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15일
최대한 몸과 마음을 채찍질하며 책상 앞에 앉아 있다. 약을 먹어서 그런지 채찍질이 그리 아프지 않다. 답안도 제대로 작성 안 했고 당연히 답안 외우지도 못했고 다른 교양 과목 시험도 제대로 공부를 못했는데, 그냥 잠이나 자고 일어나서 1시간 전에 훑어보고 시험장에 들어가고 싶은 기분이다.
정신병에 걸렸으니 아무도 내게 무리하라고 하지 않는다. 나는 학고만 피한다면 바랄 게 없겠다. 무언가를 제출하고 시험을 치루는 게 힘에 부치는 일이라 빨리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바랄 뿐이다.
밤마다 행복하다. 약을 먹을 시간이기 때문이다. 약을 더 늘렸는데 기분이 전보다 더 나아진다. 가슴을 저미는 슬픔이 없어지는 게 왜 이렇게 행복한지.
활력은 언제 찾을 수 있을까. 무언가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드는 게 너무 많다. 정말 평생동안 잠만 잘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다. 인간은 목숨을 연명하기 위해 애를 많이 써야 한다. 그 사실만 생각하면 슬프다.
나는 대체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10대 때 생각했던 20대의 나와 지금의 나가 많이 다르니까, 내가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 있지는 않겠지. 더 나은 인간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더 나은 인간.
메코는 내가 예전보다 더 나은 인간이 되었다고 말했지만, 나는 잘 모르겠다. 오히려 더 나빠진 것 같아서. 더 약해지고 더 못생겨졌다. 내가 대체 가치라는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인간인가?
모르겠다. 다만 즐겁게 살고 싶다. 세상이 내게 관대했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내게 상처를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적어도 나는 세상과 사람들에게 친절하려고 애쓰고 있으니까. 주는 만큼 돌려 받기만을 바란다.
애정이 고프다. 요새는 트위터 부계로 우울 발작을 하지 않는다. 일단 우울 발작이 시작되면 거기에 트윗을 쓰지 않고는 못 배기긴 하지만, 거기서 목에 피가 나도록 외쳐봤자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기 때문에 우울 발작이 끝나고 나면 외로워지기만 한다. 모두들 그냥 지켜만 보고 있다.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그러듯이.
잘 이겨내는 사람이고 싶다.
~하고 싶다 라는 표현 안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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