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25일

1. 금요일에 집 근처 신경정신과에서 항우울제를 타면서 비타민D 주사를 맞았다. 진료 중간에 “요새 일조량이 부족해서 그런가 전보다 더 우울하고 쉽게 지치네요” 라고 말했더니 의사 선생님이 나한테 비타민D 주사를 영업한 것이었다. 어찌보면 비타민D 주사를 맞는 것은 호구가 되는 일이었으나 왠지 모르게 나는 “그거 얼만가요” 라고 물었고 의사 선생님은 학생이니까 만원 할인해서 4만원에 해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비타민D 주사를 맞으면 3개월간 지속된다고 하면서 비타민D 주사가 그렇게 호구잡히는 일이 아니라는 점을 어필하였다. 나는 알겠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진료를 끝내고 대기실에 앉아 있으니 카운터에 앉아 계신 간호사님 또는 간호조무사님이 주사 키트를 들고 나를 주사실로 안내하였다. 주사를 맞은 자국이 욱신거렸다. 지금도 사실 손으로 그 부분을 문지르면 아프다. 비타민D 주사가 내 삶을 좀 더 살만한 것으로 만들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안 맞는 것보다는 낫겠지 하면서 살고 있다.
2. 사실 이 세상 대부분의 것들에게 흥미를 잃었다. 비타민 D 주사 맞은 게 호구 잡힌 일인지 아닌지도 사실 관심이 없고 인간들 대부분에게 관심을 잃었고 내 자신조차, 내 목숨의 온전함에도 관심을 잃었다. 그냥 생각하는 것 자체가 귀찮아져버렸고, 귀찮음에도 계속 생각을 하는 것은 생각을 하는게 내 습관이라서 그렇다. 유일하게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파이널판타지14이다. 숨 넘어가게 과외를 뛰고 집에 와서 게임을 하는 것이 나의 유일한 낙이다. 하지만 요새 체력이 훅 떨어졌는지 게임을 하는 게 너무너무 피곤하다. 지금 이렇게 일기를 쓰는 것도 게임 하는 게 피곤해서다. 게임 하는 게 피곤하지 않았다면 일기를 쓰지 않았을 것이다.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굳이 적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낄테니까. 내 말, 내 생각이 너무나 허무하다는 것을 알기에 굳이 열심히 글로 적어봤자 기분만 안 좋아질 뿐이다. 하지만 이렇게 열심히 쓰는 것은 그래도 내가 열심히 삶을 의미 있는 것으로 만들려고 애를 쓰기 때문이겠지.
3. 나는 인정하기로 했다. 나는 무척이나 약한 사람이고 생각보다 나는 많이 우울해하며 맨날 남들한테 나는 자살하지 않을거야 욕심이 많아서 안 죽어 라고 말했음에도 꽤나 자살할 위험이 큰 자살위험군인간이라는 사실을. 약 몇 주 전에 임의로 우울증 약을 끊고 진지하게 내가 죽어야만 하는 이유를 정리하려고 마음먹었던 이후로, 내 우울함은 몇달 전의 것과 좀 다른 것 같다. 다시 약을 꾸준히 먹어도 이전의 우울과 다르다. 약간 체념 섞인, 힘 없는 우울한 사람이 된 것 같다. 이전에는 괜히 강한 척 하던 우울한 사람이었고. 나는 이제 괜찮은 척 하는 것을 그만두기로 했다. 괜찮은 척 사람을 만나는 것도 귀찮다. 나는 언제든지 죽을 수 있는 인간이다. 그리고 평생을 이런 생각과 싸워야 할 것이다.
평생 이런 생각들과 싸워야 하기 때문에 나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사는 사람이 될 것이다. 늘 허무함과 싸우게 되겠지…
지금 살아있는 것은 그냥 의무감에서 꾸역꾸역 살아있기 때문인 것 같다. 나 안 죽어 라고 말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생각 없이 살기로 했다. 친구들이 나를 안타까워하든, 아무 생각이 없든, 뭐 어쨌든, 그것들은 나한테 별로 중요한 일이 되지 않을 것 같다. 남들 눈치만 보던 내가 눈치를 안 볼 정도로 나는 세상 만사에 흥미를 잃었다.. 혹은 너무나 지쳐버렸다.
4. 상담을 다시 받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 애인은 나한테 좀 더 전문적인 상담을 권하고 싶어하나, 그것이 매우 비싸다는 것을 알기에 주저한다. 그 이전에 받던 학교 심리상담센터 선생님을 다시 찾아가야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요새 상담심리에 대한 불신이 강해져서 그 선생님을 찾아가는 것이 그 선생님을 상처주는 일이 아닐까 걱정되어서 못 찾아가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서울을 가는 게 힘이 든다.
요새는 거의 매일매일 과외가 있기 때문에 과외 갔다가 겨우 집에서 쉬면서 정신차리고 커피 마시면서 게임하는 것으로 내 기력을 모두 소진하고 있기 때문에 이 와중에 서울 가는 건 너무 힘든 일이다. 심지어 머리 자르는 일도 너무 힘들어서 미루고 있는 와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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