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22일
요새 나는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다. 내가 과연 레즈비언인지, 여성을 사랑하는 여성애자인지 모르겠다. 심지어 내가 과연 여자인지도 모르겠다. 모호해진다.
중고등학생 때, 잠깐이나마 남성을 마음에 담아둔 적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바이섹슈얼인지 호모섹슈얼인지 고민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남성을 매우 얕게 담아두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사랑이라고 불러야 하는지 매우 의심스러웠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남성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거기에 더불어, 페니스를 내 질에다가 넣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남자랑 섹스하는 꿈을 꿨던 적이 여러 번 있었긴 했지만.
그런 고민을 하던 와중에, 그래도 나의 젠더는 여성일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나는 내 몸의 곡선이 좋았다. 봉긋하게 가슴이 솟은 거라던가, 허리가 살짝 잘록하게 들어가고 골반이 튀어나온 모습. 괜찮았다. 그리고 가랑이 사이에 무언가 튀어나오지 않고, 검고 억센 수풀만 보였다는 것도 좋았다. 페니스가 달려 있는 모습을 상상하니,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대학생이 되고 난 후, 동아리 사람들과 어울리고 가끔씩 스트레잇과도 어울리고 퀴어 이론과 페미니즘을 공부하다보니 내 젠더 또한 모호해져버렸다. 여성 전반과 나와의 괴리가 꽤나 많이 느꼈다. 짧은 머리를 하고 톰보이룩을 즐겨 입는 나, 긴 머리를 하고 화장을 하고 치마를 입는 여자. 레즈비언과 나와의 괴리 또한 느꼈다. 동아리 언니들의 식과 나의 식이 다르다는 것을 번번이 깨달을 때마다, 틈새는 더욱 벌어졌다. 그 엿같은 ‘진성’ 레즈비언의 정의, 여성의 몸과 여성의 정신을 가지고 여성스러운 여성을 사랑하는 사람. 나와 어찌나 다른 말인가. 내가 과연 여성의 몸을 가졌는지, 여성의 정신을 가졌는지, 여성스러운 여성을 사랑하는지 알 수 없게 되어 버렸는데.
이틀 전에 꿈을 꿨다. 내 가랑이 사이에 페니스가 달려 있는 꿈이었다. 꿈 속의 나는 무척이나 초조했었다. 그 초조함은 성적인 흥분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마치 최음제를 먹은 것마냥, 나는 이 벌겋게 성이 난 페니스를 어찌할 줄 몰라 몸이 달아올랐었다. 페니스의 살갗은 무척이나 얇았다. 그것을 페니스라고 하기 보다는, 커다랗고 기다란 클리토리스라고 부르는 게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 페니스를 어떤 여자의 질 안에 집어 넣었다. 넣기만 하고 움직이지 않았는데, 찌릿찌릿한 쓰라림 때문에 미칠 것 같았다. 살짝 허리를 뒤로 뺐다 앞으로 밀었다. 내 몸이 저절로 튕겨 나가고, 경직되었다. 뒷목이 저렸다. 쾌락이 너무 강하면 고통이 된다. 나는 그런 상태를 겪고 있었다. 어쨌든, 나는 여러 번 움직였다. 절정에 다르기 전에 나는 꿈에서 깼다.
잠이 덜 깬 상태로 누워서 방금 꿨던 꿈을 생각했다. 첫 번째로 든 생각은 그것을 달고 사는 것은 무척이나 불편할 거라는 것이었다. 남자들은 이렇게 제멋대로 발기하는 막대기를 지니고도 잘만 사는 구나 싶었다. 고통스러운 쾌락을 어떻게 견디며 피스톤질을 할까, 라는 의문도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페니스를 갖고 있어도 괜찮겠구나 싶다. 옛날에는 남성의 몸을 갖고 싶지 않았는데, 지금은 오히려 내가 남성의 몸을 동경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꿈에서 느꼈던 그 색다른 흥분 때문에. 실제로 페니스를 가지고 섹스를 하면 어떤 기분일까 하는 호기심이 들었다.
만약 내가 남성이라면, 게이일 거라고 지레짐작한다. 아니, 모르겠다. 스트레잇일 수도 있겠다. 아니, 바이섹슈얼일지도 모르겠다. 이 글을 쓰는 시각은 새벽 두 시에 가까우니, 여기서 이만 급하게 글을 맺고자 한다. 어찌 되었든 내가 이 글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그냥 모호하다고. 내 젠더나 내 성적 지향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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