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5일: 양효실 선생님께 드린 답장
선생님 답장을 읽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선생님이 저를 보았다던 그 길목에서 스마트폰으로 메일을 읽었는데, 많이 웃었어요. “저렇게 걷는 사람은 ‘공부나’ 해야 할텐데..^^” 라는 대목에서 대체 내가 어떻게 걸었길래 선생님께서 그렇게 생각했지? 라는 웃음. 그리고 선생님다운 답장라는 생각이 들어서 또 웃음. 그리고 점심을 먹으러 갔습니다.
점심을 먹고 셔틀을 타고 오면서 생각했어요. 선생님이 나를 언제 보았을까? 아마 저번주에 과외를 끝내고 입구역에서 점심을 먹고 난 후 셔틀을 타러 갈 때 보셨나 보다. 그리고 그때 제가 어떤 기분으로 어떤 생각을 하며 걸었는지 가만히 떠올려 보았습니다. 아침부터 과외를 하고 오느라 졸린 데다가, 배가 불렀으니 엄청 졸렸을 겁니다. 빨리 기숙사 들어가서 좀 쉬어야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내 인생 참 힘들군… 다음해에 기숙사는 붙으련지, 학교에 다닐까 휴학을 할까, 공부는 어떻게 하지, 이 무기력함을 어떻게 하지, 라는 맨날 하는 고민을 했겠지요. 그렇게 고민하느라 주변은 둘러보지도 않고 땅만 보며 걸었을 겁니다.
어제의 메일은 친구가 닥달해서 겨우 써서 선생님께 보낸 겁니다. 자신감 없음, 무기력에 빠져 있는 저를 보고 친구는 뭐라도 빨리 써서 보내라고 채찍질했고, 그래서 겨우 나온 것이 두서 없는 글이었습니다. 그 글을 쓸 때만 해도 정말 나의 고민에 너무 깊이 빠져 있어서 주변이 잘 보이지 않았는데, 선생님 답장 보고 웃으니까 전보다 더 뭐가 보이더라구요. 불안은 견뎌야 하는 것이고, 이제부터 해야 할 것이 있다는 것이요. 일단 뭘 읽어야지, 결국 나는 계속 패배주의에 젖어서 '편하게’ 있었구나. 그런 것들이요. 일단 침대에서 일어나서 책상 앞에서라도 가만히 있어야겠다는 것. 치열하게 삶을 견뎌보겠다는 것.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고 많이 웃어야겠다..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불안한 나와 진지한 나를 비웃으면서 불안에서 빠져 나오곤 했었는데, 어느 순간 다시 불안에 빠져 있었네. 너무 진지해져버렸네. 다시 웃어봐야겠다.
답장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께서 링크 걸어주신 글도 웃으면서 읽었구요. 책을 읽다 선생님을 찾아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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