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23일: 공감에 대하여

1.
공감만큼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 감정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저 사람이랑 친해지고 싶고 저 사람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한다면 보통 그 사람과 통하는 게 있어야 할 텐데, 혹은 그 사람에게 흥미를 느끼는 게 있어야 하는데, 공감이란 건 전자와 후자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감정이다. 이렇게 쓰고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가 친해지고 싶어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공감하는 게 존재하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그러나 적어도 그 사람이 특별해지는 순간 중에는 그 사람과 내가 무엇을 공유한다는 감정, 즉 공감하는 무언가가 있다. 어쨌든 특별한 계기 같은 게 있기만 하면 된다. 그 사람이 달라 보인다거나, 그 사람이 너무 귀여워 보인다거나. 그 특별한 계기 중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것은 공감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2.
전에는 무언가에 참 쉽사리 공감하고 사실 지금도 좀 그렇다. 그러나 전과 지금이 좀 다른 거라면, 예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어떤 것에 잘 공감할 수 있었고 그 공감하는 감정에 거리낄 게 없었으나 지금은 공감이란 감정을 조심스럽게 다룬다는 것일 테다. 대학 와서 얻은 소중한 지혜 중 하나는 언제나 나는 어떤 사람을 오해할 수 있으며 그 사람에게 느끼는 것들, 그 사람이랑 나누는 것들 배후에는 오해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공감 또한 오해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방적으로 내가 그 사람에 대한 상을 만들고, 그 상에서 멋대로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요소를 찾아 내어 자위한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게 되니 내 안에 공감의 감정이 떠오르는 순간 나는 멈칫한다.

3.
이런 트윗을 봤다. 나 너한테 너무 공감이 된다며 다가오는 사람들 모두 하나 같이 이상했다는 트윗이었다. 나는 타임라인을 손가락으로 밀고, 그 트윗은 시야 밖으로 밀려나간다. 그러나 그것은 내 머리 바깥까지 밀려 나진 않았다. 누군가가 나한테 공감이 된다며 다가 오는 것을 상상해 보았다. 나는 거기에 대해 어떤 것을 느끼며 어떤 태도를 취할까? 일단 그 사람한테 물어볼 것이다. 어째서 나한테 공감을 하냐고, 어떤 점을 나와 네가 공유하고 있냐고. 그 사람 입에서 나오는 말을 통해 나는 그 사람이 이상한 사람인지 아니면 흥미로운 사람인지 판단할 것이다. 이렇게 쓰고 나니 드는 생각이 있다. 애초에 말을 듣고 자시고를 떠나, 내가 그 사람에게 감흥이 없다면 그 사람이 어떤 것을 말해도 나는 그 사람을 이상하게 여길 것이라는 생각이다. 결국 그 사람의 매력의 문제이군… 여기서 매력이란 그냥 흥미 혹은 감흥이라고 써도 무리가 없는 단어이다.

4.
이렇게 쓰고 나니 나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느낌인데, 왜냐하면 내가 공감이란 것에 회의를 가지고 있다 해도 나는 여전히 어떤 사람에게 공감을 하고 있고 그 공감을 의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그 사람에게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그 사람이 알 때, 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것은 너의 오해라고 말을 할까? 오해라고 쳐도 나는 그 오해 때문에 그 사람에게 흥미를 가지고 그 사람의 말을 듣고 싶고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고 싶은데… 음. 결국 그 사람 또한 나에게 흥미를 가질 때에만 나는 너에 대해 공감한다고 말하는 게 적절하겠지. 그런데 굳이 친해지겠다고 그 사람이 나한테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애쓰는 것도 병신 같다. 그냥 멀리서 지켜 보며 어떤 자연스러운 계기가 생기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지.

5.
공감에 대해 부끄러워 하는 다른 이유가 또 있다. 그것은 공감으로 말미암아 내가 그 사람에게 꼰대질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긴 것마냥 행동하기 때문이다. 음, 나도 그런 감정을 느꼈었지. 나도 네 나이 때 그리 하였단다. 그 감정은 곧 지나갈 거야. 네 고민은 나중에 가면 무척이나 우습고… 너는 지금 삽질을 하고 있단다. 이런 생각이 불쑥 불쑥 생기게 되고 나는 그 생각이 입 밖으로 나오는 것을 참으려고 애쓴다. 그래도 결국 튀어 나오는 생각들이 있지만. 그 사람을 아낄 수록 생각은 더 많이 튀어 나온다. 그리고 돌아 오는 길에 후회하고 그러지. 내가 얼마나 병신 같았는지, 얼마나 오해를 불러 일으켰을지 곱씹으면서 말이다. 

6.
그래서 결론은 딱히 지을 수 없는 이런 글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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