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018의 게시물 표시

2018년 5월 24일

이제 포마드로 앞머리를 그럴싸하게 정리할 수 있다. 이 헤어스타일로 바꾸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보는 사람 모두가 그 머리가 정말 잘 어울린다고 하는 걸 보면 나만의 생각은 아닌 것이다. 5월 21일은 내 생일이었다. 애인은 내 생일을 까먹었고, 그 다음날 22일에 만나서 생일 기념 식사를 하면서 사과를 들었다. 애인이 내 생일을 까먹었다는 것에 그리 섭섭한 마음은 들지 않았으나, 그래도 연인이라는 관계에서 해야 할 일에 소홀한 것이기에 나는 농담 식으로 사과를 요구했고 애인으로부터 진심 어린 사과를 받아 내었다. 친구들한테 생일 선물로 책을 받기로 했다. 그런데 꼭 갖고 싶다고 생각하는 특정 책이 많이 떠올리지 않아, 한영이를 제외하고는 선물로 받을 책 선정을 친구들한테 맡겼다. 일단 허이모로부터는 아비탈 로넬의 어리석음을 받을 것이고, 준호한테서는 보들레르 산문집을 받을 것이다. 친구들이 어떤 책을 선물해줄 지 기대된다. 생일날 저녁에는 재욱이가 저녁을 사 줬다. 두만강 샤브샤브에 처음 가 봤는데, 정말 맛있었다. 서울대학교 근방에는 좋은 퀄리티의 중식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가게들이 여럿 있기 때문에, 이럴 땐 서울대학교에 다니는 게 정말로 좋다는 생각이 든다. 훠궈, 어향가지, 지삼선을 먹었다. 정말 양껏 시킨 것이기 때문에 식사가 끝날 무렵에는 내 몸 "구석구석까지 채워졌다." (톨킨을 좋아하는 애인이 알려준 표현이 정말 적절한) 저녁을 얻어 먹고 나서 보답으로 나는 재욱이한테 커피를 사 주었다. 티라노의 맛있는 핸드드립 커피를 마시면서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학자로서의 진로와 관련된 이야기와 기타 신변잡기적인 것들에 대해서) 5월 24일 오늘은 독서실에 가서 2017학년도 고2 6월 수리 나형 기출문제를 풀고 (주말에 있는 수학과외 수업준비를 위해) 루소의 고백록을 읽었다. 고백록 첫 페이지를 읽자마자 얼굴에 웃음기가 가시지 않았다. 연숙이 덕분에 이 재미 있는 책을 알게 되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18년 5월 18일

잘 지내고 있다. 영양제를 매일 챙겨 먹고, 잠을 충분히 자고, 세 끼 밥도 잘 챙겨 먹고 있다. 누워서 핸드폰으로 애니메이션이랑 영화를 보고, 앉아 있을 기운이 생기면 도서관에서 빌려 온 책을 읽는다. 다만 이 '잘 지내고 있다, 그럭저럭 괜찮은 기분'은 마치 생리통을 심하게 겪고 있는데 진통제가 잘 들어서 고통은 느껴지지 않는데 어딘가가 마뜩찮고 불편한 그런 느낌과 비슷하다. 그래도 고통을 느끼지 않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다. 약의 부작용 때문인지 수전증이 생겼다. 오르가즘을 못 느낀다든지, 약효가 잘 듣지 않아 예민해지는 것보다는 수전증을 겪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는데, 손이 발발 떨리는 걸 보면 괜히 초조하고 불안한 기분이 든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 것처럼, 불안해서 손을 떠는 게 아니라 손을 떠니까 불안하다. 오늘은 애인과 만나는 날이었는데, 애인이 간밤에 장염에 걸리는 바람에 데이트가 취소되었다. 그래서 좀 느긋하게 잤다가 엄마가 차려준 아침을 먹고 병원에 들러서 약을 타고 독서실에 왔다. 독서실에 와서 백팩을 주문했고 (수납공간이 더 많은 가방이다) 곧 반납해야 할 책을 읽었다. 책을 읽고 있는데, 손이 덜덜 떨려서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초조한 기분을 진정시키기 위해 노트북을 꺼내서 일기를 쓰고 있다. 요새는 누워서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보고 싶은 기분이 들어서, 흥미를 자극하는 애니메이션을 보고(유리 온 아이스, 카케구루이) 뚜부가 추천해준 영화를 봤다(스카페이스). 영상을 보고 싶다는 욕구는 오랜만에 찾아온 것으로, 이 기회에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많이 봐 둬야 겠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영상에 집중할 수 있는 때가 이제껏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비엘 애니메이션인 유리 온 아이스와, 미친 여자들이 잔뜩 나오는 레즈비언 페미니즘 애니메이션 카케구루이를 보고 든 생각이 있다. 일단 카케구루이를 보고 든 생각부터 적자면, 나는 미친 여자들이 너무 좋기 때문에 레즈비언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새

2018년 5월 11일

가르치던 한 학생이 과외를 그만두었다. 이유는 학원에 가고 싶다는 것인데, 과외를 그만두는 과정에서 미리 선불로 받은 과외비를 어떻게든 더 많이 환불받으려는 속셈으로 과외 학생의 어머니는 구구절절 나에게 미안함을 가장한 전화를 걸었고, 그 전화 때문에 나는 내 고등학교 시절을 입 아프게 떠들어야 했으며 (어제 오늘 30분씩해서 총 1시간이었고 나는 참고로 현재 목감기에 걸려있다) 이번 주 일요일까지 내가 과외 학생을 위해 시간을 빼 놓았기 때문에 4회분만 환불하겠다고 말하자 학생의 어머니는 확 돌변하여 나를 후려쳤다. 학생 어머니는 그간 나의 노고를 치하하면서 나를 감복시켜 내가 흔쾌히 돈을 많이 돌려줄 것을 기대했으나 (그래서 시험 전 2번 수업을 제하고 30만원을 돌려 받고 싶어한 것이다, 내가 바로 어제 학생을 위해 30분을 초과하면서 수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20만원만 돌려주겠다는 답변을 듣고 굳이 가식을 떨 필요가 없어 그 학생 어머니는 나의 칼같음(과외학생의 전화번호를 물어보지 않고 과외학생에게 일일히 문자를 하면서 학생의 공부상황을 파악하는 것을 하지 않고 오로지 주 2회 수업만 열심히 한 것)을 욕하고 선생님처럼 하면 안 되는 것이라는 훈계를 받았다. (친엄마한테 훈계 받아도 짜증나는 상황에!) 나는 독서실에서 책을 읽다가 이 어머니의 전화를 받느라 팔자에도 없는 산책을 하면서 30분간 학생 상담을 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그리고 결국은 돈을 많이 환불받고 싶어하는 속셈으로 전화를 걸었는데 애초에 그 용건부터 말해서 깔끔하게 일을 마무리지을 것을 지지부진하게 끌고 갔다는 사실에 분노하여 "각설하고, 그럼 3회 수업 한 것으로 치고 나머지 5회분 환불할게요" 라고 그 어머니의 말을 끊자, 그 어머니는 10초간 침묵하다가 코웃음을 치더니 "그럼 3회분 수업한 걸로 하고 그렇게 하세요"라는 대답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나는 방금 일어난 상황에 어이 없는 분노를 느껴서 (아니 왜 내 노동을 후려친단 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