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16일: <미지의 세계> 감상

<미지의 세계> 감상



현재 연재되고 있는 웹툰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을 꼽으라 하면 나는 주저 없이 <미지의 세계>를 꼽을 것이다. 그 이유를 누군가 묻는다면, 평생 내가 한 비평이라곤 “이거 좋다, 이거 지루하다” 정도인 나는 “그냥 웃기고 재미있어” 라고 대답하겠지만 친구랑 같이 미지의 세계 비평을 쓰기로 약속했으므로 조금 더 자세하게 말하고자 한다. 일단 미지의 세계 작가인 이자혜씨의 그림체가 마음에 들고, 만화에서 묻어 나오는 독특한 유머러스함이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미지의 일상이 나와 내 친구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즉 공감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개인적으로 어떤 대상에 나를 투영할 수 있는 경우 그 대상을 내가 많이 아끼게 된다. 이 만화를 좋아하는 나의 많은 친구들 중 이 만화에 전혀 공감을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나는 트위터를 한다. 이자혜씨 또한 트위터를 하기 때문에 나는 이자혜씨의 트위터 계정을 구독하고 있다. 이자혜씨는 몇 개의 키워드를 트위터에 검색하고 그 트윗들을 리트윗함으로써 자신의 만화에 대한 반응을 살펴보는 듯 하다. 이자혜씨의 리트윗으로 나 또한 미지의 세계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접하게 된다. 당연히 호의적인 반응만 보게 되지는 않는다. 불호에 가까운 반응 중 전형적으로 보게 되는 것은, ‘만화가 기괴하고 불편하다'와 '미지는 노답이다’ 등이다. (이것은 나의 기억에 의거하여 구성된 반응이므로 어느 정도 왜곡이 있을 수 있다) 사실 이러한 반응은 호의적인 반응에서도 나오는 말이기도 하다. 똑같은 말에서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와 불호의 반응을 나눌 수 있는 척도는, 미지를 '가까이’ 할 수 있느냐 아니냐의의 여부인 것 같다. 그러니까 미지의 세계를 싫어하는 사람은 미지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한다. 또는 어느 정도 미지를 이해할 수 있으나, 미지의 저런 태도는 피곤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미지를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신기했다. 왜냐하면 미지가 그렇게 특이한 인간이 아닌 데다가, 누구나 미지의 열패감 비스무리한 것을 한번쯤은 경험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조미지를 이루는 키워드, '20대'와 '가난’, '이성에게 인기가 없는’ '지식욕 있는’ '대학생’ '여성’ 중에서 한 개도 해당되지 않는 사람이 그렇게나 많이 있단 말인가?
미지를 가까이 여길 수 없게 만드는 것, 동시에 미지를 가까이 여길 수 있게 하는 것은 날 것 그대로의 심리 표현과 그것을 기괴하게 그려내는 그림이 아닌가 나는 생각한다. 이자혜씨의 그림은 차치하고, 미지의 심리 비스무리한 것을 이런 식으로 표현한 다른 웹툰은 내가 알기로는 없다. 단순히 패배자 감성을 다룬 웹툰을 말하는 게 아니다. 패배자 감성을 병맛스럽게 다루면서 웃음을 자아내는 웹툰은 당연히 존재한다.
미지의 세계를 보면서 나오는 웃음은 위에서 말한 패배자 감성 개그 만화를 보면서 나오는 웃음과는 결이 다르다. 후자의 웃음은, 패배자 감성이 사람을 강력하게 붙잡지 않는다. 정말 순수한 공감에서, 그러니까 남들도 이렇구나, 라는 속 시원한 웃음인 것이다. 하지만 미지의 세계가 다루는 심리는 사람을 콱 붙잡는다. 또는 붙잡히고 싶지 않게 만든다. 그러니까 미지의 세계를 보면서 나오는 공감의 웃음은, 정말 나 혼자만 이런 것 같은, 소외된 웃음 같아 보이는 것이다. 속 시원한 공감의 웃음을 짓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에 미지의 세계가 호불호가 확 갈리는 웹툰이 된 게 아닐까. (나의 경우 속 시원하게 웃지만)
그리고 이런 웃음을 짓게 만드는 것은, 미지의 세계가 다루는 패배자 감성을 느끼지 말아야 한다는 외압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설사 가난하더라도, 외롭더라도, 자꾸만 실패하더라도, 꿈과 열정을 잃지 말라는 사회의 메시지. 많은 젊은이들이 구리다고 느끼는 그 '힐링’ 말이다. 힐링까지 과하게 가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구질구질한 패배주의에 끌려 들어가고 싶지 않기 때문에, 다른 패배자 감성 개그 만화를 보는 것처럼 미지의 세계를 보지 않는다. 미지의 세계처럼 굳이 '이렇게까지’ 그려진 만화는 거북하다는 것이다.
심각하지 않거나, 혹은 심각하더라도 어떤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만화. 일반적인 사람들이 불쾌감 없이 볼 수 있는 만화가 대체로 저렇다. 미지의 세계는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만화가 전혀 아니며, 그저 주인공 미지의 욕망과 고뇌와 일상을 다루는 만화일 뿐이다. 미지의 일상이 우리에게 전달하는 교훈이라고는 “자살을 하지 말고 자살할 인간과 친분을 맺지 말자!"와 "정신병자를 회피하자!” 정도랄까?
나는 사람들이 미지의 세계를 싫어하는 바로 그 요소들 때문에 미지의 세계를 아낀다. 나한테는 이렇게 웃긴 만화가 별로 없었다. 이 만화를 통해서 어떤 교훈이나 힐링을 느끼는 것은 아니지만(위에서 말한 교훈 빼고 이 만화에서 교훈과 힐링을 찾는다면 작가의 의도를 벗어난 것이라 나는 감히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독해를 내가 비난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한테는 미지의 세계가 필요하다. 웃음을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귀여운 미지를 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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