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11일
자잘하거나 소소한 것들을 갖고 싶고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놀러 다니고 게임을 하고 유흥을 즐겼다.
얼마 전에 도마벰님과 그의 친구와 동교 댜른 이렇게 술자리를 가진 적이 있었는데 갑자기 술이 마시고 싶어져서 와인을 달라고 했다. 와인을 받으면서 스무 살 즈음에 맥주 한두잔에 서 있는 채로 시야가 점멸하고 정신을 잃은 썰을 푸니까 동교와 댜른이가 걱정을 했다. 처음엔 화이트 와인을 마셨는데 이제 쓴맛을 잘 못 느끼게 된 것인지 예전에는 굉장히 역하다고 느꼈던 알코올 쓴 맛이 약하게 느껴져서 마실 만 했다. 마시면서 나 빼고 모두들 술꾼인 그 자리에서 술을 마셔서 느끼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물어 보았다. 혹시 내가 술을 마시면서 느끼는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얼굴이 벌개지는 게 혹시 취할 때의 즐거움이 아닌가 의심하면서. 그런데 그 자리에 있던 술꾼들은 아니라고 했다. 내가 겪는 그런 두근거림과 벌개짐은 그들에게도 불쾌하다고 하며, 아무튼 취해서 무언가 평소에 하지 못할 일들이나 말들을 할 수 있는, 제약에서 해방된 그런 기분이 좋은 거라고 해서 나는 왜 술을 마시고 그런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지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나는 제 정신일 때에도 제 정신으로 해서는 안 되는 말들이나 무례한 말들 저속하거나 꺼리는 그런 이야기들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렇게 술을 마시고 기숙사에 가서 꺼라위키로 술을 검색하니까 내가 겪는 증상은 알코올이 아세트알데히드로 분해되어서 나타나는 증상이며, 아세트알데히드 중독? 증상은 술 취해서 얻는 그런 기쁨과는 다르고 나 같은 증상을 겪는 사람은 애초에 알코올 분해 효소가 없는 체질로 태어난 인간이기 때문에 쓸데 없이 술을 마시는 짓은 하지 않는 게 좋다고 써 있었다. 그걸 읽고 술로 얻는 즐거움을 체험하고 싶다는 마음이 꺾였다.
(쓰다 말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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