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26일

라캉 발제 5주차 돌입했다.. 선생님이 허허 자네가 이번 학기 수업 대부분을 책임지겠어 라고 농담해서 내가 오늘로서 4주차를 했으니 학기의 1/3을 책임졌네요 하하 라고 농담으로 대답하니까 선생님은 몇 주 더 할지도 몰라 하하 이랬는데 진짜 그날 내 발제 안 끝나서 선생님 말이 현실이 되었다. 근데 그렇게 싫지만은 않다. 왜냐하면 내가 발제자라는 빌미로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할 수 있기 때문에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랑 만담도 하고 이상한 질문도 할 수 있어서이다. 그렇다고 학기가 끝날 때까지 계속 발제를 하고 싶지는 않다...

아무튼 언젠가 술자리에서 댜른이한테 나 철학 수업 못 듣겠다 철학 못해먹겠다 징징댔는데 댜른이가 “님은 분석철학을 못하는 거죠” 이렇게 말했는데 맞말이긴 함.. 근데 가끔씩은 그냥 철학 자체를 내가 이상하게 독해해버리는 게 아닐까? 그냥 내 좆대로 마치 소설책 읽듯이 철학책을 읽는 거 같은데 이게 과연 올바른 공부 방법인가? 라는 생각이 계속 들어서 지금도 영문 모르겠고 오늘 특히 그 영문 모르겠음이 머리를 장악해서 수업 빠지고 본가로 와버렸다.. 내 자신이 한심해서 견딜 수가 없었고 무슨 부귀영화를 바라자고 나 자신의 한심함만 느끼는 일을 하겠다고 여기 온 건지 알 수가 없는데 내가 선택한 거고 내가 책임져야 하는데 책임지기 졸라 싫어서 눈물났다.

근데 걍 알고 있음.. 그냥 내가 외국어를 못해서임.. 그리고 철학사가 사고에 완전히 체화되지 않아서 도대체 사람들이 무슨 공식 쓰듯이 칸트의 어쩌구저쩌구 헤겔의 어쩌구저쩌구 플라톤의 어쩌구저쩌구 아리스토텔레스 어쩌구저쩌구를 못 알아들어서 이런 거다... 진짜 ‘외국어’를 못함..

근데 정신분석은 개 잘 알아듣겟슴.. 이미 가정에서 정신분석 온갖 개념들을 실컷 겪고 나니까 뭔 말이든 이해 잘 되던데.. 가끔씩 ‘정상적’ 가정에서 자란 사람들이 라캉의 이런 서술이 잘 와 닿지 않는다고 이야기할때마다 깜짝 놀랄 정도다.. (사람들을 성급히 판단하지 말고 그들과 나는 너무 다르다고 구별짓지 말자!)

수업 시간에 공통감 커먼센스 상식 이런 말 나올 때마다 ??? 되곤 한다. 왜 나 빼고 다들 그걸 공통감이라고 합의한건데?? 흑흑 부당거레당헷어 이런 심정이 드는데 이건 내 자의식과잉이 아닌가 하는 혐의가 들어서 엄청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그냥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하하 그건 이미 80년대 미국에서 끝난 얘기죠 같은 식으로 넘어갈 때 아니 왜 그게 당연한 건데요 라는 생각이 들고 사람들이 이거 이거는 무언가 논리적이지 못하다 이해가 잘 안 간다 왜 이런 식으로 서술하는 건지 모르겠다 이렇게 열띠게 토론할 때마다 그게 뭐 중요하다고 그렇게 물고 늘어진담??? 이런 생각이 자꾸만 들어버린다.. 그런데 내가 남 얘기를 잘 안 듣고 내 세계에 갇혀 있고 생각이 엄청 극단적이고 아무튼 내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서 대학원 입학해서 결심한 게 일단 사람들이 무엇을 궁금해하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관찰해보자 편견 없이 일단 그들이 어떤지 그럼으로써 끄들과 나는 그리 크게 다르지 않은 인간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내가 특별한 인간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자 이렇게 마음 먹었는데.. 2달 그렇게 버틴 결과 잘 모르겠습니다 라는 결론이 도출됨.. 내가 제대로 안 들은 거다 아직 내가 특별한 사람임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그런거다 라는 혐의는 여전히 남아 있고.. 어쨌든 일단 사람들과 나를 구별짓는 일을 멈출 수가 없다...

물론 내가 졸라게 다른 인간일 수도 있다... 나는 나의 완벽주의 성향이 너무너무 싫고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사람들에게 잔인하게 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을 쉽사리 미워해버리지 않고 싶은데 잘 안된다.. 내 인생인데 그냥 이대로 살아버려??? 라는 생각도 드는데 아니 잘 모르겠다고.. 일단 내 관점에만 너무 갇혀 있는 건 연구자로서 큰 결함이라고... 다른 일은 하면 그냥 이렇게 살아도 상관 없는데.. 그냥 때려칠까? 그냥 평생 블로그에다 일기만 쓰다가 생을 마감할까?

공부하기 싫다.. 이런 시간에 공부를 하면 된다. 토요일 과외 한 번 일요일 과외 한 번 이렇게 하지만 과외가 뭐 8시간 하는 것도 아니고 과외하기 전에 과외하고 난 다음에 리딩하면 되고 독일어 영어 공부하면 된다 근데 안 된다 이유는 힘들어서 하기 싫다는 것이다 전혀 쉬는 시간이 없다 평일 중 3일은 대학원 수업을 듣고 토요일 일요일에는 과외가 하나씩 잡혀 있고 월요일 목요일이 일정이 완전히 비는데 그때 밀린 리딩을 하거나 혹은 너무너무 견딜 수가 없고 친구들을 만나고 싶기 때문에 그때 놀고 나면 아무튼 쉴 시간이 없다 (물론 매일 8시간 이상 숙면하고 있습니다) 근데 이거 바쁜 거 맞냐고 어쨌든 매일매일 잘 거 다 자고 사실 중간중간에 쉬기도 많이 쉬고 눕기도 많이 눕는데 내가 바쁜 거 맞냐고 아니면 그냥 내가 게으른 거냐고...

사실 중요하지 않다.. 뭐 바쁜 게 아니라 게으른 걸로 밝혀져도 내가 뭐 불꽃가능 정신력 존버를 발휘해서 초인처럼 공부를 할 거냐? 24시간을 30분 단위로 쪼개서 엄청나게 알찬 시간을 보낼 거냐? 일단은 당연히 안 되고 우울감을 불러 일으키는데 그런 짓을 해서 뭐해.. 아주 좋은 선생님 한 분이 나한테 적어도 10년간은 자기 성찰은 안 하셔도 돼요 그냥 앉아서 공부만 하면 돼요 라고 하셨는데.. 선생님 미안합니다.. 자기 성찰할 시간에 독일어 공부하고 리딩하면 되는데 저는 왜 이럴까요? 모르죠.. 그게 안되니까 약 먹는 거겠죠...

ㅋㅋㅋㅋ

자살

오늘 일찍 들어오니까 엄마랑 아빠가 집에 있었는데 내 눈치를 엄청 보는 게 느껴져서 재빨리 방으로 들어갔다. 대학원 들어오고 나서 엄마 아빠는 내 눈치만 보는 거 같다.. 볼 때마다 내가 픽 하고 죽을까봐 두려운 걸까? (아니면 이것도 지나친 과의식자잉일 수 있음)

부모뿐만 아니라 내 주변 사람들이 내 눈치를 본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내가 특히 우울하고 말이 없을 때 더더욱 그러는데 사실 그건 굳이 내가 아니라 어떤 사람이 곧 죽을 거 같은 얼굴을 한다면 주변인들이 다 그 사람 눈치를 보겠지.. 근데 사람들이 나 때문에 눈치를 볼 때마다 기쁘면서도 미안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괜찮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최대한 말을 많이 하려고 한다. 얘들아 나 괜찬아.. 나 안 죽어.. 잠깐 힘든 것 뿐이야.. (피 철철 얼굴 반 쪽 자살 기운 가득) 문제 많네.. 너무너무 심각하면 사람을 안 만나긴 하는데 사실 이렇게 안 만나다간 정말로 힘차게 자살하거나 무너질 거라서 이럴수록 사람들의 걱정에 나를 노출시켜야 한다.. 이것도 강박증인지 모르겠다...

나는 입자살충이 되고 싶지 않다.. 이유는 가오가 없어서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입자살충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아직 가오를 챙길만큼 여유가 있나 보구나 라고 말한다면 할 말 없다.. 뭐 맞지.. 아직 여유가 있는 거지.. 여유가 없어지면 정말로 자살 시도를 성공적으로 하려고 한다는 말을 변명으로 하면 될까? 나는 아직 자살 시도를 해 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자살 시도를 했다가 너무 성공할까봐 두려워서다.. 또는 자살마저도 완벽하게 하고 싶다는 몹쓸 완벽주의 성향이 발동해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아무튼 주변 사람 피 안 깎이게 처음으로 자살 시도를 한다면 아주 멋지고 성공적으로 해야지! 실패하더라도 정말 후유증이 크게 남을 정도로 아주 극단적으로 시도해야지! 역시 뛰어내리는 게 답이라고 생각한다.. 약물 자살은 당연히 안 되고 칼로 경동맥 긋기도 잘 안 될테니 역시 뛰어드는 용기 그 큰 용기 하나만 발휘한다면 성공률이 아주 높아질 투신 자살을 노리자! 덜 고통스럽게 죽는 자살 방법은 나도 모르게 살고자 하는 의지가 발휘될 것이니 배제하는 게 좋을 것이다.. 아무튼 투신 자살이 답이다... 투신 자살 명소까지 가서 한 번에 멋지게 뛰어 내리는 것만 어떻게 의지력과 결단을 발휘하면 된다.. 그래 그러자... (이렇게 씀으로써 이걸 읽는 사람들을 조종하려는 게 아닐까? 정신분석 때문에 냉수도 못 마시겠슴.. 아무튼 제 고도의 술책일지도 모르니 그냥 무시해주세요 아니 그냥 알아서 살아라 내 말을 듣지 마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