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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의 나라 1기 감상

라프텔이라는 애니메이션 스트리밍 앱에 가입할 때 받은 5일 월정액 체험권으로 <보석의 나라>라는 애니메이션 1기를 봤다. 다 본 건 일주일 전 즈음이었는데, 이것을 보면서 든 단상을 (심심해서) 기록하고자 한다. 당연하게도 1기의 내용이 서술될 것이니 보석의 나라를 조만간 보려는데 스포일러가 싫은 분은 주의를 부탁드린다. ~이하 감상~ 1. 처음 든 생각은 몸이 딱딱한 보석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어째서 사지를 구부릴 수 있는지에 대한 의아함이었다. 후반부에 포스포필라이트가 팔 두 짝을 잃어버려서 합금 팔로 바꾼 것은 뭐, 합금 소재가 유동체이기 때문에 구부러지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겠지만 그런 유동성이 없는 보석으로 이루어진 사지가 어떻게 살덩이처럼 접힐 수가 있지... 이런 것만 신경 쓰면 안 되겠지만... (신경 써도 되지만...) 뭐 보석 내부에 관절이 있다거나 뭐 아무튼 그런 설정이 있겠지... 2. 작가가 밀로의 비너스 같은 조각상을 보고 인간의 육신이 마치 조각상처럼 깨지면 어떨까 라는 기괴한 망상을 실현하려고 <보석의 나라>를 그리고, 그것을 3D 애니메이션으로 잘 구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화에서 머리가 똑 부러지거나 팔과 다리가 깨지는 보석인형이 꼭 하나씩은 등장한다. 덕분에 보석으로 된 토르소 조각상이 주는 미적 자극을 실컷 맛보았다. 예쁘기는 하다. (약간 "예쁘게 죽어요" 같다) 3. 보석인형들은 (물론 생명체로 묘사되지만 나는 보석인간보다는 보석인형이라는 표현이 더 적확하다고 생각한다) 마치 21세기의 일본 여고생과 남고생(학원물 애니메이션에서 재현되는)처럼 말하고 움직이고 생각하는데, 그런 것도 웃기다. 4. 또 보석인형이 쓰는 1인칭 대명사가 대부분 남성의 그것(오레, 보쿠)이라는 것도 웃기다. 여자 목소리를 내는데 자기를 남성형으로 일컫는 건 보석인형들의 무성성을 강조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 같은데, 그러면 왜 남자 목소리로 자신을 여성형으로 칭하는 보

2018년 7월 27일

1. 살면서 처음으로 여름의 폭염에 진심으로 화났다. 더위를 많이 타는 편이 아니라 여름 더위를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자연 현상으로 받아들이며 대충 적응하며 살았는데, 올 여름은 너무 더워서 현기증이 나고 잠도 제대로 못자고 설사를 많이 했다... 네다섯시간밖에 자질 못해서 어제 오늘은 쓰러지듯 아침잠을 잤다. 아침에 해가 뜨면 내 방으로 직사광선이 들어오는데, 그 햇빛이 방 안을 달궈놔서 살풋 든 잠도 다 깨워버렸는데, 오늘 아침은 좀 덜해서 (아님 내가 너무 지쳤거나) 오랜만에 정오까지 잠들었다. 더위 때문에 본의 아니게 아침형 인간이 되어서 독서실에 아침 아홉시에 도착하고 그랬는데, 이제 여름방학 시즌이다보니 독서실에 사람이 많다. 나는 이번 달 들어서 내가 뭔가를 하려면 고독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고 있다. 카페도 바로 옆 테이블에 사람이 있으면 신경이 쓰여서 집중이 안 되는데, 독서실 카페라운지는 더더욱 그렇다... 나는 가끔씩 공부 말고 글쓰기나 그림 그리기 같은 것도 하고 싶은데, 괜히 사람들이 내가 무얼 하는지 다 쳐다볼 것이라는 이상한 불안함 때문에 자꾸만 딴 짓을 하게 된다. (공부를 못하는 사람의 변명이다) 유독 내가 그림 그리기나 글쓰기 같은 창작활동을 할 때 주변에 아무도 없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는 것을 오랜만에 깨달았다. 오늘은 좀 늦게 일어나서 두 시에 집을 나섰는데, 독서실 카페라운지가 만석이었다. 엄밀히 말해 만석은 아니고 2자리 정도 남았는데 양 옆에 사람을 끼고 앉아야 하는 좁은 자리라서 나는 황망하게 거기서 빠져 나와 근처에 있는 단골 카페에 갔다... 다음 달부터는 그냥 독서실 정기권을 끊지 말고 카페 다닐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어차피 독서실에서 최대 세네시간만 있고, 커피는 또 커피대로 따로 근처 카페에서 사고 있어서 이중 삼중으로 돈이 든다) 2. 돈이 없어서 닥치는 대로 과외 일을 받고 있는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문의 전화에 응대하는 것도 피곤하고 새로운 학부모와 학생을 만나는 것도

2018년 7월 17일

어제를 기점으로 마음이 즐겁고 편안해졌다. 이유는 기말레포트 코멘트를 듣는 겸 공부를 계속해야 할지 말지에 대한 고민에 얽힌 좌절과 우울에 대해 이행남 선생님께 털어 놓았고, 선생님께서 굉장히 통찰력 있게 내 고민을 정리해주면서 도움이 정말 많이 되는 말을 해 주셨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내 고민을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그러니까 적절한 무게로 진지하게 들어 주셨고 아주 적절하게 헤겔의 말로써<-ㅋㅋ 그에 대한 생각을 말씀하셨는데, 선생님의 그 적절한 객관성과 무게감 있는 말이 내 정신을 확 들게 만든 것이다. 요지만 말하자면 선생님은 내가 너무 내 안에 갇혀 있었고, '공부'를 너무 무겁게 생각하여 그 허상의 무게에 짓눌려 있었다고 했다. 남들이 하는 것처럼 해 보아라, 마치 고시 공부를 하듯, 단순 노동을 하듯, 기계적인 업무를 수행하듯 책상에 앉아 보아라. 다만 지금은 심신이 쇠약해진 상태니까, 충분한 휴식과 운동을 통해 몸을 추스리고 나서. 선생님이 주신 조언은 아주 생경한 것이 아니었다. 자기성찰을 통해, 주변인들의 말들을 통해, 단편적으로 다 알고 있던 것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알고 있던 그 말이 바로 어제 오후에 학교에 있는 카페에 앉아 학자이신 선생님의 입을 통해 나오자, 이전과 달리 나에게 그 말들이 푹푹 박혔다. 그래서 내가 오랫동안 허우적대고 빙빙 돌고 있던 한계를 인지했고, 그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마음이 진심으로 강하게 들었다! 그리고 원래 만남의 목적이었던 레포트 코멘트에 대해서는, 선생님께서 내 글이 다른 학생들의 것과 비견해서 아주 뛰어났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래서 선생님의 말에 더 북돋아지고 이제부터는 달라지고 싶다는 마음이 든 것일 수도 있다. 첨삭 및 평가가 쓰여진 내 레포트를 가방에 넣고 나는 마치 굴하지 않는 일본 소년만화 주인공처럼 싱글벙글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아주 기분이 좋아서 힘내서 밥을 먹고 힘내서 즐겁게 넷플릭스로 키미슈미트를 봤다. 나는 아주 욕심이 많았다! 그리고 지금

2018년 7월 6일

돈이 없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 화상과외업체 면접 및 교육을 받으러 갔다. 타블렛 디지타이저를 구매해야 했기 때문에 5만원을 지출했다. 과연 일이 들어올지는 모를 일이다. 일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나는 이 타블렛으로 그림이나 그려야 할 것이다. (십대 이후로 별로 그려보지 않은 그림을 말이다) 교육이 끝나고 바로 학교로 갔다. 오늘은 허이모가 토론 패널로 참여하는 여성학 학부-대학원 연계 포럼을 하는 날이었다. 허이모는 심한 목감기에 걸려서 목이 팍 쉬어버렸다. 그런 연유로 정말로 서발턴은 말을 할 수가 없었다(목이 쉬어서). 허이모가 삑삑거리고 바람이 푸쉭푸쉭 빠지는 목소리로 겨우겨우 토론자 총평을 말할 때 나도 모르게 마음 속으로 응원을 해 버릴 정도였다. 아무튼 허이모는 늘 그랬듯이 깔끔하게 총평을 남겼다. 원래는 포럼 끝까지 들을 생각으로 왔는데, 오기로 한 친구들이 오지 않았고 허이모는 여성학과 대학원생이라는 신분 때문에 포럼이 끝나고 뒷정리 및 뒷풀이 참석을 해야 했기에 굳이 오래 머물 이유를 못 찾겠기도 하고 체력도 떨어져서 중간에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는 계속 잤다. 자다가 저녁을 먹으라는 소리에 일어나서 저녁을 먹고, 다시 누우려는데 과외학생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와서 이야기를 했다. 그후에는 엄마랑 이야기했다. 과외학생 어머니랑 무슨 이야기를 했는가에 대해서는 너무 피곤하고 귀찮아서 각설하고, 그냥 엄마랑 거실에서 이야기했던 것만 간략하게 적자면 엄마는 나한테 보통 사람들이 너를 어려워한다고, 그리고 그것이 과외를 오래 하지 못하게 하는 이유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엄마가 해준 이야기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고 상당 부분 수긍이 갔다. 아무튼 엄마랑 이야기하면서 슬슬 과외로 돈 벌 기대는 접고 다른 돈 벌 구석을 찾아야 할 필요성을 확인했다. 엄마는 내가 걱정되는지 자기가 돈 빌려줄테니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했다. 이 말을 옮겨 적으니 드는 의문은, 어떻게 하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나는 지금 친구랑 만

2018년 7월 4일

1. 더위 때문에 졸지에 어제오늘 아침형 인간이 되었다. 아침 일찍부터 너무 더워서 독서실로 피서를 갔다. 카페인 도핑용으로 아이스아메리카노 4샷짜리를 들고 세시간 정도 독서실에 있다가 슬슬 배가 고파질 즈음 집으로 돌아와서, 점심을 먹고 바로 누워서 늘어지게 낮잠을 자다가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다가 유튜브를 보다가 저녁 먹을 때 다시 일어나서 밥을 먹고 또다시 눕고 그렇게 보냈다. 어제도 오늘도. 오늘 아침에는 독서실로 가면서 오늘만큼은 집에서 계속 누워 있지 말고 무언가 한 몫 잡을 만한 생산적인 일을 구상해보자고 생각했다. 그 생산적인 일이랍시고 떠올린 건 비엘소설을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는 헛된 공상이었다. 근면성실한 노동자가 되기엔 글러먹은 내가 돈을 벌 수 있는 구석이라곤 곧 사양산업이 될 비정규직 과외선생 일을 어떻게든 지속시키는 것과 망상 속에서나 쩔지 실제로는 완결이나 지으면 대단한 일이 될 비엘소설 쓰기밖에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일단 과외 일은 계속 찾고 있고 하고 있으니 제쳐두고, 비엘소설 쓰기는 아직 시도를 하지 않은 일이니까 오늘부터 시작해보자고 굳게 마음 먹었었다. 물론 하지 않았다. 이 일기를 쓰고 나서 하면 되겠지만, 아마 안 될 것이다. 운이 좋으면 할 수도 있겠다. 2. 나는 내 친구들이 하나같이 다 자랑스럽다. 마치 그들의 친모라도 된 양 내 친구들 모두는 대단한 능력을 가졌고 언젠가 그들 자신이 나름대로 만족할 만한 삶 혹은 고결한 삶을 살다가 죽을 거라는 근거 없는 믿음을 굳게 가지고 있다. 일주일 전에 엄마한테 내 친구들 중 몇몇을 이야기했었다. 내가 이야기 한 친구들 중에는 규범에 종속된 웃어르신들이 보기에는 불성실하고 건강하지 못한 이들이 있었고, 엄마는 내가 그들처럼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화가 났고 속상했는데, 밖으로 표출하진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남들도 똑같이 좋아할 수는 없는 법이라는 원론적인 교훈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내가 대단하게 여기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