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15일

1. 대학생활문화원에 가서 심리검사를 했다. 2년 전에도 해봤던 건데, 그때와 다른 점이라면 앉아서 심리 검사지를 작성하는 게 몹시 힘들고 집중이 안 되었다는 점, 그리고 심리검사에 문외한인 내가 보기에도 나의 답변은 심한 우울감과 자존감 부족을 호소하고 있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는 점 정도일까. 심리검사를 다 끝내고 접수상담 일정을 잡는데 거의 한 달 뒤다. 그때까지 자살 안 하고 버틸 수 있을까 의문스럽다. 다음주에 그냥 신경정신과에 가서 약을 타올까 고민 중이다.
2. 윤리학특강만 들었다. 앞에 나와서 발제를 하는데, 내 머릿 속엔 그저 졸리다 똥 마려우면 어쩌지 허리 아프다 이런 생각밖에 없었고. 교수님은 나의 생각과 소감을 묻는데 나는 그저 병신 같은 말밖에 할 수 없었다. 발제를 끝내고 자리로 돌아가면서 나는 병신이다 나는 병신이다를 백만번 정도 되뇌었는데, 그 되뇌임이 가슴에 심한 고통을 주진 않았다. 며칠 전부터 혼자 생각에 잠기면 병신이다 병신이다 생각해서 둔감해진 탓이 있을 것이다. 우울과 죄책감과 고통에 시달리는 ‘나’와, 대외용 ‘나’가 분리되는 것 같다. 친구들과 있는 것은 아직도 너무 좋지만, 다른 한편의 나는 자신의 병신같음에 자책하고 있다.
3. 수업이 끝나기 30분 전부터는 자해를 하고 싶다는 강박적 충동이 들었다. 한 백번 정도. 칼로 허벅지를 긋고 싶다. 팔 안쪽의 여린 살갗을 벌리고 싶다. 나를 벌주고 싶다. 열심히 참았다. 참고 나니까 가슴이 미어졌다.
4. 오늘도 사람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다음주 월요일에 있을 내 생일파티를 상상하면서 버티는 와중에, 생일파티에 초대할 친구들에게 미안했다. 지금 기분으로는 앞으로 6개월은 친구들에게 걱정을 사게 될 것 같은데, 그래서 미안하다. 1주일 뒤에는 애들 볼 때마다 울 것 같다. 애초에 내가 없었더라면 좋았을텐데. 내가 그들을 알아버린 것처럼 그들도 나를 알아버렸다. 내가 어떻게 해도 나는 그들을 크게 훼손할 것이다. 내가 자살한다면 그들에게 아주아주 깊은 상해를 남기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절대로 용서 받을 수 없는 일이 될 것이다. 할복으로 사죄하겠습니다 라고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약 3개월 뒤 굳게 마음을 먹고 배를 가를 수 있을텐데. 할복을 해봤자 그들에게 백만분의 일이라도 사죄를 구할 수 없는 게 자명하므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나아지는 것뿐이다. 그리고 나는 그러지 못할 것만 같다. 왜냐하면 나는 병신이라서…
5. 언어가 나한테 너무나 고통이다. 나를 향하는 언어가 고통이고 내 안에서 나오는 언어도 너무 쓰라리다. 언어를 몰랐다면 좋았을텐데… 언어로 고통받는다는 사실을 호소하려면 또 언어에 기대야 한다. 글을 쓰고 읽는 게 고통이다. 말을 듣고 말을 하는 게 고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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