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19일
1. 며칠간 점심을 밖에서 사먹고 티라노에 가서 커피를 마시는 나날을 반복했다. 그것은 레포트를 쓰기 위해 내 자신이 조성해놓은 나날이나, 계획의 목표 달성은 번번히 실패하기만 한다. 카페에 자리를 잡고 앉으면 일단 스마트폰 게임을 존나 한다. 그후 노트북을 펼친다. 그리고 트위터를 존나 하다가 최신 트윗까지 다 읽으면 그제서야 워드 창을 멍하니 바라본다. 글은 한 글자도 쓰지 못하는 게 당연하니 커서가 깜빡이는 것을 더는 보지 않고 다시 트위터 창을 키거나 스마트폰을 꺼내서 다시 게임을 한다. 그러다가 가끔씩 담배를 피우러 나간다. 이윽고 저녁 먹을 때가 되면 기숙사로 돌아가거나 도서관에 간다. 그리고 당연히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2. 주저앉는 나날이다. 할 수 있다면 잠만 자고 싶다. 뭘 해야 할지 막막하기 때문에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다. 정말로 요새는 자는 일이 가장 즐겁고 행복하다. 한 달 이상 누워서 스마트폰으로 게임 실황 보거나 게임을 하곤 해서 그 일들은 이제 질린다. 친구 만나는 일은, 모르겠다. 학교에 있으면 만날 일이 많으니까 꾸준히 만나기는 한다. 그런데 내 꼴이 이 모양이고, 사람들 만나는 게 피곤하기도 하다. 정말로 내가 지금 원하는 것은 의식이 없어지는 일인 모양이다. 그 때문인지 요새는 10시간 이상 잔다.
3. 왜 어떤 사람에게 삶은 가혹하고 어떤 사람에게 삶은 관대한가? 꾸준히 이 생각을 하곤 했다.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주변인들과 억지로 살고 있는 내 삶이 떠올라서 애잔하다. 가혹한데 왜 살아야 하나? 살면서 도저히 의미를 만들어내지 못할 것 같고 그저 삶에 질질 끌려다닐 것 같은데 그 끈을 내가 스스로 끊어버려서는 안 되나? 이런 거대한 질문 뒤에 따라나오는 답은 너무나 소박하고 찌질해서 할 말이 없다. “자살을 하면은 달걀 사라다를 먹지 못합니다” 나는 달걀 샐러드 안 좋아하지만.
4. 내 모든 게 연약하다. 내 육체에 붙은 얄팍한 근육. 내 가랑이 사이에 있는 보지. 내 육체가 연약하고 내 멘탈도 연약하다. 최근 나는 나의 친구들이 두렵곤 하다. 현재 내 친구들 대부분은 게이이다. 게이여도 그네들은 남성이기 때문에 물리적 힘으로 나를 제압할 수 있다. 강간도 당할 수 있겠지. 남성에 대한 잠재적 두려움은 늘 갖고 있던 것이긴 하나, 요새 트위터 타임라인을 보면 이런 두려움은 커질 수밖에 없다. 남성이 싫다, 무섭다. 특히 술 마시는 남성이 두렵다. 술 마시고 소리 지르고 폭력을 휘두르고 통제를 벗어나는 짐승 같은 남성이 싫다. 죽이고 싶다. 그런데 죽일 수 없다.
5. 현재의 순간들에 진득히 붙어 있을 수밖에 없음이 슬프고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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