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4일
리딩을 하려고 했으나 잘 안 됐다. 공부를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못했습니다 라고 말하기가 지겨운지라 그냥 공부 하기 싫어서 안 했습니다 라고 말하는 게 더 편하다. 불레즈와 버거킹에 가서 저녁을 먹었고, 티라노에 가서 맛있는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기숙사에 돌아와서 헬스장에서 1시간 넘게 운동을 했다. 이 정도로 오늘 하루가 만족스러웠다고 말하련다.
버스를 타고 돌아오면서 우울 발작이 시작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또 힘들어 하는구나 싶어서 얼른 운동을 하자고 생각했다. 기숙사 방에 도착해서 당장 드러눕고 싶다는 욕망을 억제하고 바로 헬스장에 가서 열심히 운동했다. 운동을 하니까 확실히 생각이 날아간다. 헬스장을 끊고 나서 두 번째로 간 건데, 첫날에 운동했던 것보다 더 고강도로 운동해서 내일 근육통으로 고생할 것 같다. 내일도 또 운동해야겠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기말고사 기간이 다가온다. 당장 토요일부터 책상에 앉아서 공부를 해야 할 것이다. 그때 또 공부가 안 되면, 그냥 공부 하기 싫어서 안 했다고 나 자신에게 말하지 뭐. 그냥 행복하게 학기를 끝내는 것을 목표로 하련다. 레포트를 작성하지 못해도 그러려니 해야겠지. 학고만 안 맞기를 바랄 뿐이다. 2점대의 학점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지만.
나는 공부를 안 하겠지만 애들은 열심히 할 것이다. 그래서 홀로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 게임 실황을 보며 시간을 보내거나, 아니면 미리미리 유서를 써 놓으려고 한다. 일기라도 꾸준히 써야 한다. 너무 힘들면 일기조차 쓰기 힘들지만, 요새는 그렇게까지 힘들진 않다.
성과를 못 내도 상관 없다. 못 해도 상관 없다. 이제는 잘 하는 애들이나 천재인 애들의 이야기를 들어도 감흥이 없다. 오늘 언어철학 시간에 교수님이 솔 크립키는 17살에 양상논리학에 대한 논문을 써서 뭐 어쩌구 저쩌구 얘기했는데, 사람들은 웃었지만 나는 그냥 심드렁했다. 천재한테 배 아파봤자 내가 천재가 되진 않는다. 잘 하는 애가 될 수도 없다. 그냥 못 하는 애로 남을 것이다. 못 하는 애로 적당히 인생을 떼우다 죽을 것이다. 그래도 뭐 어떠랴. 운동을 하면서 느낀 건데, 맛있는 것을 먹고 몸 아프지 않고 하루하루를 보내면 무척이나 행복한 삶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설령 삶을 그냥 있는 대로 흘려 보내도 대충 입에 풀칠하는 삶은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지겹다… 이제까지 공부를 못 한다는 사실로 이토록 괴로워한다는 사실이 지겹다. 부끄러워하는 것도 지겹기 때문에 그냥 지겨움만 느끼기로 했다. 대충 살 것이다. 남들에 비해 많이 부끄러운 삶을 살아도 그냥 그러려니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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