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21일

1. 어제 저녁에 나는 서브웨이에 갔었다. 이탈리안 BMT 30cm를 사서 반은 그날 저녁에 먹고 반은 다음날 아침에 먹으려고 냉장고에 넣어 놨던 것을 오늘 낮에 먹었는데, 일주일 정도 커피 마시는 것을 쉬었으니 슬슬 커피를 마셔도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식후에 커피를 내려서 마셨는데, 마시고 나니까 헛구역질이 나고 윗배가 꽉 얹혀서 죽을 것 같았다. 한 한시간 정도 그렇게 헛구역질을 하고 억지로 트림을 하고 별 지랄을 다 떨다가 결국엔 화장실에 가서 토해버렸다. 저번주에도 똑같이 소화불량이어서 토했었다. 그때는 지금보다 더 심각하게 속이 쓰려서 앉아 있기 힘들었는데 다행히 오늘은 속이 안 쓰렸다. 일주일 넘게 위가 말썽이어서, 이대로 가다간 30살 넘어서 위암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수업시간에 노트북으로 만성 위염, 신경성 위염, 위암, 어쨌든 위에 대해서 검색했다. 음주, 흡연, 카페인 음료, 진통소염제, 매운 음식. 나는 흡연을 하고 커피 마시는 것을 즐기고 생리 때마다 진통소염제를 3알 이상은 먹는다. 그리고 위는 자율신경과 연결되어 있어서, 스트레스를 받고 우울하면 더욱더 맥을 못 춘다고 한다.

2. 지금 우울하고 힘들고 심지어 소화까지 안 되는 상태의 원인을 대학원 입시 결과의 불확정성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다. 나는 그것들의 원인을, 졸업논문과 대학원 입시 과정에서 내 멋대로 했고 나의 (못난) 실력을 타인에게 내보였으며 그 과정에서 받은 스트레스, 그 과정에서 겪은 낙담, 그것들로 본다. 지금도 졸업논문 심사 때 나를 쳐다보던 교수들의 얼굴과 대학원 면접 때 받은 왜 이렇게 성적이 낮냐는 질문을 떠올린다. 면접 때 나는 나의 못난 역량과 나의 정신적 고통을 털어 놓았는데,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너무 솔직하게 군 바람에 학업적인 신뢰를 사지 못했다. 그것은 전략적으로 (당연히) 불리한 일이었고, 내가 생각한 만큼 그런 행위가 윤리적이지도 않은 것이다. 나는 나의 실력을 확신하고 나의 좋은 모습만 보이는 게 남을 속이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나는 친구들이랑 이야기하면서 내 생각을 수정했다. 수정했어도,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어떡하는가? 생각보다 내가 잘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끙끙 앓아 누워버렸고, 앓아 누워버린 것이 부끄러워서 또 앓아 눕게 된다.

3. 이번에 정신의학과 의사선생님은 웰부트린에다가 프로작을 얹어 주었다. 웰부트린이 그리 나에게 효과적이지 않다고 판단하신 듯 하다. 약을 바꾸는 이행기이기 때문에 일주일 뒤에 또 의사선생님을 뵈러 가야 한다. 어쨌든 누구도 내 고통과 우울을 대신할 수 없다면, 정신과 약이라도 지금의 무력함과 우울함을 덜어내는 데 도움을 줬음 좋겠다.

요새는 외롭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돈이 떨어져서 카페에 가지도 않고, 굳이 친구들과 약속을 잡고 외식을 하기 어려웠다. 더군다나 소화불량 때문에 앓아 누워서 기숙사에 홀로 있을 때가 많았다. 오늘도 수업 끝나자마자 바로 기숙사로 온 참이었다. 홀로 기숙사에 있으면서 누워있거나, 책상 앞에 앉아 있거나, 게임을 한다. 책은 안 읽는다. 과제로 주어진 텍스트는 아주 비효율적으로 오랜 시간을 들여 겨우 다 읽는다. 대체 어쩌자고 이렇게 공부를 안하는 걸까? 어쩌자고 이렇게 공부를 못하는 걸까? 내 상황이 공부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들기는 하는데, 그렇다 치더라도 대학원에 진학해서 연구자로 살기로 마음 먹었는데 이렇게 공부를 안하고 못하면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공부를 안 하는 시간에 즐겁게 놀지도 못하고. 게임도 재미 없고 공부는 집중이 안 된다. 그럴 때에는 미치도록 시간이 안 가고 당장 콱 죽어버리고 싶어진다. 간밤에는 울면서 내가 빨리 죽어 버렸음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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