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1일
1. 몇 번이고 문장을 지웠다 다시 쓰고, 결국에는 노트 하나를 완전히 삭제해 버렸다. 그리고 다시 새 노트를 불러와 새로이 쓰고 있다. 에버노트에다 쓰는 중이지만, 이 글을 다 쓰면 텀블러에 업로드할 것이다. 다른 사람이 볼 수 있는 곳에 글을 올리겠노라 마음을 먹으면 문장이 힘겹게 나온다. 왜냐하면 진솔하면서도 ‘멋진’ 글을 올려야 한다는 강박이 생기기 때문이다. '진솔하면서도’, '멋진’ 글을 올리고 싶은 것은 이 글을 읽는 사람이 나를 사랑해 줬으면 하는 그 진부하고 추한 욕망이 발현되는 것이기도 하다. 사랑해 줬으면… 그 욕망 때문에 내가 열심히 트위터를 하고 사람을 만나고 글을 쓴다.
2. 하지만 요새는 이 모든 것이 다 지리멸렬하다. 언제는 진부하지 않은 것처럼 말하는 듯한 문장이지만 사실 늘 그래왔다. 지리멸렬하기 때문에 이 글을 끝까지 쓸 확신이 전혀 들지 않는다. 이 문장을 타이핑하는 손가락이 몹시나 무겁다… 3년째 쓰고 있는 이 노트북의 키감은 그리 좋지 않다. 키감이 좋지 않기 떄문에 손가락은 쉬이 피곤해진다. 그래서 타이핑하는 게 너무 지겹다. '그래서 타이핑하는 게 너무 지겹다’ 라는 문장을 쓰는 순간 손가락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글을 멋지게 쓰려는 태도가 흐트러졌다는 문장이기 때문이다. 아 이제 걍 솔직하게 쓸래. 멋지게 보이는 것 좆 까라 하자. 각을 잡고 어려운 한잣말을 쓰고 힙한 이론서에서 차용한 듯한 어려운 단어들을 잘 사용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고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만 그렇게 될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점이 나를 더 지리멸렬한 감정에 빠져들게 한다. 내가 나 자신에게 질린다. 다른 사람이 되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 없기에 빨리 내년에 서드 임팩트가 일어나서 모두가 하나가 되는 것을 꿈꾸는 것이다…
3. 9월 이후 그냥 사람 만나는 거 다 싫고 동아리방에 열심히 나가는 것도 싫고 트위터도 다 싫어지는 순간이 많이 찾아왔다. 동아리방 나가기 싫은 거야 뭐 계속 계속 명예게이 취급 받는 게 너무 싫기 때문이고. 귀여운 끼순이 게이 동생들에게 멋진 부치 오빠 되는 거 어느 순간 너무너무 싫어질 때 있는 거고. 기갈 있는 게이 오빠들한테 꾸러기 부치 취급 받으면서 같이 게이 드립 치면서 명예게이짓 하기 싫어질 때 있는 거고. 명예게이 취급 받으며 친해졌는데 정작 어느 순간에는 내가 존나 여자이고 레즈가 됨으로써 그들과 어느 순간 단절되는 순간이 너무너무 싫은 것이고. 나만의 피해망상일 수도 있겠지만 그냥 어느 순간 그들이 나를 불편하게 느끼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버리는 것이다. 1학년 1학기 때 느꼈던 감정들인데, 한 2년 정도 그 감정들을 수면 아래로 가라앉힐 수 있었다. 정체성을 넘엇 정말로 친해진 사람들 몇 명이 생겼기에 그 정념들을 어느 정도 정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추석 즈음에 일어난 일은 갑자기 나를 그냥 짜증나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냥 환멸 느껴지고 너무 지겹다. 아무도 안 만나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도 안 만나기에 나는 혼자 있는 법을 모르고 너무너무 외롭다. 그냥 나도 동아리방 나올 필요 없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엄청 바빠지고 공부 열심히 하는 사람이 되어 동아리방 안 나가고 도서관이나 인문 신양에 죽치고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4. 사람 만나는 게 싫은 이유. 대부분의 사람은 나한테 감흥을 주지 않는다… 흘러가는 시간을 너무 지겹게 만든다. 대부분의 사람은 너무나 노잼이다. 시간과 존재감을 다 잊을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재미가 나를 압도했으면. 하지만 그런 사람은 몇 없고, 몇 없는 최고 재미 사람들은 나를 만날 이유가 전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최고 재미 사람들도 자신과 비슷한 재미를 갖춘 사람을 만나길 원할 테니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내게 감흥을 주지 못한다는 사실은 가끔씩 분조장을 일으키기도 한다. 왜 너는 노잼인 주제에 나한테 말을 걸며 신나게 떠드는 거지? 뭐 이런 식이다… 그런데, 노잼인 건 그 사람들 탓은 아니다. 그냥 내가 문제인 것이다… 내가…
5. 자기 혐오 들어서 이 글 그만 쓰려고 한다.. 귀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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