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25일
오늘 수학 과외를 끝내고 침대에 눕는데 갑작스레 외로움이 닥쳐왔다. 그 외로움은 마치 내가 과외 학생을 떠나 보내서 공허함을 느낀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아. 이 학생을 이제 2달 정도 가르쳤는데 어제오늘 이 애가 아주 예쁘고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실제로 내가 가르친 수많은 학생들 중에서 외모가 제일 훌륭하고 수업도 가장 열심히 듣는다. 안 예뻐할 구석은 1도 없는 것이다… 굳이 안 예뻐할 구석을 따지자면 이 학생이 지금 내가 가르치는 학생 중에서 시급이 가장 적은데 그것은 얘에게 달린 문제라기보다는 얘의 어머니한테 달린 문제니까… 어쨌든 이 애같은 학생만 백만명 가르치고 싶다고 생각했다. 빨리 다음주 일요일에 얘를 가르쳐서 수학을 잘하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했고…
나를 외롭게 만든 것은 그 학생 뿐만 아니라 다른 요소들도 있는데 그것은 여기서 말할 수는 없고… 그래도 그 애가 나를 외롭게 만든 것은 최소 1g 정도 있기 때문에 왜 그 애가 나를 외롭게 만들었나..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그 애가 나를 외롭게 만든 이유는 내가 그 애를 훅 좋아하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왜 그 애를 훅 좋아하게 되었나? 그것은 그 애가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 필요라는 게 수학을 배우기 위한 것이라 해도… 나는 늘 누군가가 나를 지독히 필요로 해줬으면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내가 열심히 무언가를 가르치고 그 애가 아~ 하고 이해가 잘 되었고 내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제스처를 취하는 게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누군가가 나의 말을 중요하게 받아들이고 나를 대단하게 여기는 이 감각이 너무 좋다.. 그래서 과외는 양가적인 감정을 준다. 졸라 피곤하다는 것과 졸라 자존감을 채워준다는 것…
누군가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감각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너무 좋고 너무 좋을 정도로 부담스럽다… 그 누군가에게 엄청나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은 그 누군가를 망가뜨릴 수 있다는 것이니까. 그래서 엄청나게 조심하게 되면서 한편으로 이 사람을 나로 하여금 망가뜨리고 싶다는 파괴충동에 시달리기도 하고…
이런 비틀린 자아도취감을 갈구하기 때문에 나는 엄청나게 사람을 갈구하고 호감에 엄청나게 잘 휘둘리는 것 같다. 나는 어떤 ‘특별한’ 순간에 어떤 사람에게 엄청나게 강렬한 감정을 느끼곤 했는데 그때마다 그 감정의 정체가 모호해서 혼란스러웠었다. 가끔씩 그게 연애감정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 사람의 전체를 소유하고 싶다는 욕망인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그 욕망은 충족될 수 없기 때문에 나한테 괴로움을 줬고…
아무튼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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