는 저 외상적 경험에 대한 방어로서 출현하게 된다. 환상의 횡단은 주체가 외상을 주체화하는, 외상적 사건을 스스로 떠맡는, 그 향유에 대한 책임을 떠맡는 과정이다.” 브루스 핑크, <라캉의 주체>, 126~127쪽. 2. “우리는 특정한 운명의, 우리가 선택하지 않았지만 처음에 아무리 무작위적이거나 우연적으로 보여도 우리가 주체화해야만 하는 운명의 주체이다. 프로이트의 견해로, 우리는 그것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원초적 억압은, 어떤 의미에서, 분열을 창조하고 구조를 작동시키는, 우리의 우주의 시작에서의 주사위던지기이다. 저 무작위적인 던지기(부모의 욕망의 저 특정한 배치를)를 붙잡아야 하고, 여하간 그것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2019년 3월 13일

저번 일기에서 "아직 보지도 못한 룸메이트에게 적대감을 느꼈다"라고 적은 게 죄스러울 정도로 룸메이트는 좋은 분이었다. 그래서 기숙사 생활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있다. 아무튼 대학원 생활은 2주차고, 그럭저럭 견딜 만하다. 견딜 만한가? 오늘 저녁 수업이 끝나고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쌍화차를 사 가지고 기숙사로 돌아오면서 계속 그런 생각을 했다. 책은 어떻게 잘 읽히고 사람들 말도 잘 들리고 그러는데, 이게 맞는 건가? 아니야 후회하지 말자 같은 아수라 대사를 곱씹었다. 목이 칼칼하고 감기 기운이 있고 피곤해서 생각이 부정적인 쪽으로 흐르는 걸까? 며칠 전에 연구실에서 수업 리딩자료를 읽으면서, 그래도 이게 나에게 덜 나쁜 선택이었다는 생각을 했다. 어디 취직해서 일을 하고 있었어도 불안함을 느꼈을 거고 이게 맞는 건가? 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공부를 하는 건 힘들지만 재미가 있다. 재미가 있나? 진짜인가? 대학원 생활은 준-직장 생활 같아서, 말하자면 직장 동료인 대학원 동기들과 같이 공부를 하고 같이 밥을 먹고 같이 이야기를 한다. 나는 운이 좋게도 마음이 맞는 대학원 동기들을 적어도 셋은 사귀었다. 나 홀로였으면 더 힘들었을 것이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들에게는 늘 감사한 마음 뿐이다. 나는 내가 하는 행동들과 내가 내뱉는 말들이 '적절한지' 확신할 수가 없다. 확신할 수가 없으니까 병이 생겼겠지. 너무 과한 회의주의는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망친다. 정상이 뭐지? 일상이 뭐지? 어쨌든 바쁘다. 마음가짐의 문제일수도 있다. 미리 잘 준비해놔야 하고 모든 것을 완벽히 해야한다는 강박이 작동해서 바쁜 거일수도 있다. 아닌가? 하지만 대학원 수업 3개를 듣는 건 바쁜 일이긴 하다. 잘 모르겠다. 잘 모르겠어서, 컵라면을 먹고 컴퓨터 앞에 앉아 일기를 쓰기 전 항불안제를 먹었다. 곧 자야하니까 비염약도 먹어야 하고 취침약도 먹어야 하고 감기약도 먹어야 한다.

2019년 3월 1일

기숙사 이사를 끝냈다. 이번에는 동인지도 바리바리 싸갖고 가져갔기 때문에 이삿짐 무게가 상당했다. 그래서 신발이라든지, 옷이라든지, 폼클렌징 등의 생활용품들은 최대한 적게 가져갔다. 그냥 일요일 밤이나 월요일 아침에 학교 근처에서 생필품 쇼핑이나 할 생각이다. 기숙사 방에 들어가자 이미 살고 있는 누군가의 집에 무단침입한 기분이었다. 사람은 없었고, 룸메이트가 될 사람은 방 고정을 한 모양이었다. 누군가가 이미 자기의 방식대로 자신의 것들을 배열한 곳에, 내게 남겨진 빈 공간을 내 것으로 채우면서 ‘역시 사람은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라는 생각을 했다. 본가에 있을 땐 가족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방문을 닫으면 그곳은 온전히 나만의 공간이었다. 기숙사에 살면, 혈연들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는 덜하겠지만 나만의 공간이 없다는 울적함을 한켠에 두고 살아가야 할 터였다. 침대와 서랍 밑에 쌓인 먼지를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이고, 왠지 부산스러운 욕실과 화장실을 간단히 청소하고 나오면서 나는 얼굴도 본 적 없는 룸메이트에게 이미 적대감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건 순전히 나만의 공간이 없다는 울분이 애꿎은 룸메이트에게 튄 것이다. 적대감, 원한 감정, 그런 것들이 애먼 사람에게 향할 때마다 나는 섬짓 놀라곤 한다. 물론 속마음으로 우리는 뭐든지 생각할 수 있다. 그래도 그런 속마음에 가둬 놨던 적대적인 것들이 바깥으로 튀어 나올까봐 걱정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 사람이 청소를 안 하는 사람이면 어떡하지? 나의 숙면을 방해하는 그런 사람이면 어떡하지? 내가 이 사람을 미워하게 되면 어떡하지? 그런 강박적인 불안함을 애써 외면한 채 빠르게 짐을 풀고 아빠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주말 동안만 내 방일 곳, 평일에는 엄마의 방이 될 곳, 그곳은 ‘깔끔했다’. 휑했다는 표현도 적확할 것이다. 나랑 아빠가 서울에 간 사이 엄마가 데스크탑 책상을 내 놓고 방을 다시 정리한 모양이다. 왠지 모르게 계속 이 곳에서, 방문을 닫고, 오래도록 누워 있거나 책을 읽거

2019년 2월 25일

1. 블루투스 키보드가 도착해서 아이패드 페어링해서 일기를 쓰고 있다. 키캡이 동그란 모양이어서 불편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딱히 그렇지 않아서 타이핑하는데 불편함을 느끼진 않고 있다. 돈을 투자하여 이제 언제 어디서나 글을 쓸 수 있도록 만들었으니 이제 그만한 값어치를 할 만한 생산력을 내면 된다. (안 내도 상관 없지만) 2. 내일이 졸업식인데 왠지 가족들이 대판 싸울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졸업식 전날인데 아빠는 아직 안 들어왔고 (이 시간에 안 들어온다는 것은 술자리가 있다는 뜻이다) 오빠도 밖에서 외식한다고 그랬는데, 엄마는 밥을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재깍재깍 답을 안 한다고 투덜거린 것을 들으면서 저녁을 먹었다. 아무튼 엄마가 아빠나 오빠에 대해서 짜증을 낼 때 나는 바짝 긴장하게 된다. 마치 섬뜩한 상황에서 털이 곤두서듯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 예감이 현실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2019년 2월 22일

작년 이맘때 즈음이면 몸을 가누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우울했었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걸을 수도 있고 책도 읽을 수 있으니 훨씬 낫다고 볼 수 있다. 그래도 기분은 울적하고, 나를 울적하게 만드는 요소들은 도처에 널려 있으니, 그 많은 것들을 일일이 하나 하나 구체화하여 따지는 것도 귀찮은 일이라 그냥 '환절기 탓이야'로 퉁치기로 했다. 오늘 병원에 가서 약을 타오는 날이라 의사 선생님한테도 그렇게 이야기했다. 선생님은 차차 나아질 거라는 말을 했다. 그냥 더 나빠져도 그러려니 할 것입니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 예 라고 대답했는데, 곧바로 작년 이때 즈음을 생각하니 의사 선생님의 말에 정말로 동의했다. 물론 정말로 동의할 수 있었어도 별로 희망찬 기분은 들지 않았지만, 아무튼 그랬다. 이제 기숙사에 살게 되어 병원에 자주 오기 힘들고, 또 온다 하더라도 토요일 오전밖에 시간이 안 되니 약을 넉넉하게 처방해주실 수 있겠냐고 부탁했고, 선생님은 알겠다고 했다. 그래서 한달치 약을 타 왔다. 일기를 써야지, 라고 마음 먹으면서 쓸 거리를 많이 생각해 두어도 결국 하던 말만 하게 되는 것 같다. 역시 관성을 이기기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래도 일기를 아예 안 쓰는 것보다는 관성에 젖어서 뭐라도 기록하는 게 낫겠지. 관성적으로 내가 쓸 수 있는 것은 우울증 투병일지, 가족에 대한 것, 이 정도이다. 가족에 대한 것을 쓰려다가 가족이 정말 나를 옭아매고 있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하는 듯 해서 오늘은 쓰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우울증 투병일지만 썼다. 관성을 이기기 위해 무슨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 며칠 전에 랙돌님을 만나서 자주 가는 찻집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오타쿠 이야기, 창작에 대한 이야기, 병에 대한 이야기, 가족에 대한 이야기, 등등. 랙돌님한테 빨리 상태가 좋아져서 그림 많이 그릴 수 있었다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고, 랙돌님은 나한테 글 좀 써주세요 라는 이야기를 했다. 정말 영업은 연성으로 해야 하는데, 2차창작 글을 쓴다는

2019년 2월 17일

늘 고질적으로 앓던 불면증을 도저히 못 견디겠는지 엄마가 자꾸 나한테 정병약을 물어봐서, 내가 다니는 정신병원을 추천해 주었다. 거기서 받은 약이 잘 듣는 모양인지, 약을 먹으면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푹 잤다며 엄마가 말했다. 그리고 정신병원 의사 선생님이 참 호감형이라는 말도 했다. 그분은 곰돌이 인형처럼 푸근하게 생긴 젊은 남자 선생님인데, 아무튼 계속 이 분이 내 주치의가 돼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으신 분이다. 아무튼 엄마한테도 좋은 인상을 남긴 모양이었다. 엄마가 타온 약이 뭔지 궁금해서 엄마의 약 봉투를 들여다 보았다. 내가 먹는 수면진정제 한 알과 항우울제 계열의 약 두 종류였다. 항우울제는 꾸준히 먹는 게 좋으니까 엄마한테 매일 먹을 것을 권하니까, 엄마가 그럼 약에 의존성이 생기면 어떡하냐고 거절했다. 며칠 뒤 병원에 가는 날이 되어서, 의사 선생님께 엄마를 언급하면서 엄마가 너무 잠이 안 올 때만 약을 먹겠다고 한다, 그런데 항우울제는 중간에 거르고 그러면 안 좋지 않느냐고 물어봤다. 의사 선생님은 매일 먹는 게 좋은건 맞는데 그 나이대 어르신들은 약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고, 복약지도를 충실히 따르지 않는 것도 어떤 면에서는 치료의 과정 중에서 겪는 거라면서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자기가 참고해서 다음에 어머님 오실 때 그런 것 관련해서 잘 말씀드려 보겠다고 했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하고 병원에서 나와 늘 그랬던 대로 약국에 가서 약을 타 왔다. 그러고 나서 한 며칠 지났던가, 엄마는 다시 약을 받으러 병원에 들른 모양이다. 의사 선생님이 먼저 말을 꺼냈는지, 아니면 엄마가 먼저 물어봤는지 모르겠지만 자기는 별로 우울하지 않다, 우울함에 대해서는 인지적으로 혹은 의지 등등으로 극복하고 있다, 단지 자기는 불면이라는 신경증적인 문제를 겪고 있기 때문에 자기는 너무 잠이 안 올 때만 약의 도움을 받고 싶다, 그리고 정신병약은 의존성이 있지 않느냐,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 나한테 말했다. 아무

2019년 1월 14일

1. 1월 12일 토요일 디페에 갔다. 마지막 행사답게 사람이 엄청 많아서, AT센터에 도착하자마자 좀 후회했다. 그런데 이미 입장권을 사뒀기 때문에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끝없이 대기줄을 거슬러 올라가며 이렇게 줄이 긴 행사는 처음이라는 감상을 트위터에 쓸 수밖에 없었다. 날씨가 춥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대신 미세먼지가 심했지만) 그런데 생각보다 줄이 빨리 빠져서 놀랐다. 대충 한 시간 정도를 예상했는데, 그 예상대로 한 시간 안에는 들어갔다. 행사장 내부는 쾌적했다. 이제껏 온리전이랑 서코만 갔었던 나는 깜짝 놀랐다. 사람이 엄청 많은데 도떼기시장이 아니었다. 새삼 서코가 행사 관리를 참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디페는 스태프를 많이 고용해서 행사장 내 교통정리(?)가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듯 싶었다. 이런 갓행사가 이번으로 끝이라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디페 참관객이 된 감상은 그러했다. 행사장이 쾌적한 것과 별개로 밖에서 한 시간이나 서 있었고 AT센터 1전시장과 3전시장을 둘러보는 일은 꽤나 지치는 일이어서, 세 바퀴 정도 빠르게 도는 정도로 만족했다. 꼼꼼히 볼 수록 물욕만 많아질 테니까, 그냥 힢마랑 앙스타 부스 몰려있는 곳만 꼼꼼하게 보고 행사장을 나왔다. 그러다가 트친인 소벨님이 행사장 근처 카페에 계신다길래, 인사 드릴 겸 거기로 갔다. 소벨님과 소벨님 친구이신 슬기님과 두어시간 정도 이야기했다. 키랄게임 같은 것을 열성적으로 얘기할 사람을 만나서 두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두시간 정도 이야기한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내가 그분들에게 폐를 끼칠 만한 말을 했을까 곱씹었다. 초면인 사람과 실컷 이야기하고 나서 나는 이런 식으로 항상 지난 대화를 복기하며 쓸데 없는 자기검열을 한다. 아무튼 그 나쁜 버릇을 아직 완전히 없애질 못해서, 내가 너무 많이 떠드는 바람에 잘난 척을 해 버린 게 아닐까, 무언가 실례되는 이야기를 해버린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는데 행사를 뛰느라 다리도 허리도 발바닥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