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4일

1. 더위 때문에 졸지에 어제오늘 아침형 인간이 되었다. 아침 일찍부터 너무 더워서 독서실로 피서를 갔다. 카페인 도핑용으로 아이스아메리카노 4샷짜리를 들고 세시간 정도 독서실에 있다가 슬슬 배가 고파질 즈음 집으로 돌아와서, 점심을 먹고 바로 누워서 늘어지게 낮잠을 자다가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다가 유튜브를 보다가 저녁 먹을 때 다시 일어나서 밥을 먹고 또다시 눕고 그렇게 보냈다. 어제도 오늘도.

오늘 아침에는 독서실로 가면서 오늘만큼은 집에서 계속 누워 있지 말고 무언가 한 몫 잡을 만한 생산적인 일을 구상해보자고 생각했다. 그 생산적인 일이랍시고 떠올린 건 비엘소설을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는 헛된 공상이었다. 근면성실한 노동자가 되기엔 글러먹은 내가 돈을 벌 수 있는 구석이라곤 곧 사양산업이 될 비정규직 과외선생 일을 어떻게든 지속시키는 것과 망상 속에서나 쩔지 실제로는 완결이나 지으면 대단한 일이 될 비엘소설 쓰기밖에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일단 과외 일은 계속 찾고 있고 하고 있으니 제쳐두고, 비엘소설 쓰기는 아직 시도를 하지 않은 일이니까 오늘부터 시작해보자고 굳게 마음 먹었었다.

물론 하지 않았다. 이 일기를 쓰고 나서 하면 되겠지만, 아마 안 될 것이다. 운이 좋으면 할 수도 있겠다.

2. 나는 내 친구들이 하나같이 다 자랑스럽다. 마치 그들의 친모라도 된 양 내 친구들 모두는 대단한 능력을 가졌고 언젠가 그들 자신이 나름대로 만족할 만한 삶 혹은 고결한 삶을 살다가 죽을 거라는 근거 없는 믿음을 굳게 가지고 있다.

일주일 전에 엄마한테 내 친구들 중 몇몇을 이야기했었다. 내가 이야기 한 친구들 중에는 규범에 종속된 웃어르신들이 보기에는 불성실하고 건강하지 못한 이들이 있었고, 엄마는 내가 그들처럼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화가 났고 속상했는데, 밖으로 표출하진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남들도 똑같이 좋아할 수는 없는 법이라는 원론적인 교훈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내가 대단하게 여기는 사람들을 엄마가 대단하게 여기지 않고 오히려 반면교사로 볼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나는 모든 사람들이 내 친구들의 대단함을 알아줬으면 한다는 유아적인 바람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샤오미 게임패드 리뷰 및 샤오미 pc에 연동하는 방법

2022년 2월 10일

2021년 12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