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019의 게시물 표시

2019년 2월 25일

1. 블루투스 키보드가 도착해서 아이패드 페어링해서 일기를 쓰고 있다. 키캡이 동그란 모양이어서 불편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딱히 그렇지 않아서 타이핑하는데 불편함을 느끼진 않고 있다. 돈을 투자하여 이제 언제 어디서나 글을 쓸 수 있도록 만들었으니 이제 그만한 값어치를 할 만한 생산력을 내면 된다. (안 내도 상관 없지만) 2. 내일이 졸업식인데 왠지 가족들이 대판 싸울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졸업식 전날인데 아빠는 아직 안 들어왔고 (이 시간에 안 들어온다는 것은 술자리가 있다는 뜻이다) 오빠도 밖에서 외식한다고 그랬는데, 엄마는 밥을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재깍재깍 답을 안 한다고 투덜거린 것을 들으면서 저녁을 먹었다. 아무튼 엄마가 아빠나 오빠에 대해서 짜증을 낼 때 나는 바짝 긴장하게 된다. 마치 섬뜩한 상황에서 털이 곤두서듯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 예감이 현실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2019년 2월 22일

작년 이맘때 즈음이면 몸을 가누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우울했었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걸을 수도 있고 책도 읽을 수 있으니 훨씬 낫다고 볼 수 있다. 그래도 기분은 울적하고, 나를 울적하게 만드는 요소들은 도처에 널려 있으니, 그 많은 것들을 일일이 하나 하나 구체화하여 따지는 것도 귀찮은 일이라 그냥 '환절기 탓이야'로 퉁치기로 했다. 오늘 병원에 가서 약을 타오는 날이라 의사 선생님한테도 그렇게 이야기했다. 선생님은 차차 나아질 거라는 말을 했다. 그냥 더 나빠져도 그러려니 할 것입니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 예 라고 대답했는데, 곧바로 작년 이때 즈음을 생각하니 의사 선생님의 말에 정말로 동의했다. 물론 정말로 동의할 수 있었어도 별로 희망찬 기분은 들지 않았지만, 아무튼 그랬다. 이제 기숙사에 살게 되어 병원에 자주 오기 힘들고, 또 온다 하더라도 토요일 오전밖에 시간이 안 되니 약을 넉넉하게 처방해주실 수 있겠냐고 부탁했고, 선생님은 알겠다고 했다. 그래서 한달치 약을 타 왔다. 일기를 써야지, 라고 마음 먹으면서 쓸 거리를 많이 생각해 두어도 결국 하던 말만 하게 되는 것 같다. 역시 관성을 이기기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래도 일기를 아예 안 쓰는 것보다는 관성에 젖어서 뭐라도 기록하는 게 낫겠지. 관성적으로 내가 쓸 수 있는 것은 우울증 투병일지, 가족에 대한 것, 이 정도이다. 가족에 대한 것을 쓰려다가 가족이 정말 나를 옭아매고 있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하는 듯 해서 오늘은 쓰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우울증 투병일지만 썼다. 관성을 이기기 위해 무슨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 며칠 전에 랙돌님을 만나서 자주 가는 찻집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오타쿠 이야기, 창작에 대한 이야기, 병에 대한 이야기, 가족에 대한 이야기, 등등. 랙돌님한테 빨리 상태가 좋아져서 그림 많이 그릴 수 있었다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고, 랙돌님은 나한테 글 좀 써주세요 라는 이야기를 했다. 정말 영업은 연성으로 해야 하는데, 2차창작 글을 쓴다는

2019년 2월 17일

늘 고질적으로 앓던 불면증을 도저히 못 견디겠는지 엄마가 자꾸 나한테 정병약을 물어봐서, 내가 다니는 정신병원을 추천해 주었다. 거기서 받은 약이 잘 듣는 모양인지, 약을 먹으면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푹 잤다며 엄마가 말했다. 그리고 정신병원 의사 선생님이 참 호감형이라는 말도 했다. 그분은 곰돌이 인형처럼 푸근하게 생긴 젊은 남자 선생님인데, 아무튼 계속 이 분이 내 주치의가 돼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으신 분이다. 아무튼 엄마한테도 좋은 인상을 남긴 모양이었다. 엄마가 타온 약이 뭔지 궁금해서 엄마의 약 봉투를 들여다 보았다. 내가 먹는 수면진정제 한 알과 항우울제 계열의 약 두 종류였다. 항우울제는 꾸준히 먹는 게 좋으니까 엄마한테 매일 먹을 것을 권하니까, 엄마가 그럼 약에 의존성이 생기면 어떡하냐고 거절했다. 며칠 뒤 병원에 가는 날이 되어서, 의사 선생님께 엄마를 언급하면서 엄마가 너무 잠이 안 올 때만 약을 먹겠다고 한다, 그런데 항우울제는 중간에 거르고 그러면 안 좋지 않느냐고 물어봤다. 의사 선생님은 매일 먹는 게 좋은건 맞는데 그 나이대 어르신들은 약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고, 복약지도를 충실히 따르지 않는 것도 어떤 면에서는 치료의 과정 중에서 겪는 거라면서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자기가 참고해서 다음에 어머님 오실 때 그런 것 관련해서 잘 말씀드려 보겠다고 했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하고 병원에서 나와 늘 그랬던 대로 약국에 가서 약을 타 왔다. 그러고 나서 한 며칠 지났던가, 엄마는 다시 약을 받으러 병원에 들른 모양이다. 의사 선생님이 먼저 말을 꺼냈는지, 아니면 엄마가 먼저 물어봤는지 모르겠지만 자기는 별로 우울하지 않다, 우울함에 대해서는 인지적으로 혹은 의지 등등으로 극복하고 있다, 단지 자기는 불면이라는 신경증적인 문제를 겪고 있기 때문에 자기는 너무 잠이 안 올 때만 약의 도움을 받고 싶다, 그리고 정신병약은 의존성이 있지 않느냐,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 나한테 말했다. 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