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018의 게시물 표시

2018년 11월 30일

1. 글을 써야 한다... 퀴플글을 써서 퀴플을 살려야한다... (사실 내가 글을 못 내더라도 퀴플은 당장 죽진 않을 거 같지만) 어쨌든 나 같은 인간은 의무와 마감이 아니면 한 편의 완성된 글을 못 쓰는 사람이다... 블로그에는 잘만 일기 따위의 잡문을 올리곤 하지만, 어디에 인쇄될 글을 쓰는 건 아무래도 부끄러우니까 잘 써보려는 핑계를 대며 1억년의 시간을 소비하곤 하니까... (그리고 긴 시간을 소비해서 글이라도 완성하면 다행인데 삽질로 그치는 경우가 더 많아서 문제다) 2. 어제 과외 일이 하나 더 들어왔고 총 4명의 학생을 가르치게 되었다... (그 중 2명은 주1회 수업이긴 하지만) 거의 내 체력의 한계까지 일을 받아버렸으니 쉴 시간이나 공부할 시간은 있을까 걱정이긴 한데 일단 저질러보고 생각하기로 했다... 일단 2, 3주만 기다리면 종강이라서 서울 갈 일이 없어지고 대충 주 2일은 온전히 일정이 비는 날이 되니 괜찮지 않을까? (잘 모름) 저번 화요일에 친구들을 만났는데 내가 과외 일을 많이 하게 되었고 그걸로 등록금과 생활비를 비축해둬야 한다고 말하니까 연숙이가 걱정을 했다. 걱정이 될 만도 하다... 나는 나같은 정신병자 친구들을 많이 뒀는데 그런 친구들 중에서도 체력이 진짜 없는 편이기 때문이다. (근육도 지방도 없는 말라깽이라서) 모르겠다... 일단 저질러보자... (결론 똑같음ㅋㅋㅋ) 3. 엄마아빠는 이제 서로 말을 주고받지 않는다... 그래서 집은 평화롭다. 보통 엄마아빠 사이에 오고 가는 말 중 많은 것들이 굳게 닫힌 내 방문을 뚫을 정도로 시끄러운 소리였기 때문이다. 아빠는 집에 아주 늦게 들어오거나, 집에 일찍 들어오면 저녁 먹고 바로 자기 방으로 들어간다. 내가 지나치게 집안 눈치를 보는 것 같다. 하지만 청소년기부터 집안의 눈치를 보지 않으면 애꿎은 내가 좆되는 경우가 왕왕 발생했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나를 둘러싼 환경의 분위기를 읽고 거기에 맞춰 몸을 사리는 식으로 나는 생존해 왔으니, 그 생존방식이 나를

2018년 11월 23일

대학원 삼수에 성공했다... 한시름 덜었다. 그리고 과외 일 하나 성사됐고 학부모님이 화끈하게 당일 입금을 해주셔서 통장에 약간의 여유가 생겼다. 일타쌍피로 좋은 일이 생겨서 기분이 묘하다. 많은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아 기쁘고 삼수 기간동안 내가 자살할까봐 걱정했던 친구들에게 은혜를 갚을 수 있게 되어 또한 기쁘다. 그간 긴장을 많이 했는지 어제부터 계속 몸에 힘이 없다. 약간 바람 빠진 공기인형처럼 정신이랑 몸이 흐물거린다... 어제는 하필 엄청나게 추워가지고 이러다 몸살나는 거 아닐까 싶었는데 아직까진 괜찮다. 이왕 흐물거린 김에 푹 쉬어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라고 하면서 카페에 왔지만 퀴플글을 안 쓰고 인터넷 서핑만 하고 있으니 이것도 휴식의 일부겠지) 오늘 점심에는 엄마랑 추어탕 먹고 카페에 갔다. 합격 겸 과외 성사 축하 기념으로 내가 다 샀다. 아무튼 엄마랑 밥 먹고 커피 마시면서 석사과정 등록금 이야기와 생활비 마련 등등을 이야기하고 서로의 푸닥거리도 듣고 그랬다. 아무튼 엄마와는 참 복잡한 관계다. 그 누구보다 나를 가장 심하게 상처 입히면서 그 누구보다 가장 나를 잘 위로한다... 어쩔 때는 그 누구보다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건 아주 가끔이다) 앞으로도 이렇게 살겠지. 서로를 가장 연민하다가 빡이 쳐서 머리통 뽑힐 정도로 머리채 쥐어뜯고 싸우고 그러다가 다시 화해하고... 그러고보니 밀란 쿤데라의 <소설의 기술>에서 재미 있는 일화가 나오는데 일기를 마무리하면서 여기다 복붙하도록 하겠다. -------- 비화와 전설에 현혹되지만 않는다면 프란츠 카프카의 정치적 관심 어디에도 의미 있는 흔적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이런 의미에서 그는 막스 브로트, 프란츠 베르펠, 에곤 에르빈키슈 같은 그의 프라하 친구들이나, 역사의 의미를 알려고 한다면서 미래 모습을 그려 내기만을 즐겼던 다른 전위주의자들과 구별된다. 그렇다면 이들의 작품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만 집중된 내향적 예

2018년 11월 21일

1. 미쳐가는 기간 동안 발저의 책 2권을 읽었다... 뚜부가 선물한 <벤야멘타 하인학교>와 배수아 작가님이 번역한 <산책자>라는 책이다. 발저는 가난한 프톨레타리아라 글을 쓸 종이가 없어서 광고지나 신문지 등등에 아주 조그마한 글씨로 글을 썼다는데 내게 타임캡슐이 있다면 내 방에 넘쳐 흐르는 종이 1억장을 발저에게 주고 싶은 기분이다. 그런데 발저에게 종이가 많았다면 그렇게 미친듯이 글을 썼을까? 문득 길을 걷다가 그런 생각을 했다. 뭔가를 많이 쓰고 그리고 아무튼 무언가를 생산해 낸 사람들은 얼마나 속에 쌓인 게 많아서 그렇게 미친듯이 만들어 낸 걸까? 그렇게 생각하다가 떠올린 것이었다. 발저가 트위터를 했다면? 니체가 트위터를 했다면? 기타 등등의 할말이 오지게 많았던 옛날 사람들에게 썩어 넘치는 종이와 펜 그리고 노트북 아이패드 등등을 쥐어주는 상상을 했다. 2. 버크만 심리검사라는 것을 하고 그것에 대한 세미나에 참석했었는데 세미나 활동의 일환으로 비슷한 유형의 사람끼리 모아두고 각자의 취미와 그것을 좋아하는 이유를 적고 다른 유형끼리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알아보는 시간이 있었었다. 세미나에 참여한 학생은 나 포함해서 대충 9명 정도 있었고 (9명 모두 여자였다. 남자들은 심리검사에 관심이 없는 모양이다) 테이블은 3개였는데 내 테이블은 나를 포함해서 3명이 앉았다. 아무튼 다들 초면이다. 초면에 갑자기 초등학교 때나 하던 모둠활동을 하라고 하니 모두들 약간 당황스러워했지만 곧 어색함을 풀고 잘 해냈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내 테이블의 유형은 (당연하게도) 간접소통을 선호하고 창조적인 활동을 하는 소위 '예술가형'이었는데 그 테이블에 앉은 3명 중에서 내가 제일 자폐적인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러니까 10분 가량의 활동을 하면서 '소통'이라는 것을 해야 했고 어색한 분위기를 없애고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다가 자연히 긴장감이 사라지는 과정에서 나 빼고 나머지 두 분은 나보다 좀더 성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