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13일
1. 저번 일요일부터 왼쪽 아래에 있는 사랑니를 둘러싼 잇몸이 다 헐어서 아프다. 매년 봄마다 사랑니가 쑤셔서 왜 봄에만 자라나는 걸까 궁금할 때도 있었는데, 어쨌든 치과에 가서 이것을 뽑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검사를 받아야 하는 때인 거 같다.
2. 이번 학기는 9학점만 들어서 무척이나 시간이 한가한데, 그 한가한 시간에 누워 있고 게임을 하고 아무튼 공부는 안 한다. 그래도 책은 1년 전보다야 많이 읽는 것 같다. 한영이와 졸업 및 대학원 준비를 위한, 어쨌든 책상 앞에 앉아 있기 모임을 만들어서 일주일에 두 번 도서관 스터디룸을 빌려서 두 시간 있기로 약속했다. 저번주에는 화요일 수요일 저녁에 스터디룸을 빌려 앉아 있었다. 그 시간동안 내가 읽은 것은 헤겔 법철학과 들뢰즈 해설서였다.
3. 헤겔 강의를 청강하는데, 선생님을 너무나 사랑해버릴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 헤겔을 열심히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틀러 책을 몇 권 읽은 덕인지 헤겔 법철학 서론의 4절부터 7절까지 읽는데 그렇게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헤겔 해설서를 읽을 필요를 느끼는데, 도서관에서 빌리면 십중팔구 연체를 할 것임이 뻔해서 책을 사야할 것 같다. 그런데 책이 너무 비싸다. 그러니까, 책 한권 정도야 당연히 살 수 있지만 알라딘에서 이것저것 책을 고르다보면 내가 읽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서 모든 재산을 탕진할 만큼 책값을 지불해야 한다. 그런데 나는 맛있는 것도 먹고 싶고 아무튼 돈을 주고 무언가를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고민이다.
4.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갈 때 사람이 우울해지는 경향이 높다고 한다. 트위터에서도 그런 비슷한 연구 결과가 있다는 트윗을 본 기억이 난다. 어쨌든 바로 내가 봄을 타서 정말로 몸에 힘이 없고 울적해져서 (밖에만 나가면 울고 싶었다 육체적으로 너무 피곤해서 걷기가 힘들었다) 항우울제를 늘렸다. 그랬더니 신기하게 기운이 났다.
약을 먹게 되면서 바보가 되는 게 아닐까 고민한 적도 있다. 분명 몸에 활력이 생기고 책을 읽을 기운도 나니까 바보처럼 누워 있고 아무 것도 못하고 우는 사람이 될 수 없건만 예전처럼 생각을 할 수 없으니까 가끔 이 상태가 이상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약을 먹기 전의 내가 했던 생각과 약에 익숙한 내가 하는 생각은 질적인 차이가 반드시 있다.
하루를 시시하게 보내도 괜찮을 것 같다. 그런 시시한 하루를 아무 생각 없이 연명하게 된다. 이렇게 됨으로써 자살할 의욕을 뺏는 게 아닐까. 약은 삶의 의욕을 불어넣기보다는 죽음에의 의욕을 박탈하는 역할을 하는 게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면 어떤 의욕을 갖는다는 것은 무척 대단한 일이고, 어떤 의욕을 잃게 되는 것은 무척이나 흔한 일인 것이다.
5. 저번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과외를 하지 못했는데, 토요일 저녁 과외 애 집에 가니까 과외 학생이 울면서 몸이 너무 아파서 수업을 하지 못할 거 같다고 했다. 과외 학생이 울어서 놀라 하찮은 비정규직 과외 선생님이지만 선생님으로서의 책임감이 들어서 과외 학생을 병원에 데려가야하지 않나 고민했다. 그런데 학생이 아버지가 곧 오신다고 해서 나는 그냥 집으로 갔다.
집으로 가는 버스에서 아픔을 호소하며 죄송하다고 말하는 과외 학생에 대해 생각했다. 그 끊임없는 생각을 걱정이라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그 학생을 생각하며 마음이 아팠는데, 마음이 아픈 게 웃긴 일이 되지 않을까 고민했다. 무언가 나의 윤리적 우월함을 느끼기 위해 몸이 아픈 학생을 지나치게 걱정하는 게 아닐까 싶어서 그랬다.
엄마에게 과외 학생이 아파서 오늘도 내일도 수업이 취소되었다고 말하니까, 엄마가 그 학생 수업을 그만두고 다른 과외 일을 찾아보라고 말했다. 나는 응, 이라고 대답했지만 그냥 나 자신이 이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싶어서 짤릴 때까지 이 학생을 계속 가르칠 것임을 알았다.
엄마가 어떤 학생을 가르치는 것을 그만두라고 말한 적이 여러 번 있었고, 그때마다 나는 아무런 조취도 취하지 않았고 나는 짤리곤 했다. 그러니까, 이 학생도 조만간 나한테 과외를 그만둘 거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기대수입이 사라져서 마음이 빈곤해질지도 모른다.
2. 이번 학기는 9학점만 들어서 무척이나 시간이 한가한데, 그 한가한 시간에 누워 있고 게임을 하고 아무튼 공부는 안 한다. 그래도 책은 1년 전보다야 많이 읽는 것 같다. 한영이와 졸업 및 대학원 준비를 위한, 어쨌든 책상 앞에 앉아 있기 모임을 만들어서 일주일에 두 번 도서관 스터디룸을 빌려서 두 시간 있기로 약속했다. 저번주에는 화요일 수요일 저녁에 스터디룸을 빌려 앉아 있었다. 그 시간동안 내가 읽은 것은 헤겔 법철학과 들뢰즈 해설서였다.
3. 헤겔 강의를 청강하는데, 선생님을 너무나 사랑해버릴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 헤겔을 열심히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틀러 책을 몇 권 읽은 덕인지 헤겔 법철학 서론의 4절부터 7절까지 읽는데 그렇게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헤겔 해설서를 읽을 필요를 느끼는데, 도서관에서 빌리면 십중팔구 연체를 할 것임이 뻔해서 책을 사야할 것 같다. 그런데 책이 너무 비싸다. 그러니까, 책 한권 정도야 당연히 살 수 있지만 알라딘에서 이것저것 책을 고르다보면 내가 읽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서 모든 재산을 탕진할 만큼 책값을 지불해야 한다. 그런데 나는 맛있는 것도 먹고 싶고 아무튼 돈을 주고 무언가를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고민이다.
4.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갈 때 사람이 우울해지는 경향이 높다고 한다. 트위터에서도 그런 비슷한 연구 결과가 있다는 트윗을 본 기억이 난다. 어쨌든 바로 내가 봄을 타서 정말로 몸에 힘이 없고 울적해져서 (밖에만 나가면 울고 싶었다 육체적으로 너무 피곤해서 걷기가 힘들었다) 항우울제를 늘렸다. 그랬더니 신기하게 기운이 났다.
약을 먹게 되면서 바보가 되는 게 아닐까 고민한 적도 있다. 분명 몸에 활력이 생기고 책을 읽을 기운도 나니까 바보처럼 누워 있고 아무 것도 못하고 우는 사람이 될 수 없건만 예전처럼 생각을 할 수 없으니까 가끔 이 상태가 이상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약을 먹기 전의 내가 했던 생각과 약에 익숙한 내가 하는 생각은 질적인 차이가 반드시 있다.
하루를 시시하게 보내도 괜찮을 것 같다. 그런 시시한 하루를 아무 생각 없이 연명하게 된다. 이렇게 됨으로써 자살할 의욕을 뺏는 게 아닐까. 약은 삶의 의욕을 불어넣기보다는 죽음에의 의욕을 박탈하는 역할을 하는 게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면 어떤 의욕을 갖는다는 것은 무척 대단한 일이고, 어떤 의욕을 잃게 되는 것은 무척이나 흔한 일인 것이다.
5. 저번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과외를 하지 못했는데, 토요일 저녁 과외 애 집에 가니까 과외 학생이 울면서 몸이 너무 아파서 수업을 하지 못할 거 같다고 했다. 과외 학생이 울어서 놀라 하찮은 비정규직 과외 선생님이지만 선생님으로서의 책임감이 들어서 과외 학생을 병원에 데려가야하지 않나 고민했다. 그런데 학생이 아버지가 곧 오신다고 해서 나는 그냥 집으로 갔다.
집으로 가는 버스에서 아픔을 호소하며 죄송하다고 말하는 과외 학생에 대해 생각했다. 그 끊임없는 생각을 걱정이라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그 학생을 생각하며 마음이 아팠는데, 마음이 아픈 게 웃긴 일이 되지 않을까 고민했다. 무언가 나의 윤리적 우월함을 느끼기 위해 몸이 아픈 학생을 지나치게 걱정하는 게 아닐까 싶어서 그랬다.
엄마에게 과외 학생이 아파서 오늘도 내일도 수업이 취소되었다고 말하니까, 엄마가 그 학생 수업을 그만두고 다른 과외 일을 찾아보라고 말했다. 나는 응, 이라고 대답했지만 그냥 나 자신이 이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싶어서 짤릴 때까지 이 학생을 계속 가르칠 것임을 알았다.
엄마가 어떤 학생을 가르치는 것을 그만두라고 말한 적이 여러 번 있었고, 그때마다 나는 아무런 조취도 취하지 않았고 나는 짤리곤 했다. 그러니까, 이 학생도 조만간 나한테 과외를 그만둘 거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기대수입이 사라져서 마음이 빈곤해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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