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17일: 꿈에 대한 일기
1. 요 이틀간 꿨던 꿈 메모
a) 이틀 전에 꿨던 꿈이다. 나는 갑자기 몸 어디가 아파서 밤중에 집을 나와 응급실을 향해 걸었다. 아마 귀가 아팠던가 그랬던 걸로 기억하는데 확실치 않다. 119를 부르면 되는 것을 왜 그 추운 한밤중에 직접 내 발로 걸어서 병원을 갈 생각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굉장히 오래 걸었고, 그 꿈의 풍경은 내가 어렸을 적 살았던 동네가 기묘하게 재구성된 곳이었다. 딱 기억나는 건 내가 어떤 풀숲이 우거진 (그렇다고 숲 속은 아닌) 인도 오르막을 걷고 있었다는 거고, 그 풍경과 비슷한 곳이 바로 내가 어렸을 때 학교에서 맨날 소풍을 뻔질나게 다니던 장릉으로 향하는 길이다. 어쨌든 열심히 걷다가 내리막으로 접어들 즈음, 응급실이 보였고 나는 갑자기 내가 응급실에 갈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병원에 가지 않았다. 이 정도로는 응급실에 갈 정도로 심각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던 건지 잘 모른다.
어쨌든 응급실에 가지 않기로 마음 먹고 다시 집으로 향했는데, 왔던 길을 돌아서 간 건 아니고 응급실 근처에 있는 다른 길로 갔다. 달동네의 좁은 골목길이었고 경사가 있지 않았다. 이 골목길의 가로등 불빛이 하얗다는 게 기억난다. 어쨌든 걷는데, 어떤 사람이 눈 앞에 보였다. 처음에는 머리가 긴 사람인 줄 알았던 거 같았다. 그 사람을 앞질러 지나가려는데, 그 사람이 갑자기 날 붙잡더니 나를 죽이려 들었다. 손에 칼을 들고 있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머리가 긴 줄 알았던 그 사람은 어떤 아저씨였다. 아이보리색 패딩을 입은 아저씨였던 것 같다. 나는 그 사람을 보자 거리를 벌리며 핸드폰을 꺼내서 112에 신고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아주 태연하게 "한 번 신고해봐." 라고 말했다. 나의 시도가 무의미하다는 듯이. 나는 112로 전화를 걸었는데, 전화가 걸린 건 근처의 경찰서가 아니라 바로 나를 죽이려 드는 눈 앞의 그 사람의 핸드폰이었다. 그 사람은 빈정거리는 듯이 웃었다.
그래서 그 사람이 날 죽였냐 하면, 죽이지 못했다. 오히려 내가 그 사람의 배를 찔러서 반격했다. 아마 그 사람이 칼을 들고 나한테 다가올 때 내가 그 사람의 손을 되돌려 그 사람의 배를 찌르도록 했던 거 같다. (사실 어떻게 그 사람을 찔렀는지에 대한 과정은 잘 모르겠고 내가 그 사람의 배를 찔렀다는 것, 그 사람의 배에서 피가 흘러나왔다는 그 이미지만 선명하다) 나는 그 사람을 두 번 찔렀으며, 그 사람은 죽여버린다 죽여버린다 말하면서 나를 어떻게든 죽이려고 시도했다. 그리고 꿈은 끝이다.
b) 어젯밤 꿈이다. 어떤 인물의 시점에서 꾼 꿈인데, 그 인물은 어떤 귀족 여성이었다. 대충 '금발의 누님'이라고 설명하면 그 인물에 대한 인상을 어느 정도 전달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털털한 성격에 무언가 이능력을 가진 인물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꿈의 배경은 판타지 세계였다. 좀 어두침침한.
그 인물은 여자 애인이 있었다. 그런데 어떤 남자아이와 모종의 성적 긴장감을 형성하게 되었고, 그 형성 과정이 꿈의 주된 내용이었던 것 같다. 나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금발의 누님이 아마 그 남자아이를 구해주었나 그랬던 걸로 기억한다. 그 남자아이는 아주 꼬마아이는 아니고, 대충 중학생에서 고등학생 정도의 연령인 검은 머리의 잘생긴 아이였다.
그 아이를 구해주고 그 아이가 나한테 (이때 '나'는 누차 말하지만 금발의 누님이다) 사랑한다고 고백을 했던가 어쨌든 어떤 식으로든 나한테 호감을 표했다. 내가 아마 그 남자아이랑 키스를 했던가 그랬던 거 같고 키스를 하면서 나는 나의 애인을 떠올리며 모종의 죄책감을 느꼈다. 어쨌든 그 남자아이의 마음을 받아줄 수 없다는 속마음을 품으며 그 아이한테 너는 더 이상 살지 못할 것이며 나는 네 마음을 받아줄 수 없다, 라는 식으로 말했던 거 같다.
사실 이 꿈의 경우에는 서사가 잘 기억나지 않고 어떤 이미지들이 드문드문 기억날 뿐이다. 선명하게 기억나는 것은 인물들의 인상과 나의 시점에서 전개된 인물의 죄책감이다.
2. 꿈에 대해서
우울증이 심각해진 이래로 나는 정말로 자주 꿈을 꾼다. 고등학생 시절에는 정말 꿈 없는 숙면을 취했었는데, 이제는 꿈 없이 푹 자는 일이 드물다.
어쨌든 내가 꾸는 꿈의 배경으로 자주 등장하는 게 있는데 그것은 어린 시절 내가 살던 동네들의 부분들이 재구성된 공간이다.
예를 들어 자주 나오는 배경은 이렇다: 초등학생 시절에 살던 아파트 단지, 그 아파트 단지를 둘러싼 길과 버스정류장, 내가 어렸을 때 살던 동네에 있던 홈플러스로 가는 길목 등.
또 자주 나오는 배경은 다음과 같다: 서울의 어떤 커다란 상가들, 환승을 하는 지하철 역 안(이때 사람들은 엄청나게 많이 나오고, 하나같이 나를 돕지 않고 나를 무심하게 지나간다)
위의 것들보다는 덜 나오지만 그래도 잊을 만 하면 꾸준히 나오는 배경은 다음과 같다: 판타지나 게임 세계 같은, 현실과 다른 곳이나 아주 낯설지는 않은 곳. 친척들이 나오는 동네(이 동네는 정말로 낯설지만 되짚어보면 어렸을 때 내가 휙휙 지나쳤던 동네들의 풍경 일부가 조립되어 있다)
이제까지 기술한 꿈에서 자주 나오는 배경들은 하나같이 다 좋지 않은 꿈의 배경이 된다. 아니, 사실 내가 꾸는 꿈들 중에서 좋은 꿈은 하나도 없다. 그나마 나한테 좋다고 느낄 수 있을 만한 꿈이라면 섹스 꿈일 것이다. 강간 당하는 꿈은 안 꿔봤고, 섹스하는 꿈은 하나같이 나 혹은 나의 시점으로 비추어지는 어떤 인물들이 원해서 하는 섹스이고 그렇게 하는 섹스들은 모두 기분이 좋았으니까.
어쨌든 이들 배경은 다 나한테 두려움을 준다. 이것들을 배경으로 하는 꿈들이 하나 같이 좋은 기분을 주지 않기 때문에, 가끔씩 내가 버스를 타고 내가 어릴 때 살던 동네를 지나치면 그 동네의 풍경들이 살짝 두렵게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a) 이틀 전에 꿨던 꿈이다. 나는 갑자기 몸 어디가 아파서 밤중에 집을 나와 응급실을 향해 걸었다. 아마 귀가 아팠던가 그랬던 걸로 기억하는데 확실치 않다. 119를 부르면 되는 것을 왜 그 추운 한밤중에 직접 내 발로 걸어서 병원을 갈 생각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굉장히 오래 걸었고, 그 꿈의 풍경은 내가 어렸을 적 살았던 동네가 기묘하게 재구성된 곳이었다. 딱 기억나는 건 내가 어떤 풀숲이 우거진 (그렇다고 숲 속은 아닌) 인도 오르막을 걷고 있었다는 거고, 그 풍경과 비슷한 곳이 바로 내가 어렸을 때 학교에서 맨날 소풍을 뻔질나게 다니던 장릉으로 향하는 길이다. 어쨌든 열심히 걷다가 내리막으로 접어들 즈음, 응급실이 보였고 나는 갑자기 내가 응급실에 갈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병원에 가지 않았다. 이 정도로는 응급실에 갈 정도로 심각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던 건지 잘 모른다.
어쨌든 응급실에 가지 않기로 마음 먹고 다시 집으로 향했는데, 왔던 길을 돌아서 간 건 아니고 응급실 근처에 있는 다른 길로 갔다. 달동네의 좁은 골목길이었고 경사가 있지 않았다. 이 골목길의 가로등 불빛이 하얗다는 게 기억난다. 어쨌든 걷는데, 어떤 사람이 눈 앞에 보였다. 처음에는 머리가 긴 사람인 줄 알았던 거 같았다. 그 사람을 앞질러 지나가려는데, 그 사람이 갑자기 날 붙잡더니 나를 죽이려 들었다. 손에 칼을 들고 있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머리가 긴 줄 알았던 그 사람은 어떤 아저씨였다. 아이보리색 패딩을 입은 아저씨였던 것 같다. 나는 그 사람을 보자 거리를 벌리며 핸드폰을 꺼내서 112에 신고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아주 태연하게 "한 번 신고해봐." 라고 말했다. 나의 시도가 무의미하다는 듯이. 나는 112로 전화를 걸었는데, 전화가 걸린 건 근처의 경찰서가 아니라 바로 나를 죽이려 드는 눈 앞의 그 사람의 핸드폰이었다. 그 사람은 빈정거리는 듯이 웃었다.
그래서 그 사람이 날 죽였냐 하면, 죽이지 못했다. 오히려 내가 그 사람의 배를 찔러서 반격했다. 아마 그 사람이 칼을 들고 나한테 다가올 때 내가 그 사람의 손을 되돌려 그 사람의 배를 찌르도록 했던 거 같다. (사실 어떻게 그 사람을 찔렀는지에 대한 과정은 잘 모르겠고 내가 그 사람의 배를 찔렀다는 것, 그 사람의 배에서 피가 흘러나왔다는 그 이미지만 선명하다) 나는 그 사람을 두 번 찔렀으며, 그 사람은 죽여버린다 죽여버린다 말하면서 나를 어떻게든 죽이려고 시도했다. 그리고 꿈은 끝이다.
b) 어젯밤 꿈이다. 어떤 인물의 시점에서 꾼 꿈인데, 그 인물은 어떤 귀족 여성이었다. 대충 '금발의 누님'이라고 설명하면 그 인물에 대한 인상을 어느 정도 전달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털털한 성격에 무언가 이능력을 가진 인물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꿈의 배경은 판타지 세계였다. 좀 어두침침한.
그 인물은 여자 애인이 있었다. 그런데 어떤 남자아이와 모종의 성적 긴장감을 형성하게 되었고, 그 형성 과정이 꿈의 주된 내용이었던 것 같다. 나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금발의 누님이 아마 그 남자아이를 구해주었나 그랬던 걸로 기억한다. 그 남자아이는 아주 꼬마아이는 아니고, 대충 중학생에서 고등학생 정도의 연령인 검은 머리의 잘생긴 아이였다.
그 아이를 구해주고 그 아이가 나한테 (이때 '나'는 누차 말하지만 금발의 누님이다) 사랑한다고 고백을 했던가 어쨌든 어떤 식으로든 나한테 호감을 표했다. 내가 아마 그 남자아이랑 키스를 했던가 그랬던 거 같고 키스를 하면서 나는 나의 애인을 떠올리며 모종의 죄책감을 느꼈다. 어쨌든 그 남자아이의 마음을 받아줄 수 없다는 속마음을 품으며 그 아이한테 너는 더 이상 살지 못할 것이며 나는 네 마음을 받아줄 수 없다, 라는 식으로 말했던 거 같다.
사실 이 꿈의 경우에는 서사가 잘 기억나지 않고 어떤 이미지들이 드문드문 기억날 뿐이다. 선명하게 기억나는 것은 인물들의 인상과 나의 시점에서 전개된 인물의 죄책감이다.
2. 꿈에 대해서
우울증이 심각해진 이래로 나는 정말로 자주 꿈을 꾼다. 고등학생 시절에는 정말 꿈 없는 숙면을 취했었는데, 이제는 꿈 없이 푹 자는 일이 드물다.
어쨌든 내가 꾸는 꿈의 배경으로 자주 등장하는 게 있는데 그것은 어린 시절 내가 살던 동네들의 부분들이 재구성된 공간이다.
예를 들어 자주 나오는 배경은 이렇다: 초등학생 시절에 살던 아파트 단지, 그 아파트 단지를 둘러싼 길과 버스정류장, 내가 어렸을 때 살던 동네에 있던 홈플러스로 가는 길목 등.
또 자주 나오는 배경은 다음과 같다: 서울의 어떤 커다란 상가들, 환승을 하는 지하철 역 안(이때 사람들은 엄청나게 많이 나오고, 하나같이 나를 돕지 않고 나를 무심하게 지나간다)
위의 것들보다는 덜 나오지만 그래도 잊을 만 하면 꾸준히 나오는 배경은 다음과 같다: 판타지나 게임 세계 같은, 현실과 다른 곳이나 아주 낯설지는 않은 곳. 친척들이 나오는 동네(이 동네는 정말로 낯설지만 되짚어보면 어렸을 때 내가 휙휙 지나쳤던 동네들의 풍경 일부가 조립되어 있다)
이제까지 기술한 꿈에서 자주 나오는 배경들은 하나같이 다 좋지 않은 꿈의 배경이 된다. 아니, 사실 내가 꾸는 꿈들 중에서 좋은 꿈은 하나도 없다. 그나마 나한테 좋다고 느낄 수 있을 만한 꿈이라면 섹스 꿈일 것이다. 강간 당하는 꿈은 안 꿔봤고, 섹스하는 꿈은 하나같이 나 혹은 나의 시점으로 비추어지는 어떤 인물들이 원해서 하는 섹스이고 그렇게 하는 섹스들은 모두 기분이 좋았으니까.
어쨌든 이들 배경은 다 나한테 두려움을 준다. 이것들을 배경으로 하는 꿈들이 하나 같이 좋은 기분을 주지 않기 때문에, 가끔씩 내가 버스를 타고 내가 어릴 때 살던 동네를 지나치면 그 동네의 풍경들이 살짝 두렵게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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