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017의 게시물 표시

2017년 1월 21일

1. 부모님 집에 머무는 것에는 다음과 같은 장점과 단점이 있다. 장점은 다음과 같다. a) 혼자만의 방이 있다. 밤 늦게까지 게임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기타 등등을 할 수 있다. b) 커피를 내려 마시기 아주 수월하다. c) 식비가 많이 절감된다. d) 엄마와 아빠라는 타인이 있기 때문에 어떤 공간에 홀로 살고 있다는 외로움이 가신다. e) 엄마나 아빠가 가끔씩 아침 또는 저녁을 차려준다. 단점은 다음과 같다. a) 가족들 간의 문제에 어쩔 수 없이 연루된다. b) 담배를 피우기가 힘들다. 눈치껏 밖에 나가서 피우거나 과외 하기 전에 피우거나 카페에서 책을 읽을 때 피우거나 밤에 방문을 꼭 잠그고 환기에 신경 쓰며 창문을 열고 담배를 피운다. 2. 오늘은 단점-a항 때문에 피곤했다. 울적하기도 했다. 부모님과 늦은 아침을 먹고 잠이 다 깨버려서 커피를 내려서 엄마와 아빠한테도 주고 내 몫까지 내려서 방으로 들어와 칸트 순수이성비판을 읽을 때였다. (앞으로 철학을 공부할 예정이므로 더 이상 칸트 읽기를 미뤄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의무적으로 매일 1페이지라도 읽으리라 마음 먹었다) 엄마는 김치를 담그느라 순무와 무를 손질했고 아빠는 텔레비전을 봤다. 즉, 그들은 오랜만에 거실이라는 한 공간에 같이 머물렀다. 엄마는 아빠한테 친오빠 이야기를 했다. 친오빠 이야기를 하자면, 친오빠는 졸업을 미뤘고 1년 동안 취업준비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친오빠는 수원에서 학교를 다니며 자취하고 있었고, 2016년 2학기 내내 부모님 집에 얼굴을 비추지 않았으며 (추석 때 한 번 비추고 끝이었다) 겨울방학에 집에 돌아와 부모님과의 이야기 끝에 겨울방학부터 부모님 집에 머물면서 엄마가 해 주는 밥을 먹으며 취업준비를 시작하기로 그들은 합의했다. (그 과정에서 좁아 터지게 된 부모님 집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말도록 하자) 그래서 필연적으로 언젠가 오빠와 부모님 사이에 트러블이 있을 것이었고, 그 일이 생각보

2017년 1월 17일: 꿈에 대한 일기

1. 요 이틀간 꿨던 꿈 메모 a) 이틀 전에 꿨던 꿈이다. 나는 갑자기 몸 어디가 아파서 밤중에 집을 나와 응급실을 향해 걸었다. 아마 귀가 아팠던가 그랬던 걸로 기억하는데 확실치 않다. 119를 부르면 되는 것을 왜 그 추운 한밤중에 직접 내 발로 걸어서 병원을 갈 생각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굉장히 오래 걸었고, 그 꿈의 풍경은 내가 어렸을 적 살았던 동네가 기묘하게 재구성된 곳이었다. 딱 기억나는 건 내가 어떤 풀숲이 우거진 (그렇다고 숲 속은 아닌) 인도 오르막을 걷고 있었다는 거고, 그 풍경과 비슷한 곳이 바로 내가 어렸을 때 학교에서 맨날 소풍을 뻔질나게 다니던 장릉으로 향하는 길이다. 어쨌든 열심히 걷다가 내리막으로 접어들 즈음, 응급실이 보였고 나는 갑자기 내가 응급실에 갈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병원에 가지 않았다. 이 정도로는 응급실에 갈 정도로 심각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던 건지 잘 모른다. 어쨌든 응급실에 가지 않기로 마음 먹고 다시 집으로 향했는데, 왔던 길을 돌아서 간 건 아니고 응급실 근처에 있는 다른 길로 갔다. 달동네의 좁은 골목길이었고 경사가 있지 않았다. 이 골목길의 가로등 불빛이 하얗다는 게 기억난다. 어쨌든 걷는데, 어떤 사람이 눈 앞에 보였다. 처음에는 머리가 긴 사람인 줄 알았던 거 같았다. 그 사람을 앞질러 지나가려는데, 그 사람이 갑자기 날 붙잡더니 나를 죽이려 들었다. 손에 칼을 들고 있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머리가 긴 줄 알았던 그 사람은 어떤 아저씨였다. 아이보리색 패딩을 입은 아저씨였던 것 같다. 나는 그 사람을 보자 거리를 벌리며 핸드폰을 꺼내서 112에 신고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아주 태연하게 "한 번 신고해봐." 라고 말했다. 나의 시도가 무의미하다는 듯이. 나는 112로 전화를 걸었는데, 전화가 걸린 건 근처의 경찰서가 아니라 바로 나를 죽이려 드는 눈 앞의 그 사람의 핸드폰이었다. 그 사람은 빈정거리는 듯이 웃었다. 그래서 그 사람이 날 죽였냐 하면,

샤오미 게임패드 리뷰 및 샤오미 pc에 연동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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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초에 샀던 샤오미 게임패드를 리뷰합니다. 저는 xbox one 구형패드를 1년 간 이용한 사람이고, 샤오미 게임패드의 하드웨어적 리뷰는 아마 xbox one 구형패드와의 비교를 통해 이루어질 것입니다. 일단 박스 포장은 이렇습니다. 배송비 포함 약 3만원으로 구입한 게임패드의 미색 크라프트지 재질의 박스가 참 깔끔해서 좋았습니다. (xbox one의 초록색을 싫어합니다) 상자를 열면 이렇습니다. 게임패드가 있고, 사용설명서가 끼워져 있습니다.  (중국어로만 쓰여 있고, 영어도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박스 뚜껑 내부에는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검은색 스티로폴 완화재가 붙여 있습니다. 샤오미 패드 디자인 자체는 굉장히 xbox one 패드와 흡사합니다. 아날로그 스틱 배치도 그렇고, 십자키와 ABXY키도 그렇고, 가운데에 있는 start버튼과 back버튼과 게임패드의 전원스위치와 블루투스 페어링 표시를 담당하는 mi 버튼도 xbox one 패드 특유의 x버튼과 비슷합니다. 왼쪽이 샤오미 게임패드, 오른쪽이 xbox one 구형패드입니다. 상당히 모습이 비슷합니다. 두 패드의 차이점을 쓰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샤오미 게임패드가 xbox one 구형패드보다 가볍다. (저는 xbox one 구형패드에 충전 가능한 배터리를 달지 않았고, 두 패드 똑같이 AA 건전지 2개를 사용합니다.) 2. xbox one 구형패드의 LB RB 버튼(샤오미 게임패드에서는 L1과 R1버튼)은 쉽게 눌리지 않는 딸깍거리는 버튼임에 반해 샤오미 게임패드는 쉽게 눌리고 딸깍거리지 않습니다. (샤오미 게임패드의 이 점은 마음에 듭니다) 3. xbox one 구형패드의 ABXY 버튼은 찰칵거리며 잘 눌리는데 반해 샤오미 게임패드의 ABXY 버튼은 눌리는 데 좀 더 센 힘이 필요하고, ABXY 버튼 눌리는 소리가 더 작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샤오미 게임패드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

2017년 1월 8일

1. 블로그를 옮겼다. 잘 하지도 않는 주제에 말이다. 그런 데다가 국내 블로그 서비스는 죽어도 이용하기 싫어서 내가 알아본 것은 구글 블로거랑 워드프레스였다. 그러나 워드프레스는 블로그 툴일 뿐이지, 거기서 무언가 웹호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아닌지라 포기했다. 컴퓨터라든지 웹이라든지 프로그래밍이라든지 그런 것에 대해선 하나도 모르기 때문에 결국 남은 것은 구글 블로거였다. (텀블러는 깔끔해서 좋았는데, 텀블러는 사진을 올리는 데에 특화된 서비스라는 게 나를 걸리게 했다. 나는 주로 일기를 써서 올리는데 글 포스팅을 깔끔하게 올리고 이전 포스팅을 편하게 볼 수 있고 이전 포스팅을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했다.) 어쨌든 블로그를 잘 하지도 않는 주제에 블로그는 여러 가지를 써 보았고 그때마다 이전 포스팅을 갈무리하는 수고를 겪었는데, 저번까지 썼던 텀블러는 내가 꽤 오랫동안 성실하게 글을 올려 놓아서 생각보다 블로그 이사가 힘들었다. 복붙을 하고 문단을 좀 다듬고 눈에 보이는 오타를 고치고 태그를 다는 것이 뭐 이렇게 귀찮고 품이 드는지 모르겠다. 그 과정에서 나는 내 옛날 일기를 강제적으로 살펴 봐야 하는 형벌에 처하게 되었는데 그 형벌은 아주 고통스럽진 않았고, 부끄러움으로 손가락이 오그라드는 정도로만 괴로웠다. 손가락이 오그라들면서도 갓 스무 살의 나와 지금의 나의 변화 과정을 살펴 보았는데, 2012년과 2013년에는 좀 '귀여운' 면모가 있었고 2014년부터 우울증이 심각해서 자존감이 바닥을 치더니 2015년에는 거의 매일매일 일기를 썼었고 그 일기에는 자괴감과 심각한 우울증으로 가득 찼었다. 그래서 옛날의 나와 지금의 나의 변화 과정을 거칠게 말하자면 '우울증의 발전 과정'과 같다고 할 수 있겠는데, 그 우울증의 발전을 보고 있노라니 왜 진작 내가 우울증인 것을 눈치 채지 못했으며 그것을 빨리 눈치 채서 약물치료를 받았더라면 그때의 그 자괴감과 고통을 겪지 않았을 것이고 어떻게 해서든 책을 읽으려고 했

2013년 11월 11일: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감상

자기도 모르게 나오는 우스꽝스러운 표정. 금세 사랑에 빠진다. 촌스러울만치 화려하고 과장된 화면 속에서 그녀는 노래하고 춤을 춘다. 결 좋은 머리카락은 부시시해진다. 깨끗한 옷은 결국 더럽고 보풀이 인 스웨터가 된다. 마츠코는 혐오스럽다. 그녀의 순수한 모습은 점점 멍청해 보인다. 우리는 그녀가 절망하기 전 흘러나오는 음악과 율동에 깔깔 웃는다. 그러나 그렇게 웃기만 할 것인가. 혐오스러운 그녀를 보며 눈살을 찌푸릴 것인가. 과외하는 집에 가려고 버스를 탔다. 버스를 타면서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에 대한 리뷰를 찾았다. 많이 읽지는 못했지만, 대체로 그녀에 대한 연민이 깃든 평이 많았다. 그녀의 개인적인 삶에 파고들면, 그녀의 삶은 눈물겹다. 그저 마츠코는 사랑받기 위해 발버둥치며 살았는데 번번이 좌절되고, 그녀는 점점 잊혀져 간다. 아무리 지옥 같아도 혼자인 것보다 낫다는 그녀의 울음 섞인 목소리가 생생했다. 하지만 석연찮았다. 그저 이 영화에 대한 감상을, 그녀에게 연민을 느끼는 정도로 끝내야 할까. 매 맞는 여자.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여자에 대해 말하는 페미니즘을 조롱하듯, 수동적이고 어쩔 때에는 참으로 멍청한 여자가 나오는 작품. 이것을 어찌해야 할까. 교수님은 엘프리데 옐리네크의 <피아노 치는 여자>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우리에게 그렇게 되물었다. 이거 어떡할까요. 그러게요, 어떡할까요. 그렇다고 여성을 억압하는 사회는 틀려먹었어, 이런 가부장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사회를 뜯어 고쳐야 해, 라고 시원하게 말할 수도 없는데 말이죠.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다시끔 물컹거리는 기분에 빠져들었다. 무언가 더 있다. 그녀를 그녀 자체의 개인적인 삶에 한정하여 말하기엔 부족하다. 오히려 개인적인 삶에만 집중하는 것은 그녀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 같다. 참으로 힘 빠지는, 어이 없게 죽은 그녀에 대한 애도가 아닐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아는 게 많지 않으므로 그녀의 개인적인 삶을 초월한 맥락에서 그녀를 이야기할 수 없다, 아직

2016년 11월 5일

1. 공부 하기 싫어서 일기를 쓴다. 지금 있는 이 곳의 카페는 1주일 전에 우연히 발견한 곳으로 혼자서 뭘 하기가 참 좋다. 인테리어도 내 취향이고 화장실은 카페 내부에 있는데 무척이나 깔끔하고 지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한적하고. 자리도 편하고 콘센트도 있다.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현대인에게 아주 적합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단점이라면 아주 불편한 접근성인데, 이곳으로 오는 버스가 없어서 한참 걸어가야 올 수 있는 곳이다. 그래도 그 힘듦을 감수할 만한 곳이다. 2. 엄마와 아빠는 요새 말을 안 하고 산다. 이혼하기에는 그들의 감정의 골이 그리 깊지 않고 그 법적 절차가 무척 번거로우며 아빠는 이혼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두려워해서 그냥 한 지붕 아래에서 같은 공간을 같이 점유하며 살기로’만’ 한 것 같다. 그와 별개로 나는 매주 금요일 밤에 부모님 집으로 온다. 홀로 있을 방이 부모님 집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엄마에 대한 모종의 책임감이 있다. 엄마와 외식을 하면서 엄마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시간을 꾸준히 가져야 한다는 그런 책임감이다. 나는 이제 엄마와의 관계가 그리 나쁘지 않기 때문에(오히려 좋은 편이다) 그런 책임감이 나한테 그리 부담이 되는 건 아니다. 엄마가 나와 보내는 시간을 즐거워하고 행복해한다는 것이 나에게 기쁨을 준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나는 누군가가 나를 필요로 하고 나를 좋아해주는 게 좋으니까. 3. 이번 학기부터 코어 장학금을 받게 되었다. 서울대학교 인문대학원에 진학하겠다는 서약서에 동의하는 대가로 월마다 내 수중에는 75만원의 돈이 들어온다. 다음 학기부터는 월 60만원을 받게 되고. 그러나 내 지출은 월 75만원을 초과한다. 그것은 내가 먹고 싶은 게 생길 때 먹으며 (그것이 만원이 넘는 초밥이라던가 3만원 가까이 되는 아웃백 스테이크라 하더라도) 사고 싶은 게 있으면 사고 매일 커피를 사 마시고 담배를 꾸준히 태워서 그렇다. 저번 달에는 노트북이 필요해서 인민에어를 사

2016년 1월 25일

1. 금요일에 집 근처 신경정신과에서 항우울제를 타면서 비타민D 주사를 맞았다. 진료 중간에 “요새 일조량이 부족해서 그런가 전보다 더 우울하고 쉽게 지치네요” 라고 말했더니 의사 선생님이 나한테 비타민D 주사를 영업한 것이었다. 어찌보면 비타민D 주사를 맞는 것은 호구가 되는 일이었으나 왠지 모르게 나는 “그거 얼만가요” 라고 물었고 의사 선생님은 학생이니까 만원 할인해서 4만원에 해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비타민D 주사를 맞으면 3개월간 지속된다고 하면서 비타민D 주사가 그렇게 호구잡히는 일이 아니라는 점을 어필하였다. 나는 알겠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진료를 끝내고 대기실에 앉아 있으니 카운터에 앉아 계신 간호사님 또는 간호조무사님이 주사 키트를 들고 나를 주사실로 안내하였다. 주사를 맞은 자국이 욱신거렸다. 지금도 사실 손으로 그 부분을 문지르면 아프다. 비타민D 주사가 내 삶을 좀 더 살만한 것으로 만들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안 맞는 것보다는 낫겠지 하면서 살고 있다. 2. 사실 이 세상 대부분의 것들에게 흥미를 잃었다. 비타민 D 주사 맞은 게 호구 잡힌 일인지 아닌지도 사실 관심이 없고 인간들 대부분에게 관심을 잃었고 내 자신조차, 내 목숨의 온전함에도 관심을 잃었다. 그냥 생각하는 것 자체가 귀찮아져버렸고, 귀찮음에도 계속 생각을 하는 것은 생각을 하는게 내 습관이라서 그렇다. 유일하게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파이널판타지14이다. 숨 넘어가게 과외를 뛰고 집에 와서 게임을 하는 것이 나의 유일한 낙이다. 하지만 요새 체력이 훅 떨어졌는지 게임을 하는 게 너무너무 피곤하다. 지금 이렇게 일기를 쓰는 것도 게임 하는 게 피곤해서다. 게임 하는 게 피곤하지 않았다면 일기를 쓰지 않았을 것이다.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굳이 적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낄테니까. 내 말, 내 생각이 너무나 허무하다는 것을 알기에 굳이 열심히 글로 적어봤자 기분만 안 좋아질 뿐이다. 하지만 이렇게 열심히 쓰는 것은 그래도 내가 열심히 삶을 의미 있는 것으로 만들려

2015년 11월 21일

며칠 전 과외짤림트라우마 덕택에 오늘 과외는 지각을 거의 안 했다. 지각을 거의 안 하니까 그날따라 집에는 과외학생밖에 없었고. 그리고 이 애가 숙제를 안 해오면 엄청나게 진중한으른처럼 타일러야지 라고 마음 먹었는데 과외학생은 숙제를 다 해왔다. 과외 집을 오가는 버스를 타면서 생각한건데 내가 내 인생을 졸라 망한 것으로 여기는 이유는 내가 굳이 남들한테 나 졸라 못 사는 것 같다며 징징거리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제 인생 살기 바쁘기 때문에 딱히 불우한 소식을 전하지 않는 사람들은 다 잘 살고 있겠거니 하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는 내가 하는 일이 다 못마땅하고 성에 안 차기 때문에 내 친구한테나, 아니면 트위터나 텀블러 같은 데에 내 인생의 좆같음을 투덜거리기 때문에 나는 영 인생을 제대로 살지 못하는 인간이 되어버린다. 내가 생각하는, 내 주변에 있는 ‘으른들’은 다들 조용하다. 그네들이 입을 여는 경우는 대체로 1000000000000년만에 자기의 소식을 압축적으로 전달하는 경우이고, 대체로 그런 소식들은 자기가 이런 일을 했고 이런 것들을 경험했고 등등에 대한 것들이고, 나 같은 삐뚤어진 인간이 보기에 그것들은 다 자기자랑이다. 물론 그들이 살기 힘듦을 토로할 때가 있지만 역시 내가 보기에 그런 하소연은 하소연을 빙자한 자기 노력의 과시 같다. 어찌되었든 ‘으른들’은 내가 하는 것처럼 말하지 않을 것이고 내가 하는 것처럼 일기를 쓰지 않을 것이다. 나는 으른이 되고 싶지도 않고 으른이 될 수 없는 인간으로 태어났기도 하다. 다행히도 내 친구들도 적어도 당분간은 으른이 되지 않을 것이다. 으른 되지 못할 자들과 계속 으른답지 못하게 놀고 싶다.

2015년 11월 18일

저번 주 월요일부터 운전면허 학원을 다녔고, 목요일과 금요일에는 총 120만원을 들여서 산 컴퓨터 부품들을 조립했다. 주말 내내 게임을 했고, 요새의 평일 일정은 낮에 운전학원 저녁에 과외이다. 어제는 운전학원 아저씨 강사한테 호통을 1000000000번 들었다. 그 때문에 운전배우는 게 스트레스였다. 오늘 만난 강사는 기초를 중시하며 아주 차근차근 가르치고 화를 내지 않았다. 수업 받는 게 너무 행복했다. 그리고 오늘 과외를 갔고, 대충 10분 정도 늦었고 10분 정도 일찍 갔다. 가는 길에 과외 어머니한테 전화가 왔다. 과외 어머니는 애 기말고사가 1주도 안 남았는데 늦게 오고 일찍 가고 이래서 졸라 속상하다고 했다. 나는 어버버 하면서 곧바로 영업용 목소리로 죄송하다 했다. 그리고 찝찝해서 집에 와서 카톡으로 장문의 사과문자를 보냈다. 게임을 하다가 답장이 왔는데 그냥 쭉 게임을 하다가, 문득 게임이 질려서 게임을 끄고 핸드폰을 열어 봤더니 자기 애가 공부를 안하는 애라 어쩌구저쩌구 그래서 애를 잡는 선생님을 바랐는데 선생님은 어쩌구저쩌구 그리고 수업에 열의가 없어 보여서 어쩌구저쩌구 그래서 미안하지만 수업료를 환불해주었으면 한다고 어쩌구저쩌구 해서 나는 알겠습니다 내일 입금시켜드리겠습니다 좋은 선생님 찾길 바랍니다 어쩌구저쩌구 답장하고 인생에 현타가 와서 이렇게 일기를 쓰고 있다. 너무너무 피곤하다… 일을 벌리니까 성공도 하고 실패도 하는데 나는 실패와 좌절을 겪는 게 너무너무 싫어서 그냥 아무 것도 안하고 싶다. 아무 것도 안 하면 성공도 안하겠지만 실패도 안 할 것이니까… 어쨌든 과외를 하는 데에 엄청나게 진득한 현타를 느끼고 있다. 아니 공부할 의지가 없는 애새끼를 내가 구워서 삶아서 어떻게든 연필을 쥐게 만드는 것이 너무너무 피곤하고 내 적성이 아닌 것 같은데 과외만큼 돈을 잘 벌 수 있는 일이 없다. 그래서 한국이 너무 싫다… 과외 아니어도 돈 벌 수 있는 일을 좀 많이 달라고.. 개짜증난다… 울적한 와중에 엄마 친구한테서 과외

2015년 11월 4일

1. “네가 어떻든 난 너를 이해할 수 있어. 왜냐하면 난 너를 이해할 자신이 있으니까.” 하양지 작가의 <우리는 시간문제>에서 나왔던 대사였고, 내 기억에서 끄집어내 쓴 문구이기 때문에 정확한 문구는 저게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요지는 비슷하니까 상관 없겠지. 옛날의 나라면 저 말을 하는 사람을 굉장히 오만하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어쩌면 경멸을 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내가 보기에 내 주변의 사람들은 나를 전혀 이해해줄 생각이 없어 보였고, 또는 나를 이해할 가능성 자체가 없어 보였고, 그런 주제에 나를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근거 없는 자신감이었기에. 그런데 1주일 전부터 누군가한테 저 말을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그 사람이 나를 이해할 수 있는지 없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냥 어떻게 해서든 나라는 사람을 포착하려는 욕망을 위해 자신의 가치관도 꺾어 버릴 수 있을 것이라는 ‘선언’ 그 자체가 중요할 거 같았고. 그 선언을 위해 오만함을 감수하며 저질러 버리는 것. 그러니까 상처를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그 마음에 감동을 받을 거 같아서. 그 사람이 이렇게 깊은 고찰 끝에 그런 말을 하든, 아니면 내가 너무너무 좋고 나와 어떻게 해서든 가까워지고 싶어서 그냥 생각 없이 저질러버린 것이든 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내 상상인 것 뿐이고. 실제로 나한테 저런 말을 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고, 또는 나한테 저런 말을 하고 싶은 살마이 있어도 내가 그 사람의 입을 막아 버리는 태도를 은연 중에 취할 것이다. 이제껏 나는 트위터에서나 아니면 친구들에게나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이 1000000명 있었으면 좋겠다고 얘기해 왔으나 실제로 나한테 관심을 갖는 누군가가 나타나면 나는 매우 뻣뻣해지고 그 사람을 엄청나게 경계한다. 그러니까 건전한 상식인은 나한테 일정 거리 이상 다가오지 않을 것이다… 2. 왜 나는 여자인간즈를 불편해할까? 이것 때문에 동아리 갓 들어온 신입 시절에 많이 고민했었다. 레즈비언인간즈와

2015년 10월 25일

오늘 수학 과외를 끝내고 침대에 눕는데 갑작스레 외로움이 닥쳐왔다. 그 외로움은 마치 내가 과외 학생을 떠나 보내서 공허함을 느낀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아. 이 학생을 이제 2달 정도 가르쳤는데 어제오늘 이 애가 아주 예쁘고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실제로 내가 가르친 수많은 학생들 중에서 외모가 제일 훌륭하고 수업도 가장 열심히 듣는다. 안 예뻐할 구석은 1도 없는 것이다… 굳이 안 예뻐할 구석을 따지자면 이 학생이 지금 내가 가르치는 학생 중에서 시급이 가장 적은데 그것은 얘에게 달린 문제라기보다는 얘의 어머니한테 달린 문제니까… 어쨌든 이 애같은 학생만 백만명 가르치고 싶다고 생각했다. 빨리 다음주 일요일에 얘를 가르쳐서 수학을 잘하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했고… 나를 외롭게 만든 것은 그 학생 뿐만 아니라 다른 요소들도 있는데 그것은 여기서 말할 수는 없고… 그래도 그 애가 나를 외롭게 만든 것은 최소 1g 정도 있기 때문에 왜 그 애가 나를 외롭게 만들었나..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그 애가 나를 외롭게 만든 이유는 내가 그 애를 훅 좋아하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왜 그 애를 훅 좋아하게 되었나? 그것은 그 애가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 필요라는 게 수학을 배우기 위한 것이라 해도… 나는 늘 누군가가 나를 지독히 필요로 해줬으면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내가 열심히 무언가를 가르치고 그 애가 아~ 하고 이해가 잘 되었고 내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제스처를 취하는 게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누군가가 나의 말을 중요하게 받아들이고 나를 대단하게 여기는 이 감각이 너무 좋다.. 그래서 과외는 양가적인 감정을 준다. 졸라 피곤하다는 것과 졸라 자존감을 채워준다는 것… 누군가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감각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너무 좋고 너무 좋을 정도로 부담스럽다… 그 누군가에게 엄청나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은 그 누군가를 망가뜨릴 수 있다는 것이니까. 그래서 엄청나게 조심하게 되면서 한편으로 이 사람

2015년 10월 19일

놀랍도록 쓸 말이 없다. 아니 어떻게? 곧 있으면 과외 학생은 5명이 될 것이고 덕분에 돈이 풍족해져서 이것저것 사고 먹고 놀러다니고 집 안에서 놀기도 많이 놀았는데, 그냥 귀찮아서 할 말이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열심히 일기를 쓴다. 뭐라도 기록해두지 않으면 이제까지의 시간이 졸라 의미없어보이고… 그리고 일기를 쓰면 멋있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핸드드립 세트를 마련해서 커피를 내려 마시고 목요일 금요일을 빼면 매일매일 과외가 최소한 하나씩 있고.. 잠은 엄청 늦게 자서 점심 먹을 즈음에 일어나고… 어쩌구… 저쩌구… 하는데… 뭔가 가끔씩 너무 너무 심심해서 미쳐 돌아가버릴 것 같은 때가 있다. 무언가 시간을 때울 일이 필요한데 책도 안 읽히고 핸드폰도 하기 싫고 기타 등등 심지어 숨 쉬기도 싫을 때. 삶이 안정되어도 가끔씩은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한다니 죽을 맛이다. 그럴 때면 너무너무 살기 싫어지는데 살기 싫어지는 이유가 엄청난 심심함 때문이라니 가끔 나 자신이 한심하게 보인다. 그런 순간에 심심함을 쫓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친구를 만나는 것… 하지만 나는 섭얼번에 거주하고 있고, 사실 서울에 있었어도 그런 순간에 친구는 만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물리적 거리 때문에 더 안타까워지는 게 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지. 저번 주 금요일에 상담 선생님께 이렇게 말했었다. 정말정말 일반적인 사람과 이야기하고 싶을 때가 있다고. 그 사람들은 대체 무슨 이유로 사는지. 그 사람들이 날 어떻게 생각할지. 그리고 그들을 곤경에 빠뜨려서 불행하게 만들고 싶다는 것도… 나는 나 자신을 엄청나게 사회 부적응자, 삐뚤어진 자로 보고 있다. 그것은 두 가지로 읽을 수 있다. 그렇게 나 자신을 여기면서 나 자신을 졸라 특별한 사람으로 보고 싶어한다는 것, 한편 나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어떤 사람한테서도 이해 받을 수 없다는 두려움을 함축한다는 것…. 나는 도저히 나를 이해해줄 수 없을 것 같은 사람을 배척하고

2015년 9월 14일

1. 지금의 생활이 나한테 안정을 준다. 돈도 적당히 벌고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자유로운 한량의 시간. 잠을 맘대로 늦게 잘 수 있기 때문에 밤의 시간이 온전히 내 것이다. 엄마와 아빠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인간들은 새벽 1시를 넘기면 잠이 들기 때문에 내가 있는 곳은 아주 조용하다. 그 시간에 나는 책을 읽거나 웹서핑을 하거나 게임을 하거나 자위를 하거나(기숙사에서는 할 수 없는 짓이다) 어쨌든 어떤 것을 하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을 할 수 있다. 2. 오늘은 낮에 자전거를 타고 섭얼번 등지를 돌아다녔다. 이 곳은 언덕이 많아서 자전거를 타는 게 엄청나게 운동이 된다. 오르막을 힘겹게 오르고 나서 내리막에서 겨우 쉴 수 있다. 어쨌든 두어 시간 정도 자전거를 타고 (중간에는 이마트에 들러서 진기한 것들을 구경했다)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한 시간 뒤에 과외를 하러 갔다. 열심히 돈을 벌고 엄마랑 같이 집에 오는 길에 이마트에 들러서 장을 봤다. 엄마는 남이 해준 요리를 먹는 것을 좋아한다. 낮에 내가 집에 있으면 엄마는 파스타를 해달라고 한다. 그래서 이마트에서 파스타 소스를 샀다. 바나나도 샀다. 집에 도착하니 아빠가 닭죽을 해 놓아서 그것을 먹었다. 양파를 넣어서 달고 맛있었다. 그리고 밀크티를 끓여서 방에 들어갔다. 방에 들어가서 책을 읽다가 핸드폰 게임을 했다가 쉬다가 등등을 했다. 3. 이틀 전에 허이모네 집들이를 갔는데 너무 사람이 많아서 불안했다. 불안해서 불안했다. 막 얹히는 느낌도 들었던 거 같다. 그래서 거기서 거의 먹지 않았다. 사람들이 모두 집에 가고 나서야 라면을 끓여 먹었다. 환경의 변화를 무서워하는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추구할 삶은 안정감이라고는 1도 없는 삶이다. 4. 지금까지 쓴 일기를 보니 행복한 중산층 지식인의 삶 같다. 그럼 나는 행복한가? 행복? 잘 모르겠다. 한달 전보다 꿈은 덜 꾸긴 해도 여전히 꿈에는 부모와의 불화라든지 폭력과 불안이 점철된 것들이 나온다. 일단 적어도 노트북이 병신같아서 일

2015년 9월 3일

생각보다, 놀랍게도, 잘 살아가고 있는 편이다. 얼마 전에 갔던 지역도서관은 작지만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깨끗했고 쾌적했다. 그곳에서 내가 가져온 책을 읽었는데, 몇 년 만에 느껴본 생경한 감각을 경험했다. 책의 문장이 나에게 촉촉히 스며드는, 그러면서 지적인 쾌감을 주는, 즉 간단히 말해서 전에는 더럽게 안 읽히고 이해가 안 되었던 문장들이 이제서야 잘 이해된다는 감각. 그래서 오랜만에 즐겁게 책을 읽었다. 도서관에서 집으로 가는 길도 좋았다. 서울에서 느낄 수 없는 한산함과 깨끗함. 이곳은 졸라 섭얼번이지만 어째선지 유럽의 어느 깨끗한 소도시의 길을 걷는 듯한… 선진국의 감각… 밥도 잘 먹고 있다. 엄마는 내가 와서 식비가 엄청 늘었다고 불평하지만 (왜냐하면 내 입맛이 쓸데없이 까다롭고 고-급이기 때문이다), 그네들은 내가 이 집에 온 것을 즐거워하고 있다. 사람이 한 명 느니까 집이 그전만큼 적막하지 않은 탓이다. 그리고 내가 그네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 말하자면 효녀가 된 것이다. 알바가 도통 구해지지 않아 며칠 전에 화상과외 업체를 찾아가기도 했는데, 그 후에 어리둥절하게도 과외 일이 두 개나 들어왔다. 물론 확정은 아니다. 미팅이 두 개 잡혔는데, 설마 하나도 못 건지랴 싶다. 어쨌든 일이 확정된다면 나는 이것저것 살 수 있다. 친구들과 맛있는 커어-피도 마실 수 있고, 패-숀 에도 신경을 쓸 수 있다. 즉 잘 살 수 있다… 매우 말이다. 일단 커어피를 마시고 옷을 사고 기타 등등을 할 것이지만… 무엇보다 돈을 모으게 되면 할아범이 된 노트북을 편히 보내드리고 어린-이 노트북을 새로 들일 것이며… 할멈이 된 핸드폰도 바꿀 것이다. 이 일기를 쓰고 있는데 아주 병신같게도 자꾸 타자가 끊겨서, 커서가 자꾸 이상한 곳으로 이동한다. 그래서 문장을 두다다 쓰려고 하면 내가 쓴 글자가 영 이상한 곳에 있어서 아주 아-주 불편하다. 어제 마비노기를 깔아서 그런가… 어제까지는 이러지 않았다. 이 문장을 치는 순간 커서가 맨 처음으로 돌아갔다

2015년 8월 31일

1. 생리 이틀째, 무더운 한낮에 빨빨 돌아다닌 탓인지 엉덩이가 접히는 부위가 짓물렀다. 어제는 걷기 힘들 정도로 쓰라렸고, 지금은 긁고 싶다는 마음을 참느라 다리를 떨 정도로 가렵다. 몇 년 만에 면 생리대를 꺼내 쓰고 있다. 2. 내일부터 내 친구들은 학교에 가고 나는 계속 집에 있는다. 기숙사 침대보다 훨씬 푹신하고 좋은 침대에 누워 있으면, 이렇게 핸드폰을 볼 게 아니라 책을 읽어야 하는데, 글을 써야 하는데, 아니면 구직활동을 해야 하는데, 따위의 생각이 든다. 상담과 약물 치료를 통해서 우울과 불안은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자발적으로 책이 잡히진 않는다. 읽을 순 있다. 퀴어이론 세미나 때문에 젠더 트러블 1장을 읽는데, 옛날에 읽었던 것보다 훨씬 이해가 잘 되고 집중도 잘 되었다. 그저 책을 읽겠다는 마음이 안 든다. 아마 두려워서일지도 모른다. 실패할까봐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그러는 것일수도 있다. 억지로 어디에 나가 있어야지. 돈이 있었으면 독서실 가듯 카페에 갔을 것이다. 돈이 없으므로, 카페 대신 도서관에 가는 게 좋을 듯 하다. 3. 과외는 번번이 짧게 끝난다. 저번 주에 맡았던 일은 딱 한번 수업하고 짤렸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과외 학생 어머니에게 입금 독촉 문자를 보냈다. 하루 수업 나가서 62500원을 벌었다. 수수료를 떼이지 않았으므로, 나쁘지 않은 벌이다. 이걸로 현재 내 잔고는 10만원 남짓이다. 내일은 용돈 30만원이 들어오고, 9월달은 약 40만원의 돈으로 생활해야 한다. 이 중 15만원은 데이트 통장에 넣는다. 그리고 8월달 교통비는 11만원이 나왔고, 월초에 빠질 것이다. 핸드폰비는 대략 3~4만원이다. 이렇게 되면 용돈은 똑 떨어진다. 십만원 남짓으로 기타 등등의 유흥비와 필요한 것들을 사야 할 것이다. 집에서 살게 되니까 밥 굶을 걱정은 없다. 하지만 답답함은 가시지 않는다. 집에만 있게 되는 게 싫다. 다행히 모종의 사은품으로 자전거를 얻게 되어서 이 동네 돌아다닐 때 드는

2015년 8월 9일

1. 유독 요 며칠간은 누워서 핸드폰게임만 한 것 같다. 그렇다고 몸을 안 움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헬스장을 꾸준히 다니고 있으며 케틀벨 스윙을 지나치게 한 탓에 온 몸이 욱신거렸다. 친구들도 가끔씩 만나고 맛있는 것도 먹었는데 그냥 아무 생각이 없다. 아무런 감흥이 없어서 시간이 남으면 낮잠으로 떼운다. 책도 읽기 싫어서 빌러비드는 연체된 상태이다. 오늘은 운동 갔다온 후에 계속 누워 있다가 잠이 오면 잠도 자고 그래서 머리가 아팠다. 그래서 억지로 일어나 책상 앞에 앉았다. 노트북은 느려 터져서 왠만하면 이것을 사용하고 싶지 않지만, 책상 앞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이것 뿐이라. 일기를 쓴다. 2. 사람들에게 쉽게 짜증을 느낀다. 이러다가 친구 및 가족들에게 확 화를 낼까봐 두렵다. 조금이라도 날 답답하게 하면 말에 가시가 돋고 얼굴이 구겨진다. 대체 왜 그러는지 모르겠는데 그냥 우울증 탓으로 돌리고 있다. 병에 걸렸으니까, 내 마음이 약해진 상태이니까 금방 짜증을 내는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그리고 안 그래도삶이 재미 없는데 타인이 나한테 재미 없게 굴면 도저히 참기가 어려우니까. 그냥 이걸 받아들이며 살고 있다. 3. 만사가 너무 귀찮아진 탓에 옷을 계속 안 산다. 안 친한 사람한테 밥 한 번 먹자고 연락해야 하는데 그것도 자꾸만 미룬다. 에어컨 빵빵하게 틀어 놓은 기숙사에서 그냥 있는다. 계속 이렇게 냉장고에 묵혀진 햄처럼 되어 버릴까봐 걱정된다. 걱정을 해도 냉장고에 있는 햄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2015년 8월 2일

1. 섭얼번 집에서 허이모와 댜른이랑 함께 음식을 해먹고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하며 놀았다. 즐거운 홈컴파아티클럽 이었다. 리타 언니한테 추천 받은 영화였던 택시드라이버도 같이 봤다. 2. 허이모와 댜른이를 버스정류장으로 배웅하고 이마트에 들러 버블티를 사고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엄청난 급똥신호가 찾아왔다. 딱 이마트와 섭얼번 집 중간지점에서 말이다… 그래서 나는 엄청나게 빨리 집으로 걸어갔는데 정말 어이없게도 괄약근의 힘이 풀리는 게 느껴지더란다.. 바지에 똥을 쌌음에도 나는 침착하게 집으로 가려고 애를 썼다.. 왜냐하면 더 나올 것 같았기에… 섭얼번 집으로 향하는 길은 인적이 드물고 길 옆에는 사람들이 불법경작을 해 놓은 빈땅이어서 그 빈땅의 수풀로 기어들어가 바지를 내리고 똥을 쌀까 싶었는데 그렇게 하면 사람이 지나갈 것 같아서 열심히 집으로 가는 것을 택했다 하지만 집에 다다르기 1분 전 또 똥을 싸버렸고… 엘리베이터에 사람이 없기를 바랐다… 다행히도 이 소박한 바람은 이루어졌고 나는 집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으로 들어가서 당장 바지를 벗고 화장실로 들어가서 뒷처리를 했다. 나는 생리 중이었기 때문에 생리대도 찼고 생리팬티도 입었기 때문에 말하자면 나의 팬티는 기저귀 같았다. 그래서 바지에 묻지도 않았다.. 나는 처량하게 일회용 생리대를 떼고 물로 행궈서 휴지통에 버렸고 팬티도 빨았다… 생각보다 인간의 괄약근이 약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아기 시절 이후로 처음 내가 내 의지로 괄약근을 통제할 수 없는 일을 겪어서 웃기기도 하였다. 3. 할 게 없으니까 시간을 떼우는 방법으로 낮잠을 택한다. 방금도 에어컨 틀고 자다가 일어났다. 내일부터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장르소설이나 읽을까 싶다.

2015년 7월 29일

1. 저번 일요일부터 밤마다 인간을 미워하고 있다. 나의 불우했던 초등학생 시절이 나를 또다시 괴롭힌다. 그때 나에게 못되게 굴었던 애들을 다 죽이고 싶고, 전국의 초등학생을 몰살하고 싶고, 내 또래 인간들을 싸그리 없애고 싶고, 그냥 인간이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렸을 적 나는 인간을 미워하느라 웃는 법을 몰랐고, 그래서 더더욱 내 또래 아이들에게 불편함을 샀을 것이다. 애들 앞에서 자해한 것을 보여줄 정도로 반사회적 행동을 해도 어린 나는 그런 짓이 이상한 줄도 몰랐다. 지금도 이유가 궁금하다. 왜 그들은 나를 그토록 불편해했을까? 왜 나에게 적대적으로 굴었을까? 이유는 안다. 그냥 자기와 다른 인간이고 그래서 불편하니까, 사회화가 아직 덜 되었지만 유치원생보다는 영악해진 애들이 그렇게 나를 학대한 것이다. 하지만 이 이유가 내 억울함을 납득해주지 못하니까, 나는 자꾸만 이유를 알아도 이유를 찾는 것이다. 나랑 같은 반이었던 애들한테 물어보고 싶을 정도로. 물어봐도 그들은 까먹었을 것이다. 대학생이 되니까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고, 호감있는 사람이 되는 법도 익혔다. 하지만 유년기의 트라우마가 다시 상기되자 왜 내가 인간들에게 호의적으로 굴어야 하는지 회의감이 들었다. 나는 원래 인간을 싫어했었는데 왜 내가 이렇게 호의적으로 구는 거지? 호구가 되는 건지? 비굴해지는 건지? 그런 생각이 드니까 무고한 인간 100명을 살해하고 싶어졌다. 이런 꼬락서니가 되어버려서 나는 나를 돌보는 데 주력해야 한다. 그러나 그때의 트라우마는 내가 나 자신을 돌보는 일을 호구같은 일로 만들어 버린다. 그냥 나 자신을 돌보기보다 나를 이렇게 만든 그들을 좆되게 하고 싶다. 죽이고 싶다. 신세를 망치게 하고 싶다. 매우 부질없는, 파괴적인 욕망이어서 매력적이었다. 과거에 그들이 나한테 그렇게 했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되었다. 나의 일부는 그들이 내게 했던 짓들이다. 그때의 적대적인 말, 행동, 시선, 공기가 나를 이루고 있다. 그 사실을 떠올릴 때

2015년 7월 21일

1. 오늘은 생각이 많은 날이었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막막했기 때문이다. 나는 안 되는 사람이야, 라고 자학하거나 아니면 아무 생각 없이 살아도 되지만 그런 생각은 장기적으로 나한테 도움이 안 된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도 문제고, 그렇다고 내 방식을 관철하는 것도 문제다. 그래서 막막했다. 2.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들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다. 내가 자초한 것도 있고 불행히도 조우하게 된 것도 있다. 3. 룸메이트는 굉장히 일찍 자서 밤에 뭘 하기가 눈치 보인다. 지금 이 일기를 쓰는 것도 룸메이트가 자려고 하는데 쓰는 거라서 빨리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압박이 있다. 그래서 이만 줄인다… 일기 왜 썼지

2015년 7월 13일

1. 책읽기모임 끝나고 친구들이랑 재미있게 놀고 기숙사로 돌아오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왜 이상하다고 느꼈냐면 방금 전까지 재미잇는 사람들과 아주 재미있고 충만한 시간을 보냈는데 행복하고 뿌듯하기는커녕 내 기분은 울적하려고 들어서 그렇다. 물론 재미있는 시간과 단절되어서 또는 뭐 기타 등등의 이유로 아니면 이유없이 울적해질 수 있지만, 항우울제를 먹고 나서는 울적할 일이 그리 없어서 말이지. 정말 최근은 스트레스 받을 일이 아무 것도 없으니까 나의 울적함이 이상했다. 지금도 조금 기분이 가라앉는다. 이제 노는 게 권태로워서 그런 걸까? 뭐 아무 이유 없이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런데 나는 되도록이면 울적해지고 싶지 않다. 그냥 내가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고 늘 행복했으면 좋겠다. 불가능한 바람이지만. 2. 저번 주말에는 이틀이나 본가에 있었고 이곳 섭얼번이 정말로 아무 것도 없이 한적한 섭얼번이어서 휴학하고 나서 어찌 지낼지가 걱정스러웠다. 금요일에 집에 갔었는데 엄마 아빠가 계속 집에 있고 엄마 아빠랑 이마트에 같이 갔기도 했기 때문에 도저히 몰래 담배를 피울 수가 없었다. 내 방 창문에서 마치 좀도둑처럼 몰래 헐레벌떡 피웠는데 그 꼴이 우스웠다. 어떻게든 담배 연기가 방 안으로 들어오지 않게 신경쓰는 모습이… 본가에 돌아오면 담배를 어떻게 피울지를 고민해야겠지. 답은 집 밖에 하루 종일 나가있고 밤에는 내 방 창문으로 몰래 피우고 공기탈취제나 향초 등으로 냄새를 지우는 거겠지만… 그것도 그렇고 휴학하고 나서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가 고민이다. 책 읽고 놀고 친구 만나고 돈 벌고 그러면서 살 텐데 그런 것을 하면서 무기력할까봐. 사실 아직도 그런 마음을 느끼는 것이다. 나 빼고 다른 사람 모두가 대단해보이는 마음. 나 빼고 다른 사람들은 열심히 살고 의미 있게 산다는 마음. 나는 심성이 꽤 좋은 사람이지만<-ㅋㅋㅋㅋㅋㅋㅋ 단지 그것 뿐, 심성이 거지같은데 능력이 출중한 사람이 더 나아 보이는 마음… 그냥 그렇다… 3. 옛 친구들에게 도저히 먼저

2015년 7월 10일

1. 약 2년 전에 에반게리온 덕질을 했었다. 계정을 따로 파서 덕질을 했었고, 그때 여러 존잘들과 교류를 했었다. 오늘 저녁을 버거킹으로 때우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때 교류했던 한 존잘이 떠올라 그 사람의 계정을 검색했다. 여전히 트윗이 뜸했고, 열심히 그림을 그리며 프로 일러스트레이터 준비를 하고 계신 듯 했다. 다른 사람들은 잘 안 만나고 말이다. 2년 전에는 개인 웹이 있었는데 이제는 블로그로 아예 이전한 모양이다. 블로그에 들어가 보니 자신의 작업과 자신의 일상, 생각들을 올려놓았는데 그걸 읽으니 정말 이 사람과 만나서 이야기를 한 번 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는 다른 예술인들을 만나면 어떻게 생각할까 라는 상상도 했다. 하지만 무척이나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조금 애잔했다. 그 사람은 나를 아예 까먹었을 테고 그때 교류했던 것도 그 사람의 작업에 대한 감상 멘션을 보냈던 게 전부였고 말이다. 앞으로 흥미가 있는데 접점이 1도 없는 사람을 발견하면 어쩌지… 그런 사람과 교류할 수 있는 계기가 우연히 생겼으면 좋겠다. 나는 끊임없이 다른 사람을 선망하고 재미있는 사람과 친해지고 싶어하기 때문에 그런 우연적인 계기를 몹시나 갈망한다. 2. 이번 여름방학 한정 룸메가 이틀 전에 들어왔고 지금도 같은 공간에 있다. 이제껏 여러 룸메를 만났지만 이번 룸메는 몹시 어색..아니 불편하다. 그것은 이 기숙사가 구리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살기에 몹시 불편한 탓이 클 것이다. 이 룸메를 919동이나 906동에서 만났더라면 이렇게까지 불편하진 않았을 것이리라… 어제에는 안 들어왔는데 그것이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룸메도 이런 기분을 똑같이 느끼겠지.. 나는 하는 게 없어서 거의 기숙사에 있기 때문에 죄송맨이다. 3. 위에서 말했던 존잘 계정을 사찰하면서 나는 생각과 고민이 많은 사람을 참 좋아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얕은 사람이 싫다…기 보다는 그리 친해지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그런 사람을 만나면 금방 이야깃거리가 떨어지고 이야깃거리

2015년 6월 30일

일이 두개나 생겨서 나름대로 풍족해졌다. 오늘은 수학을 가르치고 나서 불레즈랑 홍대에서 놀았다. 라멘을 먹고 디저트카페에 가서 케이크와 커피를 마시며 입이 아프도록 떠들었고 그 후엔 북새통에 가서 만화책을 샀다. 그중 3권은 표지와 책소개를 보고 뽑기하는 느낌으로 샀다. 기숙사에 와서 랩핑을 뜯고 훑어봤는데 완전 꽝은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오랜만에 새 만화책의 랩핑을 뜯고 만화지의 뻣뻣한 감촉과 그 특유의 냄새를 맡으니까 기분이 좋았다. 레진코믹스가 많은 BL 만화책을 서비스하고 있어서 이런 종이 감촉을 느끼지 않고도 재미있는 남색 만화를 핸드폰으로 볼 수 있기에, 종이로 남색만화를 보니 기분이 다르다. 돈이 더 많았으면 10권 정도 더 사고 싶다. 이렇게 뽑기하는 느낌으로, 직접 서점에 가서 표지와 책소개를 보고. 헛된 소비를 지양하고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해야 한다는 부모의 교육 방침이 내게 단단히 자리잡은 터라 이런 식의 모험은 두렵지만 재미있다. 나는 새로운 것을 잘 시도하지 않는 편이라 먹는 것도 늘 먹던 것만 먹고 하는 것도 늘 하던 것만 하고 그런다. 모험을 많이 해야겠다. 내일 국전에 가서 닌텐도 게임 소프트를 살까 생각 중이다. 돈이 생겨도 소비가 느니까 늘 거지가 된다. 부모님한테 휴학 계획을 이야기했고, 그래서 방학이 끝나고 본가로 내려가기로 했다.

2015년 6월 21일

1. 기숙사 이사 때문에 삭신이 쑤신다. 메르스 때문에 외부인 출입 금지가 되어서 그냥 나 혼자서 이사했다. 카트를 빌리면 편했겠지만 카트 빌리는 게 귀찮아서 근성으로 4번 정도 왔다갔다 하면서 짐을 직접 들어 옮겼다. 이삿짐 센터는 일이 밀려서 한참 뒤에야 짐을 배달해줬고, 나는 짐만 방에 들여놓고 밥을 먹으러 갔다. 이사 스트레스 때문에 점심을 편의점 김밥으로 때운 탓에(그마저도 다 못 먹었다) 뼈해장국은 싹싹 긁어 먹었다. 그리고 기숙사에 돌아와 필요한 짐만 꺼내놓았다. 옷 정리는 내일부터 할 생각이다. 2. 방학 때 살게 되는 기숙사는 가장 낡은 기숙사로, 홍콩의 감성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건물이 수풀과 어우러진 탓에 길고양이 몇 마리가 슬금슬금 지나가고 벌레도 엄청 많다. 기숙사 나무 문에는 붙은 지 10년은 넘은 것 같은 오래된 배달 음식점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어 잇고 벽 일부는 갈라져 있다. 난방은 라지에이터로 하고 창틀도 나무로 되어 있다. 커튼마저도 낡았다. 그리고 복도의 소리가 다 들린다. 사람들이 오고가는 소리, 도어락 열리는 소리, 당연히 사람들 목소리도 들린다. 긍정적인 누군가는 인간미가 한껏 느껴지는 곳이라 하겠지. 사회부적응자인 나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는 게 싫기 때문에 도통 이 기숙사가 마음에 안 든다. 아파트형 기숙사인 919동에 살게 되었으면 좋으련만. 학교에 다닌지 4년 째고 기숙사에 산지는 3년이니까 이런 동에 한 번 걸릴 때는 되긴 했다. 그래도 싫지만. 학기 중에 살지 않게 되어 그나마 다행이다. 3. 과제는 하나도 하지 않았고 나는 자괴감에 빠졌다. 자괴감이 나를 괴롭히려는 기미가 보이자 얼른 약을 먹었다. 약을 먹고 노트북을 펼쳐서 일기를 쓰는데 자괴가 많이 물러갔는지는 잘 모르겠다. 일상을 그나마 혼자서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 감사해야 할까? 내일 다섯 시까지 제출해야 하는 과제는 어찌 될까. 이미 마음 속에서는 미제출로 끝난 것 같은데 일단 월요일 낮이 되어봐야 알 것이다. 그때부터라도 대충 적

2015년 6월 19일

1. 며칠간 점심을 밖에서 사먹고 티라노에 가서 커피를 마시는 나날을 반복했다. 그것은 레포트를 쓰기 위해 내 자신이 조성해놓은 나날이나, 계획의 목표 달성은 번번히 실패하기만 한다. 카페에 자리를 잡고 앉으면 일단 스마트폰 게임을 존나 한다. 그후 노트북을 펼친다. 그리고 트위터를 존나 하다가 최신 트윗까지 다 읽으면 그제서야 워드 창을 멍하니 바라본다. 글은 한 글자도 쓰지 못하는 게 당연하니 커서가 깜빡이는 것을 더는 보지 않고 다시 트위터 창을 키거나 스마트폰을 꺼내서 다시 게임을 한다. 그러다가 가끔씩 담배를 피우러 나간다. 이윽고 저녁 먹을 때가 되면 기숙사로 돌아가거나 도서관에 간다. 그리고 당연히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2. 주저앉는 나날이다. 할 수 있다면 잠만 자고 싶다. 뭘 해야 할지 막막하기 때문에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다. 정말로 요새는 자는 일이 가장 즐겁고 행복하다. 한 달 이상 누워서 스마트폰으로 게임 실황 보거나 게임을 하곤 해서 그 일들은 이제 질린다. 친구 만나는 일은, 모르겠다. 학교에 있으면 만날 일이 많으니까 꾸준히 만나기는 한다. 그런데 내 꼴이 이 모양이고, 사람들 만나는 게 피곤하기도 하다. 정말로 내가 지금 원하는 것은 의식이 없어지는 일인 모양이다. 그 때문인지 요새는 10시간 이상 잔다. 3. 왜 어떤 사람에게 삶은 가혹하고 어떤 사람에게 삶은 관대한가? 꾸준히 이 생각을 하곤 했다.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주변인들과 억지로 살고 있는 내 삶이 떠올라서 애잔하다. 가혹한데 왜 살아야 하나? 살면서 도저히 의미를 만들어내지 못할 것 같고 그저 삶에 질질 끌려다닐 것 같은데 그 끈을 내가 스스로 끊어버려서는 안 되나? 이런 거대한 질문 뒤에 따라나오는 답은 너무나 소박하고 찌질해서 할 말이 없다. “자살을 하면은 달걀 사라다를 먹지 못합니다” 나는 달걀 샐러드 안 좋아하지만. 4. 내 모든 게 연약하다. 내 육체에 붙은 얄팍한 근육. 내 가랑이 사이에 있는 보지. 내 육체가 연약하

2015년 6월 15일

최대한 몸과 마음을 채찍질하며 책상 앞에 앉아 있다. 약을 먹어서 그런지 채찍질이 그리 아프지 않다. 답안도 제대로 작성 안 했고 당연히 답안 외우지도 못했고 다른 교양 과목 시험도 제대로 공부를 못했는데, 그냥 잠이나 자고 일어나서 1시간 전에 훑어보고 시험장에 들어가고 싶은 기분이다. 정신병에 걸렸으니 아무도 내게 무리하라고 하지 않는다. 나는 학고만 피한다면 바랄 게 없겠다. 무언가를 제출하고 시험을 치루는 게 힘에 부치는 일이라 빨리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바랄 뿐이다. 밤마다 행복하다. 약을 먹을 시간이기 때문이다. 약을 더 늘렸는데 기분이 전보다 더 나아진다. 가슴을 저미는 슬픔이 없어지는 게 왜 이렇게 행복한지. 활력은 언제 찾을 수 있을까. 무언가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드는 게 너무 많다. 정말 평생동안 잠만 잘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다. 인간은 목숨을 연명하기 위해 애를 많이 써야 한다. 그 사실만 생각하면 슬프다. 나는 대체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10대 때 생각했던 20대의 나와 지금의 나가 많이 다르니까, 내가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 있지는 않겠지. 더 나은 인간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더 나은 인간. 메코는 내가 예전보다 더 나은 인간이 되었다고 말했지만, 나는 잘 모르겠다. 오히려 더 나빠진 것 같아서. 더 약해지고 더 못생겨졌다. 내가 대체 가치라는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인간인가? 모르겠다. 다만 즐겁게 살고 싶다. 세상이 내게 관대했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내게 상처를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적어도 나는 세상과 사람들에게 친절하려고 애쓰고 있으니까. 주는 만큼 돌려 받기만을 바란다. 애정이 고프다. 요새는 트위터 부계로 우울 발작을 하지 않는다. 일단 우울 발작이 시작되면 거기에 트윗을 쓰지 않고는 못 배기긴 하지만, 거기서 목에 피가 나도록 외쳐봤자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기 때문에 우울 발작이 끝나고 나면 외로워지기만 한다. 모두들 그냥 지켜만 보고 있다.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그러듯이

2015년 6월 4일

리딩을 하려고 했으나 잘 안 됐다. 공부를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못했습니다 라고 말하기가 지겨운지라 그냥 공부 하기 싫어서 안 했습니다 라고 말하는 게 더 편하다. 불레즈와 버거킹에 가서 저녁을 먹었고, 티라노에 가서 맛있는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기숙사에 돌아와서 헬스장에서 1시간 넘게 운동을 했다. 이 정도로 오늘 하루가 만족스러웠다고 말하련다.  버스를 타고 돌아오면서 우울 발작이 시작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또 힘들어 하는구나 싶어서 얼른 운동을 하자고 생각했다. 기숙사 방에 도착해서 당장 드러눕고 싶다는 욕망을 억제하고 바로 헬스장에 가서 열심히 운동했다. 운동을 하니까 확실히 생각이 날아간다. 헬스장을 끊고 나서 두 번째로 간 건데, 첫날에 운동했던 것보다 더 고강도로 운동해서 내일 근육통으로 고생할 것 같다. 내일도 또 운동해야겠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기말고사 기간이 다가온다. 당장 토요일부터 책상에 앉아서 공부를 해야 할 것이다. 그때 또 공부가 안 되면, 그냥 공부 하기 싫어서 안 했다고 나 자신에게 말하지 뭐. 그냥 행복하게 학기를 끝내는 것을 목표로 하련다. 레포트를 작성하지 못해도 그러려니 해야겠지. 학고만 안 맞기를 바랄 뿐이다. 2점대의 학점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지만.  나는 공부를 안 하겠지만 애들은 열심히 할 것이다. 그래서 홀로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 게임 실황을 보며 시간을 보내거나, 아니면 미리미리 유서를 써 놓으려고 한다. 일기라도 꾸준히 써야 한다. 너무 힘들면 일기조차 쓰기 힘들지만, 요새는 그렇게까지 힘들진 않다.  성과를 못 내도 상관 없다. 못 해도 상관 없다. 이제는 잘 하는 애들이나 천재인 애들의 이야기를 들어도 감흥이 없다. 오늘 언어철학 시간에 교수님이 솔 크립키는 17살에 양상논리학에 대한 논문을 써서 뭐 어쩌구 저쩌구 얘기했는데, 사람들은 웃었지만 나는 그냥 심드렁했다. 천재한테 배 아파봤자 내가 천재가 되진 않는다. 잘 하는 애가 될 수도 없다. 그냥 못 하는 애로 남을 것이다.

2015년 5월 25일

1. 금요일부터 저녁 때마다 약을 먹고 있다. 임시적으로 처방된 약인데 안 먹는 것보다는 확실히 낫다. 아마 약한 신경안정제인 것 같은데, 긴장을 완화시켜주는 것 같다. 더불어 부정적인 생각을 해도 부정적인 감정에 심하게 흔들리지 않는 것 같기도. 그리고 잠을 푹 자는 듯 하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두들겨맞은 것처럼 몸이 아프지도 않고. 다만 더 나른해져서 기민하게 무언가를 하기는 힘들다. 책을 읽는다거나 글을 쓴다거나 하는, 집중력이 필요한 일은 여전히 하기 힘들다. 역시 이번 학기 학점도 좋지 않을 듯 하다. 학고나 맞지 않으면 좋으련만. 2. 이 와중에도 꾸준히 하는 게 있다면 영화감상일 것이다. 오늘은 리타언니랑 애나앤킹을 봤는데 좆구려서 할말이 1도 없다. 주윤발이랑 조디 포스터 때문에 0.5점 줄 것을 1점 줬다. 며칠 전에는 영웅본색 3을 중간까지 봤는데 애나앤킹에 비하면 훨씬 나은 영화일 것이다. 8, 90년대 홍콩영화가 더욱더 소중해진다. 3. 걱정과는 달리 엄마아빠는 상처주는 말을 하지 않았다. 겉으로 보기엔 전과 같았고, 다만 그들에게 얘기를 했기 때문에 어색해지는 느낌은 있다. 아빠는 콕 집어서 우울증 얘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살면서 행복이 제일 중요하다는 말을 여러번 강조했다. 엄마는 나한테 운동을 권했다. 매달 헬스장 비용을 대주겠다고 했다. 아마 그래서 억지로라도 헬스장을 끊어서 운동할 생각이다. 4. 주변 사람들한테 많이 걱정을 끼쳤고, 주변 사람들한테 많이 배려를 받았다. 나는 내 몸만 신경쓰면 된다. 공부를 하고 싶다. 기력을 회복하고 싶다.

2015년 5월 15일

1. 대학생활문화원에 가서 심리검사를 했다. 2년 전에도 해봤던 건데, 그때와 다른 점이라면 앉아서 심리 검사지를 작성하는 게 몹시 힘들고 집중이 안 되었다는 점, 그리고 심리검사에 문외한인 내가 보기에도 나의 답변은 심한 우울감과 자존감 부족을 호소하고 있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는 점 정도일까. 심리검사를 다 끝내고 접수상담 일정을 잡는데 거의 한 달 뒤다. 그때까지 자살 안 하고 버틸 수 있을까 의문스럽다. 다음주에 그냥 신경정신과에 가서 약을 타올까 고민 중이다. 2. 윤리학특강만 들었다. 앞에 나와서 발제를 하는데, 내 머릿 속엔 그저 졸리다 똥 마려우면 어쩌지 허리 아프다 이런 생각밖에 없었고. 교수님은 나의 생각과 소감을 묻는데 나는 그저 병신 같은 말밖에 할 수 없었다. 발제를 끝내고 자리로 돌아가면서 나는 병신이다 나는 병신이다를 백만번 정도 되뇌었는데, 그 되뇌임이 가슴에 심한 고통을 주진 않았다. 며칠 전부터 혼자 생각에 잠기면 병신이다 병신이다 생각해서 둔감해진 탓이 있을 것이다. 우울과 죄책감과 고통에 시달리는 ‘나’와, 대외용 ‘나’가 분리되는 것 같다. 친구들과 있는 것은 아직도 너무 좋지만, 다른 한편의 나는 자신의 병신같음에 자책하고 있다. 3. 수업이 끝나기 30분 전부터는 자해를 하고 싶다는 강박적 충동이 들었다. 한 백번 정도. 칼로 허벅지를 긋고 싶다. 팔 안쪽의 여린 살갗을 벌리고 싶다. 나를 벌주고 싶다. 열심히 참았다. 참고 나니까 가슴이 미어졌다. 4. 오늘도 사람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다음주 월요일에 있을 내 생일파티를 상상하면서 버티는 와중에, 생일파티에 초대할 친구들에게 미안했다. 지금 기분으로는 앞으로 6개월은 친구들에게 걱정을 사게 될 것 같은데, 그래서 미안하다. 1주일 뒤에는 애들 볼 때마다 울 것 같다. 애초에 내가 없었더라면 좋았을텐데. 내가 그들을 알아버린 것처럼 그들도 나를 알아버렸다. 내가 어떻게 해도 나는 그들을 크게 훼손할 것이다. 내가 자살한다면 그들에게 아주아주 깊은 상해

2015년 5월 14일

나를 용서하는 법을 터득해야겠다. 오늘은 할 수 있는 것을 했다. 수업 두 개를 빠졌지만 나는 내가 할 수 있을 만큼 버텼다. 열심히 살고 있다. 미안함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랑받고 있다. 좋은 사람 곁에 있다. 그들한테 도움을 받고 따뜻한 마음에 기댈 수 있다. 그것이 나를 살게 만들고 그래서 고맙다. 죽지 못하게 만드니까 그들이 밉다는 마음은 그들 때문에 살 수 있다는 고마움으로 바뀔 수 있다. 오늘 밤은 그렇게 마음을 바꿀 수 있었다.  고마워서 어떻게 다 갚을 수 있을까.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해서 미안하다.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 온전히 그들의 따뜻한 마음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행복하고 싶다. 살고 싶다.  초조함에서 벗어나고 싶다. 나를 사랑하고 싶다.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서 타인에 의한 훼손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싶다. 내 안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게 하고 싶다.  멋진 사람이 못 되더라도 괜찮다. 적어도 내가 품을 수 있는 만큼의 사람들에게는 좋은 사람이고 싶다. 내 온전한 장점이 드러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죽고 싶다. 죽기 싫다. 살고 싶다. 살 수밖에 없다.

2015년 5월 13일

가슴이 뻥 뚫린듯 아프다. 뻥 뚫린 곳의 상처가 덜 아물어서 진물이 나는 듯이 아프다. 아무 생각이 없는데 가슴이 답답해서 표정이 울적하다.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다. 온 몸이 뻐근하다. 저녁 때면 엄청 피곤한데, 그 피곤한 몸이 익숙해져서 그냥 피곤한 채로 산다. 담배에 의존한다. 담배가 타들어가면 괜찮아 질 거라고 생각한다.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거라고, 죽고 싶다고 생각한다. 엄마한테 왜 그때 낙태를 하지 않았냐고 따지고 싶을 정도다. 위에서 말했던 가슴의 고통은 자책이 심해지면서 찾아왔다. 모든 일이 나의 잘못으로 느껴지고 모든 말이 나를 향하는 것 같다. 이렇게 힘들어 하는 것도 나의 잘못이고 이것을 가까운 사람들한테 얘기하는 것도 나의 잘못이고 친구들에게 걱정을 끼치는 것도 내 잘못이다. 늘 같은 문제로 힘들어해서 해결이 되지 않는 문제를 자꾸 친구들한테 얘기하는 게 잘못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친구들이 어쩔 줄 몰라하는 게 내 잘못이다. 그들 중 누군가는 이런 나한테 답답함을 느낄 것이고, 왜 답답함을 느끼는지 나는 알 수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내 잘못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관심과 애정을 갈구하는 게 내 잘못이다. 늘 같은 잘못을 저지르는데 고치질 못하니까 더 이상 나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말하는 게 잘못이기 때문에. 그리고 이 이야기를 듣고 나한테 해주는 말들이 다 잘못한 나를 꾸짖는 말 같다. 침묵조차도 꾸짖음 같다. 그냥 그들 곁에 내가 있는 것이 잘못이다. 왜냐하면 그들을 즐겁게 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애인을 만나는 날인데 애인 앞에서 몇 번 눈물을 보였다. 애인이랑 많은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를 하면 나아져야 하는데, 애인이 화장실에 간다거나 해서 잠시 자리를 비우면 금세 울적해지며 가슴의 고통이 찾아온다. 그래도 내 문제를 더 잘 직시하게 되었다. 그래서 더 괴롭다.  모든 말이 꾸짖는 말처럼 들리는 것은 내가 평가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평가에 대한 두려움은 고소공포증 수준이

2015년 2월 16일: <미지의 세계> 감상

<미지의 세계> 감상 현재 연재되고 있는 웹툰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을 꼽으라 하면 나는 주저 없이 <미지의 세계>를 꼽을 것이다. 그 이유를 누군가 묻는다면, 평생 내가 한 비평이라곤 “이거 좋다, 이거 지루하다” 정도인 나는 “그냥 웃기고 재미있어” 라고 대답하겠지만 친구랑 같이 미지의 세계 비평을 쓰기로 약속했으므로 조금 더 자세하게 말하고자 한다. 일단 미지의 세계 작가인 이자혜씨의 그림체가 마음에 들고, 만화에서 묻어 나오는 독특한 유머러스함이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미지의 일상이 나와 내 친구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즉 공감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개인적으로 어떤 대상에 나를 투영할 수 있는 경우 그 대상을 내가 많이 아끼게 된다. 이 만화를 좋아하는 나의 많은 친구들 중 이 만화에 전혀 공감을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나는 트위터를 한다. 이자혜씨 또한 트위터를 하기 때문에 나는 이자혜씨의 트위터 계정을 구독하고 있다. 이자혜씨는 몇 개의 키워드를 트위터에 검색하고 그 트윗들을 리트윗함으로써 자신의 만화에 대한 반응을 살펴보는 듯 하다. 이자혜씨의 리트윗으로 나 또한 미지의 세계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접하게 된다. 당연히 호의적인 반응만 보게 되지는 않는다. 불호에 가까운 반응 중 전형적으로 보게 되는 것은, ‘만화가 기괴하고 불편하다'와 '미지는 노답이다’ 등이다. (이것은 나의 기억에 의거하여 구성된 반응이므로 어느 정도 왜곡이 있을 수 있다) 사실 이러한 반응은 호의적인 반응에서도 나오는 말이기도 하다. 똑같은 말에서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와 불호의 반응을 나눌 수 있는 척도는, 미지를 '가까이’ 할 수 있느냐 아니냐의의 여부인 것 같다. 그러니까 미지의 세계를 싫어하는 사람은 미지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한다. 또는 어느 정도 미지를 이해할 수 있으나, 미지의 저런 태도는 피곤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미지를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신기했다. 왜냐하면 미지가 그렇게 특이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