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20일
아빠 생일 기념 식사는 시시했다. 메뉴조차도 시시했다. 6천원짜리 추어탕을 먹었는데, 엄마가 먼저 제안했고 아빠는 괜찮다고 했고 나도 괜찮다고 했다. 사실 생일이라고 부러 안 먹던 비싼 식당에 가는 일은 우리 가족 중에서 부모의 생일 때는 낯선 짓이라고 할 수 있다. 그나마 어렸을 때 친오빠 아니면 내 생일 때나 아웃백 같은 곳을 갔었다. 하지만 ‘철이 들고 나서’ 친오빠 혹은 나의 생일에도 그냥 흔한 가족 외식 메뉴가 생일파티가 되었다.
과외가 끝나고 나서 피곤하고 졸려서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오빠는 렌즈삽입술 건으로 안과에 검진을 받으러 가서, 쓸데없이 엄마가 오빠에게 잔소리하거나 오빠가 엄마에게 헛소리하거나 등의 일이 없었다. 추어탕은 적당히 맛있었다. 저녁을 다 먹고 돌아오는 길에 아빠는 ‘아는 형님’을 만나 당구를 치고 소주를 마시겠다고 중간에 내렸다.
이 문장을 쓰자마자 아빠가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는 잠이 안 온다고 신경질을 냈다. 아빠는 약 먹으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이미 먹었다고 엄마가 되받아쳤다. 자려는데 지금 들어와서 짜증난다고 했다. 아빠는 화를 냈다. 지금도 화를 내고 있다. 너만 집이 아니야. 너만 쉬는 곳이 아니야. 이 곳도 내 집이야. 방으로 들어갈 거야. 아빠나 엄마가 ‘말싸움’을 하고 있노라면 말의 물질성을 절절히 실감할 수 있다. 좁은 우리에 가둬 놓은 사나운 개들이 서로 짖고 물어뜯는 것 같다. 엄마는 아빠를 욕할 때 맨날 친오빠 이야기를 하며 누구를 닮았냐고 비난한다. 방금은 네가 나한테 썅년 같은 소리를 하니까 애들이 저 모양이라고 엄마가 말했다.
방금 문장을 끝내자 친오빠가 들어왔다. 언제 엄마한테 욕을 했냐는 듯 아빠가 밝게 “왔어?” 라고 오빠를 반긴다. 우리 부모의 아주 신기한 점이다. 오빠는 지갑을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왠일인지 아빠가 큰 비난을 하지 않고 카드 같은 거 신고했냐고 묻는다. 아무래도 친오빠는 요새 여자를 만나러 다니는지 데이트하고 왔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아빠가 비난을 하지 않았나 보다. 친오빠가 이성애에 성공하든 실패하든 관심은 없는데, 결혼식만은 제발 안 했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이제 모두 방에 들어가서 조용하다. 술을 마시고 온 아빠는 또 술을 가지고 방으로 들어가고 오빠도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애초부터 방에 있었다. 엄마는 거실 소파에 누워 있다. 아마 푹 자지 못할 것이다.
오대박 댓글달려
답글삭제이제 자주 달아야지 근데 모바릴에선좀 어렵네
답글삭제ㅁㅊ 시험한 거냐고 ㅋㅋㅋㅋㅋ
답글삭제아니 걍 로그인 유지해두면 되잖아,,,
답글삭제어 근데 내가 나라는 걸 어퀘 알리지??? - 허이모
삭제뭐라 해서 미안타 얀숙아.. 이거 진짜 이상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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