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12일

1. 인식론 수업과 초급독일어 랩 수업이 종강했다. 이제 다음주 금요일에는 인식론 시험을 치기만 하면 된다. 독일어 랩 수업은 어떤 독일어 노래를 들으며 가사를 해석하고 같이 따라 부르는 식으로 진행되었는데, 나는 님포마니악 OST인 람슈타인의 Fuhre Mich가 떠올랐고 이것을 같이 들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 뿐이었다. 랩 수업이 끝나고 랩 수업에 대한 평가지를 조교님이 나누어 주었고 평가지는 다 독일어로 쓰여 있었다. 나는 몇몇 단어를 핸드폰으로 검색해서 질문의 뜻이 무엇인지 알아내야 했다. 물론 귀찮으면 대충 눈치로 유추하고 넘어갔지만. 설문지를 내자 조교님은 Tshuss! 라고 인사를 했고 나는 왠지 그 발음이 어색해서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츄스.. 이랬다. 어쨌든 수업이 끝나고 도서관에 가서 심리철학 공부를 했다. 6장을 읽는 데에는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 걸렸다. 놀랍도록 집중한 결과였다. (물론 중간에는 트위터도 하고 게임도 했지만) 그런데 6장을 다 읽고 나니 무척 배가 고파서 동아리방으로 갔다. 거기서 사람들이랑 노닥거리다가 피자를 시켜먹고 운영회의에 참석하고 그랬다. 운영회의 사람들은 뒷풀이에 갔는데 나는 피곤하기도 하거니와 시험 공부를 해야 하기도 해서 가지 못했다. 어둑할 때 찬 공기를 쐬며 기숙사로 돌아갈 때에 참 외롭지만 그럭저럭 견딜 만 했다. 허이모의 진지한 조언 이후로 적당히 외로움을 컨트롤하며 살고 있다.
2. 기숙사에 도착하고 나서는 허리도 뻐근해서 침대에 누웠는데 그대로 잠이 들었다. 자정 30분 전에 일어났는데 잠이 잘 안 깼다. 겨우 일어나서 책상에 앉으려는데, 한 달 동안 치우지 않고 쌓아 온 쓰레기들을 치워야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그래서 뜻하지 않게 정리정돈을 싹 했다. 마시고 먹고 남은 쓰레기들이 그렇게 많을 줄이야. 엄청난 깡통들과 비닐 봉지들, 심지어 KFC 박스도 굴러 다니던 상황이었다. (아마 KFC 박스 안에 남은 치킨에는 훌륭하게 곰팡이가 피어 있을 것이다. 놀랍게도 냄새는 잘 안 났다.) 어쨌든 깨끗하게 치우고 나서 본격적으로 심리철학 공부를 다시 했다. 그리고 방금 끝내고 이렇게 텀블러에 일기를 쓰고 있다. 적당히 딴짓 안하고 잘 집중해서 한 나 자신에게 놀랐다.
3. 종강하고 나면 방학 때 뜨개질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철학과 사람들끼리 하는 책읽기 세미나도 할까 싶다. 불레즈랑 독일어 공부도 같이 하고 싶고. 물론 마음 먹는 것에서만 끝날 가능성은 다분하다. 일단 단기 과외가 또 들어 왔으며 나는 금세 피로를 타므로 아무 것도 안 하고 침대에 누워 있을 거다. 그런데 그러면 또 어떠랴 하는 생각이다. 전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나 자신이 너무 한심했다면, 이제는 그리 한심하게 여길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것은 허이모의 조언 덕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무기력함을 방치할 생각은 아니다. 다만 초조해하지 말고, 아무 것이라도 해야 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리 외롭지도 않겠지.
4. 누군가 페이스북에 로스쿨에 합격한 사람을 부러워하는 포스팅을 올렸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보며 신기했다. 로스쿨에 합격하면 삶에 안정을 줄 거라고 그 사람은 진심으로 믿는 걸까? 그런 호기심이 들면서 안정적인 삶의 방식만을 택하는 사람들의 사고가 궁금해졌다. 늘 품고 있는 신기함이긴 하지만 오늘 특히 그런 호기심이 떠올랐다. 실패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 늘 성공하려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살까? 실패 자체가 삶을 심각하게 흔드는 사회에서 나 또한 실패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성공자가 될 생각은 없다. 성공자란 없다는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늘 실패할 수밖에 없고 그것은 무척이나 나를 불안케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나는 이것에 대해 웃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성공에 대한 갈망이 큰 자는 이러한 나의 생각에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가 한편으로 내 생각에 공감할 지라도 말이다. 아니 애초에 공감을 할 수 있을까 그들이.. 이런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어쨌든 그들은 그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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