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13일
1. 책읽기모임 끝나고 친구들이랑 재미있게 놀고 기숙사로 돌아오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왜 이상하다고 느꼈냐면 방금 전까지 재미잇는 사람들과 아주 재미있고 충만한 시간을 보냈는데 행복하고 뿌듯하기는커녕 내 기분은 울적하려고 들어서 그렇다. 물론 재미있는 시간과 단절되어서 또는 뭐 기타 등등의 이유로 아니면 이유없이 울적해질 수 있지만, 항우울제를 먹고 나서는 울적할 일이 그리 없어서 말이지. 정말 최근은 스트레스 받을 일이 아무 것도 없으니까 나의 울적함이 이상했다. 지금도 조금 기분이 가라앉는다. 이제 노는 게 권태로워서 그런 걸까? 뭐 아무 이유 없이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런데 나는 되도록이면 울적해지고 싶지 않다. 그냥 내가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고 늘 행복했으면 좋겠다. 불가능한 바람이지만.
2. 저번 주말에는 이틀이나 본가에 있었고 이곳 섭얼번이 정말로 아무 것도 없이 한적한 섭얼번이어서 휴학하고 나서 어찌 지낼지가 걱정스러웠다. 금요일에 집에 갔었는데 엄마 아빠가 계속 집에 있고 엄마 아빠랑 이마트에 같이 갔기도 했기 때문에 도저히 몰래 담배를 피울 수가 없었다. 내 방 창문에서 마치 좀도둑처럼 몰래 헐레벌떡 피웠는데 그 꼴이 우스웠다. 어떻게든 담배 연기가 방 안으로 들어오지 않게 신경쓰는 모습이… 본가에 돌아오면 담배를 어떻게 피울지를 고민해야겠지. 답은 집 밖에 하루 종일 나가있고 밤에는 내 방 창문으로 몰래 피우고 공기탈취제나 향초 등으로 냄새를 지우는 거겠지만…
그것도 그렇고 휴학하고 나서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가 고민이다. 책 읽고 놀고 친구 만나고 돈 벌고 그러면서 살 텐데 그런 것을 하면서 무기력할까봐.
사실 아직도 그런 마음을 느끼는 것이다. 나 빼고 다른 사람 모두가 대단해보이는 마음. 나 빼고 다른 사람들은 열심히 살고 의미 있게 산다는 마음. 나는 심성이 꽤 좋은 사람이지만<-ㅋㅋㅋㅋㅋㅋㅋ 단지 그것 뿐, 심성이 거지같은데 능력이 출중한 사람이 더 나아 보이는 마음… 그냥 그렇다…
3. 옛 친구들에게 도저히 먼저 연락을 할 수가 없다. 막상 만나면 좋을 텐데 그 계기를 내가 만들어야한다는 게 귀찮고 그렇다. 사실 그 친구들이 나한테 먼저 연락해도 부담스러울 거 같다. 나는 대체 뭘 원하는 걸까?
4. 일기를 쓰자고 마음 먹고 “아 이 얘기 써야겠다” 라고 생각했던 것이 기억 안 난다. 쓰다 보면 기억나겠지 싶었는데 이걸 쓰고 있는 와중에도 기억이 안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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