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24일


수면 시간은 적었지만, 푹 잤다. 화요일 밤에는 불안해서 미칠 것 같았다. 그래서 심장이 엄청나게 두근거렸다. 잠이 쉽게 오지 않았고, 결국 나는 ASMR 요법이라는 것을 시도했다. 두 시간짜리 비 오는 소리를 들으며 자리에 누웠다. 그러나 잠은 쉽게 오지 않았다. 핸드폰으로 트위터를 했다. 밝은 불빛은 수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텐데. 그렇지만 어둠 속에서 눈을 감고 가만히 있는 것은 견디기 힘든 일이다. 특히 심장이 두근거리는 상태에서는. 아마 새벽 세 시 넘어 잠이 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수요일은 무척이나 피곤했었다. 1시 전에 누웠는데, 금방 잠들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오늘은 몸 상태가 나쁜 편이 아니었다.

사회철학의 이해 교수님은 니체를 깠다. 니체는 미친 놈이에요. 걔 책 읽으면 정신 없어요. 학생들이 웃었다. 러시아 명작의 이해 수업에서는, 요 몇 주부터 늘 그랬듯이 나는 집중하지 못했다. 그렇게 수업이 다 끝났다. 어디를 가야 할까. 자취방에는 가고 싶지 않았다. 이제 자취방은 전혀 편한 공간이 아니다. 너무나 피곤해서, 누워서 잘 곳이 필요하니까 억지로 가는 곳. 옆 방 사람이 조용해도 신경 쓰인다. 그냥 옆 방에 사람이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마저도 나는 견디기 힘든 것이다. 지금 이걸 쓰는 순간에는 아마 옆 방은 비어 있다. 밤 늦게 오는 걸까. 사람을 데리고 온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일단 잘 곳을 찾아 보고, 안 되면 24시간 카페에 갈 것이다. 하지만 너무나 피곤하다면, 화를 억누른 채로 이 방에서 견딜 것이다. 내일은 사람을 만난다. 피곤한 상태면 곤란할텐데. 오늘은 잘 잤으면 좋겠다. 내일이 되면, 본가에 내려갈 수 있다. 거기에서는 편히 잘 수 있다.

내년에 조용한 자취방에서 살게 된다면 이 불안은 없어질까? 저번 주 화요일, 나는 성원맘 자취방에서 잠 자고 밥을 먹고 같이 놀았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자취방에 온 순간, 나는 자취방이 정적이 무척 싫었다. 갑자기 다른 세계에 떨어진 기분. 눈물을 좀 흘렸다. 노트북을 키고 트위터를 했다. 우울감과 외로움을 털어 놓았다. 그러다 갑자기 기분이 붕 떴다. 화요일 새벽 술자리에서 들었던 말. 내가 몰랐던 나의 모습을 들으면서 기뻤었던.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사랑이 솟구쳤다. 그들이 사랑스러워 어쩔 줄 몰랐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내 곁에 있다니.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많다니. 그래서 나는 트위터와 카톡에다가 사랑을 고백했다. 여러분 사랑해요. 진심이었다. 몇몇 사람들은 당황하다가 나도 사랑한다고 말했다. 진심인지, 그냥 하는 말인지 나는 알 도리가 없다. 그래도 상관 없었다. 나도 사랑해, 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했다.

어쨌든, 그것은 저번 주의 일. 동아리방에 가서 잠깐 사람들이랑 노닥거리다가, 글로벌하우스 사랑채에 있는 이원 언니가 날 불렀다. 그래서 오랜만에 기숙사 거리를 갔다. 작년만 하더라도 기숙사에 살았었는데. 가까운 과거였으나 멀게 느껴졌다. 사랑채에 가서 이원 언니랑 수다를 떨었다. 김기덕 영화감독의 최근작 뫼비우스, 피에타, 철학, 미학, 페미니즘 미학과 예술, 양효실, 병 소사이어티 연극, 신림 창고 임대, 열심히 사는 것에 대하여 등등. 굉장히 많은 소재로 이야기를 했다. 그러고 보니 양효실 교수님의 페미니즘 미학과 예술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내가 말실수를 했던 것 같다. 가정폭력 이야기는 하지 않았던 게 좋았을 것 같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기분이 많이 불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악의 없이 상처 주는 것은 견디기 어렵다.

결국 저녁 즈음에 자취방에 왔다. 세탁기를 돌렸다. 나는 누워서 잠깐 잤다.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가 나를 또 불안하게 만들어서 심장이 조금 두근거렸다. 자취방에 오면, 모든 소리에 민감해진다. 그래서 춥지만 창문을 연다. 바깥의 소리로 자취방 안의 소리를 덮었으면 해서. 하지만 잘 때에는 창문을 닫는다. 그래서 더욱더 불안한 것 같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이이체 시집을 잠깐 훑었다. 그의 시를 읽으면서 드는 인상은, 깊이 파고드는 시구나. 덤덤하기도 한 어조. 독특한 표현. 처연한 느낌. 하지만 이것을 쓸 때에는 엄청나게 치열했을 것이다. 이이체 시인은 천 권이 넘는 시집을 읽고 습작을 했다던데. 그의 시를 읽으면 그 말이 납득이 된다. beastie boy를 읽으면서, 너희들의 사랑을 읽으면서, 자폐를 읽으면서, 다른 시를 읽으면서. 좋다. 다시 한 번 읽어볼 것이다.

이만 줄여야 할 것 같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샤오미 게임패드 리뷰 및 샤오미 pc에 연동하는 방법

2022년 2월 10일

2021년 12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