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14일
저번 토요일엔 한영이 생일파티에 갔다. 생일파티 가기 전엔 동교의 자취방에 갔는데 자기 집이 몹시 더럽다고 난색을 표했음에도 나는 막 우겨서 가겠다고 했다. 그날 오후 2시까지 수업 리스폰스 페이퍼를 제출해야 했는데 내가 강제로 쳐들어가는 바람에 동교는 급히 자기 방을 청소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청소하지 말라고 했지만... 막상 동교 자취방에 도착해보니 동교가 왜 과제를 내버려두고 급하게 청소할 수밖에 없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ㅋㅋ 정말로 동교 자신의 존엄이 달릴 정도로... 더러웠기 때문이다... 아무튼 나도 청소를 좀 거들고 동교는 책상에 앉아 과제를 하고 나는 동교가 눕는 침대에서 같이 과제를 하려다가 (동교랑 같은 수업을 들었고 나 또한 동교가 해야 하는 과제가 있었다) 몹시 하기 싫었다. 몹시 하기 싫었기 때문에 엄청나게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학기 초반부터 공부 의욕이 재기된 적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침약+커피 로 인해 양성피드백이 발휘되어서 심장이 몹시 뛰고 온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절대로 동교를 방해하지 말아야지 마음 먹었으나 (그렇다면 애초에 동교 자취방에 가면 안 되었었겠지?) 동교한테 너무 불안해 불안해서 죽을 거 같다고 털어 놓았다. 동교는 미래니 뭐니 그런 생각 하지 말고 너가 나랑 같이 과제를 해 준다면 자기가 기쁠 거 같다고 말했다. 어떻게든 불안을 추스려서 과제를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과제를 빨리 끝낼 수 있었다. (퀄리티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오로지 제출에만 목적을 둔 과제) 그리고 동교는 생각보다 과제를 열심히 해서 티마이오스 어떤 부분이 이해가 잘 안 된다 하면서 느릿느릿하게 과제를 해 나갔다. 원래는 파티 가기 전에 동교랑 영화 한 편을 같이 보고 파티룸에 출발하려고 했는데, 동교가 보자고 하는 영화가 막 고질라 같은 내가 1나도 흥미 없어하는 것을 보자고 해서 그냥 나는 동교를 내버려두고 한영이 준호네랑 같이 합류해서 먼저 파티룸에 갔다.
한영이는 전날에 민규랑 같이 치즈함박스테이크 반죽? 덩어리? 를 빚어놨다고 했다. 파티룸에 도착하니까 한영이가 나보고 그걸 구우라고 했다. 그런데 치즈함박스테이크가 너무 두꺼워서 속이 잘 익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최대한 반죽을 꾹꾹 눌러서 두께를 얇게 만들고 구웠는데 뭐랄까 익힘의 정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함박스테이크 반죽에 고기보다 밀가루 맛이 더 강하게 나서 나는 개인적으로 별로였다 (ㅋㅋ 그런데 애들 손이 너무 커가지고 함박스테이크 반죽을 거의 10인분어치 준비했고, 결국 몇 개의 익히지 않은 덩어리들은 남겨져서 한영이 자취방의 냉장고로 갔을 것이다... 아님 버렸거나...
사람들이 오기 시작했다. 엄청나게 많은 함박스테이크를 조금씩 먹으면서 사람들은 술을 마셨고 온갖 이야기를 했다. 은진님은 대면으로(ㅋㅋ 오랜만에 만나 뵈었는데 내가 보자마자 왜 이렇게 펨화되셨냐고 (부치펨할때 그 펨임) 말했더니 기분 나빠했다 (ㅋㅋ 푸름이가 도착했을 때도 똑같이 푸름이한테 너 펨 됐구나 하니까 걔도 기분 나빠했다 (ㅋㅋ
파티룸에 어쿠스틱 기타가 있었는데 민규가 기타를 칠 줄 알아서 그걸 치면서 노래를 불렀는데 내 기준 너무 잘 해서 너 이러다가 오디션 프로그램 나가서 유명한 싱어송라이터 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민규가 자기 핸드폰으로 자기가 작곡하고 자기 목소리로 보컬까지 넣은 노래를 들려줬는데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할 수 없는 것들-작곡과 기타치기-을 잘 하기 때문이었다.
동교가 자기가 살면서 한 번도 마피아 게임을 해 본 적이 없다고 해서 마피아 게임을 두 판 정도 했고 첫 판에 나는 마피아한테 끔살당했고 두 번째 판에서는 내가 사회자 역할을 맡았다.
아무튼 그렇게 놀고... 새벽 세 시 즈음에 나는 그로기 상태가 되어서 취침약을 먹고 파티룸에 딸린 침대에 누워서 잠을 청하려고 하는데 뚜부가 와서 자지 말라고 계속 치댔는데 아무튼 무시했다 (ㅋㅋ 약발이 굉장히 잘 들어서 아침 열 시 십 분 전까지 푹 잤는데 일어나서 애들한테 물어보니까 새벽 여섯 시까지 놀았다고 했다. 애들이 엄청 시끄럽게 놀았을 텐데 그걸 하나도 듣지 못할 정도로 나는 푹 잤던 것이다.
아무튼 일요일 아침 파티룸을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기숙사에 와서 잤다 깼다 잤다 깼다 계속 그렇게 했다. 일요일 저녁에 친구들이랑 하는 버틀러 권력의 정신적 삶 세미나가 있었는데 몹시 졸리고 피곤해서 못 들어갈 거 같다고 한 다음에 계속 누워 있었다...
누웠다...
그리고 월요일이 되었다...
지금 줌 수업을 듣고 있는데 푸름이랑 준호는 오지 않았다...
다들 디비져버려서 나는 당황스러웠다.. 애들이 걱정되고... 어떡하냐...
얘들아... (아련하게 부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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