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3일

생각보다, 놀랍게도, 잘 살아가고 있는 편이다. 얼마 전에 갔던 지역도서관은 작지만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깨끗했고 쾌적했다. 그곳에서 내가 가져온 책을 읽었는데, 몇 년 만에 느껴본 생경한 감각을 경험했다. 책의 문장이 나에게 촉촉히 스며드는, 그러면서 지적인 쾌감을 주는, 즉 간단히 말해서 전에는 더럽게 안 읽히고 이해가 안 되었던 문장들이 이제서야 잘 이해된다는 감각. 그래서 오랜만에 즐겁게 책을 읽었다. 도서관에서 집으로 가는 길도 좋았다. 서울에서 느낄 수 없는 한산함과 깨끗함. 이곳은 졸라 섭얼번이지만 어째선지 유럽의 어느 깨끗한 소도시의 길을 걷는 듯한… 선진국의 감각…
밥도 잘 먹고 있다. 엄마는 내가 와서 식비가 엄청 늘었다고 불평하지만 (왜냐하면 내 입맛이 쓸데없이 까다롭고 고-급이기 때문이다), 그네들은 내가 이 집에 온 것을 즐거워하고 있다. 사람이 한 명 느니까 집이 그전만큼 적막하지 않은 탓이다. 그리고 내가 그네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 말하자면 효녀가 된 것이다.
알바가 도통 구해지지 않아 며칠 전에 화상과외 업체를 찾아가기도 했는데, 그 후에 어리둥절하게도 과외 일이 두 개나 들어왔다. 물론 확정은 아니다. 미팅이 두 개 잡혔는데, 설마 하나도 못 건지랴 싶다. 어쨌든 일이 확정된다면 나는 이것저것 살 수 있다. 친구들과 맛있는 커어-피도 마실 수 있고, 패-숀 에도 신경을 쓸 수 있다. 즉 잘 살 수 있다… 매우 말이다.
일단 커어피를 마시고 옷을 사고 기타 등등을 할 것이지만… 무엇보다 돈을 모으게 되면 할아범이 된 노트북을 편히 보내드리고 어린-이 노트북을 새로 들일 것이며… 할멈이 된 핸드폰도 바꿀 것이다. 이 일기를 쓰고 있는데 아주 병신같게도 자꾸 타자가 끊겨서, 커서가 자꾸 이상한 곳으로 이동한다. 그래서 문장을 두다다 쓰려고 하면 내가 쓴 글자가 영 이상한 곳에 있어서 아주 아-주 불편하다. 어제 마비노기를 깔아서 그런가… 어제까지는 이러지 않았다. 이 문장을 치는 순간 커서가 맨 처음으로 돌아갔다.. 얘 왜 이러지..
하지만 앨버를 여러 개 구해도 아주 건강하고 튼튼하고 재능이 많은 어린-이 노트북을 사려면 돈이 백만원 정도는 있어야 한다. 그래서 아무리 열심히 돈을 모아도 2015년 끝자락~2016년 초가 되어서야 살 수 있을 것이다.
계속 커서가 병신같이 이곳저곳으로 도망가니까 이만 줄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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