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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21일

만 24세가 되는 생일을 맞아서야 깨달은 게 있는데 그것은 내가 내 생일에 대해 지나친 기대를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초등학생 때 그리 만족스러운 교우관계를 유지하지 못했다는 것, 그래서 어떤 애의 생일파티에 초대되지 못했다는 것과 더불어 엄마아빠가 생일파티는 낭비라고 생각해서 성대한 생일파티를 열지 못했다는 것이 나에게 강렬한 결핍의 경험으로 자리 잡았다는 걸 깨달으니 쓸쓸하게 우스웠다. 유독 내가 생일 즈음만 우울했던 게 다 이러한 결핍에서 나온 기대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어버렸다. 자아라는 것을 갖추고 나서 늘 외로움을 겪었지만 나이가 들도록 그 외로움에 대한 공포는 줄어들 생각을 안 하고 오히려 더 커지기만 하는 것 같다. 앞으로 의미 있는 인간관계라고는 별로 없는 시시한 삶을 살게 될까봐 두렵다. 아니, 부모님께 생일 선물로 20만원 받으면 됐지...뭐....

2017년 5월 15일

1. 당장 떠오르는 내 미래 계획이란 내년에 자취를 하든 부모님 집에 얹혀 살든 플4 프로를 사겠노라는 것뿐이다. 공부 계획은 어느 정도 잡혀 있으나 그렇게 의욕적이지 않고, 생계비를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정말로 아무 생각 없다. 의욕적이고 구체적인 미래 계획이란 내가 무엇을 살 것이고 어떻게 놀 것인지에 대한 것밖에 없다. 나는 정말로 내년에 큰 모니터와 (최소 32인치 이상의) 플4 프로를 사겠다는 생각밖에 없다... 2. 정말 요즘 절실히 느끼는 것은, 사람들이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여유가 꼭 필요하다. 생계에 대한 여유도 생기기 어려울 정도로 빠듯한 사람들이 많다보니, 요즘 시대에 정신적 여유를 추구하자는 말조차 하기 힘든 것 같다. 나는 사람들이 날이 많이 서 있다고 느낀다. 비판 의식을 갖는 것과 날이 서 있는 것은 다르다고 나는 생각한다. 내가 존경하는 선생님 중 한분이 "분노가 기본 정서가 아닌 지식인들을 혐오하기까지 한다"라는 문장을 썼던 걸로 기억하는데, 분노는 비판 의식을 갖는 데에 첫걸음이 될 수 있지만 결국 거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정말로 그렇게 살지 잘 모르겠지만, 나는 인간이 나약하기에 가질 수 있는 인간만의 선량함을 믿고 어떻게든 어떤 사람과의 대화 가능성과 설득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기로 마음 먹었다. 앞으로 나 자신이 엄청나게 훼손당하는 일을 겪게 되더라도, 그 때문에 이런 결심을 내버리고 인간을 혐오하고 세상을 등진 채로 살 수도 있을 것이나, 나는 나 자신의 힘으로 어떻게든 지금 내가 바라고자 하는 삶을 살아갈 것을 다시끔 다짐하리라 믿고 있다. 앞으로 내 생각이 어떻게 바뀌든, 지금 이 순간의 나의 다짐은 진짜이고 이 다짐은 옳다고 믿는다. 요새 내가 읽은 철학자들은 결국에는 인간에게 희망을 품는 긍정적인 사람들이다. 나는 그 긍정이 단순히 생각이 없는 긍정이 아닌, 끝없는 부정과 의심과 비판 끝에 나온 것이라 생각한다. 나

2017년 5월 3일

1. 허이모와 카페에서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했다. 이야깃거리 중 하나는 선거를 통한 대의민주주의로 나 같은 사람들의 의견이 절대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에서 현재 자본주의와 결탁한 대의민주주의가 갖는 한계에 대해 연구해보고 싶다는 나의 바람에 관한 것이었는데, 허이모가 그것을 듣고 셸든 월린(Sheldon Wolin)이라는 미국의 정치철학자를 소개해 주었다. 오늘 저녁에 게임을 잠깐 하고 그 학자에 대해 검색해 보았는데, 나는 그 학자의 책이 한국에 번역되지 않았을 거라 짐작했는데 그 짐작이 틀렸다. 중앙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월린을 검색해보니 후마니타스에서 번역한 책들이 있었다. 이번 학기에 헤겔 수업을 청강하면서 졸업 논문을 헤겔로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헤겔뿐만 아니라 읽어야 할 책 목록들이 지치지도 않는 듯 갱신되고 있다. 게으른 내가 죽기 전까지 그 책들을 모두 읽을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2. 헤겔 입문서를 읽는데, 이 입문서를 쓴 학자가 여성이라는 소수성을 갖고 있어서 헤겔이 현 체제를 무조건적으로 정당화하는 보수주의자라는 혐의에 대해 천착하려는 게 보였다. 그것은 내가 헤겔을 알기 전 헤겔에 대해 품은 인상과도 부합하는 것이어서, 여성 헤겔 연구자는 어쩌면 처음에 헤겔을 접했을 때 비슷한 걱정과 혐의를 갖고 접근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헤겔로 졸업 논문을 쓰게 될 경우, <우연성, 헤게모니, 보편성>을 하루 빨리 읽어야 할 것이다. 그 전에 도서관에서 빌린 헤겔 입문서부터 완독해야겠지만. 3. 스피노자 입문서를 읽고 나서 내가 좀더 긍정적인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커피가 나에게 주는 기쁨, 지금 날씨의 적당한 온도와 좀더 짙은 파란색이 된 하늘과 총천연색의 꽃들이 주는 자연미 기타 등등이 주는 좋음을 수용적으로 받아들이게 된 듯 하다. 오늘 허이모와도 이야기했던 건데, 사람은 현재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조건들과 자원들만을 가지고 지금 그 사람이 자신의 상황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