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17일

어제를 기점으로 마음이 즐겁고 편안해졌다. 이유는 기말레포트 코멘트를 듣는 겸 공부를 계속해야 할지 말지에 대한 고민에 얽힌 좌절과 우울에 대해 이행남 선생님께 털어 놓았고, 선생님께서 굉장히 통찰력 있게 내 고민을 정리해주면서 도움이 정말 많이 되는 말을 해 주셨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내 고민을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그러니까 적절한 무게로 진지하게 들어 주셨고 아주 적절하게 헤겔의 말로써<-ㅋㅋ 그에 대한 생각을 말씀하셨는데, 선생님의 그 적절한 객관성과 무게감 있는 말이 내 정신을 확 들게 만든 것이다.

요지만 말하자면 선생님은 내가 너무 내 안에 갇혀 있었고, '공부'를 너무 무겁게 생각하여 그 허상의 무게에 짓눌려 있었다고 했다. 남들이 하는 것처럼 해 보아라, 마치 고시 공부를 하듯, 단순 노동을 하듯, 기계적인 업무를 수행하듯 책상에 앉아 보아라. 다만 지금은 심신이 쇠약해진 상태니까, 충분한 휴식과 운동을 통해 몸을 추스리고 나서.

선생님이 주신 조언은 아주 생경한 것이 아니었다. 자기성찰을 통해, 주변인들의 말들을 통해, 단편적으로 다 알고 있던 것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알고 있던 그 말이 바로 어제 오후에 학교에 있는 카페에 앉아 학자이신 선생님의 입을 통해 나오자, 이전과 달리 나에게 그 말들이 푹푹 박혔다. 그래서 내가 오랫동안 허우적대고 빙빙 돌고 있던 한계를 인지했고, 그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마음이 진심으로 강하게 들었다!

그리고 원래 만남의 목적이었던 레포트 코멘트에 대해서는, 선생님께서 내 글이 다른 학생들의 것과 비견해서 아주 뛰어났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래서 선생님의 말에 더 북돋아지고 이제부터는 달라지고 싶다는 마음이 든 것일 수도 있다. 첨삭 및 평가가 쓰여진 내 레포트를 가방에 넣고 나는 마치 굴하지 않는 일본 소년만화 주인공처럼 싱글벙글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아주 기분이 좋아서 힘내서 밥을 먹고 힘내서 즐겁게 넷플릭스로 키미슈미트를 봤다.

나는 아주 욕심이 많았다! 그리고 지금도 욕심이 많다. 나는 그럭저럭 살다가 죽는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 아주 특별한 인간이 되고 싶은 것이다! 나는 이런 바람을 외면하고 살았다. 왜냐하면 소년만화의 주인공처럼 구는 게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인정하기로 했다. 나는 아주 현명하고 강하고 선량한 멋진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는 것을 말이다. 이런 것을 쿨하게 인정하지 못해서, 오히려 나는 오만하고 제멋대로 굴었던 것 같다.

나는 아주 오만했다! 자의식이 엄청나게 강하다. 남들의 말을 안 듣고 내가 생각하고 내가 바라고 내가 느끼는 것만 중요히 여겼다. 이것을 인정했다. 자책의 형태가 아니라, 정말 있는 그대로 '긍정적으로' 인정했다. 남들이 하는 건 다 바보 같고 나의 특별함을 잃어버리는 '저속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그게 아닌데 말이다! 내가 뭐라도 된 고귀한 인간마냥 남들을 깔봤다!

그래서 나는 아주 특별하고 대단해지기로 했다. 남들이 하는 것도 다 하고 남들이 못하는 것도 할 수 있는 특별한 인간이 되기로 했다. 나는 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그것을 진정으로 원하고 꿈꾸고 있고, 그리고 설령 이루지 못하더라도 그런 실패가 나를 감히 꺾을 수 없을 거라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정말 나는 일본 소년만화 주인공처럼 살고 싶다! 엄청나게 긍정적이고 활력이 넘치는 사람이고 싶다. 어중간하고 그저 그런 긍정성이 아니라 정말로 아주 아주 사려 깊고 현명한 긍정성을 지니고 싶다. 이런 생각들 때문에 힘이 나고 즐거웠다. 지금도 즐겁다. 즐거운 건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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