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4일

며칠 전에 준호한테서 태희 일기 안 써요? 라는 말을 들어서 음 한달 정도 업로드를 안 하긴 안 했군 싶었는데 오늘 에버노트를 키니까 18일과 20일에 썼던 일기를 발견했다. 업로드하는 것을 까먹어서 방금 올렸다. 뭐 그래도 대충 2~3주는 일기를 안 쓴 거니까 업로드가 늦은 건 맞다.

그간 많은 일이 있어서 뭐라 쓸 엄두가 안 났다...

아무튼 내게 일어난 큰 일은 마누라와 헤어졌다는 것이다. 우리는 ‘서서히’ 헤어지기로 결정했고 아마 9월 말 쯤 한 번 만나게 될 것이다. 두세 번 만나고 우리의 의사가 여전히 ‘헤어지는 게 낫다’로 굳혀진다면 그대로 헤어지기로, 어쨌든 지금은 헤어짐의 예비 단계 격인 셈인데 일단 비트윈 연결을 끊고 서로 연락을 안 하고 왼손 약지의 반지를 빼고 각자의 삶을 살고 있는데 아무튼 헤어진 것은 맞는 셈이다. 마음이 가볍기도 하고 앞으로 나는 계속 방황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두 번째는 석사 2학기 개강했다는 건데 일단 책이 다시 읽히기는 한다. 헤겔 수업은 정신현상학 원문을 두 페이지에서 세 페이지 정도 번역 및 강독하는데 내가 잘 따라갈 지는 아직 모르겠다; (계획 상으로는 어제 오늘 끝냈어야 했는데 어제 나는 주판치치 실재의 윤리를 읽었고 오늘은 실재의 윤리 마지막 장 다 읽고 버틀러 권력의 정신적 삶 다시 읽기 시작함)

어제는 쿠팡으로 배쓰밤을 시켜서 썸 호텔이라는 외관부터 너무 촌스러운 모텔에 하루 숙박했는데 끔찍하게 촌스러운 인테리어와 디자인 빼고는 나무랄 데 없이 실용적이고 좋아서 어이 없었다. 배쓰밤으로 목욕하고 외로운 기분으로 침대에 누워서 실재의 윤리 읽다가 중간에 초밥 시켜서 먹고 다시 누워서 책 읽다가 졸려서 밤약 먹고 그대로 내리 잤다. 무드등을 키고 잤던 거 같은데 무드등이 빨간 색이어서 무슨 공포영화 한 장면에 들어온 거 같고 그랬다 (전혀 야한 기분이 들지 않는 조명이어서 웃김 왜 무드등을 빨간 색으로 했을까) 보통 성중독자들은 모텔 잡으면 번개 하실 분이라도 구하기 마련인데 나는 뭐 기운도 없고 (진짜 이쯤 되면 내 정체성은 레즈비언이 아니라 그냥 누워있는사람 인듯) 그래서 친구나 불러 볼까 하고 비계에다가 모텔 놀러오실 분 이라는 수동적인 초대를 보냈다가 그냥 포기하고 내리 잤다. 한 12시간은 잔듯... 다섯 시 즈음에 정신이 들어서 카운터 내려가서 라면 자판기로 라면 끓여먹고 (숙박 손님에게는 라면을 공짜로 주는 좋은 가성비 모텔이다) 다시 잤다가 열 시 즈음에 비몽사몽하게 일어나서 기숙사 가서 다시 잤다. 깼다 잤다 깼다 잤다를 반복해서 아무튼 엄청나게 디비 잤는데 그래서 머리가 아플 정도다. (몇 주 전 불면증일 때 못 잔 잠을 지금에서야 청산하듯이)

코어 장학금은 떨어졌다. 선한인재지원금(월 30만원을 무이자로^^ 빌려주는 지원금의 탈을 쓴 생활비 대출)이 될 지는 모르겠다... 미리 생활비 대출을 받을까 고민했는데 일단은 보류하기로 했다. 이 와중에도 돈 아낄 줄을 모르고 모텔 숙박하고 멀쩡히 셔틀 다니는데 귀찮아서 돈 주고 버스 타고 피씨방 가고 카페 가고 난리도 아니다. 왜 이렇게 돈이 많이 드는 인간인지 모르겠다. (이유: 건강하지 못해서? 혼자서 시간 보내는 법을 몰라서? 소비를 통해서만 잠시 살아있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

어쩐지 갈 곳이 없다고 느끼면서 계속 방황하다가 그저께 대학생활문화원 개인 상담을 신청하고 어제 아침에는 접수 상담까지 마쳤다. 접수 상담 하시는 분이 나한테 ‘상담 선생님이 배정되기 전까지만 어떻게 자살하지 않겠다고 (자살이라는 말을 직접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돌려서 말했는데 아무튼 요지는 그거였다) 저랑 약속해주실 수 있을까요?’ 라고 말해서 노력해보겠습니다 라고 대답했더니 감사하다는 답을 들어서 웃겼었다. 존버만으로도 감사되는 존재...

내일 아침에는 서양고대철학수업이다. 아무튼 노와이프 노라이프지만 어떻게든 잘 살아야 할 텐데...



댓글

  1. ㅎㄹ~~~그런일이
    그나저나 모텔팟 만들어야할듯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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