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3일
1. 더위 먹은 상태가 디폴트인 채로 살아가고 있다. 어제는 과외 가는 길에 너무 덥고 피곤해서 세 걸음 디딜 때마다 목숨을 유지하기가 버거운 듯이 한숨을 쉬고 그랬다. 정말 장난 아니게 더운 것이었다. 집에서 과외하는 집까지는 도보로 30분 정도인데, 덥다고 샌들을 신으면 발바닥이 너무 아플 게 뻔해서 양말을 신고 운동화를 신는데 거기에 고이는 열기가 장난이 아니고 내가 발을 딛는 아스팔트 바닥이랑 보도블럭도 너무너무 뜨거웠다. 집에서는 선풍기를 거의 내내 틀어놔서 엄마가 볼 때마다 그리 좋아하진 않아한다.
오늘은 애인이 사는 부천에 놀러 갔는데 오늘도 너무 더워서 점심으로 먹은 인도카레도 잘 안 먹혔고 (그리고 카레가 너무 달아서 한 입 먹으니 물릴 정도였다) 애인네 집에 가는 길도 너무 더웠다. 다행히도 애인네 집에서 에어컨을 틀어서 나는 애인네 집에서 살고 있는 강아지랑 같이 누워서 낮잠을 잤다. 더울 때에는 낮잠을 안 잘래야 안 잘 수가 없다. 사실 안 더울 때에도 낮잠을 잘 수밖에 없는 몸이긴 하지만 말이다.
2. 요 몇 달간 먹는 항우울제 처방은 부프로피온 서방정 한 알과(웰부트린이라는 상품명으로 잘 알려진 것) 설트랄린 반 알(졸로프트라는 상품명으로 잘 알려진 것)이었는데, 원래는 설트랄린만 복용했는데 설트랄린의 부작용인 오르가즘 지연이 너무너무 좆같은데 그렇다고 이 약을 완전히 끊으면 너무너무 어지러워서 일상 생활이 불가할 정도였기에 웰부트린과 소량의 설트랄린을 먹는 처방으로 합의를 본 것이었다.
그런데 소량이어도 설트랄린을 먹으면 정말정말 오르가즘을 느끼기가 힘들다. 살짝 붕 뜨고 열감만 느껴지는 게 전부고 오르가즘을 느끼려고 더욱 더 애를 쓰면 (예를 들어 자위를 하거나 애인이랑 섹스를 하거나) 아프기만 할 뿐이어서 너무 짜증이 날 정도였다. 그래서 결국은 설트랄린을 끊었을 때 일상생활을 크게 어렵게 만드는 어지러움이라는 부작용을 감수해서라도 이 약을 끊고 싶다고 의사 선생님께 이야기를 했더니 그렇다면 설트랄린 약을 이로 조금만 갉아 먹어서 정말정말 개미 눈꼽만큼 약을 서서히 줄이자고 제안하셨다. 그래서 지금 그렇게 하고 있다.
3. 지금 울적함을 느끼고 있다. 어제는 화를 냈었다. 예를 들어 아는 사람이 옛날에 도서관에서 책을 훔치려고 시도했다가 실패했다는 이야기에 새벽 세 시에 화를 느끼기도 했고 오늘은 과외 수업을 좀 더 창의적으로 하는 게 어떻냐, 학생을 마치 친동생처럼 대하듯 애에게 공부 의욕을 북돋아주거나 인생 선배로서 멘토링을 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과외 학생 어머니의 문자를 받고 화를 느끼다가 결국엔 울적해지기까지 했다.
울적하다보니 나에 대한 여러 가지 것들을 생각하게 되는데, 예를 들어 아동기에 여자애들의 은밀한 괴롭힘과 배척을 겪었다는 트라우마 때문에 내 또래까지 포함하여 여자 아기부터 20대 초반의 여성들을 어려워하고 심지어 속으로 싫어하기까지 한다는 것에 대해 자괴감을 느끼고 울적해졌다. 그리고 과외를 하게 되면 대부분 십대 여자아이들을 가르치게 되고, 위에서 겪은 트라우마가 이때 빛을 발하며 나를 괴롭힌다. 그러나 다행히도 시간이 좀 지나면 과외 학생과 친숙해지고 그 여자애들이 갖고 있는 나름의 귀여움을 발견한다든가, 어쨌든 내가 나이도 많고 선생이기도 하기 때문에 그들과의 관계에서 우위를 차지해서 옛날 트라우마적 상황처럼 내가 약자가 아니기 때문에 이들 여자애들을 가르치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게 된다.
지금의 경우에는 그러한 적응의 과정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서 지금의 학생을 쉽게 미워하게 되고 그 미움을 극복할 만한 긍정적인 감정에의 계기가 나타나지질 않는다. 그래서 과외 학생의 어머니한테서 받은 문자에서부터 시작된 울적함이 집에 도착할 때까지 지속되고, 컴퓨터 게임을 끄고 침대에 반쯤 걸터 누운 지금까지도 남아 있다. 더위 먹은 상태와 생리전증후군을 겪는 상태에서 수반되는 울적함이기에 어느 때보다 괴롭다.
3. 사람들이 나를 무시하거나 나의 감정을 존중해주질 않는 것 같다는 '억울충'의 감정까지 든다는 것을 인정해야겠다. 사람들이 나를 무시하고 나의 감정을 전혀 존중하지 않기 때문에 화를 내지 못하게 만들고 내가 만약 화를 내면 대체 화를 왜 내냐고 그럴 것 같다. 아니면 나를 놀리거나. 이런 피해망상적 생각까지 드니까 더 미칠 것 같다. 이 생각이 떠나질 않으니 지금 느끼고 있는 화를 마음껏 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 문단을 쓰고 나니 더위를 먹은 몸이 더 피로해져서 이 글을 그만 쓸 수밖에 없어졌다. 잠은 안 올 것이지만 지금 피곤해서 가슴께가 뻐근하고 숨을 쉬는 것도 힘든 것 같고 종아리와 어깻죽지가 너무 쑤셔서 이만 줄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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