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21일
1. 기숙사 이사 때문에 삭신이 쑤신다. 메르스 때문에 외부인 출입 금지가 되어서 그냥 나 혼자서 이사했다. 카트를 빌리면 편했겠지만 카트 빌리는 게 귀찮아서 근성으로 4번 정도 왔다갔다 하면서 짐을 직접 들어 옮겼다. 이삿짐 센터는 일이 밀려서 한참 뒤에야 짐을 배달해줬고, 나는 짐만 방에 들여놓고 밥을 먹으러 갔다. 이사 스트레스 때문에 점심을 편의점 김밥으로 때운 탓에(그마저도 다 못 먹었다) 뼈해장국은 싹싹 긁어 먹었다. 그리고 기숙사에 돌아와 필요한 짐만 꺼내놓았다. 옷 정리는 내일부터 할 생각이다.
2. 방학 때 살게 되는 기숙사는 가장 낡은 기숙사로, 홍콩의 감성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건물이 수풀과 어우러진 탓에 길고양이 몇 마리가 슬금슬금 지나가고 벌레도 엄청 많다. 기숙사 나무 문에는 붙은 지 10년은 넘은 것 같은 오래된 배달 음식점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어 잇고 벽 일부는 갈라져 있다. 난방은 라지에이터로 하고 창틀도 나무로 되어 있다. 커튼마저도 낡았다. 그리고 복도의 소리가 다 들린다. 사람들이 오고가는 소리, 도어락 열리는 소리, 당연히 사람들 목소리도 들린다. 긍정적인 누군가는 인간미가 한껏 느껴지는 곳이라 하겠지. 사회부적응자인 나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는 게 싫기 때문에 도통 이 기숙사가 마음에 안 든다. 아파트형 기숙사인 919동에 살게 되었으면 좋으련만. 학교에 다닌지 4년 째고 기숙사에 산지는 3년이니까 이런 동에 한 번 걸릴 때는 되긴 했다. 그래도 싫지만. 학기 중에 살지 않게 되어 그나마 다행이다.
3. 과제는 하나도 하지 않았고 나는 자괴감에 빠졌다. 자괴감이 나를 괴롭히려는 기미가 보이자 얼른 약을 먹었다. 약을 먹고 노트북을 펼쳐서 일기를 쓰는데 자괴가 많이 물러갔는지는 잘 모르겠다. 일상을 그나마 혼자서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 감사해야 할까? 내일 다섯 시까지 제출해야 하는 과제는 어찌 될까. 이미 마음 속에서는 미제출로 끝난 것 같은데 일단 월요일 낮이 되어봐야 알 것이다. 그때부터라도 대충 적어서 늦게 낼 수도 있는 거고. 다른 과제는, 모르겠지만.
4. 진짜로 나아질 수 있을까?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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