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21일
며칠 전 과외짤림트라우마 덕택에 오늘 과외는 지각을 거의 안 했다. 지각을 거의 안 하니까 그날따라 집에는 과외학생밖에 없었고. 그리고 이 애가 숙제를 안 해오면 엄청나게 진중한으른처럼 타일러야지 라고 마음 먹었는데 과외학생은 숙제를 다 해왔다.
과외 집을 오가는 버스를 타면서 생각한건데 내가 내 인생을 졸라 망한 것으로 여기는 이유는 내가 굳이 남들한테 나 졸라 못 사는 것 같다며 징징거리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제 인생 살기 바쁘기 때문에 딱히 불우한 소식을 전하지 않는 사람들은 다 잘 살고 있겠거니 하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는 내가 하는 일이 다 못마땅하고 성에 안 차기 때문에 내 친구한테나, 아니면 트위터나 텀블러 같은 데에 내 인생의 좆같음을 투덜거리기 때문에 나는 영 인생을 제대로 살지 못하는 인간이 되어버린다.
내가 생각하는, 내 주변에 있는 ‘으른들’은 다들 조용하다. 그네들이 입을 여는 경우는 대체로 1000000000000년만에 자기의 소식을 압축적으로 전달하는 경우이고, 대체로 그런 소식들은 자기가 이런 일을 했고 이런 것들을 경험했고 등등에 대한 것들이고, 나 같은 삐뚤어진 인간이 보기에 그것들은 다 자기자랑이다. 물론 그들이 살기 힘듦을 토로할 때가 있지만 역시 내가 보기에 그런 하소연은 하소연을 빙자한 자기 노력의 과시 같다. 어찌되었든 ‘으른들’은 내가 하는 것처럼 말하지 않을 것이고 내가 하는 것처럼 일기를 쓰지 않을 것이다.
나는 으른이 되고 싶지도 않고 으른이 될 수 없는 인간으로 태어났기도 하다. 다행히도 내 친구들도 적어도 당분간은 으른이 되지 않을 것이다. 으른 되지 못할 자들과 계속 으른답지 못하게 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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