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19일
놀랍도록 쓸 말이 없다. 아니 어떻게? 곧 있으면 과외 학생은 5명이 될 것이고 덕분에 돈이 풍족해져서 이것저것 사고 먹고 놀러다니고 집 안에서 놀기도 많이 놀았는데, 그냥 귀찮아서 할 말이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열심히 일기를 쓴다. 뭐라도 기록해두지 않으면 이제까지의 시간이 졸라 의미없어보이고… 그리고 일기를 쓰면 멋있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핸드드립 세트를 마련해서 커피를 내려 마시고 목요일 금요일을 빼면 매일매일 과외가 최소한 하나씩 있고.. 잠은 엄청 늦게 자서 점심 먹을 즈음에 일어나고… 어쩌구… 저쩌구… 하는데… 뭔가 가끔씩 너무 너무 심심해서 미쳐 돌아가버릴 것 같은 때가 있다. 무언가 시간을 때울 일이 필요한데 책도 안 읽히고 핸드폰도 하기 싫고 기타 등등 심지어 숨 쉬기도 싫을 때. 삶이 안정되어도 가끔씩은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한다니 죽을 맛이다. 그럴 때면 너무너무 살기 싫어지는데 살기 싫어지는 이유가 엄청난 심심함 때문이라니 가끔 나 자신이 한심하게 보인다.
그런 순간에 심심함을 쫓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친구를 만나는 것…
하지만 나는 섭얼번에 거주하고 있고, 사실 서울에 있었어도 그런 순간에 친구는 만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물리적 거리 때문에 더 안타까워지는 게 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지.
저번 주 금요일에 상담 선생님께 이렇게 말했었다. 정말정말 일반적인 사람과 이야기하고 싶을 때가 있다고. 그 사람들은 대체 무슨 이유로 사는지. 그 사람들이 날 어떻게 생각할지.
그리고 그들을 곤경에 빠뜨려서 불행하게 만들고 싶다는 것도…
나는 나 자신을 엄청나게 사회 부적응자, 삐뚤어진 자로 보고 있다. 그것은 두 가지로 읽을 수 있다. 그렇게 나 자신을 여기면서 나 자신을 졸라 특별한 사람으로 보고 싶어한다는 것, 한편 나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어떤 사람한테서도 이해 받을 수 없다는 두려움을 함축한다는 것….
나는 도저히 나를 이해해줄 수 없을 것 같은 사람을 배척하고 싶다는 욕망과 더불어 그런 사람에게 인정받아보고 싶다는 욕망을 함께 가지고 있다…
상담 선생님은 내가 무척 개구쟁이 같다며, 그리고 엄청나게 모순적인 사람 같다고 했다. 나도 나 자신을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내가 너무나 특별하길 바란다… 그러면서도 엄청나게 보통인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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