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13일

일요일에는 과외 끝나자마자 기숙사로 돌아와서 한숨 자고, 저녁을 먹으러 녹두에 갔다. 육쌈냉면을 먹고 만화방에 가서 카케구루이를 읽었다. 만화방에 있은지 3시간이 지날 무렵 5권 중간 즈음을 읽고 있었고, 어깨랑 목이 너무 결려서 기숙사로 돌아왔다. 그리고 기숙사에 와서 카케구루이 이북을 현재 정발된 것까지 사고, 누워서 만화방에서 읽었던 것 이후부터 읽었다. 박사과정이신 룸메이트는 책상에 앉아서 열심히 무언가를 읽고 쓰고 있었다. 대략 한시 반 즈음에 아이패드를 덮고 눈을 감았는데, 아마 룸메이트 분은 밤을 꼴딱 새우신 것 같았다. 백색소음 같은 타자 치는 소리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잠결에 들렸다.

일어나서 다시 읽다 만 만화책을 마저 읽고 열한시 반에 기숙사 식당에서 냉모밀을 먹었다. 먹고 나서 아침약을 먹었는데 (시간은 이미 정오지만) 다시 자고 싶어서 누워서 잤다. 자면서 발작하듯 여러 꿈을 꿨다. 성적인 꿈을 꿨던 것 같다. 눈을 뜨고 다시 잠들고 싶었는데, 잠이 오지 않고 머리가 아파서 겨우 일어나서 씻고 카페에 왔다. 카페로 가는 길에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머리가 무겁다. 고통받고 있는 느낌이 좋다. 내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착각, 몸이 내 곁에 있어서 덜 외롭다는 착각이 들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이 자기가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는지를 역설하기 위해 잠을 4시간만 자고 너무 졸려서 계단에서 굴러 넘어지고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워서 밥을 갈아 마시는 짓을 했다는 것을 ‘자랑’마냥 말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나 또한 그런 비슷한 짓에 심취하고 있는 것이다. 잠을 많이 자는 대신에, 깨어 있는 동안 먹지 않고 피로한 상태로 해야만 하는 일을 꾸역꾸역 수행한다... 그리고 그런 수행은 늘 실망스럽다. 내가 나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대단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도록 애를 쓴다. 내가 하는 것은 늘 대실망쇼, 실패한 것이라 크게 떠든다. 사실 누군가가 내가 한 것들을 보고 나에게 ‘실망스럽구나’라고 말하는 게 무서워서 부러 허세를 부리는 것에 불과하다.

카페에 와서 무기력을 호소하니 푸름사마가 합석해도 되냐고 제안했다. 마주 앉아 각자 할 일을 하는 중이다. (지금 이 일기를 쓰면서도) 푸름님은 지젝 글을 발제해야 해서 골머리를 썩히는 걸로 보인다. 나는 니체 발제문을 써야 하는데 집중이 잘 안 돼서 내용 요약조차 못 하고 있다. 사실 나 자신에 대해 정신이 팔려서 그렇다.

앨리슨 백델에 대해 “정말 집요하게 자기 이야기만 하는 사람”이라고 평했던 듀나의 트윗이 생각난다. 저번 주에 댜른이와 망트한테서 “엄마 얘기 지겹지도 않냐”라는 농담을 들었던 게 떠오른다. 나는 지겹게도 나 자신을 계속 사색의 솥에다 푹푹 삶아서 사골국을 끓여 먹고 있고, 죽고 싶다 대단해지고 싶다 대단하게 살거나 대단하게 죽고 싶다 등등의 욕망을 반찬으로 먹는다. 나 자신에 대해 그만 몰두하고 싶다. 나는 나 말고 다른 것에 몰두하고 싶다. 그냥 소박하게 지금 듣고 있는 대학원 수업 세 개 예습복습을 철저히 잘 해내고 자해 비슷한 짓거리를 그만두고 건강하고 성실하게 살고 싶다. 이런 식의 성실함은 나도 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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