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17일
라이프니츠 페이퍼 마감을 지키지 못한 나 자신에게 화가 나고, 나 자신에게 화내고 실망하는 것조차도 지겨워서 화가 났었다. 누구 한 명을 조지고 싶다, 그런데 조질 사람이 없다, 왜냐하면 세상이 잘못했기 때문에, 등등의 생각으로 뚝배기가 터질 뻔해서 저번 금요일에 정신병원에 급하게 찾아갔다. 6시 반에 진료가 끝나는 병원인데, 대략 5분 전에 도착했다. “진료가 6시 반까지라서 상담을 길게 못 하실 수도 있는데 괜찮으시겠어요?”라고, 카운터에 앉아 계신 간호사 분이 말씀하셨는데 표정이 무척 걱정스러워 보였다. 내 상태가 썩창났다는 것을 걱정한 것일까? 나는 예 하고 앉아서 의사 선생님께 해야 할 말을 마음 속으로 정리했다. 너무 화가 나서 온갖 말들로 머리가 가득찼는데, 아무튼 상담을 오래할 수 없기 때문에 최대한 효율적으로 나의 상태를 설명해야 했다...
진료실에 들어가서 “자살충동이 심합니다”라고 말했다. 선생님께서 무슨 이슈가 있으시냐고 물었는데, “모든 게 이유가 되기 때문에 이유가 없어요.. 그냥 과제 마감이 있었는데 그걸 못 해서... 이런 걸로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압니다. 그래서 제 잘못이에요. 제가 죽어야만 끝날 거 같아요. 죽을 것 같습니다”하고 대답했다. 선생님께서는 안 죽을 수 있다며, 아빌리파이와 고용량 알프라졸람을 처방해주셨다... 아무튼 나를 걱정해주시면서 다음주에 보고, 이렇게 찾아온 건 잘 한 일이라고, 너무 힘들면 중간에라도 오라고 당부하셨다. 약국으로 내려가서 바로 약을 타고 고용량 알프라졸람을 먹었다. 그리고 화를 식히려고 정처 없이 병원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병원 주변이 번화가 및 유흥가다) 집으로 들어갔다. 집에 가서 약을 또 먹고 잤다.
아무튼 뇌를 약에 푹 절이니까 당장이라도 죽고 싶고 자살하고 싶을 거 같은 기분이 사라졌다. 그런 게 또 나를 지치게 한다. 나는 정말 약을 꼬박꼬박 잘 먹고 어떻게든 건강해지려고 애를 쓰는데 왜 스트레스만 받으면 바로 무너져 내릴까? 앞으로 계속 변명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 처지란 말인가? 똑같은 생각을 반복하다가, 그냥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아서 누워서 자거나 게임을 했다.
오늘은 일어나서 연구실에 들러 니체 책을 들고 녹두로 갔다. 아무튼 무언가를 먹어야 했으므로, 녹두 하노이별에 가서 똠얌꿍 쌀국수를 먹었다. 쌀국수를 먹으면서 고통스럽고 죽고 싶었다. 약기운이 아직 남아서 졸리기도 했다. 코인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불렀다. 천원에 6곡 하는 코인노래방에 가서 2천원어치 노래를 부르고 나니까 잠이 좀 깨는 느낌이 들었다. 앞으로 뭔가 앉아서 할일을 하기 전에 노래방에라도 가야 하나 싶다.
발루토에 와서 앉았다. 카페 맞은 편 건물에 피씨방이 있는데, 피씨방 이름이 욜로였다. 졸라 웃기고 이름 잘 지었다고 생각했다. 가난하고 바쁜 자들... 고시 등등을 쳐야 하는 사람들아... 인생은 단 한 번 사는 거다... 게임을 하자... 뭐 이런 건가 싶었다.
아무튼 고통스럽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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