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20일

중간고사가 끝난 뒤로 끔찍하게 집중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화요일과 목요일에는 수업 세 개가 있는데, 제대로 듣는 건 하나도 없다. 화요일과 목요일에는 늘 핸드폰 배터리 부족에 시달린다. 수업 시간 내내 핸드폰을 만지기 때문이다. 수업 시간에 딴짓을 하는 것은, 집중 안 되는 수업을 억지로 듣는 것만큼 힘들다. 꼿꼿이 앉아서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을 만지고 있노라면 어깨와 목이 결린다. 딴짓하느라 결린 목과 어깨를 주무르고 있는 때만큼 나 자신이 한심한 때도 없다. 나는 대학에 갓 입학한 신입생보다도 학점 따는 요령을 모르며, 치열하게 고민하고 방황하는 아이보다도 집중을 못하고 공부를 못한다. 나는 어제 동아리 신입생 퀴어이론 세미나 발제를 맡았는데, 세미나 내내 자조 섞인 자학을 했다. 그리고 자학을 할 수밖에 없는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 자학은 그저 내 죄책감을 덜기 위한 행위일 뿐, 다음부터 잘해야겠다는 의지의 발로가 아니다. 이런 내가 공부를 계속 하고 싶어하는 것은 그저 취업에서 도피하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은 쓸데없다는 것을 알아도 자학을 멈출 수 없다. 자학을 해야 내가 편하기 때문이다. 자학의 편안함에 안주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자, 자학을 하는 내 입을 틀어 막느라 무척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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