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020의 게시물 표시

2020년 9월 26일

공부에 마음이 떠났다고 했는데 최근에 산 것들은 죄다 앉아서 공부하는 거랑 관련이 있었다. 예를 들어 6만원짜리 허리쿠션, 비판이론에 관한 책 두 권, 뭐 거의 10만원은 가뿐히 넘는 소비를 며칠 사이에 아무 생각 없이 저질렀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 심심했기 때문이다. 요새 나의 가장 큰 문제는 심심함이다. 뭐라도 하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고, 졸리거나 몸이 아파서 누워 있을 때에도 사지가 꿈틀거리고 다리가 떨린다. 그 탓인지 자꾸 방을 청소하고 쓰레기를 내다버리고 (이건 좋다) 심심함을 나 혼자서 어떻게든 감당해 보려고 게임을 마치 공부처럼 한다던지 아니면 내가 아는 모든 친구들에게 전화를 건다.  모든 친구들에게 전화를 건다 <- 이 일이 굉장히 수치스럽다 왜냐하면 어른스럽지 못한 것 같아서... 친구랑 대화하면서 나 자신이 대화라는 것을 하지 않고 자기연민에 가득찬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것을 깨닫는데 그걸 멈추기가 아주 힘이 들어서... 남 보기가 부끄러운데 나 혼자서 나 자신을 감당하기 어려워서 계속 사람들을 보려고 한다... 이런 것들... 애써 괜찮다고 강박적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그냥 괜찮았으면 좋겠다 어딘가 잘못되었고 크게 망한 거 같고 모든 게 무의미하다 <- 이 생각을 안 하려고 계속 다리를 떨고 손을 물어뜯는다 글쓰기 조교일을 했는데 생각보다 할 만하다고 느꼈다. 그런데 오늘 교수님이랑 통화하면서 앞으로 할 일들을 받아 적고 있으니까 할 만하지 않다고 느꼈다... 계속 최악을 상상하고 아무튼 평가받는다 <- 사지가 뻣뻣해진다 됨

2020년 9월 21일

너무 심심해서 죽어버릴 거 같다 미쳐버릴 거 같다 를 느끼는 중인데 약간 죽고 싶다는 생각이 다른 식으로 바뀐 거 같다. 죽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다만 미친듯이 따분할 뿐이다... 수많은 웹소설 수많은 만화 수많은 유튜브 영상 수많은 게임에 몰두하다가 그것이 모두 질리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때에... 심지어 너무 누워있었기 때문에 몸이 피곤하지 않아서 잠도 안 올 때... 차라리 죽는 게 낫다 싶을 정도로 무료해지는 순간이 닥쳐온다. 그런데 죽고 싶지가 않다 <- 이래서 환장하겠음 언제 이 악물고 수업자료 리딩을 하다가 너무 졸려가지고 (그런데 침대에 누우면 잠 안 옴 그냥 하기 싫은 거임) 방 청소를 한 적이 있는데 어지러진 것들을 정리하고 바닥에 굴러다니는 먼지와 터럭들이 사라지니까 너무 뿌듯했다. 성취감에 목 말라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대학원 와서 하는 공부는... 전혀... 전혀 나에게 성취감을 주지 못했다.. 그나마 흥미를 느낄 만한 분야를 공부했다고 말하면 여름에 지도교수로부터 더 이상 교양 쌓는 일에 집중할 때가 아니라 네가 주력으로 삼을 것에 집중해야지 라는 소리가 어른거린다. 학부 시절부터 철학과에서 애를 먹은 건 동료 대학원생들보다 상대적으로 후달리는 외국어 능력 그리고 '분석적'으로 논증을 구사하는 것인데 이 둘을 갈고 닦을 생각이 없다. 오로지 그것은 나한테 의무로만 느껴지고 나는 이제 의무니 뭐니 하는 것들을 어떤 숭고하고 가슴이 웅장해지는 이유로 꾹 참고 하고 싶지는 않다. 나는 이제 나를 그 정도로 학대하지 않을 정도로 나 자신과 친해졌다. 그냥 내가 못 하는 것 내가 하기 싫은 것 그것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데까지 나 자신을 아끼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너는 이래서는 안 돼 대체 앞으로 어떻게 하려고 라는 자기책망의 목소리가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나 그 자기책망은 오히려 나에 대한 삐뚤어진 자기애 자기연민이라는 것을 안다. 어제 너무너무 심심해서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한테 연락했고 민규와

2020년 9월 15일

1. 배가 고파서 일찍 깼다. 편의점에 가서 우동이랑 초콜릿을 사서 기숙사 휴게실에서 먹었다. 우동을 먹는데 인간이 늙었을 때는 바로 잠이 오지 않을 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때문- 1) 아빠가 코를 골아서 몰래 방에 들어가서 TV를 끄려고 하면 아빠가 벌게진 눈을 간신히 뜨며 아빠 안 잔다 라고 함 2) 몰라 엄마는 일찍 잘 거다 너도 일찍 자라 하는데 엄마는 잠을 설쳐서 새벽에 자주 화장실을 왔다갔다 하며 친오빠나 내 방에 불이 켜져 있으면 빨리 자라 한 소리를 하거나 아무튼 신경을 씀 3) 아빠랑 엄마는 늙었다 (60대가 되었기 때문에) 4) 옛날옛적 와기 청소년 시절에는 하루종일 졸리다 라는 느낌이 없었다 왜냐하면 졸리면 자면 됐기 때문이다 학교 책상에 엎드려서도 잘 잤다 중딩 때는 토요일 방과 후에 점심 먹고 잠들어서 자정에 깼는데 (거의 8시간을 잠) 야식을 먹고 또 잠들 수 있었다 아무튼 자는 게 좋았고 잘려고 마음 먹으면 꿀잠을 잘 수 있었다 5) 현재의 나: 졸린데 잠을 잘 수가 없다;; 취침약으로 두뇌의 스위치를 끌 수 있을 뿐이고 그 이후에는 뭔 짓을 해도 잘 안 꺼진다 왠만큼 피곤하지 않으면 등의 근거를 떠올리며... 수면패턴이 불규칙한 내 친구들을 떠올리며... 아무튼 그런 생각을 함... 잠이 않와 라는 것을 느끼게 되는 그 순간 인간은 더 이상 안젊은이가 되는 게 아닐까? (수학여행 전날에 설레서 잠 안 오는 그런 해맑은 애새끼적 이유 말고는)  아무튼 그런 생각을 하고 우동을 먹고 대충 배가 불러서 다시 누워서 자려고 했는데... 잠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아침약을 먹고 아이패드로 모바게 하다가 잠깐 졸면서 아빠 안 잔다를 시전하다가 대충 오전 열한시가 되어 책상에 앉아 있을 수 있게 되었다. 어제와 달리 오늘은 좀 몸에 활력이 도는 것 같아서 청소기로 먼지랑 머리카락이랑 짬지털 등등을 빨아들였다 화장실에 있는 룸메의 머리카락도 치웠다 (나는 활력이 돌면 청소를 하고 싶어진다) 또 허기가 져서 점심을 먹어야하는데...

2020년 9월 14일

저번 토요일엔 한영이 생일파티에 갔다. 생일파티 가기 전엔 동교의 자취방에 갔는데 자기 집이 몹시 더럽다고 난색을 표했음에도 나는 막 우겨서 가겠다고 했다. 그날 오후 2시까지 수업 리스폰스 페이퍼를 제출해야 했는데 내가 강제로 쳐들어가는 바람에 동교는 급히 자기 방을 청소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청소하지 말라고 했지만... 막상 동교 자취방에 도착해보니 동교가 왜 과제를 내버려두고 급하게 청소할 수밖에 없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ㅋㅋ 정말로 동교 자신의 존엄이 달릴 정도로... 더러웠기 때문이다... 아무튼 나도 청소를 좀 거들고 동교는 책상에 앉아 과제를 하고 나는 동교가 눕는 침대에서 같이 과제를 하려다가 (동교랑 같은 수업을 들었고 나 또한 동교가 해야 하는 과제가 있었다) 몹시 하기 싫었다. 몹시 하기 싫었기 때문에 엄청나게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학기 초반부터 공부 의욕이 재기된 적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침약+커피 로 인해 양성피드백이 발휘되어서 심장이 몹시 뛰고 온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절대로 동교를 방해하지 말아야지 마음 먹었으나 (그렇다면 애초에 동교 자취방에 가면 안 되었었겠지?) 동교한테 너무 불안해 불안해서 죽을 거 같다고 털어 놓았다. 동교는 미래니 뭐니 그런 생각 하지 말고 너가 나랑 같이 과제를 해 준다면 자기가 기쁠 거 같다고 말했다. 어떻게든 불안을 추스려서 과제를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과제를 빨리 끝낼 수 있었다. (퀄리티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오로지 제출에만 목적을 둔 과제) 그리고 동교는 생각보다 과제를 열심히 해서 티마이오스 어떤 부분이 이해가 잘 안 된다 하면서 느릿느릿하게 과제를 해 나갔다. 원래는 파티 가기 전에 동교랑 영화 한 편을 같이 보고 파티룸에 출발하려고 했는데, 동교가 보자고 하는 영화가 막 고질라 같은 내가 1나도 흥미 없어하는 것을 보자고 해서 그냥 나는 동교를 내버려두고 한영이 준호네랑 같이 합류해서 먼저 파티룸에 갔다. 한영이는 전날에 민규랑 같이 치즈함박스테이크 반죽? 덩어리? 를 빚

2020년 9월 1일

뭔가 계속 불안해서 담배 졸라 많이 피움 그랬더니 니코틴 돌아서 심장이 더 뛰고 초조해짐 멍청이짓함 이제 절연 한다 (어차피 곧 수업이라서 자리 못 비움) 그제는 자취 시작한 트친님 집에 놀러가서 트친님이랑 트친님 룸메이트랑 같이 신나게 떠들고 하룻밤 자고 아침에 트친님이 든든한 샌드위치 만들어주시고 그거 먹고 기숙사 와서 쳐 자다가 심심해서 허이모한테 추천 받았던 푸른 괴물의 껍질 사서 읽으면서 롬곡폭풍함 1권 2권 초반부터 즙 ㅈㄴ 짜게 만드는 소설임 그리고 3권부터 공수 재회하는데 그때부턴 좀 재미 없는듯 아예 재미 없는 건 아니고 1권 2권 쇼타 키우는 괴물쟝 둘의 애증 유사가족근친어쩌구 괴물쟝이 인간의 감정을 알아가면서 아 내가 쇼타(훗날 커서 공이 됨)쟝한테 심한 짓을 해버렸구나 후회하면서 뭔가 바보호구짓하는 게 젤 재미있었음... 하지만 둘은 sox해야 하기 때문에 (이유: 이 소설은 19금 비엘 소설이다) 쇼타쟝이 자라서 우리 괴물쟝한테 깁봉사해줌 아니 난 인외수를 좋아하기는 하는데 뭔가 음 아 아니다 누군가에게 있어 유일한 존재 <- 라는 것에 대해 생각을 했다 유일한 존재 <- 사람들이 많이 바라는 환상 그리고 이 환상을 좇다가 미쳐버리거나 불행에 빠진 사람들을 떠올림 (가상의 인물 및 내가 만난 실존 인물까지 포함) 나도 '유일한 존재'에 환장하긴 하는데 이 딲으면서 '나 자신이 누군가에게 유일한 존재가 되는 건 좀 부담스럽다'라고 문득 생각했다.  때문: 누군가에게 유일한 존재가 되면 '유일한 존재'로서 그 누군가에게 엄청나게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영원히 깁봉사해야 할 거 같아서 물론 뻔뻔하게 유일한 존재로서 상대방을 착취하는 길도 있는데 그리고 그걸 상상하니까 군침 싹도는데 실제로 하기엔 내가 나쁜 놈 되는 거 같아서 싫다 나는 착하기까지 하고 싶은 것이다 내가 친구라 명명하는 존재들 아무튼 아끼는 사람들 모두가 나에게 유일한 존재인데 그들도 똑같이 나를 유일한 존재로 여기겠지?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