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8일

어제는 하루 종일 누워 있었다. 잠에서 깨면 발키리 드라이브 머메이드라는 B급 빻애니를 보다가 졸리면 다시 자고, 다시 깨면 유튜브로 게임실황을 보고 다시 잠들고 그랬다.

오늘 새벽에 비몽사몽한 상태로 기지개를 펴다가 그만 책상에 올려져 있던 물통을 엎어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약 기운 때문에 잠이 덜 깨서 대충 수건 하나로 바닥을 닦고 다시 잤다. 정신을 차리고 나서는 겨울 외투를 기숙사 세탁소에 맡겼다. 3만 2천원이 나왔다. 그리고 푸름이한테서 카톡이 왔고, 친구의 우울함을 조금이라도 달래주기 위해 푸름이 집에 가서 이야기 하고 초밥을 시켜 먹었다. 그리고 본가로 왔다.

본가에 와서 다시 누우니까 머리가 아팠다. 푸름이 집에서 밥을 먹고 나니까 너무 졸려서 집에 도착하면 푹 잘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지 못해서 일어나서 뭐라도 할 게 없나 두리번거리다가 장롱에서 옛날 옛적 중학생 시절에 샀던 문가든 타로카드를 꺼내서 점을 쳤다. 몇 주 전 연숙이가 술자리에서 타로점을 봐 줬던 게 떠올라서 그랬다. “조만간 과외를 구할 수 있을까? 금전적 안정감을 되찾을 수 있을까?” 에는 여사제 역방향이 나왔다. 뜻은 무지, 근시안적인, 잘못된 판단 뭐 그런 부정적인 뜻밖에 없었는데 아마 안 되는 모양이었고 “이번 학기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쓰리 카드 배열법으로 점을 쳤는데 과거에는 무언가 멋들어진 계획을 세웠지만 지금은 무언가 무력해져 있고 근데 미래에는 여차저차 평온을 얻을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대충 해석해서 이게 맞는지는 잘 모른다) 아무튼 그러고서도 심심해서 일기를 쓰고 있다.

할 말, 쌓인 말이 많다. 그런데 일기로 풀기 귀찮다. 사실 이전 일기와 이번 일기 사이에는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그런 일이 안 일어났어도 난 누워 있었겠지만, 그런 일들이 일어났기 때문에 나는 많이 누워 있었다.

‘평범한’ 행복이라는 게 너무 어렵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내가 그것을 평범하지 않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생활이 불안정하다. 간신히 살아가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살아 있으니까 된 거 아닐까, 사는 것을 그만 두고 싶지는 않다. 그러니까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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