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6일

고등학교 같은 학교생활과 자취방을 제외하고, 대학로의 것들은 좋다. 처음으로 저녁 6, 7시가 아닌 시간에 학교 수업이 끝나는 화요일이었다. 기본간호학 및 실습이 휴강이었고, 그래서 영양과 식이라는 과목만 듣고 끝났다. 그 후에 조별 과제를 조금 하고 나니 약 4시였다.
시험이 일주일 남았지만 나는 자취방에서, 혹은 도서관에서 공부할 마음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 두세번 정도 갔던 북카페도 가기 싫었다. 그 공부밖에 할 수 없는 숨막히는 답답함. 안 그래도 심신이 피로할 때에 그런 분위기 속에 있고 싶지 않았다. 나는 이른 저녁같은 간식을 먹었고(아침에 굽고 남은 고등어구이와 밥) 가방에 노트북을 들고 나갔다.
거리를 산책했다. 혜화역 1, 2번 출구가 있는 골목길 안쪽이었다. 지하철역 출구가 있는 큰 거리에서는 연극 예매하셨어요? 라고 호객하는 사람들과, 노점상들과, 사람들로 적당히 북적였다. 건물은 적당히 키가 낮고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는, 붉은 벽돌이 깔린 거리. 조금 안쪽으로 들어가면 소극장이 몇개 보이고, 프랜차이즈 카페와 음식점이 보이고, 점점 더 들어가면 다른 가게들이 있다. 하늘은 흐렸지만 공기의 온도는 적당했고, 안 가봤던 골목 구석구석을 산책하며 행복함을 느꼈다.
그러다가 적당히 어느 카페로 들어갈까 고심하면서 주변을 둘러보았고, 나는 Brown Factory라는 카페에 들어갔다. 적당히 넓었는데 평일 낮이라 그런지 손님이 하나도 없었다. 나는 거기서 레몬차를 시켰다.
노트북을 키고, 옆에는 레몬차를 두고 공부했다. 카페 한켠에서는 로스팅 기계로 커피를 볶는지 고소한 냄새가 났고, 카페 주인이 자꾸 로스팅 기계 쪽으로 가서 커피가 잘 볶아지는지 확인했다. 내가 앉은 테이블 위에 있는 조명은 따스한 빛을 냈고, 왠지 나는 아늑해졌다.
그렇게 3,4시간을 죽치다가 자취방으로 돌아왔다.
대학로가 좋다. 예쁘게 가지런히 늘어서 있는 키가 작은 건물들, 길바닥의 붉은 벽돌 타일, 어수선하지 않은 활기참과 생기, 빈티지함이 느껴지는 이 곳이 좋다. 홍대와는 다른 젊음의 느낌이다. 홍대는 유니크하고 떠들썩한 젊음의 느낌이고, 대학로는 빈티지하고 단정한 젊음의 느낌?
답답한 고등학교 생활같은 대학교 생활만 아니었다면, 화장실에서 눈 따가운 약품 냄새가 나고 얇은 벽으로 인해 소음 공해가 심하고 채광이 그리 좋지 않은 자취방만 뺀다면 나는 이 대학로를 온전히 100% 사랑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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