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3일
과외가는 길에 탔던 지하철에서 폰으로 일기를 썼었다. 베가레이서(a.k.a 베레기)의 구린 터치감을 견디며, 손가락이 뻐근해지도록 일기를 길게 썼었다. 다 쓰고 나서 태그를 입력하고 publish를 누르려는 순간 갑자기 text 창은 link 창으로 바뀌어 있었고 내가 열심히 썼었던 내용은 홀랑 사라지고 말았다. 참으로 황망하여 트위터에다 뭘 끼적이고는 그만뒀다. 과외 끝나고 자취방에 돌아가서 노트북으로 일기를 쓰려고 했는데 너무 피곤해서 잠이 들고 말았다.
지금은 수업 중간의 쉬는 시간이다. 약 오십분 정도를 견디면 오늘 수업은 완전히 끝나고, 짧고 굵었던 이번주 학교 수업은 마무리된다. 남은 삼일간은 학교에 가지 않지만 그렇다고 여유로운 건 아니다. 조별과제가 남아있고 다음주 퀴즈가 남아있고 데이트도 해야하고 과외도 가야하고 뭐 그렇다. 느긋하게 침대에 누워서 쉴 수 있는 시간은 오늘 오후에만 해야할 듯 싶다.
최근의 삶을 간단히 말하면 고단함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제는 정말 고단했고, 지금도 사실 고단하다. 잠이 부족해서 머리가 아팠고 수업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며칠 전부터 스마트폰 텍스트뷰어로 ‘우리는 아프리카로 갑니다’ 를 불러내어 읽고 있다. 소녀시대 팬픽이다. 이번에 불러낸 것을 다 읽으면 이 작품은 세 번째 완독하게 된다. 고단할 때마다 생각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팍팍한 삶의 고단함으로 이루어져 있다. 술집에서 과일 안주를 마련하는 야간노동, 다방에서 커피배달 일을 하는 레지. 달동네, 가난함. 그 가운데에서 은은한 희망과 반짝이는 사람의 선함이 묻어나온다.
삶의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고단함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된 요즘, 이 작품만큼 나한테 와닿는 작품은 없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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