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29일
1. 저번 일요일부터 밤마다 인간을 미워하고 있다. 나의 불우했던 초등학생 시절이 나를 또다시 괴롭힌다. 그때 나에게 못되게 굴었던 애들을 다 죽이고 싶고, 전국의 초등학생을 몰살하고 싶고, 내 또래 인간들을 싸그리 없애고 싶고, 그냥 인간이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렸을 적 나는 인간을 미워하느라 웃는 법을 몰랐고, 그래서 더더욱 내 또래 아이들에게 불편함을 샀을 것이다. 애들 앞에서 자해한 것을 보여줄 정도로 반사회적 행동을 해도 어린 나는 그런 짓이 이상한 줄도 몰랐다.
지금도 이유가 궁금하다. 왜 그들은 나를 그토록 불편해했을까? 왜 나에게 적대적으로 굴었을까? 이유는 안다. 그냥 자기와 다른 인간이고 그래서 불편하니까, 사회화가 아직 덜 되었지만 유치원생보다는 영악해진 애들이 그렇게 나를 학대한 것이다. 하지만 이 이유가 내 억울함을 납득해주지 못하니까, 나는 자꾸만 이유를 알아도 이유를 찾는 것이다. 나랑 같은 반이었던 애들한테 물어보고 싶을 정도로. 물어봐도 그들은 까먹었을 것이다.
대학생이 되니까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고, 호감있는 사람이 되는 법도 익혔다. 하지만 유년기의 트라우마가 다시 상기되자 왜 내가 인간들에게 호의적으로 굴어야 하는지 회의감이 들었다. 나는 원래 인간을 싫어했었는데 왜 내가 이렇게 호의적으로 구는 거지? 호구가 되는 건지? 비굴해지는 건지? 그런 생각이 드니까 무고한 인간 100명을 살해하고 싶어졌다.
이런 꼬락서니가 되어버려서 나는 나를 돌보는 데 주력해야 한다. 그러나 그때의 트라우마는 내가 나 자신을 돌보는 일을 호구같은 일로 만들어 버린다. 그냥 나 자신을 돌보기보다 나를 이렇게 만든 그들을 좆되게 하고 싶다. 죽이고 싶다. 신세를 망치게 하고 싶다. 매우 부질없는, 파괴적인 욕망이어서 매력적이었다.
과거에 그들이 나한테 그렇게 했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되었다. 나의 일부는 그들이 내게 했던 짓들이다. 그때의 적대적인 말, 행동, 시선, 공기가 나를 이루고 있다. 그 사실을 떠올릴 때마다 머리를 박고 싶다. 나는 ‘이상적인 형태의 나'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원치 않은 수많은 순간들 때문에 원치 않는 내가 되어버렸다.
나는 내가 공격성이 많은 줄 알았다. 내가 무력했던 순간 나는 나를 공격하는 것들에 대한 앙심과 분노로 어떻게든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 봤던 mmpi에서 나의 공격성은 평균보다 현저히 낮았다. 왜일까? 너무나 공격적인 모습의 내가 두려워서 그런 모습을 억압했기 때문일까? 지금 mmpi를 다시 본다면 공격성이 아주 높게 나올 것 같다.
2. 원래 부정적이었지만 요새는 더더욱 부정적인 인간이 되었다. 인간은 되도록 인간을 낳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태어나져서 이 세상에 살아지기 때문이다. 태어나는 것을 내 의지로 선택할 수 있다면 나는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부모님이 어찌저찌 나를 낳았고, 살다보니 어이없게도 내가 아끼는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 및 헛된 욕심이 생겨서 죽지 못하고 이렇게 살아 있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인간을 낳았으면 인간을 낳은 인간이 그 인간이 최대한 이 세상에 살아지는 것을 후회하지 않게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간은 아무렇지도 않게 다른 인간을 학대하고 자기가 나쁜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도 모르고 어찌되었든 폭력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태어나버린 수많은 인간들은 자기가 살아 있다는 것을 괴롭게 여길 것이다. 그러니까 편하게 생을 그만둘 수 있도록 안락사를 인간들에게 자유롭게 허용해야 한다. 죽는 것은 어찌 되었든 공포와 고통을 수반하는 일이기 때문에 최대한 그것들을 줄일 수 있게, 안락사를 허용해야 한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지만 나는 여전히 내가 살아져버린 게 고통스럽다. 금방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모든 것이 지겹고 힘들어진다. 공허와 불안에 먹히지 않도록 끊임없이 삶의 이유와 삶의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 그런 행위 자체가 하루하루 내 목숨을 연명하는 것 같아, 나는 지쳐버린다.
어제 아즈마 히데오의 만화 <실종일기> 1, 2권을 읽었는데 그런 말이 있었다. 끊임없이 “지겨워, 따분해"를 말하는 사람은 자기 스스로를 즐겁게 만들지 못하는, 자존감이 없는 사람이라고. 내 이야기였다. 너무 맞는 말 같아서 계속 그 글귀를 읽었다.
3. 위와 같은 생각을 끊임없이 하다가 금방 새벽 4시를 넘긴다. 내 몸이 아주 지쳐서 더 이상 의식을 유지하지 못하면 잠이 든다. 그리고 늦게 일어난다. 일어나서 늘 그랬듯 친구들을 만나서 이런 생각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을 보내거나,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해서 스스로를 단련한다. 그리고 다시 밤이 되면 이런 생각들에 사로잡힌다. 어서 빨리 상담을 받아서 이런 이야기들을 쏟아내고 싶다. 고름 같은 이런 생각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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