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020의 게시물 표시

2020년 2월 25일

한영이와 준호는 일본 여행에 갔다. 자고 일어나니 신종 코로나는 더 득시글해졌다. 사람들이 다들 집 안에 있으려고 한다. 나는 외롭다. 룸메이트는 일찌감치 짐을 뺐다. 약 2주 간 나는 이 기숙사 방을 혼자 누리게 된다. 좋은 일인데 기쁘지가 않다. 나는 외롭다. 간밤에 새벽 세 시쯤 잠들어서 새벽 여섯 시에 잠깐 정신이 들었다가 오전 열 시 즈음 다시 눈이 떠져서 비몽사몽한 상태로 닌텐도 삼다수 게임을 했다. 그러다가 중간에 잠들어 버렸고 삼다수는 어느새 방전이 되어 있었다. 대충 한 시 정도 되었을까, 아침약을 먹었는데 심장이 쿵쾅쿵쾅 뛰고 식욕은 없는데 뭔가는 먹어야 해서 엄마가 사온 홍삼시럽을 두 스푼 떠 먹고 어제 먹다 남은 치즈돈까스김밥 몇 개를 먹었다. 그리고 목이랑 어깨가 뭉쳐서 마사지기로 마사지 했는데 노곤한 기분이 들어서 다시 잠 들려고 했다. 그런데 잠이 잘 들지 않았다. 신경질이 나서 다시 일어났는데 여전히 심장이 쿵쾅쿵쾅 뛰어서 오랜만에 신경안정제를 먹었다. 한 알 먹으니까 조금 진정이 되는 것 같았다. 아비탈 로넬의 어리석음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30분 정도를 그렇게 읽고 신경안정제 한 알을 더 먹었다. 의사 선생님은 두 알까지 먹으면 잠이 온다던데 잠은 안 왔다. 그건 내가 이미 충분히 많이 잤기 때문일 것이다. 밝은 대낮이 무섭다. 깨어 있는 게 무섭다. 혼자 있으면 그걸 더 절실하게 깨달아서 무섭다. 외로워서 무서운 게 아닌 거 같다. 나는 다른 것을 무서워하고 있다. 그게 뭔지 모르겠다. 역시 개강일까? 2주 미뤄진 개강을 무서워하는 걸까? 답답하다.

2020년 2월 11일

자잘하거나 소소한 것들을 갖고 싶고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놀러 다니고 게임을 하고 유흥을 즐겼다. 얼마 전에 도마벰님과 그의 친구와 동교 댜른 이렇게 술자리를 가진 적이 있었는데 갑자기 술이 마시고 싶어져서 와인을 달라고 했다. 와인을 받으면서 스무 살 즈음에 맥주 한두잔에 서 있는 채로 시야가 점멸하고 정신을 잃은 썰을 푸니까 동교와 댜른이가 걱정을 했다. 처음엔 화이트 와인을 마셨는데 이제 쓴맛을 잘 못 느끼게 된 것인지 예전에는 굉장히 역하다고 느꼈던 알코올 쓴 맛이 약하게 느껴져서 마실 만 했다. 마시면서 나 빼고 모두들 술꾼인 그 자리에서 술을 마셔서 느끼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물어 보았다. 혹시 내가 술을 마시면서 느끼는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얼굴이 벌개지는 게 혹시 취할 때의 즐거움이 아닌가 의심하면서. 그런데 그 자리에 있던 술꾼들은 아니라고 했다. 내가 겪는 그런 두근거림과 벌개짐은 그들에게도 불쾌하다고 하며, 아무튼 취해서 무언가 평소에 하지 못할 일들이나 말들을 할 수 있는, 제약에서 해방된 그런 기분이 좋은 거라고 해서 나는 왜 술을 마시고 그런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지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나는 제 정신일 때에도 제 정신으로 해서는 안 되는 말들이나 무례한 말들 저속하거나 꺼리는 그런 이야기들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렇게 술을 마시고 기숙사에 가서 꺼라위키로 술을 검색하니까 내가 겪는 증상은 알코올이 아세트알데히드로 분해되어서 나타나는 증상이며, 아세트알데히드 중독? 증상은 술 취해서 얻는 그런 기쁨과는 다르고 나 같은 증상을 겪는 사람은 애초에 알코올 분해 효소가 없는 체질로 태어난 인간이기 때문에 쓸데 없이 술을 마시는 짓은 하지 않는 게 좋다고 써 있었다. 그걸 읽고 술로 얻는 즐거움을 체험하고 싶다는 마음이 꺾였다. (쓰다 말았음)

2020년 2월 24일

혼자 있는 게 너무 불안해서 미친듯이 친구들과 같이 있으려고 한다. 뭐 하니? 나랑 놀자 집에 있니 밥 먹을래 등등으로. 요새 다시 피로를 느끼기 시작했고 아침에 눈을 뜨면 몽롱한 약기운이 기분 나쁘게 느껴진다. 오늘 하루도 아무 것도 못 할 거 같다는 기분. 내가 그토록 싫어하는 무력감의 기운이 나를 덮칠까봐 두려워하며 어떻게든 끼니를 때우고 무언가를 하려고 하는데,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거라는 예감이 강하게 들어서 강박적으로 사람을 찾는다. 그런데 누구랑 같이 있으면 피곤하고 졸리다. 그래서 자취방이 있는 친구들 집에 놀러가려고 한다. 힘들면 친구의 누울 자리를 뺏기 위해. 내가 이 불안을 의식화한 건 어제였다. 어제 랙돌님 집에 있다가, 신림 쪽에 있는 파스타집에서 동교랑 저녁을 먹으려고 했는데, 너무 가기 싫었는데 갈 수밖에 없었다. 혼자 있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동교에게 이 불안을 말하고, 이 불안을 느낀다는 사실 때문에 메타적으로 더 불안해진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혼자 있을 시간이 더더욱 많아질 테고, 나는 영원히 홀로 그럭저럭 잘 살아갈 준비가 되지 않아서 걱정된다고 했다. 동교는 그 무서움에 공감하며, 그렇지만 아직은 그렇게 무서워할 필요는 없지는 않느냐고 물었다. 그건 맞는 말이었다. 동교랑 이야기를 하면서 심장이 뛰고 식은땀이 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가 다른 이야기로 넘어갔는데, 동교에게 아비탈 로넬의 어리석음을 보여주고 아오노 군에게 닿고 싶으니까 죽고 싶어 라는 만화를 보여주면서 수다를 떠니까 즐거웠다. 자정이 지나서 취침약을 먹고 오전 10시 즈음 눈을 떴다. 어제 짐을 뺀 룸메이트가 청소를 하러 분주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나는 편의점에 가서 치즈돈까스김밥을 사고, 옆에 있는 문구점에서 멜라민 스펀지를 샀다. 샤워실 거울의 얼룩이 지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걸로 아무리 박박 문질러도 얼룩은 그대로였다. 아무튼 이렇게 된 김에 나도 내 침대 주변과 창문에 생긴 결로 때문에 덕지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